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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와 정치경제학/선거의 심리학

여론조사와 선거 보도의 함정- 대선후보 예측가능성과 불확실성-

by 추홍희블로그 2011. 12. 29.

 

여론조사와 선거 보도의 함정- 대선 결과 예측가능성과 불확실성의 문제- 프랭크 나이트의 불확실성 개념

 

 “그 때 사라예보에서 총성이 울렸고, 그것은내가 34년 동안 살아오면서 익숙해 있었던 문명을 파멸시켰다.”  이 표현은 유명한 영국의 페미니스트 작가 버지니아 울프의 남편인 레너드 울프가 쓴새출발에 남겨진 말이다.

 

1차 대전은 수천만 명의 인류가 학살된 결과를 가져왔고, 또 러시아에서 레닌의 공산주의 혁명이 일어나는 등 전세계는 1차 세계의 대전의 영향으로 극심한 변화를 겪게 되었다.  울프의 표현처럼, 세계 대전의 발발은 유럽 문명에 근본적인 회의를 가져오게 하였다. 

 

 미국의 경제학 프랭크 나이트(Frank Knight, (1885–1972)는 경제의불확실성에 대해서 깊은 연구를 하였다그 당시 경제학계는 천체 움직임이 뉴튼의 물리학 법칙에 따라 마치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기계적 균형이 작동된다고 믿는 신고전파의 영향이 득세하였다.

 

그러나 나이트는 경제주체들이 정확한 정보practical omniscience를 가지고 움직인다는 신고전파의 완전경쟁 모델 the competitive system 을 비판하였다.  나이트는 지식과 정보는 불완전하고 불확실하기 때문에 과거에 일어난 사건의 발생 빈도 즉 확률에 따라서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위험한 모험이라고 말했다.  현실 세계는 예기치 않는 의외의 사건들이 자주 발생한다.  나이트는 불확실성은 수학적 확률 모델에 의해서가 움직이는 것이 아니고, 경제적 결정에서 전지전능은 없다고 주장했다. 

나이트는 사람들의 미래예측의 한계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포괄적이고 정량적인 통계수학적 방법이 사용되는 경우처럼 모든 경우의 수를 다 동원해서 [미래를 예측하는] 경우는 아주 특별하고 결정적으로 예외적인 사건에 한해서이다. It is only in very special and crucial cases that anything like a mathematical (exhaustive and quantitative) study can be made.” (pp. 210–211)

 나이트는 1921년 불확실한 상황에서의 경제적 의사결정 문제와 위험과 이윤의 관계를 최초로 밝힌 박사학위 논문위험, 불확실성과 이윤 Risk, Uncertainty and Profit”을 출간하였다이 책에서 나이트는 위험과 불확실성을 risk-uncertainty distinction 구분하였다.  “불확실성 uncertainty”에는 측정가능한 불확실성(known chance, or measurable probability)과 측정 불가능한 불확실성이 있고, 반면 예측이 가능하고 확률분포가 알려진 불확실성은 불확실성이 아니라 관리 가능한 위험(risk)이라고 보왔다예측 가능한 불확실성은 보험등을 통해서 카버할 수 있다따라서 예측가능한 위험은 자동차보험처럼 비용에 해당한다

 

반면 측정불가능한 불확실성(an unmeasurable probability)은 진정한 의미에서 위험에 해당한다.   측정불가능한 불확실성은 미리 확률분포로서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정주영의 현대중공업 조선소 성공이나 이건희의 반도체 신화는 그의 성공가능성을 확률분포로 미리 예견할 수 없으며 보험으로도 카버할 수 없었다.  실제로 정주영 자서전에는 무담보차관을 도입해서 거대한 공장을 지웠다는 무용담 같은 일화가 기술되어 있다. 

 

리스크 risk는 단지위험하다거나 위험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리스크와 위험은 같은 말이 아니다.  리스크는미래에 무슨 일이 펼쳐질 지 알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리스크는 미래의 알 수 없는 결과에 대한 의사결정인 것이다.  미래에 일어날 것을 정의하고 여러 대안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의사결정이다.  

 

나이트는 이러한 불확실성에 대한 개념을 기업의 이윤이론으로 발전시켰다.  어떤 선택의 결과가 일정한 확률분포에 의해 나타날 경우를 위험(risk)하다고 보며, 그러한 확률적 가능성에 지배당하지 않는 알 수 없는 경우를 불확실(uncertain)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나이트는 측정불가능한 불확실성이 진정한 위험이고 이런 위험의 존재가 바로 기업 이윤의 원천이라고 주장하였다. uncertainty affords opportunities for profit that do not exist in situations where risks can be calculated  즉 보험처리가 불가능한 진정한 의미의 불확실성과 그에 대한 위험을 감당하는 사람이 기업가이며, 기업의 이윤은 위험 결정에 대한 대가라고 본 것이다.  불확실성이 높아질수록 기업가의 판단력과 예측능력에 대한 대가는 더욱 커질 것이다.

