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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서--------/월스트리트변호사 스토리

필경사 바틀비 스토리-III

by 추홍희블로그 2022. 9. 19.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이제는 두 개 중에 하나를 택할 수 밖에 없어.  네가 무슨 조치를 취하든지, 아니면 무슨 조치가 너한테 떨어지든지.  그런데 어떤 종류의 일에 종사하고 싶니?  어딘가에 취직해서 다시 필사 일을 하고 싶어?”

 

아니오, 나는 어떤 변화라도 이룰 생각이 없어요.”

 

포목상에서 종업원의 일을 하면 어때?”

 

그 일은 너무 꽉 틀어박혀 있어요.  싫어요, 난 종업원의 일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내가 유별나게 가리는 것은 아니에요.”

 

너무 꽉 틀어박혀 있다고,” 하고 내가 소리쳤다.  아니 넌 언제나 틀어박혀 있잖아!”

 

난 누구 밑에서 단순한 종업원의 일은 별로 하고싶지 않아요.” 그는 마치 그 사소한문제를 즉각 매듭지으려는 듯이 바로 대꾸했다.

 

바텐더 일은 네 마음에 맞을 것 같냐?  그 일은 눈을피곤하게 하지는 않아.”

 

난그 일은 전혀 하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내가 유별나게 가리는 것은 아니에요.”

 

그가 이례적으로 말을 많이해서 나는 고무되었다.  나는 다시 원칙을 설명해댔다. 

좋아, 그렇다면 상인들의 외상금을 수금하러 지방을 돌아다니는 일을 하고 싶어?  그러면 건강도 나아질 테고.”

 

아니오, 난 뭔가 다른 일을 하고 싶어요.”

 

그렇다면 대화로써 젊은 신사를 즐겁게 해주는 여행 안내원으로 유럽에 가는 것은 어떻겠어, -그건 네 마음에 들겠지?”[1]

 

전혀 아닌걸요. 그 일에는 보다 직접적이고 확실한 측면이 있다는 인상이 들지 않는데요.  난한 곳에 그대로 붙어 있는 것이 좋아요.  하지만 내가 유별난 것은 아니에요.”

 

그럼 그렇게 한 곳에 그대로 붙어 있어라,” 나는 여기서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만 소리질렀다.  그간 그와 연결되어 분통 터지는 일을 수없이 겪으면서도 내가 정말로 버럭 화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밤이 되기 전에 너가 이 건물에서 나가지 않으면, 내가 이 건물을 떠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정말로 내가 이 건물을 내가 떠--떠나야만 한다니까!  그가 요지부동한 태도를 접고 순응하는 태도를 나타내게 하려면 내가 어떤 위협의 수단을 써서 겁줘야 하는 지 그 방법을 알지 못해서, 나는 조금 어정쩡하게 끝을 냈다. 더 이상의 노력을 해본들 가망이 없다고 단념하고서, 나는 그만 일어서 나오려는 그 찰나, 최종적인 생각 하나가 떠올랐다.  그건 이전에 한번도 품어보지 않았던 생각은 아니었다.

 

바틀비,” 그런 흥분되는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가장 상냥한 어조로 내가 말했다.  지금 나와 함께 집으로-내 사무실이 아니라, 내가 사는 곳으로- 가서, 거기 머물면서 우리 서로 여유가 생기면 그때에 네게 편한 대로 조정하여 결론을 내릴 수 있을 텐데 그렇게 하지 않을래?[2]  , 바로 지금, 우리 함께 가보자구.”

