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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수필/산보자의 명상록

팽나무 아래서

by 추홍희블로그 2015. 8. 3.

팽나무 아래서

 

지금은 큰 다리가 새로이 생겨 예전의 삼호교는 사람들만 다니는 인도교로 기능하는데 그 근처에 15미터가 넘는 큰 팽나무가 자리잡고 있다.  산이 많은 우리나라에서 큰 나무 없는 마을은 한 군데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마을 마다 당산제가 열린다.  불가의 절에서도 큰 나무에 제사를 지낸다.  불가에서 행하는 당산제의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능가산 내소사의 당산제인 것 같다.  부처가 보리수 나무 밑에서 도를 깨우쳤다는 고사가 말해주듯 불가에서 보리수 나무를 신성시하고 산신각의 존재 등을 볼 때 절에서 당산제를 지내는 것은 별로 이상하게 보여지지 않는다.  절은 대개 산과 숲 속에 자리잡고 있으니 나무를 신성시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이다.

 

 

<능가산 내소사>


어릴 적 가을 운동회 때 큰 나무통을 가운데에 세워 놓고 여학생들이 농악대가 두르는 고깔 색깔처럼 빨간 노랑 파란 색깔의 천을 들고 중앙의 나무 주위를 회전 목마처럼 빙글빙글 돌아가는 무용이 기억나는데 이 무용제의 기원도 당산제에서 유래된 것 같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우리나라와 똑 같은 놀이를 영국의 전통을 간직한 호주 뉴질랜드에서도 내가 보았다는 것이다.  그것을 보면 나무 숭배는 아마도 세계 보편적인 현상인 것 같다.  캐나다, 뉴질랜드, 남태평양 제도에서 발견되는 나무 장승은 우리나라의 천하대장군지하여장군의 장승과 기본적으로는 상통하는 것 같다. 

 

나무와 숲의 나라

 

“영국은 바다, 프랑스는 평야, 독일은 숲이란 말이 있는데 우리니라 법 제도와 법문화가 어쩌면 독일에 보다 닮아 있는 이유가 우리나라에서 산지가 차지하는 비율은 70% 이상이라는 점에 있는 것 같다.  독일은 “berg”라는 이름이 많듯이 산과 숲의 나라이다.  산을 빼놓고서 독일인의 심리 상태를 설명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 그 점은 로마시대의 역사책에서도 지적되고 있다. 

 

큰 나무 밑에 앉아 있으니 잠이 드는가 싶다.  나무 밑에서 잠시 꿈을 꾸는 것을 말하는 한자 성어로 남가지몽이 있다.  그 이야기 중에 꿈 속에서 보았던남쪽으로 뻗은 가지 南柯에 나 있는 구멍에 개미떼가 있었다는 구절이 나오는데 여기의남가에서 남가지몽이라는 고사성어가 만들어졌다.  인생의 덧없음이란 세상의 모든 권세와 부귀를 누렸지만 그 누구도 죽음은 피할 수 없다는죽음의 평등관으로 이해되어야 할 것 같다.  죽음은 만인을 평등하게 한다 death is the great equalizer.”  일장춘몽은 인생무상을 의미한다기보다 그것은 죽음으로써 평등을 실현하는 인간 질서의 진리를 말해주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