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국에는 청개구리 우화가 없는 까닦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청개구리 우화를 단순히 어린이의 도덕 함양 측면에서 이해하기 보다 의미를 확장하여 다른 측면에서 읽어볼 필요가 있다. 청와 전설은 초등학생이 아니라 어른들이 읽어야 함이 마땅하다. 정작 현재의 큰 문제를 낳은 것은 어린이들이 아니라, 어른들에게 그 책임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대개 어린이 전래 동화들은 동서양에서 서로 공유되는 부분이 많은데 “청개구리 전설”은 서양에는 내려오고 있지 않고 유독 우리나라에서 강조된 이야기 같다. 한 논문에 의하면, 중국 당, 송, 명나라 때의 책 속에 우리나라 청개구리 설화가 실려 있다고 한다.[1] 하지만 서양에서는 우리나라의 청개구리 전설과 비슷한 이야기가 나타나지 않는다. 이솝우화를 검색해 봐도 비슷한 이야기를 찾을 수 없었다. 서양에서는 장례문제에 관해서는 종교기관(교회)이 관장해 온 제도와 문화가 정착되어서 부모의 묘지를 어디에 쓰느냐의 문제로 어떤 사회적인 문제가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추측해 볼 수 있겠다. 그리고 죽음에 대한 의미와 개념이 부족한 어린이들에게 적절한 소재도 아닐 뿐 더러 살아 생전의 삶이 보다 중요하고 또 묘지는 교회 공동묘지나 정부 지정 묘지가 정해져 있는 서구문화에서 자식이 묘지를 따로 정한다는 생각은 아마도 문화적인 이질감을 느끼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또 서양의 “한 번 엎지른 물은 두 번 다시 주워 담지 못한다. It's no use crying over spilt milk.”라는 속담이 잘 말해주듯이, 결과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서양인의 사고방식에서는 부모의 장례 문제로 다투는 경우는 흔치 않는 것 같다. 상속인 가운데 재산다툼은 흔히 있겠지만 부모 묘지 선정 문제로 다투는 경우는 흔치 않는 것 같다. 또 다른 이유 하나는 영미국에는 “트러스트” 신탁법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영미국에서는 트러스트 제도가 확립되어 있어서 부모의 지정된 유언을 따르지 않는 일이 일어나기 힘들 것이다. 영미국은 부모가 자식에게 모든 것을 물려주고 맡기는 일반민법 상속 제도가 아니다. 예컨대 부모가 자식을 믿지 못하는 경우 부모가 죽고 난 후에도 부모의 유지를 제대로 받들 수 있을 정도로 정말 신뢰 trust할 수 있는 제3자에게 법적으로 위임하여 (유언 집행인 executor은 유산을 관리 할 사람, 유산 상속인 beneficiaries은 유산을 물려 받을 사람) 부모의 유언을 떠받들게 할 수 있는 법정 상속 제도인 “트러스트 Trust” 신탁법이 제도와 문화적으로 확립되어 있다. 따라서 부모가 청개구리 같은 자식을 둔 경우 즉 자식이 유언을 받들지 못할 위험성이 크고 믿기 힘들다고 여길 경우는 자식에게 장례 집행이나 상속을 하는 것이 아니라, 따로 믿을 trust 수 있는 제3자를 지정하여 위임하는 Trust법을 이용한다. Trust 신탁 제도하에서는 설정자(부모)의 의도 intention를 중시한다. 신탁법은 만약의 경우 숨어 있는 “의도”까지 찾아내어 유언을 남긴 신탁설정자의 “의도”를 정확하게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제도이다. 따라서 청개구리같이 물가에 묘지를 정하는 것과 같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고서도 그것을 강행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이와 같이 영미국에서는 객관적으로 능력이 있고 믿을 수 있는 제3자가 못난 자식을 대신할 수 있는 법제도가 확립되어 있기 때문에 전통의 계승이 보다 튼튼하고 발전할 수 있는 이점이 있는 것 같다. 반면 우리나라의 “장자상속 (호주상속)”의 일반민법은 청개구리 같은 못난 자식이 조상의 뜻을 제대로 받들지 못하는 경우와 같이 전통의 계승이 단절될 위험이 크다는 단점을 갖고 있는 듯 하다. 무덤에 대해 각별한 정성을 쏟아야 하고 선현에 대한 봉제사를 통해 사회질서 유지를 강구하려던 유교 통치 이념과 영미인이 전통을 유지 발전시켜 온 기독교 문화와의 비교 측면에서 “청개구리 전설”의 영어 번역 글을 읽어보기 바란다.
[1] 한 논문에 따르면, 중국 당나라 이석 李石의 “속박물지 續博物志” 권9, 은성식殷成式의 “유양잡조속집 酉陽雜俎續集” 권4, 송나라 때 “태평광기 太平廣記” 권39, 그리고 명나라 때 풍몽룡 馮夢龍의 “고금담개 古今譚槪”에 우리나라의 청개구리 설화가 실려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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