 

아니오, 지금은 내가 어떤 변화라도 이룰 생각이 아예 없어요.”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선 그냥 재빠르고 날쌘 동작으로 사람들을 요령 있게 이리저리 피해가면서, 그 건물에서 뛰쳐나와, 브로드웨이 방향으로 월 스트리트를 달음쳐 올라가서, 맨 처음 눈에 띄는 승합마차에 올라 타고는 곧 어디론가로 사라져 버렸다.   마음이 차분해져 감에 따라 뚜렷하게 알 수 있는 것은 건물주인과 거기 세입자들의 요구에 대해서, 그리고 바틀비를 돕고자, 또 가혹한 학대로부터 그를 보호하고자 하는, 내 마음 속에서 우러나오는 기대와 의무감과 관련해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가능한 일은 이제 다했다는 것이었다. 나는 이제 아무런 걱정근심도 없고 온전히 평온한 마음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그런 시도는 내 양심에 비추어도 전혀 거리낄 것이 없었다.[3]  하지만 사실 내가 바랬던 것만큼 썩 성공적이지는 못했다.  격분한 건물 주인과 격앙된 세입자들이 다시 쫓아오는 것은 아닌지 매우 불안해서, 나는 며칠간 내 업무를 니퍼즈에게 모두 맡겨두고, 사륜마차를 타고 도시의 북쪽 근처와 교외 곳곳을 싸돌아 다녔다.  그뿐 아니라 허드슨 강 맞은 편의 저지 씨티와 호보컨까지 건너가 보고, 또 맨해튼빌과 아스토리아를 배회하기도 했다.  사실 나는 한동안 사륜마차 속에서 살다시피 했다.

 

내가 사무실에 다시 나왔을 때, 건물 주인한테서 온 꼭 보시오!’ 메모가 내 책상 위에 놓여 있었다.  나는 떨리는 두 손으로 그것을 펼쳤다.  그것은 그 글의 작성자가 경찰에 알려서, 바틀비가 부랑자로서 더 툼즈 감옥에 가두어 지게 됐다는 사실을 내게 알려주는 쪽지이었다.[4]  게다가, 내가 바틀비에 대해서 누구보다 많이 알고 있으니, 그 곳에 출두해서, 사건 진술서를 정확하고 올바르게 작성하기를 바란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소식을 접하자 나는 내적 갈등이 생겼.  처음엔 화가 치밀어 올랐으나, 마침내는 거의 수긍하기에 이르렀다.[5]  그 건물 주인은 열성적이고 급한 성격으로 인해서 내가 당사자라면 그렇게 결정하지 않았을 그런 일 처리 방식을 적용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런 특별한 상황에 처한 가운데, 마지막 수단으로써, 그것만이 유일한 방안인 것 같았다.[6]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 힘없는 필경사는 자신이 더 툼즈로 호송된다는 말을 듣고도, 조금도 저항하지 않았으며, 맥없고 감정의 동요도 없이, 무표정한 태도를 유지한 채, 순순히 응하였다고 한다.

 

동정심 많고 호기심 어린 구경꾼 몇몇이 따라 나섰고, 바틀비와 팔짱을 낀 경찰서 순경들 가운데 하나가 앞장서는 가운데, 그 말없는 행렬은 정오의 혼잡한 큰 길에서 품어 나오는 그 모든 소음과 열기와 환희를 헤치며 줄지어 나아갔다.

 

메모쪽지를 받은 바로 그날 나는 더 툼즈, 아니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법원 청사에 들렀다.  법원 담당자를 찾아서, 내가 찾아온 취지를 진술하자, 내가 묘사한 그런 인물이 실제로 그 안에 있다고 알려주었다.  그래서 나는 그 담당관에게 바틀비가 아무리 이해하기 힘들고 유별난 괴짜일지라도, 정말로 정직한 사람이며, 동정심이 크게 느껴지는 사람임을 확실하게 말해주었다. 나는 내가 아는 바를 모두 구구절절하게 설명해 댔으며, 그를 그 안에 계속 가둬 두게 하더라도 가능한 한 강제 구속은 면하게 하면서 뭔가 덜 가혹한 조치를 찾을 수 있을 거라는 방안을 제안하며 내 말을 맺었다.[7]  솔직히 말해서 어떤 것이 덜 가혹한 조치인지 내가 잘 알고 있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어찌됐든, 다른 대책을 취할 수 없다면, 사설 구빈원인 암즈하우스에 그를 맡겨 두는 것이 보다 나을 것이다.  아무튼 나는 면회를 갖게 해달라고 간청했다. 

