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수도 파리에는 세느강이 흐르고 있어서 다리가 많이 있다. 그런데 수 많은 다리 중에서도 왜 유독 “미라보 다리”가 유명할까? 아폴리네르의 시로 유명해진 이름일 것이다. “미라보”는 장소명이 아니라 사람 이름이다. 프랑스 혁명 (1798년)이 일어나기 직전 그는 구체제를 청산하고 영국처럼 입헌군주제를 채택하여 개혁을 부르짖었던 귀족이었다. 모든 귀족들이 기득권을 고집하고 부패하여서 프랑스 혁명을 불러온 것은 아니다. 사람 사는 곳에는 보수와 진보의 두 이념적 흐름이 뚜렷이 형성되어 있다. 일본이나 한국의 정치 체제가 “금전정치” “파벌 정치”로 인해서 보수세력이 절대다수로 정치를 장악하고 있긴 하지만 이것은 세계적인 흐름 속에서 예외적인 현상에 불과할 것이다.
프랑스는 혁명 이후 귀족 체제가 타파되어 평등 사회가 강조되어서인지 모르지만 미라보 공작의 이름 가운데 “de”가 빠져 있어서 미라보 공작을 가르키는 이름인지를 잘 모르는 경우가 흔하다. 미라보 de Mirabeau는 (1749-1791) 프랑스 혁명기를 생각나게 하는 이름이다. 그런데 아폴리네르는 “혁명”가는 전혀 상관없이 개인적인 “사랑”의 시로 “미라보” 개인적인 사적인 이미지로 변형시키고 만다.,
대부분이 그렇듯이 시간이 흐르고 나면 제 아무리 핏빛 선연한 무서운 혁명이었다고 해도 혁명은 잊혀지고 남녀간의 사랑만이 부각된다. 세월이 가고 시간이 지나고 나면 제 치열했던 혁명의 열기와 배경은 사라지고 만다.
그리고 역사는 반복된다. 과거가 다시 밀려 올 때 희망은 사라진다. 과거의 반복은 희망의 종말일까? 울프가 말했듯이 아마 그럴 것 같다.
파리의 세느강에서 장발잔이 타고 쫓기던 것처럼 시간에 쫓기며 유람선을 타 본 오래 전의 기억이 나는데 미라보 다리 자체가 예술성이 높아서 유명해진 다리가 아니다.
다리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양쪽을 연결을 하는 통로의 기능을 한다. 이쪽에서 저쪽으로 건너가는 길목이다.
다리는 반역에 해당한다. 물결을 거스르는 역할을 하고 “거래”를 해 주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미라보 다리”는 미라보의 이름을 간직할 만 하다. 미라보는 반역자이었기 때문이다. 42세로 처단해 그의 삶이 말해주듯이 그는 반역자이었다. 그는 자기 계급을 배반하였고, 박터지게 아내하고 이혼했고, 독일과 영국의 외국 체제를 동경했고, 외국과 거래했다.
미라보의 삶이 말해주듯 “혁명”과 “사랑”이 공유한 금실타래는 “배반”이라는 것에 있을 것이다.
프랑스 혁명의 표시였던 “밤나무” 아래서도 많은 사람들이 서로를 속이고 속였다.
혁명과 사랑이 공유한 한 가지는 진실은 바로 “배반”이라는 것이다.
인간은 모두가 배반한다.
아폴리네르가 읊은 대로
우리의 삶은 세느강처럼 길고 느리게 흘러가는데 왜 희망은 그토록 무참히 깨지고 마는 것일까?
여담이지만 여기서 하나 지적하고 넘어가고 싶은 것은 내가 불어는 할 줄 모르지만 영어 번역과 대조해 보면
우리나라에서 번역된 시 구절 “흐르는 강물처럼 사랑은 흘러간다/사랑은 흘러간다./
삶이 느리듯이/희망이 강렬하듯이”는 아마도 오역인 것 같다.
불어 원문
“L'amour s'en va comme cette eau courante
L'amour s'en va
Comme la vie est lente
Et comme l'Espérance est violente”
영어 번역
“Love goes away the way the waters flow
Love goes away
How life is long and slow
How hope of life can deal so strong a blow”
임을 볼 때 그 동안 우리나라에서 알려진 번역은 오역임이 분명한 것 같은데
아무튼 아폴리네르의 시집이 발표된 때가 1913년이라는 것이다. 나는 이 시점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며 아폴리네르의 시를 새롭게 번역하고자 한다.
사실 여러 해 전에 아폴리네르의 시를 번역했을 때는 내가 몰랐던 부분이다.
*** "밤나무 아래"서 서로 속이고 속였다는 표현 등
교과서나 시중의 통속한 잡지 속에서 발견한 시를 내가 어렸을 적엔 제대로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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