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과 장례 의식 다툼
장례 방법은 세계적으로 비교해 보면 국가, 종교기관 (스웨덴 등 유럽국가, 일본의 경우 장례 방법에서 화장을 거의 98%에 선택하는 것으로 종교(불교 또는 신도)기관이 담당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사설회사 (미국) 이렇게 3가지 종류가 맡아서 처리하는 것으로 나눠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국가나 종교기관에게 위임하는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개인의 사적 자율성에 맡기고 있다. 상업적 사설회사인 장의사에 의존하고 있는 미국처럼 우리나라에서 장의사(상조회사)가 급격하게 주도적인 위치를 점한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2008년 대법원 판례[1]
돌아가신 부모님이 장례 방법을 정해 놓았는데도 자식들끼리 의견이 엇갈리거나 또는 효도하겠다는 의도로 장례 방법을 변경할 경우 어떤 문제가 생기게 될까? 유언에 따라야 하느냐 아니면 상속자의 뜻대로 유언을 따르지 않아도 되는가? 장례를 유언에 정한대로의 방법에 따를 법적 의무가 있는지 여부에 대해 대법원 판례의 입장은 국가가 개입할 영역이 아니라고 보고 사적 자치에 맡겨두고 있는 것 같다. “망인이 생전행위 또는 유언으로 자신의 유체·유골의 처분 방법을 정하거나 매장장소를 지정한 경우 그 효력”에 대한 대법원의 법률 판단을 보자.
1. “도덕적 의무”에 그친다 -다수 의견 (대법원장을 포함한 10인의 대법관 다수 의견)
“생전행위 또는 유언으로 자신의 유체·유골을 처분하거나 매장장소를 지정한 경우에,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지 않는 이상 그 의사는 존중되어야 한다.” 하지만 “의사를 존중해야 하는 의무는 도의적인 것에 그치고, 무조건 이에 구속되어야 하는 법률적 의무까지 부담한다고 볼 수는 없다.” 이에 대해 내 개인적인 생각을 말해 본다. 유언은 법적 행위이다. 그리고 장례 방법도 법적 행위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다수의견은 유언의 효력에
대해서 법률적 강제성을 부여해 놓고서 개별적 조항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강제적 효력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법과 도덕적 의무를 구분하지 못한 혼동을
나타내는 것 같다. 유언을 따르는
것은 도덕적 의무일 뿐만 아니라 법적 의무이다.
청개구리는 법적 의무를 다하지 못한 잘못을 범한 것이다.
2. 유언은 지켜져야 한다 –소수 반대 의견’ (대법관 2인 소수의견)
“정당한
사유 없이 피상속인의 의사에 반하여 유체·유골을 처분하거나 매장장소를 변경하는 것까지 허용된다고 볼 수는 없다.” “정당한 사유”의 존재 여부에 대한 판단 주체를 법원이 하는지 아니면 당사자가 하는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정당한 사유가 있지 않는 한 “생전의 의사표시는 사후에까지 유지시켜
법적 구속력이 인정되어야 한다.” 상속인에게
유체․유골․장례 방법 등에 대한 권리를 귀속시킨 취지는 돌아가신 분에 대한 경애나 추모의 정에 있기 때문에 함부로 이 권리를 남용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내 개인적인 생각을 말해 본다. “정당한 사유”의 존재 여부는 결국 법률 해석의 판단 문제에 해당한다. 유언자의 원래 의도-속내-와 외부적으로 표현되는 말과 글이 서로 다른 경우에 해당된다면 유언의 내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이런 경우 전통적인 문언주의 해석 방법에 따른다면 외부적 표시 의사를 따를 것이다. 엄마 청개구리가 명백하게 강가에다 묘지를 싸달라고 유언한 이상 좌고우면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언은 개인적인 행위이고 동시에 공동체 사회적인 행위인데 제 아무리 명백한 말이라도 그 말의 가져오는 효과를 기준으로 보지 않는다면 말도 되지 않는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사람은 합리적인 이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유언을 남긴 것인데 결과를 무시하고서 문맥을 고집한다는 것은 지나친 형식만 따지는 것으로써 불합리하므로, 유언의 해석은 합리적인 판단을 요구한다. 아들 청개구리가 가장 큰 실수는 합리적인 판단을 하지 못한 것에 있다. 전통적인 일뿐만 아니라 합리적인 판단을 한다면 어느 누구도 묘지를 강가에는 절대로 쓰지 않을 테고, 따라서 유언자의 의도가 무엇인지를 조금만 살폈더라면 아들 청개구리 같은 실수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자세한 속내를 밝히지 못한 엄마청개구리의 착오가 아니라 엄마의 의도가 무엇인지를 잘못 파악한 아들의 잘못이 크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이 소수의견에서도 “정당한 사유”의 존재 여부를 판단하면서 정당한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다수의견처럼 국가가 개입할 영역은 없어지고 사적 자치에 맡겨지게 된다.
3. 유언대로 따라야 한다-소수 반대 의견 (대법관 2인 소수의견)
“망인이 자신의 장례 기타 유체를 그 본래적 성질에 좇아 처리하는 것에 관하여 생전에 종국적인 의사를 명확하게 표명한 경우에는, 그 의사는 법적으로도 존중되어야 하며 일정한 법적 효력을 가진다고 함이 타당하다.” “장례
기타 유체의 사후처리에 관하여는 많은 외국의 예를 들 것도 없이 망인의 의사가 1차적 기준이 된다.” “망인의
의사대로 이미 장례나 분묘개설 기타 유체의 처리가 행하여진 경우에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체의
소유자라고 하더라도 그 소유권에 기하여 그 분묘를 파헤쳐 유체를 자신에게 인도할 것을 청구할 수 없다.” 유언의 내용을 따를 의무는 “도덕적 의무가 아니라 법적 의무”라는 견해이다. 이런 판단의 근거는 사람이 자신의 신체에
대해서 갖는 권리는 인격권적인 성질의 권리라고 규정하고, 그 인격권은 사후에도 법적 효력을 갖는다고
본다. 또 외국의 경우를 보더라도
당사자의 의사를 존중하는 것이 법적 태도이다.
“사람의 신체는 그의 본질적 속성이고, 인간의 존엄은 사후에도 존중되어야 하기
때문에 당사자의 의사는 존중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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