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평화, 크림 전쟁, 루소, 고독한 산보자의 명상,
크림 전쟁
왜 크리미아인가? 크리미아는 한반도의 운명을 결정했던 장소이었다. 미.영.소. 2차 대전 당시 세계를 리드했던 3강 타워는 미국 영국 소련이었다. 그 3강이 크림 반도 얄타에서 회담을 갖고 한반도에 소련이 진주하고 미국과 소련이 한반도를 양분하는 결과를 타협했던 것이다.
힘(군사력)과 돈(무역)에 움직여지는 국제 관계의 흐름은 전쟁의 연속을 낳는다. 국가간에서의 최고 권력 추구는 힘의 균형을 유지하고자, 상실하지 않고자 또는 깨뜨리고자하는 도전과 응전, 그리고 그 힘의 균형 관계 목적에 따른 합종연횡의 판도로 끝없이 서로 물고 물리며 진행된다.
국제 관계에서 “영원한 적은 없다”던가?
1853년- 미국이 일본 동경만에 포성을 울리면서 무역 개방을 강제로 요구한 해였다. 이 시기는 러시아의 남진에 앞서 당시 세계슈퍼파워 대영제국이 무슬림 제국과 손잡고 크림 전쟁을 일으켰던 해였다.
나폴레옹의 유럽 정복 전쟁에서 러시아가 프랑스에 대항하고 승리하면서 러시아는 역시 나폴레옹 전쟁에서 승리한 대영제국의 적수가 되기 시작하였다. 러시아는 나폴레옹 전쟁에서 승리한 영국에게 적대적 신흥강대국의 중심축으로 부상하게 되는 바, 이러한 유럽 강대국간의 힘의 중심축 이동 과정의 국제적 긴장 상황을 세밀하게 묘사하는 소설이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이었다.
2014년에 러시아 푸틴이 크림반도를 러시아로 병합해 버리면서 2차 대전 이후 유럽의 세력 균형 관계에 균열을 가져오기 시작했는데, 영국은 바로 1년 후 “브렉시트”를 감행했다.
또 2016년말 미국은 미국우선주의자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으로 러시아 중흥 추구자 푸틴하고 손을 잡게 되었는 바, 그것은 미국이 일본을 내세워 중국을 4면에서 포위하고 협공하고자 하는 동남북서 4면 공세 전략에 러시아를 끌어드리는데 성공함을 말해준다.
지금 세계를 움직이는 힘의 파워는 G2- 슈퍼 투 네이션 즉 미국과 중국이다.
그런데 왜 4면 포위전략을 구사한다는 것일까? 그것의 함의는 중국이 곧 세계 넘버원으로 올라선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쟁은 탐욕과 위협과 공포와 두려움에서 일어난다.
미국이 대영제국의 최전성기 때처럼 동시 다발 전쟁을 수행할 능력은 부족하다. 그리고 영국의 브렉시트 결정은 결국 영국이 유럽을 포기하는 대신 중국에게 손을 내밀고 마주 잡을 것이라는 원모도려의 흐름에 대한 믿음에서 나온 것일지 모른다.
미국 영국 러시아 일본의 흐름은 팍스 차이나에 대한 모든 것의 추세를 읽어야 그 속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지 않겠는가?
암튼 그건 그렇고.
“전쟁과 평화”
톨스토이가 위대한 까닭은 그가 “전쟁과 평화”를 썼다는 것이 분명히 말해주듯 삶과 죽음의 본질을 탐구했다는 점에서 나온다.
톨스토이가 말했듯, 전쟁은 삶과 죽음이라는 가장 극한 상황에서의 가장 진실된 모습을 표현해 준다.
크림 전쟁은 포성으로 시작하고 포성이 핵심이었던 전쟁 즉 오늘날의 미사일 전쟁, 스타 워즈가 나오기 이전의 포병전장이었다.
크림 전쟁은 세바스토폴이라는 요새를 둘러싼 포병전이었고, 여기서 죽어나간 양측의 전사자 군인의 수가 이 작은 요새 속의 작은 공간 하나에서 무려 23만명에 이를 정도로 크림 전쟁은 ‘죽음의 무덤’이었다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2016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밥 딜런- 그의 노래가 절규하듯이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야 전쟁을 그칠 것인가?”
얼마나 더 죽어야 삶과 죽음의 본질을 깨달을 수 있을까?
하지만 인간의 꿈과 욕망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기에, 전쟁 또한 결코 없어질 수 없지 않겠는가?
톨스토이의 소설에서 크림 전쟁에 대한 묘사를 하고 있는 부분을 보자. 삶과 죽음과 자연의 관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Hundreds of bodies, freshly smeared with blood, of men who two hours previous had been filled with divers lofty or petty hopes and desires, now lay, with stiffened limbs, in the dewy, flowery valley which separated the bastion from the trench, and on the level floor of the chapel for the dead in Sevastopol; hundreds of men crawled, twisted, and groaned, with curses and prayers on their parched lips, some amid the corpses in the flower-strewn vale, others on stretchers, on cots, and on the blood-stained floor of the hospital.
And still, as on the days preceding, the dawn glowed, over Sapun Mountain, the twinkling stars paled, the white mist spread abroad from the dark sounding sea, the red glow illuminated the east, long crimson cloudlets darted across the blue horizon; and still, as on days preceding, the powerful, all-beautiful sun rose up, giving promise of joy, love, and happiness to all who dwell in the world.
불과 2시간 전만 해도 고상하거나 작은 희망과 욕망들로 가득 차 뛰어들었던 수 백명의 사람들이, 지금은 선연하게 흘러내리는 피로 범벅이 된 채, 요새와 참호로 연결되어 있는 골짜기- 이슬 맺히고 꽃 흐드러진 산골짜기에서 사지가 뻣뻣해지며 죽어가고, 세바스토폴의 교회 장례 마당을 가득 메우고 있다. 수 백명의 장정들이, 여기 저기 꽃들이 피어있는 계곡 속에 내버려진 시체 더미 속에서, 또는 들것에 실려, 야전침대에 뉘여, 핏자국 가득한 병원의 바닥에서 목마른 입술로 저주나 기도의 소리를 뿜어내며, 살아나려고 기어오르거나, 몸부림치거나, 신음하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에서.
어제와 같이 변함없이, 샛별은 사푼 산 산마루 위로 새벽 빛이 동터 오르도록 빛나고, 반짝이던 별들은 서서히 희미해져 갔으며, 어둠 속에서 철썩거리던 바다 위로 하얀 아침 안개가 펼쳐지고, 둥근 해가 동녘 하늘을 아침 노을로 붉게 물들이기 시작하자, 길게 늘어선 자줏빛 구름 더미들은 푸른 지평선 위로 부리나케 달아나듯이 흩어지고 있었다. 이 세상에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기쁨과 사랑과 행복을 약속해 주는 어제와 같이 언제나 변함없는, 막강한, 그토록 아름다운 태양이 떠오른 것이다.
- 이 영어 부분은 톨스토이의 “세바스토폴 이야기” 중 나의 번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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