 

비난 받아 마땅할 무슨 죄를 짓고 기소된 것도 아니고, 또한 그가 나타내는 모든 행동은꽤 평화스럽고 무해하기 때문에, 그가 감옥 주위를- 특히 잔디밭이 있는 에워싸인구역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것은 허용되었다.  그리하여 나는 그를 거기서 발견했다.  그가 거기 가장 조용한 구역에서 얼굴은 높은 벽을 향한 채 딱 홀로 서 있는 동안, 내 머리 속은 모든 방향에서, 감옥 창문의 가느다란 틈새[8]를 통해, 살인자와강도들의 눈길이 그를 뚫어지게 지켜 보고 있다는 광경이 그려졌다.[9]

 

바틀비!”

 

당신이 누군지 내가 알아요,” 그가 돌아보지도 않고서 말했다.  그렇지만 당신한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아무 것도 없어요.”

 

바틀비, 널 이곳에 집어 넣은 사람은 내가 아니야.”  의심이 배어 있는 듯한 그의 말에 내 마음이 몹시 아팠으며, 그래서 내가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너한테는, 이곳이 그렇게 지독하게 몹쓸 곳은 아닐 꺼야.  여기 있다고 해서 어떤 비난 받을 전력이 따라 붙는 것도 아니다.[10]   그리고 말이지, 이곳이 흔히들 생각하듯그렇게 슬픈 장소도 아니야.  보라, 저기엔 하늘이 보이고, 또 여기엔 풀도 보이네.”

 

여기가 어딘지는 나도 알고 있어요.”  그가 답변은 했으나, 더 이상은 말하려 하지 않았으며, 그래서 나는 그를 두고 그냥 나왔다.  내가 다시 복도로 들어서자, 덩치가 크고 푸줏간 고깃덩어리처럼 생긴 남자가 앞치마 차림을 하고, 내게 다가오더니, 엄지손가락을 어깨 너머로 치켜들며 저자가 당신 친구요?” 하고 말을 걸었다.

 

그렇긴 한데요.” ‘

 

그자는 굶어 죽을 작정인가 보지?[11]  만약 그렇다면, 감옥에서 내주는 콩밥으로 버티게 내버려 두면 되지, 그게 전부일 뿐인 게지.[12]

 

그쪽은 누구요?”  그런 장소에서 그렇게 끼어드는 투로 말하는 사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라 내가 물었다.

 

나는 사식업자요.  돈 많은 사회지도층인사들과 관련된 자가 여기에 수감되면 그들은 나한테 부탁해서 뭔가 먹을 만한 음식을 수감된 친구들에게 배달시키지요.”

 

그런가요?”  감옥열쇠 뭉치를 들고 있는 감옥간수를 돌아보며 내가 말했다. 

 

그는 그렇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좋소.”  사식업자의 손에 은화 동전을 슬쩍 밀어 넣어주면서 (이렇게남모르게 돈을 받아 먹는다는 뜻에서 사식업자란 은어가 생긴 것이다[13]) 내가 말했다.  저기 있는 내 친구에게 특별한 신경을 써주길 바라오.  그쪽이 제공할 수 있는 최상의 음식을 넣어주도록 해주시오.  그리고 그에게는 항상 공손하게 대하도록 하시오.”

 

날 소개시켜주는거, 그렇죠?”  그 사식업자는 자신의 사업을 불려나갈 견본을 보여줄 기회를 갖고 싶어서 안달이 난 듯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14]

 

그 필경사에게 분명 혜택이 갈 것이라고 생각해서, 나는 동의했다.  사식업자에게 그의 이름을 묻고, 그와 함께 바틀비에게 다가갔다.

 

바틀비, 이사람은 미스터 카트리트[15]이다.  그가 너한테 큰 도움이 되리라는 것을 곧 알게 될 거다.”

