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신장 제6막의 주요 내용
간페이가 하늘이 내려주신 자금이라며 돈을 이마에 붙이고 급히 귀가하는 제5막의 장면에 이어 전개되는 제6막은 얽히고 설킨 죽음이 연속되고, 죽음으로 인해 사랑한 가족을 이별하게 되는 그런 슬픔을 한탄하는 내용이 그려진다. 제6막의 줄거리는 대략 다음과 같다.
간페이는 하늘이 내려준 거사 준비 자금이라며 지폐 50냥 짜리를 이마에 붙이고, 날뛰듯 기뻐하며 귀가한다. 하지만 간페이의 기쁨은 곧 비극으로 끝나게 된다.
오카루는 남편이 다시 명예스런 무사로 되돌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돈이 꼭 필요하다는 점을 깨닫고, 그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 결국 부친이 마련해준 대로 유곽으로 팔려가는 길을 택한다. 유곽 업주가 말하길, 요이치베이는 오카루를 판 인신매매대금 100냥의 반액인 50냥을 선금으로 그날 받았는데, 그것을 줄무늬 지갑에다 넣고 밤길을 마다하지 않고 집으로 즉시 되돌아갔다고 말한다.
사냥꾼들에 의하여 요이치베이의 시체가 실려 오고, 여기서 요이치베이의 아내가 줄무늬 지갑을 발견한다. 이 지갑이 남편이 갖고 있던 것과 같은 지갑이라는 정황증거에 의해서 간페이는 장모에 의해서 장인을 죽인 살인범으로 추궁을 받게 된다. 간페이는 요이치베이가 총에 맞아 죽은 것으로 오인하고 자신이 총을 쏜 장본인이었으니 자기가 장인을 죽인 살해범이 분명하므로 죽어 마땅하다고 자결을 택한다. 간페이는 친족을 살해했다는 자신의 잘못을 느끼고 죽음에 대해 죽음으로써 갚을 수 밖에 없다고 여기며 할복을 택한 것이다. 하지만 할복을 하고 숨이 멎기 전 마지막 순간에 야고로와 고에몬에 의해 요이치베이를 죽게 만든 치명상이 총알에 의한 총상이 아니라 칼에 의한 자상이라는 주검 검시의 증거가 밝혀지고, 이에 따라서 간페이가 장인의 살인범이 아니라는 것이 확인된다. 간페이는 총으로 사격을 가했기에 간페이가 요이치베이에게 자상을 입힐 수는 없었고, 따라서 장인을 살해한 살인범이 아니었으며, 진범은 간페이의 총에 맞아 죽은 도적 사다쿠로이라는 결론이 나온 것이다. 사다쿠로가 요이치베이를 칼로 잔악무도하게 죽였던 살인 사건의 정확한 진상이 밝혀지게 된 것이다.
칠흙같은 어두운 한밤중에 일어난 살인 사건에서 정확한 진상을 파악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거사를 실행에 옮기기 위해서 동지들을 규합하고 동맹 가입 연판장을 돌리던 두 무사들의 기지로 간페이의 누명이 밝혀지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들도 섣부른 죽음을 택했던 간페이의 죽음까지를 되살릴 수는 없었다. 다만 간페이는 마지막 혼신의 힘을 다해 훗날 명예로운 의인의 한 사람으로서 다시 태어날 기회가 되는 47인의 동지들의 연판장에 혈서를 쓰고 죽는다. 간페이의 진심에 탄복한 야고로와 고에몬은 줄무늬 지갑을 죽은 간페이의 상징으로써 복수를 실현할 그 현장에 갖고 가겠다고 위로해 준다.
양어깨를 벗어 제치고 단도를 빼자마자 그의 배속으로 쑤욱 찔러 넣은 간페이의 할복자살 (“勘平, 諸肌押脱ぎ脇指を, 拔くより早く腹にぐっと突立”, 충신장 제6막 중.) 의 모습은 분명히 가장 일본인다운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하늘이 내려준 거사 준비 자금이라며 돈지갑을 들고 기뻐하며 귀가한 간페이는 호사다마인지 그의 기쁨은 곧 죽음의 비극으로 끝나게 되어 버린 제6막의 줄거리 내용을 죽음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죽음의 어두운 면이 결부되는 인간 사회의 현실에서 얽히고 설킨 죽음들이 이어지고, 죽음과 이별에 의한 슬픔은 마를 길이 없는 듯하다. 그 이유는 충신장에서의 구절처럼 돈이 원수이어서일까?
자식을 잃고, 남편을 잃고, 적막한 깊은 산골의 집에 혼자 남게 된 늙은 아내는 얽히고 설킨 운명의 장난 앞에 솟아 오르는 눈물과 슬픔을 가를 길이 없는 듯이 보인다. 이별과 죽음에서 오는 슬픈 눈물로 범벅이 된 늙은 아내는 어찌할까?
그녀가 외치는 “나도 함께 따라 가겠다!”라는 절규와 슬픔의 미학이 한 많은 삶을 계속 이어가게 해주는 것은 아닐까?
충신장 제6막의 시작은 보리 수확을 하면서 농민들이 부르는 노동요 구절을 인용하며 시작하는데, 이 노동요 가사에 “미사기 축제”가 등장한다. 모란꽃 장식을 머리에 인 여성들이 춤을 추며 거리를 걷는 것이 미사기 축제의 절정의 장면이라고 한다. 미사기 축제의 원래 유래를 보면, 노예로 팔려온 여인들이 고향을 그리워하는 것을 추측해 볼 수 있다. 이국만리 타향으로 팔려온 여인들의 한 많은 인생길에서 언제 어찌 슬픔의 눈물이 마를 수가 있을까? 여인들의 한탄은 가뭄의 달이라는 무수기 6월과는 전혀 반대로, 마치 비처럼 끊임없이 쏟아지고 흥건히 적시는 것만 같다.
험난한 인생살이에서 어찌 수심과 한탄이 그칠 수가 있겠는가? 제6막에서 조상의 넋을 기르는 “오분절”의 축제를 꺼내는 말이 나타나는데, 한 많은 우리 인생에서 조상들의 넋을 기리면서 살아가는 자세를 가다듬는 그 의미를 진하게 전해주는 것 같다.
그 노동요의 가사 구절을 잠깐 보자. “미사기 축제가 지금 한창이에요. 할아버지, 거기에 가보지 않을래요? 늙은 아내를 함께 데리고 가보지 않을래요?”
삶과 죽음의 과정이 끝없이 반복되는 인간 사회에서 살아가는 개인들이 한 많은 이별의 슬픔을 극복하는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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