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피아의 슬픔
암담한 들은 아니었다, 음울한 하늘은 아니었다.
아니, 아침 해는 빛나고 있었다, 끝없는 하늘에 누워 있는 대지에.
공기는 향기로, 목장은 초록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일찍이 정열이 그렇듯, 마음에 상처 입었던 여기에
내가 다시 찾아왔을 때!
가을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언덕은 평지를 향하여
노란색으로 바래지기 시작하는 아름다운 숲을 기울이고 있었다.
하늘은 황금빛이었다.
새들은 만물이 사모하여 부르는 하느님을 향해
모름지기 인간이 무어라 말하고 또 노래한
그 거룩한 가락에 맞춰 노래했다!
그는 다시 한 번 모든 것이 보고 싶었다.
못과 주머니 털어 적선하던 그 샘가의 오두막집
가지 숙인 이 늙은 물푸레나무
숲속 눈에 띄지 않는 사랑의 은신처
일체를 잊고 두 영혼이 융해될 때까지 그 속에서
입맞추던 나무 구멍을!
그는 찾았다, 마당을 또 외딴 집을.
오솔길을 내려다보는 문의 철책과
경사진 과수원을.
그는 창백하게 걷는다 ---- 무겁게 딛는 발자취 따라
그는 본다, 아아! 하나하나의 나무에서 일어나는
지나간 날의 망령들!
그는 듣는다, 숲에서 그 부드러운 바람이 살랑대고
샘은 돌담에 싸였다.
무더운 오후 숲에서 내려와
장난스럽게 그녀가 마시던 샘물.
손바닥에 물을 떴었지, 아아 귀여운 요정이여,
그리고 흘렸지, 손가락 사이로 예쁜 진주를!
길은 험해져 울퉁불퉁 돌이 비어졌다. 지난날에는
깨끗한 모래 길이었다. - 거기 또렷이 박힌
그녀의 작은 발자국이 귀엽게 웃는 듯 보였다.
그것보다 너무나 큰 대조를 이룬 내 발과 나란히 서서!
해일 수 없는 세월을 겪은 길가의 바위
이전에 나를 기다리기 위해 그녀가 앉았던 곳
그 돌 역시 닳아졌다, 저녁 길에
삐걱거리며 굴러가는 수레바퀴에.
숲은 이쪽은 줄어들고 저쪽으론 퍼졌다.
우리 둘의 것이던 모든 것에서 살아 있는 것이란 아무것도 없다.
불꺼져 싸늘해진 잿더미처럼
수많은 회상은 바람 따라 흩어진다!
우리 둘은 이미 존재하지 않는가, 우리의 때는 지나갔는가?
가 버린 세월은 아무리 소리쳐도 허무란 말인가?
내가 울고 있건만 바람은 나뭇가지와 희롱하고
집은 무심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우리 둘이 머물던 곳에는 다른 사람이 머물리라.
우리 둘이 오던 여기에 이제 다른 사람이 오리라.
일찍이 우리 둘의 혼이 꾸기 시작한 꿈을
이제는 그들이 보리라, 영원히!
그 누구도 이 세상에서는 모두 다 볼 수 없기에
인간의 가장 나쁜 점도 가장 좋은 사람처럼
우리 모두는 같은 곳에서 꿈을 깨어난다.
모든 것은 이 세계에서 시작되고 모든 것을 저쪽에서 끝낸다.
그렇다! 다른 사람들, 흠 없는 남녀가 찾아오리라.
이 행복하고 한적한 매혹의 안식처에서
바람은 마음 속 깊은 골을 떨게 하면서
가슴에 사랑을 불러일으키고
떡갈나무를 뒤흔들며 장미를 쓰다듬어
하나하나의 사물 위에 깃들여 하는
만물의 넋인가 여겨진다!
쓸쓸한 숲에 떨어지고 있는 나뭇잎은
그의 발 밑에서 땅으로부터 날아 오르려고
들녘 한 가운데를 달린다.
우리의 추억 역시 그와 같아서 때에 따라 넋이 침잠하게 될 때
상한 날개로 한 차례 퍼덕이다가
즉시 땅에 떨어지고 만다.
그는 오래 바라보았다, 평화로운 들판에 대 자연이
장엄한 모습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을,
그는 해질 녘까지 꿈에 잠겼다.
하루 종일 그는 방황했다, 골짜기의 물을 따라
하늘의 숭고한 얼굴과 호수의 맑은 거울을
하나하나 모두 예찬하면서!
아아! 그리워라, 감미로운 사랑의 모험.
천한 종처럼 들어가지도 못하고 울타리 너머로 기웃거리며
그는 온종일 방황했다. 밤이 날개 펼 무렵
그는 느껴, 무덤과 같이 쓸쓸한 마음을,
그리고 외쳤다.
"오오, 이 서글픔이여! 어지러운 넋이여, 나는 알려 했다,
정열의 액은 아직 어느 만큼 이 병에 남았는지를.
나는 보려 했다, 내 마음이 여기에 남긴 것들을.
이 행복의 골짜기가 어떻게 처리했는지를!
모든 것을 바꾸는 데는 실로 짧은 세월로 족하다!
신선한 표정의 자연, 어찌 너는 그리도 빨리 잊고 마는가!
그 탈바꿈의 마디마디를 왜 무참히 자르는가
우리의 마음이 맺어져 있는 신비의 실을!
우리 둘이 묵던 나뭇잎 방은 숲이 되었다!
우리 둘의 머리글자를 새긴 나무는 말라 버렸는가, 쓰러졌는가?
우리 둘이 가꾼 정원의 장미는 도랑을 넘어
놀러 오는 아이들 발길에 뭉개지고 말았다.
