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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수필/산보자의 명상록

꼿꼿하고 검푸른 나무 줄기 사이로

by 추홍희블로그 2015. 8. 10.

자작나무

 

꼿꼿하고 검푸른 나무 줄기 사이로 자작나무가

좌우로 휘어져 있는 걸 보면

나는 어떤 아이가 그걸 흔들고 있었다고 생각하고 싶어진다.

그러나 흔들어서는

눈보라가 그렇게 하듯 나무들을 아주 휘어져 있게는 못한다.

비가 온 뒤 개인 겨울날 아침

나뭇가지에 얼음이 잔뜩 쌓여 있는 걸 본 일이 있을 것이다.

바람이 불면 흔들려 딸그락거리고

그 얼음 에나멜이 갈라지고 금이 가면서

오색 찬란하게 빛난다.

어느 새 따뜻한 햇빛은 그것들을 녹여

굳어진 눈 위에 수정 비늘처럼 쏟아져 내리게 한다.

그 부서진 유리 더미를 쓸어 치운다면

당신은 하늘 속 천정이 허물어져 내렸다고 생각할는지도 모른다.

나무들은 얼음 무게에 못 이겨 말라 붙은 고사리에 끝이 닿도록 휘어지지만,

부러지지는 않을 것 같다. 비록

한 번 휜 채 오래 있으면

다시 꼿꼿이 서지는 못한다고 하더라도.

그리하여 세월이 지나면

머리 감은 아가씨가 햇빛에 머리를 말리려고

무릎 꿇고 엎드려 머리를 풀어 던지듯

잎을 땅에 끌며 허리를 굽히고 있는

나무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얼음 사태가 나무를 휘게 했다는 사실로

나는 진실을 말하려고 했지만

그래도 나는 소를 데리러 나왔던 아이가

나무들을 휘어 놓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어진다.

시골 구석에 살기 때문에 야구도 못 배우고

스스로 만들어낸 장난을 할 뿐이며

여름이나 겨울이나 혼자 노는 어떤 소년.

아버지가 키우는 나무들 하나씩 타고 오르며

가지가 다 휠 때까지

나무들이 모두 축 늘어질 때까지

되풀이 오르내리며 정복하는 소년.

그리하여 그는 나무에 성급히 기어오르지 않는 법을

그래서 나무를 뿌리채 뽑지 않는 법을 배웠을 것이다.

그는 언제나 나무 꼭대기로 기어오를 자세를 취하고

우리가 잔을 찰찰 넘치게 채울 때 그렇듯

조심스럽게 기어오른다.

그리고는 몸을 날려, 발이 먼저 닿도록 하면서,

휙하고 바람을 가르며 땅으로 뛰어내린다.

나도 한 때는 그렇게 자작나무를 휘어잡는 소년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한다.

걱정이 많아지고

인생이 정말 길 없는 숲 같아서

얼굴이 거미줄에 걸려 얼얼하고 근지러울 때

그리고 작은 가지가 눈을 때려

한 쪽 눈에서 눈물이 날 때면

더욱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진다.

이 세상을 잠시 떠났다가

다시 와서 새 출발을 하고 싶어진다.

그렇다고 운명의 신이 고의로 오해하여

내 소망을 반만 들어주면서 나를

이 세상에 돌아오지 못하게 아주 데려가 버리지는 않겠지.

세상은 사랑하기에 알맞은 곳:

이 세상보다 더 나은 곳이 어디 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나는 자작나무 타듯 살아가고 싶다.

하늘을 향해, 雪白의 줄기를 타고 검은 가지에 올라 

나무가 더 견디지 못할 만큼 높이 올라갔다가

가지 끝을 늘어뜨려 다시 땅 위에 내려오듯 살고 싶다.

가는 것도 돌아오는 것도 좋은 일이다.

자작나무 흔드는 이보다 훨씬 못하게 살 수도 있으니까.


-로버트 프로스트


Birches

 

When I see birches bend to left and right

Across the lines of straight darker trees,

I like to think some boy's been swinging them.

But swinging doesn't bend them down to stay

As ice-storms do. Often you must have seen them

Loaded with ice a sunny winter morning

After a rain. They click upon themselves

As the breeze rises, and turn many-coloured

As the stir cracks and crazes their enamel.

Soon the sun's warmth makes them shed crystal shells

Shattering and avalanching on the snow-crust ─

Such heaps of broken glass to sweep away

You'd think the inner dome of heaven had fallen.

They are dragged to the withered bracken by the load,

And they seem not to break; though once they are bowed

So low for long, they never right themselves:

You may see their trunks arching in the woods

Years afterwards, trailing their leaves on the ground

Like girls on hands and knees that throw their hair

Before them over their heads to dry in the sun.

But I was going to say when Truth broke in

With all her matter-of-fact about the ice-storm

I should prefer to have some boy bend them

As he went out and in to fetch the cows ─

Some boy too far from town to learn baseball,

Whose only play was what he found himself,

Summer or winter, and could play alone.

One boy one he subdued his father's trees

By riding them down over and over again

Until he took the stiffness out of them,

And not one but hung limp, not one was left

For him to conquer. He learned all there was

To learn about not launching out too soon

And so not carrying the tree away

Clear to the ground. He always kept his poise

To the top branches, climbing carefully

With the same pains you use to fill a cup

Up to the brim, and even above the brim.

Then he flung outward, feet first, with a swish,

Kicking his way down through the air to the ground.

So was I once myself a swinger of birches.

And so I dream of going back to be.

It's when I'm weary of considerations,

And life is too much like a pathless wood

Where your face burns and tickles with the cobwebs

Broken across it, and one eye is weeping

From a twig's having lashed across it open.

I'd like to get away from earth awhile

And then come back to it and begin over.

May no fate wilfully misunderstand me

And half grant what I wish and snatch me away

Not to return. Earth's the right place for love:

I don't know where it's likely to go better.

I'd like to go by climbing a birch tree,

And climb black branches up a snow-white trunk

Toward heaven, till the tree could bear no more,

But dipped its top and set me down again.

That would be good both going and coming back.

One could do worse than be a swinger of branch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