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서리 내린 아침 숲 속의
마지막 잎새는
땅으로 떨어진다는 것을.
사랑은
별똥별처럼
아래로 향한다는 것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눈 오는 저녁 호수가의
마지막 잎새는
흙으로 되돌아간다는 것을.
사랑은
연어떼처럼
제자리 찾아간다는 것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텃밭 옆 단감나무 위의
마지막 홍시는
하늘에 매달려 있다는 것을.
사랑은
기러기떼처럼
위로 향한다는 것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장독대 위 단감나무 줄에
매달린 곶감은
저녁연기로 피어난다는 것을.
사랑은
천사처럼
제자리 찾는 회복인 것을.
*[1]
[1] “토마토 열매 위에서 쏜살같이 달리는 말을 상상할 수 없는 사람은 바보다. The man who cannot visualize a horse galloping on a tomato is an idiot." 브레통의 이 말은 우리 삶은 진리는 우리들 눈에 보이는 대로가 아니다라는 것을 뜻한다. 역발상의 사고를 할 줄 모르는 우리들의 상상력의 빈곤을 질타한 뜻이 아니라, 혼란된 세상에서 편견에 사로잡혀 진실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의 구속당함을 깨우치는 말이 아닐까? 우리의 삶은 우리들의 눈에 보이는 그대로가 아니라는 것, 그리고 상상력의 빈곤으로는 삶의 진실을 제대로 알기 어려울 듯하다. 마찬가지로 나는 말한다. 장독대 위 단감나무에서 하늘의 천사를 상상할 수 없는 사람은 바보다.
(2013.9.18 영주 소백산 자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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