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구경”과 “따뜻한
봄날”
지게 위에 업혀서 산으로 올라가는 공양길은 “꽃구경”인가? “꽃상여”길인가?
장사익이 부른 노래 “꽃구경”이나 김형명 시인의 “따뜻한 봄날”에서의 계절 배경은 꽃피는 봄철이다. 하지만 의사들이 환자들에게 흔히 하는 “올 겨울을 버텨나기가 힘들 것 같다”라는 진단이나 예측, 또 우리나라의 근대화가 시작되기 전까지 식량난의 존재를 여실하게 증거해 주었던 “보릿고개”의 역사를 고려해보면, 춥고 배고픈 사람은 먹을 양식이 부족하고 추운 엄동설한에 깊은 산 속에 버려졌다는 일본의 기로 전설이 보다 현실적인 내용인 것 같다. 봄철은 사랑이 하늘로 두둥실 떠다니는 계절인 반면, 무성한 나뭇잎이 지고 난 갈 결은 세상 떠난 사람들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따라서 이른 봄철에 꽃상여같이 많은 사람들의 눈에 노출되는 모습은 자연스러운 과정이 아닌 것 같다. 앙상한 가지와 같은 지게 위에 어머니를 짊어지고 산으로 올라가는 모습은 계절적 배경은 봄철보다는 겨울철이 보다 어울리는 것 같다. 고려장의 전설은 일본의 “나라야마 부시코”에서와 같이, 엄동설한에 그리고 아무도 모르게 깊은 산에다 버렸다는 먼 옛날의 이야기 또는 아직도 살아 있는 현실성에서 끈질긴 생명력을 발휘해 온 이야기인 것 같다.
장사익의 “꽃구경”이라는 제목의 노래로 잘 알려진 가사를 보자. 늙으신 어머니를 지게에 지고 산으로 버리려 가면서 늙은 노모에게 꽃구경을 가자고 살짝 속이는 아들에게 노모는 아들이 돌아올 때 행여나 길을 잃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가는 길거리에 솔잎을 뿌린다는 내용의 노랫말은 고려장을 시적 유퍼미즘으로 승화하는 것 같다. 이 “꽃구경” 노래는 김형영의 시집 “다른 하늘이 열릴 때”에 실려 있는 “따뜻한 봄날”에 곡을 붙인 노래라고 한다. “따뜻한 봄날”에서 솔잎을 길 위에 버리는 행위는 노모가 아들 지게 등에 업혀서 산으로 들어가는 도중 중간중간에 나무를 꺾어 놓았는데 아들이 노모를 깊은 산중에 내려 놓고 오려니까 노모가 나무를 꺾어 표시해 둔 곳을 따라가라는 말을 하자 이에 아들이 뉘우치고 다시 노모를 모시고 내려왔다는 충남의 민간 설화[1]에 바탕을 둔 것 같다. 하지만 “꽃구경”과 “따뜻한 봄날”에서 도덕적 교훈 (“불효자의 뉘우침”의 이야기 구조)을 가르치고자 하는 민간 설화의 결론과는 달리, 아들이 후회하고 다시 노모를 데리고 내려왔다는 결론은 내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아이들에게 도덕적 가치를 함양시키고자 하는 “전래 동화”의 목적과는 달리 독자나 감상자들의 느낌과 판단에 맡겨두고자 결론을 유보한 태도를 보인 것 같다. 소리꾼 장사익의 노래로 더 알려져 있기에 이의 전문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어머니, 꽃구경 가요
제 등에 업히어 꽃구경 가요
세상이 온통 꽃 핀 봄날
어머니 좋아라고
아들 등에 업혔네
마을을 지나고
들을 지나고
산자락에 휘감겨
숲길이 짙어지자
아이구머니나
어머니는 그만 말을 잃었네
봄구경 꽃구경 눈감아 버리더니
한 움큼 한 움큼 솔잎을 따서
가는 길바닥에 뿌리며 가네
어머니 지금 뭐 하시나요
꽃구경은 안 하시고 뭐 하시나요
솔잎을 뿌려서 뭐 하시나요
아들아, 아들아, 내 아들아
너 혼자 돌아갈 길 걱정이구나
산 길 잃고 헤맬까 걱정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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