 

나리의 하인, 양반나리, 나리의 하인입죠.”  그 사식업자가 앞치마가 땅에 닿도록 머리를 깊이 조아리면서 말했다. “여기가 마음에 들기 바랍니다, 양반나리. -- 넓고 터진 공간에다 -- 서늘한 방들도 있고- 양반나리, 여기서 한동안 저희와 함께 머무르세요- - 기분좋게 지내십시오.  나리, 카트리트 부인의 개인 별실에서 카트리트 부부와 함께 만찬의 기쁨을 누리시면 어떻겠습니까?”[16]

 

난 오늘은 식사를 하고 싶지 않아요.” 바틀비가 고개를 돌리면서말했다.  음식이내 속에 맞지 않을 겁니다.  나는 만찬에 익숙하지 않거든요.”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안뜰의 맞은 편으로 천천히 움직여 가다, 막힌 벽을 마주 보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이거 어떻게 된 거요?” 사식업자는당황한 듯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이상한 사람이구만, 그렇죠?”

 

정신이 약간 나간 것 같아요.” 내가 미안하게 됐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정신이 나갔다?  정신이 나갔다는 게요?  그래 이제 보니, 그게 사실이네, 난저기 당신네 친구가 밀수꾼이나 문서위조범인 줄로 여겼지 뭐야.  그들은 죄다 창백하고 세련되어 보이거든, 그런 위조범들은. 내가 불쌍한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죠.  동정이 갈 수 밖에 없다니까요, 신사양반.  먼로 에드워즈[17]를 알고 있나요?  그가 동정하듯이 말을 덧붙이고는 잠시 말을 멈췄다.  잠시 후 그가 동정하는 투로 내 어깨에다 손을 갖다 대고, 한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그 사람은 싱-싱 감옥에서 폐결핵으로 죽었죠.  그렇게 잘 알려진 인물인데도 먼로[18]를 모르다니요?”

 

모릅니다, 난 여태껏 문서위조범과 어울려 지낸 적이 없어요.  아무튼 난 여기서 더 이상 머무를 수가 없네요.  저기 내 친구를 잘 돌봐주시오.  그러면 절대로 손해볼 일은 없을 거요.  자 다음에 또 봅시다.”

 

이런 일을 겪고 며칠이 지난 후, 나는 또 한번더툼즈 교도소를 찾아가 방문 허가를 얻었다.  바틀비를 면회하고자 복도를 쭉다 돌아다녔으나, 결국 허사였다.

 

그가 조금 전에 감방에서 나오는 것을 내가 보았소.”  감옥 간수가 말했다.  아마도 안뜰을 배회하고 있을 성 싶은데요.”

 

그 말을 듣고 나는 그쪽으로 갔다.

 

그 말없는 사람을 찾고 있소?”  또다른 간수가 내 옆을 지나가면서 말했다.  저쪽에 그가 누워 있네. 저기 안뜰에서 잠들어 있구만.  그가 드러눕는 것을 봤는데 이십분도 채 안된 것 같으요.”

 

마당은 너무나 조용했다.  이 구역은 흉악범들에게는 개방되지 않았다. 사방을 빙 둘러 막고 놀랄 만큼 두꺼운 두께로 쌓아 올려진 벽은 감옥 안에서 일어난 모든 소음을 막아주었다.  돌로 지은 석조 건축물에 나타난고대 이집트 건축 양식이 나를 우울하게 짓눌렀다.[19]  그러나 잘 다듬어진 잔디밭에 새싹이 돋아나고 있었다.  그것은 영원한 피라미드의 심장과도 같았는데, 그 안에서, 새들이 떨어뜨린, 잔디 씨가, 어떤 알 수 없는 마법에 의해, 돌 틈새를 뚫고, 싹을 틔운 것이었다.

 

벽면 바닥에서 이상하게도, 두 무릎을 몸 쪽으로 끌어 당겨 웅크리고, 차가운 돌 위에 머리를 대고, 비스듬히 옆으로 누워 있는, 다 쪼그라든 바틀비가 보였다.[20][21]  그러나 작은 미동 하나도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잠시 멈칫했다가, 그에게 바싹 다가가서, 몸을 구부려서 보니, 그의 침침한 두 눈은 떠 있었다.  그 이외 다른 모습으로는 그가 깊은 잠에 빠져든 것처럼 보였다.  나는 뭔가의 이끌림에 의해서 급히 그의 몸을 만져보았다.  그의 손을 만지는 순간, 나는 식겁해서 온 몸에 전율이 일어나 내 팔 등을 타고 내 척수를 적시며내 발끝까지 떨렸다.

