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산이 높다 하되 하늘아래 뫼"라는 우리 속담이 있는 것처럼 비행기는 높은 산보다 더 위로 높게 날고 있었다.
높은 산에 오르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장관미에 빠져들지 않을 사람은 없다. 내가 비행기를 타고 활화산 위를 높게 올라가는 경우는 자주 경험하지 못했다. 그것은 아마도 비행기만 타면 잡지나 소설책을 펼친다든가 와인한잔하면서 잠을 청하거나 그래도 잠이 안들면 영화한편 보는 버릇 때문에 비행기에 날고 있는 아래 대지를 내려다보는 것에 무감각했기 때문인지 모른다. 그러나 오늘 비행기는 달랐다. 이제 가면 언제 돌아올지 기약없이 떠나는 마지막 비행기라고 여기는 눈물의 작별식인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안광이 지배를 철할 정도로 땅위의 개미를 쳐다볼 정도로 눈이 빠지도록 멀리 시선을 두고 있는 오늘 나이었다.
“저기 보이는 산이름이 무엇인지 아니?” 옆 자리 동승객이 내게 물었다.
“저 산은 세인트 헬레나 산이라고 하는 불러요.” “미국사람들이 식민지 개척한 이후에 산이름을 지은 것인데 18세기 저산을 측량한 사람의 이름일것입니다. 따라서 이땅에서 수천수만년을 살아온 원주민들은 다른 이름으로 부르고 있죠. 그러나 저는 헬렌 이라는 말이 무척 의미가 크다고 느껴지네요? ”
“그리스 신화 아세요? “트로이의 헬렌”이라는 영화를 보셨다면 잘 아시겠지만 핼렌은 트로이의 전쟁을 일으키게 만든 미녀이었죠. 남성들은 미녀를 쟁탈하려고 전쟁도 일으킨다는 것? 그게 우습지 않나요? “
“아니요. 지금도 아마존강 부족들은 여자를 쟁탈할려고 서로 부족간의 싸움을 하고 있답니다. 여자 문제 때문에 전쟁을 일으킨 것은 그리스 신화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구요. 아마도 인간 본성이 아닐까요?”
“전쟁과 사랑에선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이겨야 한다고 하잖아요?”
“그렇죠. 영어에도 똑같은 속담이 있죠. All's fair in love and war. 세익스피어가 자주 인용한 글귀이기도 하지 않나요? 시이저가 클레오파르트라를 차지할때도 그랬죠. 아무튼 이말은 역사상 모든 전쟁은 다 사기인 것인 것을 말하지 않나요? 전쟁에는 승자만이 전리품을 독차지하는 공식입니다. 그래서 전투에 참가한 남자들 즉 전사(warrior)들은 승리 아니면 죽음인 오로지 단 하나를 선택해야 했던 결투(duel) 이었죠. 그러나 살아남은 여자들은 죽음이 아니라 배신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사랑을 하게되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살아남은 것은 치욕이 아니라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는 인류문명의 영속성을 담보해 주는 철학과 심리학적 기제로 작용했던 것입니다.”
“제가 어려운 철학적인 토론은 할 능력이 없구요. 하지만 헬렌 이라는 이름하나만으로 저 산의 의미가 큽니다. 그래서 좀더 멀리 보이는 더 높은 라이니어 산보다 저는 헬레난 화산을 더 기억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비행기가 헬레나 산 위를 날고 있으니 앞으로 시애틀까지는 150여 Km 밖에 남지 않았다. 저 멀리 시야에 4300미터나 되는 높은 산이 라이리어화산이고 헬레나화산은 백두산높이보다 약간 낮은 2500미터 정도의 높이를 가진 활화산이다.
헬레나의 화산 폭발이 일어나던 그 때 1980년. 독재자 박정희가 김재규의 총탄을 맞고 유신독재체제가 붕괴되던 바로 그떄. 서울은 민주화의 기대로 “서울의 봄”이 거리로 분출되기 직전 민주화의 기대가 화산폭발의 거대한 용암처럼 꿈끌대며 판테기를 덮힐려는 그 찰나이었다. 그러나 하나회로 뭉친 전두환장군의 왕정세력이 12.12 궁정쿠데타를 일으키자 그 다음해 5월 18일 민주화 시위가 세인튼 헬러나 화산폭발처럼 터지고 만 것이었다.
