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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이론/사랑의 경제학

이녹 아든- 언제까지 얼마나 더 기다려야 된다는 걸까?

by 추홍희블로그 2015. 8. 7.

1.        바닷가 마을 정경

 

길다란 벼랑 끊기어 틈바구니 이루고,

거기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와 노란 모래밭이 펼쳐 있고,

그 너머 좁다란 부둣가 주위에 빨간 색 지붕들이 있네.

그 옆으로 낡은 교회가 보이고,

위로는 길다란 거리가 큰 탑처럼 솟은

굴뚝의 제분 공장까지 이어지며,

저 높은 하늘 너머의 민밎한 구릉에는

외국인 묘지가 있고,

그 아래 움푹 꺼진 작은 골짜기에는

가을이면 헤이즐넛 열매 줍는 사람들로 붐비는

녹음방초 우거진 개암나무 숲이 있네.

 

2.        세 아이들의 가정 환경과 해변가 놀이터

 

백년도 더 지난 오랜 옛날 이 바닷가 마을에

아이 하나씩 둔 세 가정이 살고 있었다네.

근처 항구에서 가장 아름답기로 소문난 소녀 애니 리,

방앗간집 외아들인 필립 라이,

가난한 선원의 어린 아들로써 겨울철 배가 난파당해 고아가 된 이녹 아든

이렇게 세 어린 아이들이

해변가의 버려진 물건과 통나무,

둘둘 말아놓은 밧줄, 검은 색의 고기잡이 그물,

녹슨 닻, 정박된 어선들이

널려진 곳에서 놀이를 하며

모래성을 쌓았다가

밀물에 부서지는 것을 지켜보거나, 아니면

하얀 파도를 쫓아 뛰어 다니며 하루의 발자국을 남기는데

그 귀여운 발자국은 그날로 파도에 씻겨 나갔다네.

 

3. 소꿉장난


동굴 속에서의 소꿉장난

벼랑 아래 좁은 동굴이 하나 있었는네

이곳에서 아이들이 소꿉장난을 했다네.

하루는 이녹이 남편되고, 그 다음은 필립이

그러나 새악시는 언제나 애니로 정해져 있었네.

간혹 이녹이 애니를 일주일 내내 차지하려고도 했네.

“이건 내 집이고 이건 내 귀여운 아내야.”

그러면 필립이 말했네. “내 아내이기도 해. 우리 차례대로 교대로 하기로 했잖아.”

이렇게 둘 사이에 다툼이 일어나면,

힘센 이녹이 주인 행세를 했네.

그러면 필립은 그의 푸른 두 눈에 분한 약자의 굵은 눈물을 글썽이며

 이녹 난 널 증오할꺼야.”하며 소리 내어 울었고,

이것을 본 귀여운 새악시는 따라 울면서

자기를 위해서도 서로 싸우지 말라고 말리면서

자기는 두 사람 모두의 귀여운 아내가 될 거라고 말했네.


4. 첫 사랑의 연정

어언 장밋빛 어린 시절은 지나갔고
이제는 떠오르는 햇살처럼 새 생명의 열기가 
두 사람에게서 느껴졌고, 이 둘은 
오로지 그 처녀 하나에게
연정을 품었네.
이녹은 자신의 사랑을 고백했지만
필립은 마음속에 품고만 있었네.
애니는 그보다 필립에게 더 상냥히 대한 것 같았지만
이녹을 사랑했네.
비록 사랑이 무엇인지 알지도 못했고
누가 물어보면 그것을 부정했지만.

