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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언어/詩 Korean Poetry8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Faint Shadows of Love Gone by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김광규- 4.19가 나던 해 세밑 우리는 오후 다섯시에 만나 반갑게 악수를 나누고 불도 없이 차가운 방에 앉아 하얀 입김 뿜으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 어리석게도 우리는 무엇인가를 위해서 살리라 믿었던 것이다 결론 없는 모임을 끝낸 밤 혜화동 로터리에서 대포.. 2015. 8. 10.
혁명. 푸르른 날 푸르른 날 -서정주- Azure day On days of dazzling azure I must yearn for the one I love. In the place where autumn flowers bloomed, green wearily fades into red or brown. What shall we do when it snows? What shall we do when spring comes again? Suppose I die, and you survive! Suppose you die, and I survive! On days of dazzling azure I must yearn for the one I love. 서.. 2005. 11. 1.
가을 노트 그대 떠나간 후 나의 가을은 조금만 건드려도 우수수 몸을 떨었다. 못다한 말 못다한 노래 까아만 씨앗으로 가슴에 담고 우리의 사랑이 지고 있었으므로 머잖아 한잎 두잎 아픔은 사라지고 기억만 남아 벼 베고 난 빈 들녘 고즈넉한 볏단처럼 놓이리라. 사랑한다는 것은 조용히 물이 드는 .. 2005. 9. 29.
울음이 타는 가을 강 마음도 한 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 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강을 보겄네 저것 봐, 저것 봐, 네보담도 내보담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 2005. 9. 29.
길 - 신경림 길 - 신경림 - 길을 가다가 눈발치는 산길을 가다가 눈 속에 맺힌 새빨간 열매를 본다 잃어버린 옛 얘기를 듣는다 어릴 적 멀리 날아가버린 노래를 듣는다 길을 가다가 갈대 서걱이는 빈 가지에 앉아 우는 하얀 새를 본다 헤어진 옛 친구를 본다 친구와 함께 잊혀진 꿈을 찾는다 길을 가다.. 2005. 9. 2.
님의 침묵 님의 침묵 - 한용운 -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적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든 옛 맹서는 차디찬 티끌이 되야서 한숨의 미풍에 날어 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2005. 9. 1.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서시 - 윤동주 -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1941.11.20 완성) Prelude by Dong-Ju Yun Let me have n.. 2005. 9. 1.
바위 바위 - 유치환 -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 년(億年) 비정(非情)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忘却)하고 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 꾸어도 노래하지 .. 2005. 9.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