암튼 1980년 5월 18일. 120년동안 잠자던 활화산 헬레라화산이 폭발한 장관은 거대했었다.
그 이후 30년 후 달라진 산모습을 보아라.
다음 사진을 보면 확연하게 체크해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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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렌에게 -- 에드가 앨런 포우 -
헬렌이여, 그대의 아름다움은 내겐 마치
옛날의 저 니케의 범선 같구나.
조용하게 향기로운 바다위로
피로에 지친 표랑자들을 싣고
고향 바닷가에 돌아 오는.
오랫동안 떠돌던 거칠은 바다위로
그대의 히야신스(검푸른) 머리칼, 그대의 고전적 얼굴,
그대의 水精같은 자태는 나를 데려다 주었다
희랍의 영광과
로마의 장엄으로.
보라! 저 빛나는 창 모통이에서 나는 보노라
마치 조각처럼 그대가
손에 마노의 램프를 들고 서 있는 것을!
아, 성스러운 땅에서 온
“사이키”여!
애드가 앨런 포우가 그가 자살까지 기도했던 어떤 비련의 상대가 바로 헬렌이었을 것인데 포우는 자기 자신을 오랫동안 표랑 끝에 돌아오는 호머의 일리아드 “율리시즈”에 비유하고 포우 자신이 흠모했던 여자인 헬렌을 율리시즈를 죽음의 장소에서 구출해 준 여신으로 비유하고 있습니다.
헬렌의 아름다움은 검은 자주빛 머리칼에 양귀비처럼 아름다운 얼굴와 요염한 자태에 있고 그런 육체적 아름다움을 유럽인이 역사적 향수로 간직하고 있는 그리스나 로마시대의 영광에 결부시키고 있습니다. 바로 TS 엘리어트가 “황무지”에서 표현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포우는 제3연에서 헬렌을 싸이키에게 비유하고 있는데 싸이키와 에로스의 사랑 이야기를 알기 때문입니다. 그리스 신화를 보면 에로스는 밤마다 싸이키를 찾아와 사랑을 나누었습니다. 싸이키는 에로스의 얼굴을 직접 쳐다보고 싶은 마음 간절헸었죠. 그러나 밤마다 찾아오는 에로스의 얼굴을 직접 보지는 않겠다는 약속을 했었기에 얼굴을 보지 않고 사랑을 나눴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참다 못한 싸이키는 불을 켜들고 얼굴을 보게 되는데 그만 에로스 얼굴에 기름을 떨어뜨리고 마는 실수를 하게 됩니다. 그러자 에로스는 어디론가로 홀연히 사라지고 맙니다. 그때부터 인간의 영혼을 상징하는 싸이키는 에로스를 찾아 헤매인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죠.
환상의 나라에서 사랑을 나누다 약속을 위반하여 에로스를 잃고 마자 그 환상의 나라를 싸이키에게 자신의 연인인 헬렌을 비유하는 포우이었습니다.
그러나 헬렌의 이야기를 보다 더 자세하게 얘기하는 크리스토퍼 말로우의 시를 읽어보아야 할 것 같다.
"Is this the face that launched a thousand ships, and burned the topless towers of Ilium?"
"이 얼굴이 전함 1,000척을 발진시키고 그 높은 트로이성을 불타게 한 그 얼굴이란 말인가?"
- 헬렌의 얼굴-
이 얼굴이 수천 척의 배를 출항시키고
일리움의 높은 탑들을 불태운 얼굴이었는가?
사랑스러운 헬렌이여, 당신의 입맞춤으로 나를 불멸케 해주오.
그녀의 입술이 나의 영혼을 뽑아 가는구나,
내 영혼이 덜어너눈 곳을 보시오.
오시오, 헬렌이여, 오시오, 내 영혼을 다시 돌려주시오.
나는 이곳에 있겠소. 그대의 입술 속에 천국이 있으니.
그리고 헬렌이 아닌 것은 모두 가치없는 것이요.
나는 패리가 될 것이오, 그대의 사랑을 얻기 위해.
트로이 대신에, 웨텐버그는 망하게 될 것이오.
그리고 나는 나약한 메네라우스와 싸울 것이오.