 

그때 넓은 이마에다 주걱턱을 가진 넓적 얼굴의 그 사식업자가 나를 뻔히 쳐다보았다.[22]  그의 식사가 준비되었소.  그가 오늘도 식사를 안할 텐가?  그렇진 않겠지?  그게 아니라면 그는 밥을 먹지 않고도 살 수 있다는 건가?”

 

식사를 하지 않고도 살지요.”[23]  이렇게 말하고 나는 그의 두 눈을 감겨주었다.[24]

 

어라! 정말 그가 죽었구만요, 그렇죠?”

 

왕과 대법관들과 함께잠들었오!”,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25][26]



[1] 아담 스미스의 유럽 견문 여정이 연상된다.  영국이 프랑스의 해외식민지를 대거 차지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온 유럽의 “7년 전쟁(Seven Years War, 1756-1763) 기간 동안 영국의 재무상이었던 찰스 타운센드 공작은 아담 스미스의 자유방임주의 사상에 크게 동감하고 있었는데 아담 스미스를 자신의 양자의 개인 교수로 삼아 그가 유럽 대륙 국가들을 견문하는 여정에 동반하게 하였다.  아담 스미스는 1764-66 3년간의 유럽 견문 여정에서 볼테르 등 여러 지성인들과 교유하며 사색하고 자신의 경제 이론을 정련해 나가는 좋은 기회를 얻었다.

[2] 영미인들은 친구 사이에는 자신의 집으로 초대하여 대화를 나누는 초대 문화를 갖고 있다.

[3] 사람의 행위를 불러오는 동기에는 자기 이익의 추구뿐만이 있는 것이 아니고 이타주의도 작동한다.  또 이기주의, 이타주의 이외에 제3자의 공정한 관전자의 입장에서 나오는 양심의 발로에서 동기가 나오기도 한다.

[4] 화자인 변호사가 바틀비를 경찰에 신고한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바틀비는 자신의 상사이었던 변호사가 자기를 경찰에 신고했을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의심을 갖고 있었다.  변호사는 그런 의심이 배어 있는 듯한 그의 말에 내 마음이 몹시 아팠다고 말하며, “바틀비, 널 이곳에 집어 넣은 것은 내가 아니야.”라고 뒤늦게 설명을 하는데 이미 그 때는 바틀비의 상황을 바꿀 수가 없었고 때늦은 변명으로 여겨지게 되는 것 같다.  사람들 사이에는 이렇게 오해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시공간적 제약을 받는 인간 사회에서 나타나는 의사 소통의 문제는 쉽게 극복될 수 있는 성격이 아닌 것 같다.

[5] 경찰에 신고하면 부랑자 수용소에 수감될 것이고 수감되면 자유가 구속된다는 것을 뻔히 알고 있는 변호사로서 비록 양심상 자기 자신이 직접 나서 신고할 수는 없었지만 그런 상황에서 다른 누군가가 대신 그 일을 해주었다는 것에 차라리 잘되었다고 느끼는 심정 (불감청고소원의 느낌이랄까)이 없지 않았다고 부정하기 힘든 상황 같다.

[6] 법은 마지막 수단(as a last resort)”에 해당한다.  법원은 최후의 보루로써 기능한다.  신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인 그런 마지막 극한 상황에서 허용되는 불가피한 상황 조치(necessity), 긴급피난, 정당방위와 같은 개념으로써 이해해야 함이 옳다.  인간에게는 자유 의지가 있고 스스로 문제 해결이 있다.  그런데 법은 외부적 강제력을 의미하므로 법이 개입되는 순간 인간의 자유 의사는 그만큼 구속 받게 된다.  ① 특별한 상황 (such peculiar circumstances)에 처한 가운데, ② 마지막 수단으로써 (as a last resort), ③ 그것만이 유일한 방안 (the only plan)일 때 법이 개입하는 것이다.

[7] 변호사의 최후 변론(closing argument, summing up)의 모습이 연상된다.

