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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 해산 심판-한국편-I편

by 추홍희블로그 2015. 7. 23.

 

정당 해산 심판 JUDICIAL REVIEW OF POLITICAL PARTIES:
A Comparative Study of Korea, Germany, U.S. and Austral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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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편-I



목차

책을 펴내면서 i

들어가기 vi

서문 1

I. 한국의 정당 해산 심판 12

1. 정당 관련 헌법재판소 판결 요약 12

2. 정당 해산 심판 주요 쟁점 17

3. 최종적인 헌법 수호자로서의 역할 21

4. 헌법 재판과 가처분 명령의 필요성 26

4.1. 가처분 명령의 법적 성격

4.2. 가처분 조항의 위헌성 여부

4.3. 재판 지연과 사법 정의 실현

5. 국가적 위기 상황의 존재와 사실 판단33

5.1. 치안상황인가? 전쟁상황인가?

5.2. 국가 위기 national crisis 시대와 기본권 축소 제약 시도

6. 정당의 정책 강령에 대한 위헌성 판단 기준 41

7. 1958년 진보당 해산 사건 44

7.1. 정당의 강령 정책이 헌법에 위배되는지 여부

7.2. 진보당 해산 사건

7.2.1. 사실 관계

7.2.2. 정부의 공소 제기와 법적 쟁점

7.2.3. 재판 경과 과정

7.2.4. 판결 주문

8. 진보당 사건 대법원 재심 판결 51

8.1. 사실 개요

8.2. 법적 쟁점

8.3. 법원의 판단

8.3.1 내란 공모를 입증하는 방법

8.3.2. 불법 결사에 해당하는지 여부

8.3.3. 대법원의 판결 이유

9.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간의 권한 다툼 62

9.1. 서브 주디스 sub judice 원칙

9.2. 헌법 위기 constitutional crisis의 소재

10. 헌법 재판의 공정성과 무죄추정의 원칙 66

10.1. 무죄추정의 원칙과 beyond reasonable doubt

10.2.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들지 않을 정도의 증명력

10.3. 정당 구성원에 대한 사상 검증의 문제

10.4. 정당 기본권의 침해

11. 정당 해산 명령의 실효성 78

11.1. 헌법 위기-해산 명령의 집행은 행정부가 담당

11.2. 정당 해산 명령의 실효성-대체 정당의 경우

11.3. 미국은 어떻게 헌법 위기를 돌파했을까?

11.4. 헌법재판소의 금지명령과 법원모독죄 구성 요건

12.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헌법 제107조제2항 헌법 해석 83

12.1. 헌법 제107조제2항 헌법 해석의 문제

12.2. 헌법 재판과 행정 소송의 경합관계

12.3. 헌법 규정의 불명확성에 대한 헌법 해석

13. 정당 해산 심판과 적법 절차 원칙 88

13.1. 소적격성

13.2. 실체적 적법 절차 원칙

14. 정당 해산과 의원직 상실 여부 91

14.1. 정당 해산과 함께 의원직도 상실되나?

14.2. 의원의 헌법 준수 의무와 의원 자격 상실 문제

15. 법의 지배 Rule of law 법치국가 Rechtstaat 94

15.1. 법 개념 고정화의 위험성

15.2. 자유 민주적 기본질서의 개념

15.3. 민주적 기본질서- 본질적으로 논쟁적인 개념인가?

15.4. 민주 국가에서 정당의 존재 가치

15.5. 사법적극주의 judicial activism의 한계

 

 


 

 

I. 정당 해산 심판-한국-I[1]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민주주의란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of the people, by the people, and for the people” 정치 체제를 말한다.


 

 

1. 정당 관련 헌법재판소 판결 요약

 

정당 political party의 법 개념

 

“정당이라 함은 국민의 이익을 위하여 책임 있는 정치적 주장이나 정책을 추진하고 공직선거의 후보자를 추천 또는 지지함으로써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국민의 자발적 조직을 의미하는 것이다.[2]

(헌재 1991.3.11 91헌마21, 판례집3, 91, 113.)

 

정당의 기능과 역할

 

정당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정치적 의사 형성에 있다.  정당은 국민의 이익을 위하여 정부를 비판 견제하고,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기도 한다.  “정당은 정치적 결사로서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적극적으로 형성하고 각계각층의 이익을 대변하며, 정부를 비판하고 정책적 대안을 제시할 뿐 아니라, 국민 일반이 정치나 국가 작용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매개체의 역할을 수행하는 등 현대의 대의제민주주의에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공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헌재 2009.10.29. 2008헌바146, 판례집 21-2, 248, 261-262.)

 

“정당이 국민의 이익을 위하여 책임있는 정치적 주장이나 정책을 추진하고 공직선거의 후보자를 추천 또는 지지함으로써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국민의 자발적 조직으로서 다른 집단과는 달리 그 자유로운 지도력을 통하여 무정형적이고 무질서한 개개인의 정치적 의사를 집약하여 정리하고 구체적인 진로와 방향을 제시하며 국정을 책임지는 공권력으로까지 매개하는 중요한 공적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인 것이며 그와 같은 정당의 기능에 상응하는 지위와 권한을 보장하고자 하는 헌법정신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헌재 1997.5.29. 96헌마85, 판례집 91-1, 558, 566-567.)

