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와 언어/詩 Korean Poetry

님의 침묵

by 추홍희블로그 2005. 9. 1.

님의 침묵   - 한용운 -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적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든 옛 맹서는 차디찬 티끌이 되야서 한숨의 미풍에 날어 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 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 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 하얐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The Silence of Love

by Han YongUn

 

Love is gone, gone is my love.
Tearing himself away from me he has gone
on a little path that stretches in the splendor of
a green hill into the autumn-tinted forest.
Our last oath, shining and enduring
like a gold-mosaicked flower,
has turned to cold ashes, blown away
in the breath of wind.
I remember his poignant first kiss and its memory
has wrought a complete change in my destiny,
then withdrawn into oblivion.
I hear not his sweet voice; I see not his fair looks.
Since it is human to love, I, alert, dreaded a
parting to come when we met.
The separation came so suddenly
it broke my heart with renewed sorrow.
Yet, I know parting can only destroy our love if
it causes futile tears to fall.
I would rather transfer the surge of this sorrow
onto the summit of hopefulness.
As we dread parting when we meet, so,
we promise to meet again when we part.
Though my love is gone, I am not parted from love;
an untiring love-song envelops the silence of love.

'시와 언어 > 詩 Korean Poet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 노트  (0) 2005.09.29
울음이 타는 가을 강  (0) 2005.09.29
길 - 신경림  (0) 2005.09.02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0) 2005.09.01
바위  (0) 2005.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