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울뿐인 풍요 – 여유와 동정을 잃어버리다
일본의 풍요가 실은 뿌리가 없는 표면적인 풍요일 뿐이며, 그 이면에는 지옥이 입을 벌리고 있고, 허약하게 지탱되는 사상누각처럼 사치가 곧 무너지리라는 예감을 많은 일본인들이 마음 속으로 몰래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만일 자리보전하는 노인이 된다면…, 만일 수입이 줄어 주택대출을 갚을 수 없게 된다면…., 만일 아이를 떠맡은 채 남편과 이별하거나 사별하게 된다면…, 등등.
비상시가 되어도 누구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불안과 사람들에게서 소외되었다는 쓸쓸함으로 강박신경증처럼 끝없는 공복감에 쫓기고 있는 일본인은 그래서 더욱더 돈을 모으게 되는 것은 아닐까.
기업이 투자를 위해 투자하는 것은 한없이 자기증식을 계속하는 것이 목적인 자본에게는 당연한 행위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에게 돈과 물건은 본래 생활에 필요한 만큼 있으면 좋은 것이다.
인생에서 돈은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이 건강해서 즐거운 생활, 취미, 삶의 보람을 느끼게 하는 일, 인생의 충만감, 순수한 우정, 자연과 함께 있는 편안함, 이런 것들이 충분하다면, 재테크와 머니게임에 한없이 눈을 붉히고 뛰어들 필요는 없다. 자본의 목적과 생활의 목적이 다른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기업의 투자열기에 감연된 듯이, 주식매매와 리조트용 땅과 원룸과 맨션에 대한 투자, 결국은 교육도 투자, 교제도 투자, 백중과 연말과 관혼상제도 투자로 계산하는 것이 사회의 풍조가 되어버린 것은 왜인가?
아이들까지 손해를 보면 손을 내밀지 않고, 약자를 보호하려고 하지 않는다.
풍요가 필연적으로 가져오는 차분한 안도감과 인생을 즐기는 여유는 어디에서 찾아볼 수 있을까? 자연스레 솟아나는 타자에 대한 동정과 공감 등은 돈이 많은 일본사회에서 나날이 모습을 감춰가고 있다.
….
“그러나 돈을 버는 것과 인생의 행복감은 정말로 그렇게도 밀접한 관계가 있을까? 어느 쪽이 행복한 사회를 구성하는가를 쉽게 말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어느 쪽이 여유있는 동정심 있는 사람을 만들어내는가에 따라서 사회적 안정의 정도가 판단되고 그것에 따라 그 사회에서 사는 것의 행복이 측정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일본이 현재와 같이 되어버린 원인을 어느 시대에나 있는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이라는 마음의 문제에서 찾는 사람도 분명히 있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해서는 일본 사회에 지금 매우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게 된다. 대중매체를 떠들썩하게 만드는 정치가와 관료의 뇌물사건은 하나의 상징일뿐이다.
……
지금 우리를 몰아세우는 금전지상주의와 효율만능주의 시대정신은 대체 어디에서 유래한 것일까?
멈춰서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흘러가는 일상생활을 풍요라고 느끼기 어려운 것은 아닐까?
豊かさとば何)か)
“부자나라, 가난한 시민, 진정한 풍요란 무엇인가?” 테루오카 이츠코 지음, 홍성태 옮김, 궁리, pp 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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