 

정당 국가 the party state (Parteienstaat)의 법적 개념

 

“종래 자유주의적 대의제 민주주의는 정당국가의 발전과 더불어 획기적인 변화를 맞은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정당국가 현상은 미국과 같이 예외적인 경우도 있지만 현대국가의 일반적 경향이다.  그리하여 정치적 중심이 ‘의회’로 부터 ‘정당’으로 점차 이행하고 있고 이에 따라 국회의원의 지위도 변화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정당국가적 민주주의는 긍정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측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긍정적인 측면으로는 1. 정당을 통하여 국민의 의사가 다양하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국가의사 형성과정에 반영될 수 있다는 점 2 정당 사이에서 의회 내의 의견이 사전에 조정됨으로써 의회 내의 의사결정이 효율적으로 정리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반면에 부정적인 측면으로는 1 수뇌부의 국회의원들이 소신에 따라 의정활동을 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 2 합리적인 대화와 토론보다는 정당들의 막후통합을 통한 사전조율에 의하여 의회가 정부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게 된다는 점등이 거론된다.  이처럼 정당국가적 현실이 반드시 긍정적 측면만을 갖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당의 기능과 활동의 민주성 확보, 정당의 소속의원에 대한 구속의 제한 등을 통하여 정당국가의 부정적 효과를 상쇄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헌재 2003.10.30 200헌라1, 판례집 15-2(), 17, 35.)

 

헌법상 정당을 보호하는 이유

 

우리나라 헌법은 정당제 민주주의에 바탕을 두고 정당설립의 자유와 복수정당제를 보장하고 있다(8조제1).  정당의 목적 조직 활동이 민주적인 한 국가에 의해 보호받으며, 국가는 정당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보조할 수 있다 (8조제2, 4).  헌법이 이같이 정당을 두텁게 보호하는 이유는 “정당이 국민의 이익을 위하여 책임있는 정치적 주장이나 정책을 추진하고 공직선거의 후보자를 추천 또는 지지함으로써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국민의 자발적 조직으로서 다른 집단과는 달리 그 자유로운 지도력을 통하여 무정형적이고 무질서한 개개인의 정치적 의사를 집약하여 정리하고 구체적인 진로와 방향을 제시하며 국정을 책임지는 공권력으로까지 매개하는 중요한 공적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인 것이며 그와 같은 정당의 기능에 상응하는 지위와 권한을 보장하고자 하는 헌법정신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헌재 1997.5.29. 96헌마85, 판례집 91-1, 558, 566-567.)

 

정당 설립의 자유를 위축시킬 경우 헌법적 한계

 

“민주적 의사형성 과정의 개방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정당 설립의 자유를 최대한으로 보호하려는 헌법의 정신에 비추어, 정당의 설립 및 가입을 금지하는 법률 조항은 이를 정당화하는 사유의 중대성에 있어서 적어도 ‘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위반’에 버금가는 것이어야 한다고 판단된다. 다시 말하면, 오늘날의 의회민주주의가 정당의 존재 없이는 기능할 수 없다는 점에서 심지어 ‘위헌적인 정당을 금지해야 할 공익’도 정당 설립의 자유에 대한 입법적 제한을 정당화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것이 헌법의 객관적인 의사라면, 입법자가 그 외의 공익적 고려에 의하여 정당 설립 금지조항을 도입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헌법에 위반된다. 따라서 정당설립 금지의 규정이 정당의 위헌성이나 정치적 성격 때문이 아니라 비록 다른 공익을 실현하기 위하여 도입된다고 하더라도, 금지규정이 달성하려는 공익은 매우 중대한 것이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헌재 1999.12.23. 99헌마135, 판례집 11-2, 800, 815.)

 

정당 등록 취소 법률 규정의 위헌성 여부

 

“헌법 제8조 제1항의 정당설립의 자유와 헌법 제8조 제4항의 입법취지를 고려하여 볼 때, 단지 일정 수준의 정치적 지지를 얻지 못한 군소정당이라는 이유만으로 정당을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과정에서 배제하기 위한 입법은 헌법상 허용될 수 없다.  다만 실질적으로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할 의사나 능력이 없는 정당을 정치적 의사형성과정에서 배제함으로써 정당제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고자 하는 한도에서 정당등록취소조항의 입법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고, 국회의원선거에서 원내 진출 및 일정 수준의 득표에 실패한 정당의 등록을 취소하는 것은 이러한 입법목적 달성에 유효한 수단이 될 수 있다.  … 그런데 일정기간 동안 공직선거에 참여할 기회를 수회 부여하고 그 결과에 따라 등록취소 여부를 결정하는 등 덜 기본권 제한적인 방법을 상정할 수 있고, 정당법에서 법정의 등록요건을 갖추지 못하게 된 정당이나 일정 기간 국회의원선거 등에 참여하지 아니한 정당의 등록을 취소하도록 하는 등 입법목적을 실현할 수 있는 다른 법적 장치도 마련되어 있으므로, 정당등록취소조항은 침해의 최소성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  따라서 정당등록취소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어 청구인들의 정당설립의 자유를 침해한다. (헌재 2014.01.28 2012헌마431.)

