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앙쥐에게 전하는 말
겁에 질러 웅크리고 있는 자그막하고 날샌 짐승아
네 가슴 속에는 어떤 두려움이 있는 거니!
넌 그렇게 날쌘 몸짓으로 허둥지둥
서둘러서 뛰쳐나갈 필요가 없잖니!
난 널 뛰어서 뒤쫓아가
피로 물든 쟁기질을 하지 않으련다!
사람의 횡포가 자연이
서로 교류하는 것을 파괴해 버린 것에 대해 정말 애석하네..
네가 사람에 대해 나쁜 인상을 가지는 것도 당연하고
그러니 넌 날 보고 깜짝 놀라 도망을 갔겠지
너나 나나 가난한 이 땅에 태어난 동지이고
또 언젠가는 죽을 수 밖에 다 같은 운명이거늘!
네가 가끔씩 음식을 훔친다는 걸 알고 있단다.
하지만 그래서 어떻단 말인가?
불쌍한 짐승아, 너도 살아 가야 하잖아!
말린 곡식 다발 속을 조금 갈아 먹는다면
적선한 셈치고 그냥 넘길 것이고
그 정도는 손해라고 생각하지 않을 터!
너의 쬐그만 집은
살짝 바람도 불어도 금새 무너질 담장과 막장으로 지어진
폐허 위에 서 있구나!
12월의 모진 삭풍이
휩쓸고 지나가고 나서
초가집이라도
새로 지을 만한 것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단다!
너는 모진 겨울이 곧 닥쳐올
황량한 들판을 보았겠지,
여기 쥐구멍 속에선 아늑하게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건 구멍이 무너지기 전까지의 생각일 뿐!
잔인한 무쇠쟁기가 너의 집을 지나가면 꽝이다!
보잘 것 없는 그 볏집 더미 속에서
쥐풀을 한정없이 뜯어 먹고 있구나!
이제 쫓겨 나면 얼마나 고생이 심하겠니!
집도 없고 가진 것도 없으면서
어떻게 추운 겨울의 찬비를 견디고
찬 서리를 견뎌낼 수 있으리!
하지만 친구야, 앞날을 예측해봐야 소용없는 건
너만이 아니란다.
생쥐와 인간이 아무리 계획을 잘 짜도
일이 제멋대로 어그러져
고대했던 기쁨은 고사하고
슬픔과 고통만 맛보는 일이 허다하잖니!
생쥐야, 그래도 넌 축복받았어, 나에 비하면!
넌 비록 현재의 위험만 도망치면 되잖아.
그렇지만 난 앗! 뒤돌아보면
미래란 정말 캄캄할 뿐!
앞을 쳐다보면 비록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추측밖에 할 수 없고 두려움만 가득하구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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