5. 불타는 야망- 순조로운 사업 성공

이녹은 모든 돈을 최대한으로 아껴 저축하고
그래서 배 한 척을 사고,
애니를 위해 집도 마련하겠다는  
불타는 야망의 계획을 세웠네.
담대하고 행운도 따른 이 어부에게 
만사가 순조롭게 잘 풀려 나갔으며
그는 위험을 맞이해서도 침착하였고 
큰 파도 일렁거리는 해안선까지의 십리 길을 
단숨에 헤엄쳐 나오기는 이녹밖에 없었다네.
이녹은 무역선에 취업하여 일년간의 외국 항해 길을 마치고 
정식 선원 자격을 취득하였고,
바다 조류에 휩쓸려 넋 나간 인명을 세 번이나 구했다네.
이러한 것으로 보아 모두가 그를 추켜 새우고 칭찬했다네.
이녹은 스물 한 살의 성년이 갓 되기 전에 
배도 한 척 사들이고, 
오르기 팍팍한 방앗간에 잇닿은 좁다란 골목길의 중간쯤에
애니를 위해 새 둥지같은 아담한 집 한 채도 마련했네.

6. 첫 사랑 첫 관계 첫 상처

그러던 어느 황금빛 가을 저녁,
젊은이들 잠시 일손을 멈추고
손에 크고 작은 자루와 부대와 바구니 들고
개암나무 숲으로 해이즐넛 열매 따러 갔네.
필립은 병석에 누운 아버지의 병 간호하느라고
몇 시간 뒤따라 나섰는데
언덕을 올라서니,
비탈진 골짜기를 따라 
우거진 숲의 가장자리에
이녹과 애니의 한 쌍이 
손을 마주 잡고 앉아 있음이 보았네.
이녹의 회색빛 큰 눈과 바깥 날씨에 찌들린 얼굴은 
제사 지내는 사당을 비추는 
조용하고 엄숙한 향불처럼 환히 타오르고 있었네.
그들의 눈망울과 얼굴에서 자신의 운명을 읽었네.
그 두 사람의 얼굴이 서로 가까이 마주할 때 속으로 신음하였고
떨어질 때 총맞은 짐승이 달아나듯  
계곡의 숲 속으로 몸을 숨겼네.
다른 젊은이들은 모두 흥겨워 크게 떠들고 있었지만
그의 어두웠던 시간을 살짝 감추고, 일어나 그들을 지나쳐 돌아갔네.
그의 가슴 속에 평생을 두고 채울 수 없는 갈망을 품은 채.



7. 행복한 결혼생활과 사업 번창


그러다 이들은 서로 혼인을 맺고, 종소리 즐겁게 울려 퍼졌는데,

좋은 시간은 금새 흘러, 건강하고 자신감 넘치며, 

서로 사랑하고 좋은 일자리를 가진 행복한 칠년 

그 행복한 7년의 세월이 흘렀네.

아이도 태어났고, 첫 애는 딸이었네.

첫 아이가 태어날 때의 울음 소리를 듣고 이녹은

모든 수입을 아껴 모으고 저축해서

아이들을 부모 때보다 더 잘 키우고 싶은 고귀한 소망으로

일로매진했네.  

이녹이 거친 바다에 나가 있거나 

가끔씩 육지로 일보러 떠날 때면 외로운 그녀에게 

2년 후 정말 원하던 사내아이가 둘째로 태어나자 

그 소망을 새롭게 다졌네. 

이녹의 하얀 말, 바다냄새 나는 나무꼬챙이에 매달린 이녹이 잡아온 생선, 

수천의 겨울 바다 바람에 그을린 구릿빛 그의 얼굴은 

시내 중심가 시장 터뿐만 아니라

금요일 먹거리를 이녹이 배달하는 

구릉 너머의 중류층이 사는 동네,

더 멀리는 사자새끼 문양이 새겨져 있고 

그 위로 공작새 모양의 나무 장식이 달려 있는 큰 대문에 

수위가 지켜 서있는 외딴 대 저택에까지

잘 알려져 있다네.


8. 불행한 사고가 찾아오다


그러다가 변화가 일어났네, 변하는 것은 인간만사의 철칙이라네.