 

앞서의 예로서 든 정주영 이건희 회장의 기업가형이 기업이윤 발생의 전형적인 예인 셈이다.  세상은 지식과 정보가 불완전하기 때문에 기업가의 위험있는 판단에 의존하게 되는 것이다.  역으로 불확실성이 없다면 기업의 존재 이유가 반감된다고 볼 수 있다.

  

프랭크 나이트의 리스크risk와 진정한 불확실성 uncertainty 의 차이점

 

확률분포

측정여부

리스크와 불확실성의 구별

선험적 확률 a priori probabilities

측정가능(known chance 또는 measurable probability

리스크

통계적 확률 statistical probabilities

측정가능

리스크

추정 unmeasurable probability

측정불가능 unmeasurable probability, 또는 indeterminable chance

진정한 불확실성

  

불확실성 Uncertainty:  측정불가능한 확율(an unmeasurable probability)

 

1929년 대공황 때 가장 유명한 경제학자였던 예일대 어빙 피셔 교수가 1929년 주가대폭락 바로 전에  주식시장은 이제 영원한 고원에 올라 섰다 (permanently high plateau)”고 말했다.  고원에 도달했다는 말은주식시장은 장기 상승국면에 진입하여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당대 최고의 학자라던 피셔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바로 대공황이 일어나고 말았다.  예측이 불가능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대공황 이후 찾아 온 2008년 금융위기를백년에 한 번 오는 위기라고 한다.  이 때에도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당시 18년간이나 미국 연방은행총재를 지녔고 세계 금융계의마에스토로로 통했던  그린스펀은 다음과 같이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최근 몇 십년에,  컴퓨터와 소통 기술의 발전에 따라  수학자와 금융전문가의 통찰을 통합하여 리스크 관리와 가치측정시스템이 크게 발전해왔다그러나  그러한 이론적 토대가 지난 여름 [리만 사태]에 완전히 무너졌다.”

 

경제 금융시장을 떠나 천재지변의 영역에서는 더욱이 말할 필요조차 없다.  2011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대폭발의 참상을 보라.

 

그와 같이 현실세계는 불확실한 예측불가능한 사건들이 수시로 일어난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선거는 그 결과가예측가능하다고 여기는 것 같다아마도 둘 중의 하나인 선택의 문제, 즉 동전 던지기의 확률로 인식하기 때문일 것이다.  예측가능하다는 측면에서 일부 기업들은 특정후보에게 선거자금을 대며보험을 들기도 한다또 일부는 정치과잉의 현상을 들어내고 어떤 대선후보의 지지자들은 거의 확신적 추종을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아마도 사람들이 정치환경에 대한 잘못된 위험 인식이 그 원인이라고 여긴다.

 

 그러나, 선거 결과(consequence)만 놓고 본다면, 대통령 선거를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영역, 즉 단순하게 운이 작용한다는 측면을 받아들이고 보다 겸손하게 바라보아야 하지 않을까?

 

나이트가 말했듯이, 미래에 발생될 가능성은 너무나 많은 요인들이 존재하고, 또 사람들의 정보능력은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가지고 있는 지식과 정보는 완전한 것이 아니다. “There are far too many objects to be dealt with by a finite intelligence” (RU&P, 205).

 

수많은 요인이 존재하고 다양한 가능성이 존재하는 미래의 영역에 관해서 정보가 불완전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온전히 미래를 예측해 낼 수 없다.  2002년 노벨 경제학 수상자 카네만은 복잡한 미래 가능성에 대해서 사람들이 완전하게 분석해내는 능력을 가진다는 것은 매우 제한적이라는 사실을 학문적으로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아무튼, 선거 또한 바로 불확실성이 존재하고 위험에 대한 대가를 받는다는 측면에서 기업의 존재 형태와 같다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정치인들은, 기업과 마찬가지로, 불확실성이 가득한 상황에서 유권자들의 니즈needs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등에 정보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판단력을 필요로 하며 또 유권자의 수요를 창출하는 마아케팅 등 자원과 조직을 배분하고 관리하는 창조적인 기업가의 활동을 전개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