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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언어/시- Poema

이태백의 將進酒 vs 송강의 이단주

by 추홍희블로그 2015. 7. 28.

"달하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이런 우리 민요가 있는데, 그 이태백의 시에 ”將進酒”라는 시가 있다.  여기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人生得意須盡歡

莫使金樽空對月

天生我材必有用

千金散盡還復來”

 

이를 한 줄씩 해석해 보면

 

인생득의수진환: 인생 젊은 날 득의양양할 때 기쁜 마음으로 일과 공부에 매진하라.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외치는 테마가 바로 “현재를 즐겨라” 라틴어 경구 Carpe Diem이다.   카프페 디엠은 내일 죽을지도 모를 인생무상이니 그저 술마시고 현재를 즐기는 것이 보다 낫다라는 뜻이 아니다.  미래는 알 수 없는 영역인데, 현재에 충실하면 미래가 분명하지 않겠니? 이렇게 말하면서 젊은이들이 불안한 미래 때문에 손 놓지 말기를 경고하는 말이다.  그리고 사람은 내일 죽을 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 사람 목숨이니까 “하루를 최선을 다해 살아라”는 의미다.   젊은이들아, 미래 불안에 떨지 말고, 현재 주어진 시간을 기꺼이 잘 보내라.

 

막사금준공대월: 금 술잔을 달빛아래 그냥 모셔 놓고 있지 말라 =>

 

곳간에 쌀을 쟁겨 놓으면 무엇하냐?  써보지도 못하고 썩고 마는 것을? 이 말은 위대한 경제학자 케인즈가, 사치와 악덕의 유용성을 밝힌 맨더빌의 “꿀벌의 우화”에서 얻은 통찰을 통해, 소비가 살아나야 경제불황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주장한 소비의 미덕을 경제학적으로 이해하는 같다.  그리고 마틴 울프가 지적한대로, 저축을 과다하게 하는 것도 경제거품을 일으킨다. 일본 경제가 잃어버린 20년으로 나타난 원인도 바로 “저축 과잉 saving glut”때문이다.  머리 나쁜 부자들은 돈을 광에 쌓아 두고 있다가, 외환 위기가 닥치면 한 순간에 잃고 만다.  인생이나 자연과 마찬가지로 경제도 “과잉”은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다.

 

"저축 과잉"의 문제에 대해서는 정확히 이해하는 사람이 적은 이유는 "공급 과잉"이런 것은 사람들 눈에 보이는 반면 저축과잉은 "금융"이기 때문에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는 계산상이기 때문에 "화폐 착각" 개념처럼 사람들은 자기 눈에 보이는 "자산"에 대한 계산은 제대로 못하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마틴 울프의 "저축 과잉"의 문제 제기는 그의 책에서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울프가 국제화의 전도사로서 즉 제국주의의 기축통화를 전제로 하고 있는 입장이기에 국제 통화 문제 입장을 보고서 읽어야 할 것이다.  일본에서 막부 시대 "저축 과잉"의 문제를 다룬 책을 봤는데 "사치" 경제에 관련된 방대한 분량이어서 내가 그것을 카피해 오지는 않겠다.  방대한 일본어를 여기에 카피하면 좀 이상해 지고해서.  영어로 분석된 것은 웹에서는 찾을 수가 없었다. 

 

천생아재필유용: 타고난 재능은 언젠가는 세상에 빛을 볼 수 있다.  지식과 재능을 연마하면 언젠가는 꼭 유용하게 쓰임새가 있기 마련이니 재능을 꾸준히 갈고 닦아라.

 

천금산진환부래: 돈이야 흩어졌다 다시 돌아오기도 하는 것이니


이태백이 낙천주의를 볼 수 있는 멋진 문구다.  경제학적으로도 설명할 수 있는 매우 탁월한 문구다.  영어 표현으로는 이렇게 옮길 수 있다.   영어 속담으로는 이런 표현이 적당할 것 같다.  "What goes up must come down." 

 

이백의 시귀에서는 "돈이야 흩어졌다"가 먼저 나오니까 직역하면 "What comes down must go up"이 되겠지만 영어 속담은 일반적으로 거품 투기 거품을 경고하는 의미에서 나온 표현이므로 Up이 먼저이고 이 표현이 일반적이다.  애들 시이소오 놀이 할 때 Up 올라가는 것이 먼저 나오지 않나?

