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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언어/창의력과상상력-에라스무스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2

by 추홍희블로그 2015. 8. 16.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2

 

 

땡전뉴스가 끝나고

우리는 저녁 아홉 시에 만나

무겁게 악수를 나누고

바람도 없는 비좁은 방에 앉아

하얀 거품 내뿜으며

불의에 맞서고 정의를 세우리라고

밤새 토론을 벌였다.

어리석게도 우리는 끝내 봄은

오지 않으리라 믿었던 것이다.

결론 없는 모임을 끝낸 

안암로 고모집에서 막걸리를 마시며

사랑과 고시와 취업과 병역 문제 때문에

우리는 때묻지 않은 고민을 했고

누구도 애써 외면해하는 노래를

누구도 흉내낼  없는 구호를

다함께 목청껏 불렀다.

도우미 없이 부르는 노래는

여름 하늘로 올라가

별똥별이 되어 사라졌다.


그로부터 30 오랜만에

우리는 모두 무엇인가 되어

사랑과 진실과 혁명을 잊어먹은\

위전 탈세 투기 부패 병비가 난무하는

수꼴 세대가 되어

에르메스 명품 네꾸따이를 매고 다시 모였다.

회비를 오만원씩 걷고

자식들의 대학 여부를 나누고

아내들의 안부를 묻기를 두려워하며

정년이 얼마나 남았는지를 서로 물었다.

치솟는 물가를 걱정하며

불안한 노후를 개탄하고

익숙하게 목소리를 낮추어

떠도는 고소영+S라인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모두가 보여지기 위해서 살고 있었다.

아무도 이젠 토론을 하지 않았다.

아무도 이젠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비싼 발렌타인 양주와 비싼 와규 안주를 남긴 

우리는 달라진 전화번호와 주소를 적고 헤어졌다.

몇이서는 네온사인 찬란한 곳으로 2차를 하러 갔고

몇이서는 빌딩숲으로 우거진 커피샵으로 들어 갔고

몇이서는 딸린 기사가 BMW차로 모셔 갔다.

저마다 누린 권력과 가진 돈을 표현하고 있었다.

넘치는 풍요로, 허전하게 옛길을 애써 걷는 이는 없었다.

오랜 방황 끝에 되돌아온 

우리의 옛사랑이  흘린 곳에

80-90 빌딩들 익숙하게 들어섰고

플라타너스 가로수들은 명박산성 도로블록들로 흔적도 찾아볼  없이

거리에는 낙엽 하나 굴러 다니지 않았다.

초고층 빌딩숲은 우리의 고개를 하늘로 들게 했다.

무너지지 않는단 말인가?

그래도 무너지지 않는단 말인가?

이국의 하늘에서 들려오던 음성을 가슴 밖으로 던지며

우리는 닥치고 다음 권력과 FTA 이야기했고

우리는 닥치고 철수와 영희를 이야기했고

 한발짝 가까이 모래성으로 발을 옮겼다.

 

*[1]



[1] 대학동기회를 다녀와서 김광규의 시인의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패러디한 것이다.  땡전뉴스시계가 9 땡하면 치면 방송  처음에 전두환의 소식을 전한 전두환군사정권시절 신문검열과 방송통제 등언론억압 상황을 가르킴, 위전=위장전입병비 =병역비리수꼴=수구꼴통고소영=장동건의 와이프 쭉쭉빵빵 영화배우(고)려대(소)망교회(영)남출신권력자를 지칭, S라인=(삼성재벌, 소망교회, 서울시장) 연줄 권력, 에르메스=명품 브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