[8] from the narrow slits of the jail windows (감옥 창문의 가느다란 틈새를 통해서)”- 절망과 죽음의 상징인 감옥, 그곳의 창문 틈새를 통해서 불빛이 스며드는 모습을 본다는 것- 그것은 희망을 암시한다.  절망 속에서 희망을 발견하는 이러한 극적인 표현은 미국의 국민 시인 마야 안젤로우 Maya Angelou의 넬슨 만델라를 추모하는 애도시 “HIS DAY IS DONE (2013.12.7)에서 나타난다. We watched as the hope of Africa sprang through the prison's doors. (감옥의 창살 틈으로 솟아나는 아프리카의 희망을 보았습니다.)"

[9] 바틀비가 벽을 뚫어지게 응시하면서 면벽공상에 잠긴 모습은 성찰 관찰적 활동으로 이해될 수 있는 반면 그와 반대로 감옥의 죄수들은 감시(surveillance)’ 관찰(observation)’의 대상이 되고 그리하여 규율적 지배를 당하는 파놉티콘의 원리 그리고 원형 감시 감옥 구조가 그려진다.

[10] 하지만 강제 수용소에 수감되면 대개 수치로 여기거나 또는 밖으로부터의 비난과 낙인(stigma)’이 찍힌다는 문제점은 쉽게 해결될 성격이 아니다.

[11] 만약 공공 수용소에서 굶어 죽을 경우 부작위에 의한 살인(homicide by nonfeasance)’ 케이스가 될지 모른다. 

[12] 간혹 소설이나 영화에서 등장하는 사례인데 감옥에서 죄수들에게 배급하는 밥에는 벌레 grub가 간혹 발견된다.  콩밥이 나오면 죄수 가운데 정신이상자는 투정을 부리기도 하고 또 단식투쟁을 하다가 사망으로 이어지기도 하였다.

[13] 사식업자란구치소나 감옥에 별도의 사식을 넣어주는 사람을 말한다.  이 문장에서 grubman이라는 단어가 생겨난 뜻을 이렇게 남들 모르게 슬쩍 돈을 받아 챙긴다는 뜻에서 사식업자라는 은어가 생겨났다고 설명하고 있는데 감옥의 부패 현상을 말해준다.

[14] “Grub”는 애벌레 구더기 거머리 번데기 변태 유충 기생충을 뜻한다.  grubman은 달라붙어서 뜯어먹는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감옥 주변에서 거머리처럼 달라붙어 벼룩의 간을 뜯어먹는 뒷골목 부패업자들이 결탁하고 있음이 연상된다.  영어 사전에서 grub의 뜻을 찾아보면 “A person who seeks what they see by insistent solicitation and entreaty.  A grub will often consistently nag you if they really want what you got.”  우리나라 학생들 사이에 쓰는 은어인 꼰대, 변태, 후까시 등은 이런 nagging의 의미에서 유래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15] Cutlets(카트리트)’는 얇게 썩은 고기, 음식 조리 주방 기구를 말한다.  이 단어는 먹는 음식과 연관된다.  앞에서 언급된 로마시대 마리우스는 군대 개혁을 단행한 인물로 유명하다.  마리우스는 군인들이 배낭에다 모포와 주방기구까지 집어넣고 직접 짊어지고 이동하는 새로운 전법을 개발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다.  군대의 기동성을 제약한 주된 요인에는 식량배급의 문제가 있었는데 이젠 전투요원들이 배낭에다 주방기구와 모포까지 직접 챙기고 나가게 되므로 기동성이 크게 향상되었다.

[16] 카틸리나(Catilina)의 이름을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마리우스-키케로-카탈리나 인물들의 로마 시대의 역사를 통해 유추해 보면, “Cutlets”의 카트리트 발음상 (영어로 Catiline 카틸라인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라틴 발음으로는 카틸리나) 카틀리나가 연결된다.  키케로의 정적이었던 카틸리나는 키케로에 의해 반란 음모가 사전에 발각되었고, 카틸리나 반란군은 전원 몰살당했다.  카트리트 부인의 개인 별실에서 이런 표현은 카틸리나가 연루된 여러 사건 중에서 여신과의 간음 사건을 암시하는 듯하다.