 

낙천주의는 심리학적으로 보면 오늘날 인기 있는 심리학 분야인 “긍정 심리학”에 해당한다.  경제학적으로 “비즈니스 사이클”의 존재를 인정하는 견해다.  경제와 심리는 이렇게 연결되는 융합차원에서 이해해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내 평소 주장을 이백의 싯구에서도 말하고 있음을 발견한다.  많은 사람들이 경제를 단순함수 기울기로 이해하는 잘못을 빠지는 경우가 많다.  울 인생은 부침이 있는 것이고 경제도 마찬가지다.  달도 차면 기울고 대지가 숨이 차면 비가 내린다.  나막신 장수와 우산장수를 어머니의 걱정은 반대로 겨울에 밀집모자를 사두고 길목을 지킨다는 여유로 생각을 전환하면 편해질 것이다.

 

내가 이태백의 시를 오늘 읽어본 까닭은 송강 정철의 한시 해석을 하다가 옆으로 샜기 때문이다.  송강 정철의 한시로 돌아가서 한시번역을 끝내보자.

 

 송강 정철이 과음이 한다고 해서 반대파들로부터 탄핵을 받게됐는데 이에 임금님(선조)은 송강의 음주를 이렇게 변호했다고 말한다.

“上曰。某之飮酒。予固知之。渠亦自言之矣。蓋其飮亦緣無以遣懷。可哀也。不可嫉也”

선조의 이말을 우리말로 풀이하면 다음과 같다.

"송강 정철의 음주는 나도 알고 있고, 그 역시도 스스로 인정하는 바다. 그가 술을 마시는 까닭은 그의 심회(心懷: 마음의 안타까움)를 풀어 낼 길이 없기 때문이다. 그것은 딱한 것이니 너무 그를 이상하게(嫉) 보지 말아라.“  여기 임금님의 말씀 "송강의 술 마시는 것을 가지고서 너무 그러지 말라"에서 한자는 "질"이다.  송강을 탄핵하는 반대파의 의견를 받아들이지 않고, 송강의 음주를 이상하게 보지 말라는 뜻으로 "시기할 질嫉"을 쓰고 있다.  우리 시쳇말로 옮기면 "신하들아, 송강을 시기하지 말라, 즉 "지랄"하지 말라는 뜻이다.  "꾸짖다"라는 한자는 "叱責(질책)"이다.


송강이 벼슬을 잃고 딱한 처지에 마음 풀길 없어서 술을 벗삼고 애석한 마음을 달랜다고 이해를 한 것이다.  기뻐서 한 잔 슬퍼서 한 잔 한다고 말하는데 기뻐서 한 잔 하는 경우는 세상 사람들이 다들 권주가를 부르고 함께 해준다.  그러나 세상 사람들과 세상 일에 자신의 뜻대로 돌아가지 않는 선비의 마음으로는 술을 통해서 회포로 푸는데 권력끈이 떨어지면 그런 것도 남들에게 눈총을 맞고 남들에게 비난을 받는 딱한 처지가 된다.  내가 돈 있고 권력을 쥐고 있을 때는 사람들이 몰려 온다. 이것은 변함 없는 인간 본성이다.  권력끈 떨어지고 국물이라도 먹을 것이 없다고 여겨지는 순간 사람들의 발길은 끊기게 된다.  돈과 권력과 아편 중독은 떨어져 보기 전까지는 느끼지를 못한다.

 

송강 정철의 7언고시 “이단주 已斷酒”를 번역해 본다.


금주가


“그대에게 묻노니

어찌하여 술을 끊었나요? 

술 속에 오묘한 이치가 있다는데

나는 알지 못하네. 

지난 25년 동안

매일 아침 저녁으로

비싼 술잔을 대했지만 

지금껏 마음의 벽을 깨뜨리지 못했으니 

술 속에 오묘한 이치 있다지만

나는 알지 못하네.” 

  

  問君何以已斷酒 (문군하이이단주)

  酒中有妙吾不知 (주중유묘오불지)

  自丙辰年至辛巳 (자병진년지신사*)

  朝朝暮暮金屈巵 (조조모모금굴치**)

  至今未下心中城 (지금미하심중성)

  酒中有妙吾不知 (주중유묘오불지)

 

* 25년 반세기로 번역한 것은 병진년에서 신사년에 이르기까지를 육십갑자로 환산하면 25년이 되기에 그렇게 옮겨봤는데 내가 송강 정철(松江 鄭澈, 1536-1593)의 귀양살이 등 개인사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금굴치(金屈巵)는 구부러진 손잡이가 달린 금으로 만든 사치스런 술잔을 말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