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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서--------/충신장

충신장 제10막

by 추홍희블로그 2018. 8. 9.

충신장 제10막 줄거리


상인, 상도, 손자 병법 


상인은 사람의 생활필수품만 사고 파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사람을 죽이는 살인 무기까지 팔아가며, 전쟁터까지 전쟁 물자를 수단해 주고 돈을 버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세상 만물에 이치가 있다면 어찌 상인들에게도 어떤 도가 없을텐가?  그렇다.  상인에게도 마땅한 도리가 존재한다.  


충신장 제10막은 상인 기헤이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기헤이는 상인이라는 자신의 직업 때문에 무사들의 복수극에 직접적으로 가담할 수는 없는 몸이지만 대신 자식과 아내를 희생시킴으로써 거사에 큰 힘을 보탠다.  기헤이는 한간의 살아 생전 한간의 가문에 출입하던 단골 상인으로 그의 도움으로 큰 부를 일구게 되었던 바, 그 은혜를 잊지 않고 있는 의리있는 상인의 전형을 보여준다.  


신도의 신은 바다의 신이고, 바다의 신은 풍요의 신과 연결된다.  서양의 비너스가 바다의 신이고, 비너스는 일본의 풍요와 바다의 신 다이코구와 연결된다.  상인은 무역로를 개척하기가 험난한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달려가는 사람들이고, 그렇게 위험을 무릅쓰는 사람들이다.  전쟁 물자 운송이란 풍랑이나 날씨 여건 등에 큰 영향을 받는데, 그런 거래 위험이 큰 무역을 통해서 풍요를 쌓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상인과 전쟁의 신이 동일하다는 의미는 이들이 서로 이율배반적인 관계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전쟁의 포성이 울리는 순간 주식을 사라”는 투자 격언을 말한 로스차일드의 사례가 이런 전쟁과 부의 관계를 잘 시사해 준다.  


만약 일본이 임진왜란이 없었다면 일본이 어찌 그처럼 큰 국부를 축적할 수 있었을 것이며, 마찬가지로 한국전쟁이 없었다면 어찌 세계 경제 대국으로 부상할 수 있었겠는가? 


충신장 제 10막은 상인이 주인공이어서인지 그런 이유 때문인지 무사가 주인공인 카부키 극에선 크게 주목받거나 중요한 대목으로 취급되지 않아온 것 같다.  하지만 상인이 간접적인 역할에 머물러 있다고 해서 한 국가가 부를 축적하고 강대국으로 올라서는 그 통로가 무엇인지를 이해하는데 소홀해서는 아니될 것 같다.  


상도 또한 전쟁의 기본적 수칙과 무가의 법도와 크게 닮아있다는 핵심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풍신수길이 말해주듯, 세계로 뻗어 나가려는 해양세력의 주요 거점이 상업의 중심지인 오사카이었다는 사실은 우연한 일치가 아니라 논리적 귀결인 셈이다.  


한편 상인은 이윤이 되는 거라면 이것 저것 가리지 않고 거래하는 사람들이고, 그래서 때로는 이익에 눈이 멀어 의리가 없는 사람이라는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는데, 상인이 전쟁 물자를 날라주면서 자신은 전쟁에 개입된 사람이 아니라는 항변은 과연 합당한 것일까?  


처녀가 시집가고 싶지 않다는 말, 노인이 오래 살고 싶지 않다는 말, 상인이 손해보고 판다는 말은 믿을 수 없다고 하는데, 거짓과 배신의 술수가 판을 치는 전쟁 속에서 또 이윤을 남겨야 하는 상인에게 있어서 어떤 때에 그가 진실한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까? 


아무튼 상인의 도리는 약정대로 전쟁 물자를 문제없이 적시에 공급해 줄 때 완성될 것이다.   


충신장 제10막의 내용 중에, 손오공처럼 꽤가 많은 유라노수케는 기만작전을 써서 기헤이가 정말 믿을 수 있는 사람인지를 직접 테스트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기헤이는 아들의 목숨을 담보로 자신은 비밀을 엄수하고 의리가 있는 상인임을 보여준다.  


상인이란 고관대작의 상투뿐만 아니라 하층서민의 짚신까지 사람을 가리지 않고 물건을 거래하는 사람이고 또 전쟁 무기도 상인이라면 거래하지 않는 상인이 없으며 또 그러하기에 이 세상에 상인의 수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현실임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리하여 어느 상인 한 사람을 나쁘다고 비난할 근거가 부족하다고 반박하며, 기헤이는 자신의 이름자와 얼굴을 걸고 진실되게 비즈니스를 하는 “진실한 사람” 임을 입증하고자 한다.  


비밀을 준수하고 의리 있는 기헤이의 행동에 감복한 유라노스케는 “진흙탕 속에서 연꽃이 피어나고” 또 “모래밭에서 금을 캔다” 는 말은 기헤이를 두고 하는 말이라면서 자신은 그 같은 의인임을 믿고서 큰 일을 그에게 맡겼으며, 그리고 자신은 추호의 의심도 품지 않았지만 다만 자신의 부하들은 기헤이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직접 알지 못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런 시험을 하게 되었다면서 이해하고 용서해 달라며 정중한 예우를 갖춘다.


유라노수케는 자신의 부하 무사들 또한 기헤이 같은 상인의 정신으로 무장한다면 결코 실패할 이유가 없을 것이며,  난세에 영웅이 나타나는 법이지 평화 시대엔 영웅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세간의 평가는 기헤이 같은 인물이 존재하는 것을 볼 때 잘못된 말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기헤이의 이름자를 풀이하면서 그를 존중하고 기헤이의 “천하옥”이라는 상호를 작전 암구호 (밤중에는 깜깜하기에 소리로써 적군과 아군을 분간하는 방법-불시 불의에 만나는 사람에게 ‘하늘’이라고 소리내서 묻고 상대방에서 ‘강’으로 대답하면 아군이고 그러지 않으면 적으로 간주한다)로 정하는 등 기헤이에게 정중한 예우를 갖춘 후 마지막 결전의 전장터로 출발한다.


녹사수수 鹿死誰手-승부의 세계에서 누가 승리할 것인지를 예측한다는 것은 무척 힘들다-


흥미진진! 피할 수 없는 마지막 칼 싸움이 시작된다!  누가 중원을 차지할 지 큰 싸움판이 일어나는데, 누가 먼저 사슴을 차지할 것인가?

후대에 이르면, 충신장의 이름이 하늘을 찌를 정도로 위풍당당할 테지만, 언어라는 것은 꼭 누가 정확하게 정해 놓은 것이 아니고 또 이 제멋대로의 세상에서 확실한 것은 아무 것도 없는 법이니-(실수도 나타나고 또 독자의 해석의 자유도 있는 거고 그런 이유 등으로 시대가 달라짐에 따라서 언어의 의미도 또한 달라질 테고) 이 세상은 모든 것이 불확실한 것이니–

이 충신장의 글에서도 적지 않은 실수가 발견될 것이 분명하다- 누가 그것을 장담하리요?  


모든 것이 불확실한 우리 사는 세상에서 어느 누가 미래를 확실하게 점칠 수가 있으리요?  내일 일을 어느 누가 미리 정확하게 알 수 있겠는가?  미래 예측하기란 매우 어려운 영역의 일이다.  그렇다면 최선을 다하고 그 결과는 하늘엔 맡기는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보다 타당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