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진정 시를 사랑했다”
한 줄 시 쓰기가 이토록 어려움은
나의 삶이
진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세상이 너무 어둡거나
너무 밝기 때문이다.
시가 나의 삶이나
이웃의 삶에 어떤 도움도 되지 못한다고
우리의 적에겐 어떤 두려움도 되지 못한다고
자신있게 침 뱉던 시절
그 시절
우리는 진정 시를 사랑했다.
먹장구름 짙게 깔린 반도의 도로에서 우리는
눈물보다,
불끈 쥔 주먹보다,
하물며
많은 날을 설레임으로 지새우게 했던
고귀한 단어보다
우리는
진정
시를 사랑했다.
한줄 시의 진실함과
한줄 시의 떨림이
우리 삶에 녹아들 때마다
한줄 시의 아름다움과
한줄 시의 아련한 아픔이
우리 삶을 일깨울 때마다
우리는 진정
시를 사랑했다.
시를 사랑함이
우리 삶을 사랑함이란 것을
알기 훨씬 이전부터 우리는
진정
시를 사랑했다.
1995년 4월 28일 노영민
출처 : 꽃처럼아름다운정치
글쓴이 : 노영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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