[17] Monroe Edwards (1808-47)는 텍사스주 노예 무역업자, 문서 위조범이었다.  앞에서 언급한 유명한 목사 조나단 에드워즈와 성이 같다.  이 두 사람은 조상이 같은데 한 사람은 유명한 목사인데 반해 다른 사람은 죄인으로 전혀 상반된 삶의 결과를 가져왔다.  이것은 프리스틀리의 인간은 교육과 환경에 크게 지배당한다는 주장을 밑받침하는 한 예가 된다. 

[18] 여기서 먼로는 다른 성으로 구분되는 먼로 대통령과 먼로 독트린이 연상된다.  먼로 대통령(James Monroe, 1758-1831)의 대외 정책이었던 1823년의 먼로 선언(Monroe Doctrine)”은 유럽 열강의 아메리카 대륙 문제 개입에 대항하여 미국 영토 보전 우선 정책을 추진한 것을 말하는데, 신생독립국 미국이 유럽 열강과의 대결에서 살아남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인식은 인간의 생존 법칙과 연결되는 개념이다.

[19] 푸진(1812-1852)은 큰 시계탑 건물 빅벤으로 유명한 영국의 의회의사당 건축의 설계 기초를 제공한 건축가로 기억되고 있다.  푸진은 트리니티 교회와 같이 교회 건축은 고딕 양식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 성공회는 19세기초 교회 통합 운동을 지지하였는데 신구교도간 분열된 교회를 통합할 수 있는 통일적 양식의 원형이 중세 고딕 양식에 있다고 보았고 이를 교회 건축의 기준으로 삼았다.  옥스퍼드 운동(The Oxford Movement) 트랙타리안(Tractarians)’ 캠브리지의 캄덴 학회(Cambridge Camden Society)’ 등이 이런 배경에서 등장하였다.  타놉티콘과 대조되는 건축 양식은 푸진(Pugin)이 주장한 정사각형 고딕 양식이다.  푸진은 파놉티콘 감옥 구조를 비인간적이라고 비판하고, 대신 고대 이집트에서와 같이 보살핌과 배려가 있는 보다 인간적인 정사각형 구조로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20] 병원에서 진찰할 때 의사가 환자에게 누우라고 지시하면서 “Lie on your side.”라고 말하면 어느 쪽으로 누울지 자주 혼동되는 경험을 하는 것 같다.  “on your side”는 왼쪽으로 드러눕는다는 것을 뜻한다.  “Lie on your side.” 옆으로 누우세요.”의 뜻이다.

[21] 구약에 포로가 되어 한쪽으로 비스듬히 누워 있는 행동이 묘사되어 있다.  "As for you, lie down on your left side and lay the iniquity of the house of Israel on it; you shall bear their iniquity for the number of days that you lie on it. 너는 또 왼쪽으로 누워 이스라엘 족속의 죄악을 짊어지되 네가 눕는 날수대로 그 죄악을 담당할지니라.” (에스겔 4:4).

[22] 주걱턱과 넓은 이마를 가진 사식업자의 얼굴 생김새 묘사는 부정적인 의미를 띠고 있다.  독일왕가는 주걱턱의 유전병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3] “Jesus answered, "It is written: 'Man shall not live on bread alone, but on every word that comes from the mouth of God.'"  예수께서 대답하셨다. 성경에 기록하기를 '사람이 빵으로만 살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살 것이다' 하였다." (마태 4:4).

[24] 빛이 세상에 들어오면, 빛보다 어두움을 좋아해서는 안됩니다.  먹을 것이 제공되면, 그걸 받아 먹어야 하고 굶어 죽어서는 안됩니다. 입을 옷이 제공되면, 그걸 마다 하지 않고 입고 나가야 합니다..” (1611년 킹 제임스 성경 서문 중).  바틀비처럼 구빈원에서 재워주고 입혀주고 먹을 것을 나눠주면 그것을 감사하게 받아 다시 살아나야 할 것이다.  하지만 바틀비는 그것을 거부하고만 치명적인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보다 자세한 설명은 III 1장 아담 스미스의 동정심 개념과 필연주의 결정론을 참조하라.