나의 깃털달린 투구에 그대의 깃발을 꽂을 것이오.
그래요, 나는 아킬레스의 발뒤꿈치를 상하게 할 것이고,
그 다음에 입맞춤을 하기 위해 헬렌에게 돌아갈 것이오.
오, 그대는 수 천 개의 별들의 아름다움으로 덮힌
저녁하늘보다 더 아름다게 빛나는군요.
그대는 주피터가 불운한 세멜레에게 나타났을 때
타오르는 그보다 더 밝게 빛나는군요.
음탕하게 장난치는 아레수사의 푸른 팔에 안긴
아폴로 제왕보다 더 사랑스럽게 빛나는군요.
당신이외에는 그 누구도 나의 사랑이 될 수 없소!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죽어간 사람들 마저 모두가 잊혀진 존재가 되는 것입니다.
"I've fought many wars in my time; some were fought for land, some for power, some for glory.
I suppose fighting for love makes more sense than all the rest."
영화 TROY
우리 인간은 남의 땅을 빼앗고 남의 재산을 탐내고 권력을 쫓고 명예를 쫒다가 허망하게 죽어가는 존재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사랑을 위한나의 투쟁만은 밤하늘 별처럼 영원히 빛날 것입니다.
비행기는 어느 덧 우리가 넘나들던 고개를 넘어가고 있었다.
저 고개 하나를 넘지 못했던 우리들 선조. 저 고개를 넘어가면 푸른 쪽빛 바다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었는데. 왜 우리는 저 작은 고개 하나 넘기를 어려워했을까?
전통이란 이름으로. 편한다는 이유만으로. 정말 전통은 편리함을 주는 것일까?
Tradition, tradition, tradition,전통이 없으면 지붕위의 바이올린악사처럼 불안한 우리 인간의 삶에서,. 불안과 두려움을 없애며 안전의 욕구는 보장될 수 있을까?
불안과 두려움 자체를 가지는 두려움을 극복하지 않고서 어떻게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단 말인가?
우리 선조들은 “산너머 남촌에는누가 살길래” 저토록 고개 하나 넘는 것을 그토록 막았을까?
무지개를 잡으러 다녔던 어린 시절이 생각나는가?
무지개란 결코 잡을 수 없는 것이라고 무지개를 쫓아가는 아이들을 야단치지나 않은 당신은 아닌지?
내 마음은 무지개를 바라볼 때면 내가슴은 뛰었었지.
문득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다. “심장병”. 나의 심장병이 무지개를 바라볼 때면 뛰어로르던 그 환희일 수도 있다는 것을~~~
결국 FEAR가끔씩 놀라는 심장병을 물리치는 것은 정면돌파밖에 없는 것이다.
Don’t fear the fear itself.
저 고개를 넘어 푸른 바다로 헤처나가는 것은 바로 그거다..
와티부 고개에 가면 “Destruction Guilty Track”이 나타난다.
고개를 넘으면 우리의 사랑을 황순원의 “소나기”처럼 쓰던 그 바닷가 동굴이 있는 왓띠부 해변이 나온다. 푸른 바다. 산 하나 넘지 못해 푸른 바다를 보지 못한다면 어찌 우리가 살았다는 것을 말할 수 있으랴~~~~
Love is rarer than genius itself. And friendship is rarer than love. 참된 사랑은 천재가 이 세상에 태어나는 것보다도 더 어렵다. 또한 참된 우정이란 참된 사랑이 나타나는 것보다도 더 어렵다.
와티부 고개를 넘어서면 우리의 사랑과 우리의 희망이었던 바다와 거기에 해변의 바위가 내려다 보인다.
나의 사랑을 썻고 우리의 두 손을 함께 잡아 걸어가던 그리고 우리의 피를 나눈 장소이다. 너의 다리가 삐지던 그곳, 삐닥구두(하이힐)로는 걷기 힘들던 그곳 바닷가 모래 길,
신경림의 “갈대”처럼 흩날리던 너의 머리카락. 그 살랑거리는 머리카락을 일으켜 주던 바닷 바람. 그 바닷가 바위에 애드가 엘런 포우의 “애너벌리에게”가 새겨진 것은 아니었을까?
(헬레나 활화산 사진은 인터넷에서 카피한 것임. 내가 찍은 사진이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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