호젓한 사랑에 섞여 지는 자연 풍물의
몽상과 장엄 모든 것을 길어 올리리라!
우리의 들과 오솔길과 은신처를 다른 사람들이 차지하리라.
내 사랑하는 이여, 네 숲은 낯선 남녀의 것이 되리라.
염치도 모르는 여자들이 목물하러 와서
네 맨발이 닿은 깨끗한 물결을 흐리게 하리라.
그래! 여기서의 우리 사랑은 허무였더란 말인가!
꽃 피는 이 언덕, 정열의 불꽃을 함께 태워
우리 두 존재가 하나 된 곳에 아무것도 남지 않는단 말인가.
오오! 말하라 골짜기여, 맑은 시내여, 익은 포도여,
새 둥지 가득한 가지여, 동굴이여, 숲이여, 떨기여,
너희는 다른 사람을 위해 속삭이는가?
다른 사람을 향해 노래하는가?
우리는 너희를 친절하고 주의 깊고 엄격한 것으로 이해하였고
우리의 메아리는 깊이 너희 소리 속에 용해되었다!
우리는 아주 열심히 귀 기울였다.
너희 비밀을 가만히 놔둔 채
너희들이 이따금 말하는 심원한 말에!
대답하라 해맑은 골짜기여, 대답하라 쓸쓸한 땅이여,
아아, 마을에서 한참 외진 이 아름다운 장소에 깃든 자연이여,
영원한 명상으로 돌아가 누운 자들이 취하는
그 모습으로 우리 둘이 무덤 안에 잠든 때에도
그대는 계속해서 무감동하게 우리를 지켜보고
그 사랑과 더불어 죽어 누워 있는 우리를
그대의 평화로운 안식 속에서
여전히 미소 지으며 노래할 것인가?
그대의 산이나 숲이 즉시 분별해 주는 망령의 모습으로
그대의 은신처에서 방황하는 두 사람을 알아보고
그대는 우리에게 말해 주지 않으려나,
재회한 옛 친구에게 사람들이 말하는 그 은밀한 사실들을?
그대는 슬픔과 탄식마저 없이도 볼 수 있는가?
이전에 우리가 거닐던 그 자리에 우리 옛 그림자가 방황함을.
또한 눈물처럼 흐느끼던 샘물가로
사뿐히 껴안으며 나를 인도하던 그녀의 모습을?
눈뜬 사물 하나 없는 어두움 속에 사랑하는 남녀가
그 도취를 은밀히 그대의 꽃 그늘에 기대어 있다면
그 귀에 그대는 다가가 속삭여 주지 않겠는가
"너희 살아 있는 자여, 죽은 자를 생각하라!"
신은 잠시 동안 우리에게 목장과 샘과
소슬한 넓은 숲과 깊은 부동의 바위굴과
푸른 하늘과 호수와 평야를 주시고, 그리고 거기에
우리의 마음과 꿈과 사랑을 안겨 주신다.
이윽고 모든 것을 거두어 가고, 신은 우리의 불꽃을 불어 끄신다.
우리가 불빛 밝히는 동굴을 신은 어두운 속에 잠기게 한다.
신은 우리의 넋이 새겨진 계곡을 향해 우리
흔적을 없애고 우리 이름을 잊으라고 하신다.
그래라! 우리를 잊어라, 집이여 정원이여 나무 그늘이여!
잡초여 우리 문을 황폐하게 하라! 가시덤불이여, 우리 발자국을 지워라!
새들아 노래하라! 시내여 흘러라! 나뭇잎이여 울창하라!
너희는 잊더라도 나는 너희를 잊지 못한다.
너희는 우리 사랑의 반영 그것이기 때문이다.
너희는 여행 도중에 만나는 오아시스이다!
오오 골짜기여, 너는 최상의 은신처,
네 품안에서 우리는 마주 손잡고 울었었다!
정열은 나이와 더불어 사라지고, 그 어떤 것은
우스꽝스러운 가면을 쓰고, 어떤 것은 비극의 칼을 비껴 차고서
떠들썩한 유랑 악단의 한 패거리처럼
언덕 너머로 멀리 무리 지어 사라져 간다.
그러나 사랑이여, 그 무엇도 매혹스러운 너만은 지울 수 없다!
안개 자욱한 속에서도 빛나는 너, 타오르는 횃불, 계속 불타는 등불 …….
너는 기쁨으로 그리고 특히 눈물로 우리를 사로잡는다.
젊을 때는 너를 저주하고, 나이 들면 너를 찬양한다.
세월의 무게에 고개가 힘없이 수그러지는 날,
인간이란 계획도 목적도 환상도 없고
이제 자기가 묻힐 묘석밖에 없고
그 아래 덕망도 사랑의 환상도, 모두 모두 묻혀지는 것을 느끼는 날,
우리 흔히 꿈꾸듯 우리 존재의 심연으로 내려가
드디어 얼음으로 화한 우리 마음 안에
흡사 전장에서 시체를 세듯 하나 또 하나
쇠퇴한 고뇌와 사라진 몽상을 셀 때,
현실의 대상, 활짝 웃는 세계에서 멀고도 먼,
등불을 손에 들고 그 무엇을 찾듯이
그 혼은 어두운 언덕길을 지나 느릿한 걸음으로
내부의 심연에 내동댕이쳐진 쓸쓸한 곳에 이른다.
그리고 거기 어떤 빛도 비치지 않는 칠흑 속
모든 것이 다해졌다 생각되는 곳에서 혼은 느낀다.
아직 무엇인가 베일에 가려 숨쉬고 있음을
바로 그것은 어둠 속에 잠자는 그대려니, 오오 거룩한 회상이여!
* 이 시는 문학페이지 기존 번역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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