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의 “기억의 지속”, “지억의 지속의 해체”
달리, 기억의 지속, 1931.
이 그림은 초현실주의자의 대표적인 화가인 살바도르 달리의 그림 “기억의 지속”이다. 1931년 뉴욕에서 처음 전시되었다. 그림을 보면, 바닥의 신체 일부에는 녹아 내리는 시계가 접혀 걸쳐져 있다. 통이 짤린 나무의 앙상한 나뭇가지에 축녹아내린 시계가 걸려있다. 각진 모서리에 시계가 늘어져 있다. “추억이 흘러내려 내마음이 접혀 있네~~”이런 유행가 가사가 내게 떠오른다. 왼쪽에 보이는 주황색 회중시계에는 개미 떼가 몰려 있다. 죽음과 부패한 것에 개미는 달라 붙는다. 저 멀리 바다와 해안선 절벽 풍경이 보인다. 배경은 달리의 고향인 스페인 바닷가 마을 Cadaqués, Figueres이라고 한다. 화가의 마음 속에 고향의 기억은 지속되는 것이 아닐까? 여기서 나는 “시간은 가도 기억(옛날)은 남는 것”이라는 또 다른 유행가 가사가 생각난다. 아마도 화가의 생각도 내가 언급하는 우리 대중가요에서 느낄 수 있는 심리가 화가의 작품 배경으로 작동하지 않았을까?
한편 2차대전 후 1952-53년 달리가 제목을 바꾸어 그려낸 연작 “기억의 지속의 해체”을 통해서 재해석해 보면 우리의 시공간은 상대성과 주관성이라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를 표현한다고 해석된다. 시계는 우리 상식과는 다르게 녹아내리고 접혀져 있다. 우리 현실 세계에서 물리학법칙이 말해주듯이 시공간은 고정적이고 영구불변적인 것이 아니다. 기억은 시공간에 의해 영향을 주고받는다.
달리, 기억의 지속 해체,1952-54.
지구는 원자로 구성되어 있다. 원자 분자는 끊임없이 움직인다. 우주의 최소 구성 단위인 원자는 미립자가 분열 해체 폭발하는 원리에 따라 모든 것을 파괴해 버리는 가공할 위력의 원자폭탄을 제조할 수 있다. 1945년 원자폭탄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되었다. 원폭투하는 그이전까지기반한 모든 사고방식을 전환시킨 대형사건이었다. 한 세계의 기축이 무너진 것이다. 원자에 대한 개념 때문에 세계는 완전히 달라졌다. 오른쪽 앞에 물체가 사라진 것은 화가 자신이라고 해석된다. 원자폭탄이 폭발하고 모든 것이 사라진다해도, 저 멀리 있는 달리의 고향 마을 배경은 전혀 달라진 것이 없다. 원자폭발에도 기억은 살아 남는 것을 말하고 싶어하는 것이 아닐까?
달리는 “사람은 가도 기억은 남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어하는 것은 아닐까? 달리의 이 그림이 나온 때 한국은 한국전쟁 기간인 1952-54년이었다. 한국전쟁애서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방황하던 시인 박인환의 시 “세월이 가면”에 “사랑은 가도 옛날을 남는 것”이란 구절이 나온다.. 여기에서 나는 달리의 그림과 박인환의 시가 관통하는 하나의 개념을 생각한다. 비록 동서양의 반대편에서 산 두 사람이었지만 사랑의 시인과 사랑의 화가에게 ,전쟁이라는 상처는 잊혀지지 않는 기억을 남기지 않았을까? 박인환은 이 시를 1956년 쓰고 사망했는데 그가 달리의 그림을 얼마나 좋아했는지는 모르지만 아마도 내 순전한 소설같은 추측으로는 달리의 그림을 그렇게 이해했을 것 같다.
“지금 그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바람이 불고 눈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도 옛날을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치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혀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해도
내 서늘한 가슴에 있네” - 박인환의 “세월이 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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