[25] “With kings and counsellors”은 구약성경 욥기의 구절을 우선 살펴보자.  “With kings and counsellers of the earth, which built desolate places for themselves 지금은 폐허가 된 성읍이지만, 한때 그 성읍을 세우던 세상의 왕들과 고관들과 함께 잠들어 있을 텐데”( 3:14).  태어난 모든 사람은 언젠가는 죽는다.  최고권력자이든 부자이든 상관없이 사람은 누구도 죽음을 결코 피해 갈 수가 없다.  사람이 죽을 때는 지위고하 빈부 귀천의 차별이 없다.  사람은 죽음 앞에 모두가 평등하다.  사람은 흙에서 와서 흙으로 돌아간다.  톨스토이가 웅변하듯이, 최고권력자이든 부자이든 하층민이든 사람이 죽을 때는 모두가 무덤 한 뼘 공간에 묻힐 뿐이다.  이런 측면에서 죽음을 통해서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는 간단한 진리가 재확인된다.  죽음을 통해서 인간 평등을 실현한다는 죽음의 “the Great Leveler”의 개념이 이와 같다.  우리나라 판소리 회심곡 중 백발가에 나오는 표현과 의미가 상통한다: “빈객 삼천 맹산군도 죽으면 자취도 없고, 만고 영웅 진시황도 여산 추초에 잠들었고, 글 잘하는 이태백도, 천하 명장 초패왕도, 천하 명의 편작도 죽음을 피하지 못했다.”

[26] 영어 원문에서 표현하는 “counsellors”는 영미국은 사법부 통치 국가이기 때문에 법관(King's Judges, King's Council)들이 국가 통치부를 차지하고 있으므로 국왕과 대법관들 모두가 어울리는 표현이다.  반면 대륙법 국가는 행정부 우위 국가이므로 국왕과 대신고관들”, “왕과 고관백작과 함께의 표현이 어울린다.  한편 형평법 폐지의 법원 개혁에 대한 의의를 음미해 보아야 할 것 같다.  하늘의 별같이 높이 우러러 보던 존경 받는 대인물이 죽음을 맞이한 경우 별이 떨어졌다는 유퍼미즘을 쓰는데, 여기서 인간 역사에 있어서 흥망성쇠의 법칙이 연상된다.  한 때 법과 정의를 세웠던 지금까지 많은 왕과 대법관들도 모두 죽었을 뿐만 아니라 지금 세상은 법과 정의를 세워야 함에도 불구하고 왕과 대법관들은 그런 의무를 다하지 못하고 잠들어 버렸다!-이런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런 해석은 이 문장 앞 뒤로 죽음의 의미를 강조하는 아스테리즘 * * * 기호는 상징적 의미를 보강해 주고 있다.  형평법 판사로 근무했던 화자인 변호사는 형평법 법원이 보통법 법원으로 통합되면서 그만 직장을 잃고 말았다.  그는 서두에서 법원 통합 개혁 조치에 대해 시기상조라는 의견을 피력했는데 그것은 아마도 개혁에 대한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나타날지도 모른다는 조심스런 염려에서 나온 견해이었을 것이다.  한 때 법과 정의를 세웠던 국왕과 대법관들도 모두 잠들었다.  하늘을 찌를 듯 드높은 권세를 누렸던 형평볍 법원도 이제는 흥망성쇠의 역사 법칙 앞에 무릎을 끓고 말았다는 만시지탄의 정서를 나타내는 표현으로 읽힐 수 있다.  왜 형평법 법원이 보통법 법원으로 통합될 수 밖에 없었는가?  형평 법원이 보통 법원으로 통합된 이유는 형평법원의 부패와 소송 지연이 극에 달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상실했기 때문이 아니었는가?  형평법원의 부패와 구조적인 문제점은 찰스 디킨스의 황폐한 집(Bleak House)”(1852 3월부터 1853 9월까지 신문 연재)에서 실감나게 묘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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