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탄생의 조건

2002년 개봉된 장예모 감독의 영화 “英雄”를 보면 진시황제가 칼 검자를 크게 써놓고 “천하” 통일의 의미를 설명해내는 장면이 압권입니다. 

제가 솔직히 그때에는 이해하지 못했는데 오늘에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칼 검자에 “천하”의 의미가 있다는 것을.

진시황제는 자신을 죽이려 온 자객에게  칼 검에서의 “天下”의 의미를 찾아내며 서로 싸우고 있는 중국 천하를 통일하게 되면 더 이상 인민들간의 피비린내 나는 싸움은 없을 거라는 뜻을 설명합니다. 
자객은 비로소 진시황제의 이러한 천하통일의 취지를 확인하고서 치밀하게 준비해 온 살인의 계획을 포기하고 돌아섭니다. 결국 자신의 목숨을 희생하고 맙니다.

칼 검자에 희생이 들어가 있다는 것은 제왕절개의 수술을 의미하는 시저리안 섹선 Caesarian section이라는 영어 단어 뜻에서도 발견됩니다.

천하를 얻으려면 희생이 결부되지 않고서는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말합니다.

요사이는 제왕절개 수술을 하더라도 아이와 엄마가 동시에 살아날 수 있지만 로마 황제 시이저가 엄마 배를 가르고 태어났다는 전설을 통해서 보면 예전에 제왕절개 수술을 하게 되면 엄마는 죽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엄마가 죽는 대신 아이가 태어났던 것입니다.

한 번 칼을 쓰게 되면 둘 다가 사는 법이 없습니다. 둘 중에 하나는 죽게 되어 있습니다. 누군가 죽어야 다른 하나가 살아나게 되는 것이 인생사 우주법칙입니다.
장예모의 영웅 영화에서 한 대사는 “生死相守 人不離人 (나와 비설은 생사를 함께 지켜온 사이이고, 우리 서로 사랑하는 연인 사이는 결코 이별하지 않는다”고 다짐하지만, 제왕절개 수술이 말해주는 엄연한 사실은 부모와 자식간의 사랑에서도 어쩔 수 없이 죽는다는 사실을 증거하고 있습니다.

칼 검자 해석을 봅시다.

僉자는 모두 함께를 뜻합니다. all, together, unanimous
亼 to assemble. to gather together, 
吅 [xuān]은 다투다의 변형이라고 하네요. variant of 訟 –(제가 이런 의미가 있다는 것을 미처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从 [cóng, cōng] from, by, since, whence, through 이구요.

僉자를 모두 함께를 뜻하는 것으로 통틀어 해석할 수도 있지만 all, together, unanimous, 
그 속을 다시 분리해 들어가서 보면, 인간 세상에서 두 사람이 이상이 함께 모이면 다툼이 일어나게 되는데 이를 칼로써 베어내 해결하는 것이 바로 칼 검자의 의미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복잡한 문제를 단칼로 해결한다는 뜻의 알렉산더 대왕의 칼의 의미하고 일치됩니다.

그리하면 장예모 감독의 영화 “영웅”에서 천하가 통일되면 싸움을 없애기 위해서 천하통일을 이루어내겠다는 의미하고 일치되고요. 그런데 장예모 감독이 놓치고 있는 이유는 아니면 오히려 그것을 강조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바로 희생이라는 겁니다. 칼 검자에서 칼 도 부수가 들어가 있는 의미는 칼을 쓰게 되면 반드시 누군가가 죽지 않으면 안되는 그런 “희생”이 결부된다는 엄연한 진실 말입니다.

그래서 그 영화 대사에서 “평화”의 의미를 간접적으로 설명하기도 하는데요, 아무튼 제왕절개 수술이나 진시황제의 칼 검자로 해석하는 영웅의 의미는 바로 “희생”(새로운 질서와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기 위해서는 누군가는 죽지 않으면 안된다는 엄연한 사실)에 있다는 것을 어원적 의미로써 설명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