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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언어/창의력과상상력-에라스무스

새앙쥐에게 전하는 말

by 추홍희블로그 2015. 8. 16.

새앙쥐에게 전하는 말


 

겁에 질러 웅크리고 있는 자그막하고 날샌 짐승아

네 가슴 속에는 어떤 두려움이 있는 거니!

넌 그렇게 날쌘 몸짓으로 허둥지둥

서둘러서 뛰쳐나갈 필요가 없잖니!

난 널 뛰어서 뒤쫓아가

피로 물든 쟁기질을 하지 않으련다!

 

사람의 횡포가 자연이

서로 교류하는 것을 파괴해 버린 것에 대해 정말 애석하네..

네가 사람에 대해 나쁜 인상을 가지는 것도 당연하고

그러니 넌 날 보고 깜짝 놀라 도망을 갔겠지

너나 나나 가난한 이 땅에 태어난 동지이고

또 언젠가는 죽을 수 밖에 다 같은 운명이거늘!

 

네가 가끔씩 음식을 훔친다는 걸 알고 있단다.

하지만 그래서 어떻단 말인가?

불쌍한 짐승아, 너도 살아 가야 하잖아!

말린 곡식 다발 속을 조금 갈아 먹는다면

적선한 셈치고 그냥 넘길 것이고

그 정도는 손해라고 생각하지 않을 터!

 

너의 쬐그만 집은

살짝 바람도 불어도 금새 무너질 담장과 막장으로 지어진

폐허 위에 서 있구나!

12월의 모진 삭풍이  

휩쓸고 지나가고 나서

초가집이라도

새로 지을 만한 것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단다!

 

너는 모진 겨울이 곧 닥쳐올

황량한 들판을 보았겠지,

여기 쥐구멍 속에선 아늑하게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건 구멍이 무너지기 전까지의 생각일 뿐!

잔인한 무쇠쟁기가 너의 집을 지나가면 꽝이다!

 

보잘 것 없는 그 볏집 더미 속에서

쥐풀을 한정없이 뜯어 먹고 있구나!

이제 쫓겨 나면 얼마나 고생이 심하겠니!

집도 없고 가진 것도 없으면서

어떻게 추운 겨울의 찬비를 견디고

찬 서리를 견뎌낼 수 있으리!

 

하지만 친구야, 앞날을 예측해봐야 소용없는 건

너만이 아니란다.

생쥐와 인간이 아무리 계획을 잘 짜도

일이 제멋대로 어그러져

고대했던 기쁨은 고사하고

슬픔과 고통만 맛보는 일이 허다하잖니!

 

생쥐야, 그래도 넌 축복받았어, 나에 비하면!

넌 비록 현재의 위험만 도망치면 되잖아.

그렇지만 난 앗! 뒤돌아보면 

미래란 정말 캄캄할 뿐!

앞을 쳐다보면 비록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추측밖에 할 수 없고 두려움만 가득하구나!

 

*[1]



[1] 로버트 번즈, “To a Mouse”  (17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