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부치는 시
안개와 달콤한 수확의 계절
원숙한 태양의 절친한 친구여!
해와 공모하여 초가지붕 처마 주위로 퍼진
포도 넝클엔 열매로 채워 넘치게 하고
이끼낀 시골집의 나무는 사과 과일로 휘어지고
모든 열매마다 속까지 탐스레 익게 하고
호리병 모양의 박을 크게 부풀리고
달콤한 향기의 헤즐넛 열매를 살찌우고
꿀벌들을 위해 늦가을에 피는 꽃들을
저리 많게도 피어 나게 하여
따스한 날들이 멈추지 않을 거라 생각하리니.
여름날 땀 흘러 벌집에 꿀물이 넘치도록 했으니
가을에 거두는 추수의 모습을 못 볼 사람은 누구이련가?
누구나 잠시 고개 들어 멀리 내다 보면
땅 위에는 곡식 창고를 마냥 쌓아 놓고 있는
널 볼 수 있을 터,
네 머리칼은 바람에 겨가 날리듯 부드러이 흩날리고,
반쯤 수확을 한 고랑 위에서 양귀비꽃 향기에
취하여 깊이 잠들고, 너의 낫은
풀섶과 거기에 섞여 피어 있는 꽃들은 그대로 두고,
짐 실은 네 머리는 이삭 줍는 사람처럼
개천 너머로 응시하며,
과일즙 짜내기 옆에 참을성 있는 모습으로
마지막까지 스며 나오는 즙을 시시각각 지켜보고 있나니.
봄의 노래는 어디 있는가? 아 어디에 있는가?
봄 노래에 대한 생각은 말라. 너 역시 너의 노래가 있으니-
새털 구름이 꽃같이 피어났다 소리 없이 물러가는 때
추수 끝난 초원이 붉게 물들아 가는 때
이 가을이 오면 모기들은 만가의 슬픈 곡조로
강가의 능수버들 사이에서 슬퍼하고,
실바람이 일어나 소슬대거나 살랑거리며,
살찐 양들은 언덕에서 큰 소리로 울어 대고,
덤불 속엔 귀뚜라미가 노래하고, 부드러운 소프라노음으로
방울새는 정원에서 휘파람을 불고,
하늘엔 참새들이 떼지어 지저귀나니.
*[1]
**[2]
***[3]
****[4]
영국의 시인 키츠의 가을 묘사를 프랑스인의 시각으로 잠시 그림으로 살펴보면 어떠할까? 이를 위해서 프랑스의 시를 소개하는 책에 실려 있는 삽화를 카피해 온다. 실개천이 흘러내리는 모습, 들판에 붉게 타들어가는 모습, 양귀비꽃에 취해 누워있는 모습이나 석양에 지는 붉은 노을 등 키츠의 영국 가을 들판 묘사는 얼마나 닮아 있는가?
(그림 출처, Christiane Guise, “France And Its Poets: Middle Ages To The 19Th Century”, (2008).
[1] To Autumn – John Keats (1795-1821)
Season of mists and mellow fruitfulness,
Close bosom-friend of the maturing sun;
Conspiring with him how to load and bless
With fruit the vines that round the thatch-eves run;
To bend with apples the moss'd cottage-trees,
And fill all fruit with ripeness to the core;
To swell the gourd, and plump the hazel shells
With a sweet kernel; to set budding more,
And still more, later flowers for the bees,
Until they think warm days will never cease,
For Summer has o'er-brimm'd their clammy cells.
Who hath not seen thee oft amid thy store?
Sometimes whoever seeks abroad may find
Thee sitting careless on a granary floor,
Thy hair soft-lifted by the winnowing wind;
Or on a half-reap'd furrow sound asleep,
Drows'd with the fume of poppies, while thy hook
Spares the next swath and all its twined flowers:
And sometimes like a gleaner thou dost keep
Steady thy laden head across a brook;
Or by a cyder-press, with patient look,
Thou watchest the last oozings hours by hours.
Where are the songs of Spring? Ay, where are they?
Think not of them, thou hast thy music too,--
While barred clouds bloom the soft-dying day,
And touch the stubble-plains with rosy hue;
Then in a wailful choir the small gnats mourn
Among the river sallows, borne aloft
Or sinking as the light wind lives or dies;
And full-grown lambs loud bleat from hilly bourn;
Hedge-crickets sing; and now with treble soft
The red-breast whistles from a garden-croft;
And gathering swallows twitter in the skies.
[2] “가을은 얼마나 아름다운 계절인가! 공기는 상쾌하고 더운 기온도 이제 한풀 꺾인다. 과장이 아니라 말 그대로 흠 하나 없는 맑은 하늘이다. 시린듯한 봄의 초록보다 이렇게 볏 밑동이 널린 가을 들판이 더 좋은 적은 없었다. 따스하게 여겨지는 그림이 있듯이 볏집 널린 들판이 어쩐지 더 따스하게 보인다. 내가 일요일 산보를 하면서 이런 것에 영감을 받아서 이 시를 쓰게 되었다.”-(키츠가 친구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3] 기온이 내려갔다. 찬 공기가 불어 온다. 후드가 딸린 옷이라면 후드를 덮어 써야 할 것 같다. 구름 한 점 없는 맑고 푸른 하늘. 시리도록 맑은 날씨다. 어제 하이킹 하면서 낙엽 밝는 소리에 익숙해졌는데 이제 늦가을이 지나가는 것 같다. 겨울이 다가오는 것을 피하고 싶지만, 결코 피할 수가 없겠지! I'd try to ignore it but I can't help noticing that winter is just around the corner. 날씨 때문에 움츠려 드는 시간 존 키츠의 가을에 부치는 시를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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