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장 유언의 다툼과 해석
청개구리 우화- 때늦은 후회-의도와 표현이 불일치할 경우 해석은 어떻게 해야 하나?
왜 통곡의 “곡소리”를 하는가?
위장복 군복을 속어로 “개구리 복장”이라고 말하는데 “국방색”이라는 색깔을 표현하는 말처럼 군복색깔이 개구리 등 모양과 개구리의 색깔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개구리는 위장의 달인인가? 의도와 표현이 다른 동물이다. 비가 오면 울음을 우는 동물이 개구리인데, 개구리의 울음은 사실 비가 오는 것을 반기는 개구리의 기쁨을 표현일 것이다. 악어는 먹잇감을 낚아 채기 전에 눈물을 흘린다고 한다. 이를 “악어의 눈물 crying crocodile tears”이라고 표현하는데, 악어가 흘리는 눈물은 희생자를 동정해서 나오는 슬픔이 아니라 먹잇감을 낚아 채려는 다른 의도에서 가짜로 흘리는 위장의 눈물을 일컫는 말이다. 동양에서 같은 의미로 고양이가 죽은 쥐를 보고 운다는 “묘곡노서 貓哭老鼠"라는 중국말이 있다. 고양이는 쥐를 잡아먹는 천적인데, 어떻게 고양이가 쥐의 죽음을 슬퍼할 수 있겠는가? 마찬가지로 개구리는 물이 없으면 못 살아가기 때문에 비는 개구리에게 생명과도 같다. 그런 측면에서 개구리의 눈물도 위장의 눈물에 해당한다. 예전에는 장례식에서 돈을 받고 가족 대신 대성통곡을 해주는 사람-곡상인-이 존재했다. 사람은 살아남기 위해서 악어의 눈물처럼 위선적인 행동을 필요로 하는 것 같다. 동물이든 사람이든 기쁨이든 슬픔이든 가짜로 눈물을 흘려주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생존기술이라고 부른다.
곡상인 哭喪人
장례식은 모든 것을 대행하는 시대가 되어서 이제는 장례회사에서 장례식을 대신 치뤄 주는 세태가 되어서인지 장례식에서 더 이상 곡할 필요도 없어진 것 같다. 하지만 예전의 장례식은 곡에서 시작되고 곡으로 끝날 만큼 “곡소리”는 장례식의 중심 부분을 차지하였다. 자식의 효성은 장례식에서 곡소리와 비례한다고 여겨서 사로 어깨를 대고 대성통곡을 하는 것을 “포두통곡 抱頭痛哭”과 하늘에서 천둥이 찌듯이 크게 통곡한다는 “대곡진천 大哭震天”이란 개념이 통용되었다. 퀴블러-로스에 따르면 이러한 통곡의 장례 예식은 신의 분노 또는 망자의 분노를 누그러뜨리고자 하는 응징을 최소화하고는 하는 즉 자비를 구하는 의도가 들어있다고 한다. “소리에는 본디 기쁘고 슬픈 게 없다”는 혜강의 성무애락聲無哀樂 이론이 맞고 틀리는지는 잘 모르지만, 장례식장에서 돈 받고 다른 사람 대신 ‘아이고, 아이고’하며 울어 주는 사람(우리나라에선 대곡꾼, 호곡꾼이라고 부르고 중국에선 곡상인 哭喪人이라고 부른다)이 등장하기도 했다. 장례식에서 대신 크게 울어주는 곡상인은 대개 여자들이 맡았는데 필자는 어릴 적 장례식에서 곡상인의 존재를 직접 보기도 했다. 곡상인의 존재는 독일의 문헌에도 등장하는데 (독일어로 Klageweiber) 우리나라, 중국, 독일 등 대륙국가들에선 애도의 형식적 표현을 중시했던 반면, 영미국에선 남을 대신하여 가짜로 표현한다는 사고방식은 통용되지 않아서인지 곡상인의 존재를 찾아보기 어렵다.