좁은 포구에서 북방으로 이십리 떨어진 곳의 큰 항구가 있어

이녹은 간혹 그곳에 도로나 바닷길을 통해 들르기도 했는데

언젠가 거기에 정박한 배의 돛대에 올라갔다가

실수로 발을 헛디뎌 그만 굴러 떨어졌다네.

한 쪽 다리가 부러져 사람들이 부축해서 일어났고

그곳에서 회복하고 누워 있는 동안

아내는 또 사내아이를 낳았는데, 그 애는 허약한 아이였네.

또 그 사이 그의 사업도 기울어 아내는 먹고 살 돈이 필요했네.

그게 부담이 되어 

꿋꿋하고 신앙심 깊던 사람도 몸져 누으니 무기력해지고, 회의와 비관이 일었네.

한밤중에 꾸는 악몽처럼

그의 아이들은 굶주림에 손가락을 빨며 

처참한 생활을 해가는 모습과 

사랑하는 아내는 걸인이 된 모습이 눈에 아른거렸네. 

그러자 이녹은 기도 드렸네.

“비록 내 한 몸은 어떻게 되더라도, 

그들만은 이(비참함)에서 구해주시옵소서”’

그가 기도하고 있는 사이 때마침 그가 일했던 배의 선장이

그가 불운하다는 소식을 듣고서 

그는 이 사람을 잘 알고 있고 또 그 사람의 가치를 인정하기에 찾아와서 하는 말이 

자기 배가 먼 중국을 향해 떠나는데 

갑판장의 자리가 비어 있다고 설명했네.  함께 가보지 않겠나?

이 포구에서 출항할 때까지는 몇 주일 여유가 있네.

이녹 자네가 그 자리를 맡아주면 하는데?

이녹은 그의 기도에 대한 응답이라고 기뻐하면서 

즉시 이 제안에 동의하였네.


9. 불행의 그림자가 거두어지는 꿈을 설계하다


그리하여 이제 조각 구름이 

뜨겁게 달군 태양을 잠시 가린 때

저 멀리 보이는 섬에서는 빛이 나는 것처럼 

불행의 그림자가 가려졌네.

그러나 그가 떠나고 나면 아내와 아이들은 어떻게 살아가지?  

이런 생각이 들자 이녹은 그의 계획에 대해 깊은 고민에 빠졌네.

배를 팔아 치워야 하나? 하지만 내게 배는 너무나 소중하지 않는가. 

내가 저 배로 거친 바다를 얼마나 누비고 헤쳐왔던가!

말탄 기사들이 말을 잘 알듯이, 내가 배를 잘 알지 않는가.

아니 배를 팔아 그 돈으로 물건과 가게를 사서

애니에게 뱃사람들이나 그들 아내들이 필요로 하는 장사를 시켜보는 건 어떨까.

그러면 내가 없는 집을 안 팔고 지켜낼 수 있으리라.

나도 내 나름대로 이곳 저곳 돌아다니며 장사를 하면 되지 않을까? 그렇지.

이본 항해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지? 두 번 세 번

몇 번이고 해야 한다면 해야지, 마침내 큰 돈을 벌어서 돌아올 때까지,

그리하여 큰 배의 선장이 되면, 

보다 큰 이익금을 챙겨서 보다 나은 생활을 해 나갈 수가 있고, 

내 귀여운 어린 자식들을 다 교육시킬 수가 있고, 

내 자신도 여생을 편안하게 보낼 수 있으리라.



10.  고뇌와 결단


이녹이 마음 속으로 모든 걸 결정하고

집으로 돌아오니 ,

갓난 아기를 보듬고 있는 

애니의 창백한 얼굴이 눈에 띄었고

애니는 반가운 눈물을 훔치며 뛰어나와

그의 품에 병약한 갓난아기를 안겨주었네.

이녹은 아이를 냉큼 두 손으로 받아 안고 

몸무게를 어림잡고 아버지의 정으로 얼러주면서 

마음 약해서 차마 자기의 계획을 꺼내지 못하고

다음날 아침이 되어서야 애니에게 털어 놓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