청개구리의 울음과 “악어의 눈물” 그리고 “곡상인”과 위선자
논에 사는 “청개구리”가 강가로 간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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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삐딱하고 정반대로 해석하는 사람을 “청개구리”에 비유한다. 아마도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청개구리 이야기”에 등장한 “청개구리”에서 유래할 것이다. 부모의 말이라면 덮어놓고 반대로만 행동하던 청개구리 아들이 있었다. 이러한 자식의 행동을 크게 걱정하던 어머니 개구리가 죽으면서 자신의 묘지를 산에다 해주길 바라는 의도에서 청개구리 아들에게 자신의 시신은 냇가에 묻어 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평소 어머니의 말을 듣지 않았던 자신의 불효를 크게 뉘우친 청개구리 아들은 어머니의 유언을 액면 그대로 해석하여 어머니의 부탁대로 냇가에 무덤을 마련했다. 그러나 어머니의 진정한 뜻을 안 지는 이미 때가 늦고 말았다. 그래서 비가 올듯하면 냇가의 어머니의 무덤이 떠내려갈 걱정에 개구리는 슬피 운다. 이것이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청와 전설의 줄거리이다. 아래에 인용한 영어 번역을 알다시피, 영어 번역 글에서는 어머니의 무덤이 떠내려간 결과가 나타나서야 청개구리가 후회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이야기는 어머니의 무덤이 아직 떠내려가지 않은 상태, 즉 청개구리가 자신의 불효를 뉘우치고 무덤이 떠내려가지 않도록 비가 올 것을 걱정한다는 의미에서 슬피 운다는 결론을 내고 있는데 이는 우리나라에서는 효도와 공경의 문화를 고려하여 유퍼미즘을 동원한 것 같다.
“청”이라는 말이 색깔을 나타날 때 보통 하늘색 바다색인 파란색을 말하지만 청색은 또 녹색을 이르기도 한다. 개구리는 풀과 같은 녹색이기 때문에 청개구리는 개구리색깔인 녹색을 이른다. “청보리”라는 단어가 푸른 blue 색깔을 띤 보리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녹색 green의 보리를 말한다. 이렇게 한자로 청색이라고 쓰는 경우 파란색이나 녹색의 두 색을 포함한다. 그런데 여기 “청개구리 이야기”에서의 “청”자는 한자로 다른 의미가 있는데, “원컨대”, “청컨대”라는 말의 부탁하다, 간구하다, 청하다, 청원, 탄원, petition, plea 뜻의 한자 “청 請”의 의미를 갖고 있다. 여기서 청은 동음이의어에 해당한다. 청을 이런 의미로 이해할 때 “청개구리 우화”는 누군가의 말을 거꾸로 알아듣는 즉 남의 말의 진의를 잘못 해석하는 바보 같은 사람을 지칭한다고 볼 수 있다. 시중에서는 이런 의미로 흔히 쓰인다. 부모의 말을 제대로 잘 “안 듣는” 아이를 청개구리 같다고 타이를 때는 “효성”을 강조하는 의미도 들어 있다. 어찌됐든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의도와 표현의 불일치 속내와 외양이 다른 의사소통 communication 문제에서 재음미해 볼 수 있겠다.
의도 intention와 표현 expression
사람들이 진실로 전달되기를 원한 진짜 의도 intention와 말의 표현 expression과의 사이에 간극이 벌어질 때 어떤 결과가 오는 지를 생각해 본다. 사람의 말은 액면 그대로 해석하면 말한 사람의 의도하는 전혀 상반되는 엉뚱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당사자에게 더 이상 물어볼 수가 없는 경우 또는 시간이 흐르면서 말과 글은 의도하고 달리 해석 interpretation되는 해석의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 의도와 결과를 배제하고 절차적인 문제로 큰 분쟁이 일어나기도 한다. 부모의 유언을 잘못 해석하여 청개구리같이 어리석은 후회를 하는 경우가 나타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는 근본적인 문제로 다시 되돌아가 깊은 생각을 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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