 

정당 해산 심판에서 가처분 명령의 법적 성격

 

“헌법 제8조 제2항 및 헌법 제8조 제4항은 정당의 자유에 대한 한계를 정하고 있으므로, 정당활동의 자유 역시 헌법 제37조 제2항의 일반적 법률유보의 대상이 되고, 가처분조항은 이에 근거하여 정당활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률조항이다.  가처분 제도를 두지 않으면 종국결정이 선고되더라도 그 실효성이 없어 회복하기 어려운 불이익을 주게 되고, 정당해산심판이 갖는 헌법보호라는 측면에 비추어, 헌법질서의 유지ㆍ수호를 위해 일정한 요건 아래에서는 정당의 활동을 임시로 정지할 필요성이 있으므로, 가처분조항은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정성이 인정된다.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기 위해서는 그 인용요건이 충족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그 인용범위도 가처분의 목적인 종국결정의 실효성을 확보하고 헌법질서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범위 내로 한정되며, 가처분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정당해산의 요건이 소명되었는지 여부 등에 관하여 신중하고 엄격한 심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나아가 가처분이 인용되더라도 종국결정 선고 시까지만 정당의 활동을 정지시키는 임시적이고 잠정적인 조치에 불과하므로, 기본권 제한의 범위가 광범위하다고 볼 수 없다. 그 밖에 가처분과 동등하거나 유사한 효과가 있는 덜 침해적인 사후적 수단이 존재한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침해최소성의 요건도 충족하였다.  가처분조항에 의해 달성될 수 있는 정당해산심판의 실효성 확보 및 헌법질서의 유지 및 수호라는 공익은, 정당해산심판의 종국결정 시까지 잠정적으로 제한되는 정당활동의 자유에 비하여 결코 작다고 볼 수 없으므로 법익균형성도 충족하였다.  따라서 가처분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정당활동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헌재 2014.02.27 판결, 2014헌마7.)

 


 

2. 정당 해산 심판과 주요 법적 쟁점

 

정당 해산 심판은 정치와 법의 관계를 다루는 영역이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 민주주의에 도전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고 그 도전 세력에 대해 전쟁을 선포할 수 있는 것일까?  민주주의는 누구나 자유롭게 정치적 의사 형성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을 보장하는 제도인데 선거에 참여하는 것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정당 강제 해산 조치는 과연 민주주의 원칙과 양립하느냐의 의문이 바로 들 것이다.  정당해산 헌법재판 제도는 민주주의의 기본전제인 다양성과 다원성을 보장하기 위해 소수정당을 다수정파의 권력으로부터 보호하는 수단의 성격을 갖는다.[3]   이러한 ‘민주주의 딜레마’[4]는 정당을 강제 해산할 수 있는 정당의 행위의 범위와 정도를 어떻게 정할 것이며, 언제 어느 시점부터 정당의 행위로 간주될 수 있으며, 정당의 이념이나 의도는 어떻게 파악할 것이며, 폭력 테러 행위에 대한 유죄 입증 방법과 증거의 증명력, 국민 기본권의 침해가 용인될 수 있는 범위와 정도 등 난해한 문제들로 둘러 쌓여 있다.

 

한편 민주주의 정치라면 국가의 정책에 관한 문제에서는 국민의 의사를 대표하는 입법부가 최종적인 힘을 가지는 것이 민주주의 정치의 기본 원칙상 타당하지 않느냐의 문제가 있다.  국민의 의사를 대변하는 입법부가 국민의 의사에 따라서 내린 정치적 결정에 대해서 사법부가 개입한다는 것은 사법 쿠데타라고 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사법부 판결의 권위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영미국의 경우 사법부가 ‘선출된 권력 elected government’에 대한 최종적인 통제 기능을 한다는 것-즉 사법부의 최종 판결에 대한 권위의 문제에 의문을 품는 일은 일어나기 어려울 것이다.[5]  영미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사법 심사 judicial review 제도가 확립되어 왔기 때문이다. 정당 해산 심판은 행정부의 행위에 대한 사법 판단의 일환이다.  정당 해산 심판은 헌법기관간의 권한 다툼에 있어서 헌법상의 기본적인 원칙들이 검토될 것이다. 무죄추정의 원칙, 정치적 표현의 자유, 집회 결사의 자유, 정당의 기본권 보장 등 국민 기본권의 본질적인 문제들이 함께 검토될 것이다. 이러한 법적 쟁점들은 극소수 과격분자에 대한 대처법-반테러니즘 Counter-Terrorism과 동일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영역에서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권한 다툼의 가능성이 존재한다면 그것을 해결해내는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어떤 명확한 답이 제시되어 있지 않다.  헌법재판소의 정당 해산 심판이전, 대법원에서는 이미 정당의 위헌 여부에 대해서 확정판결을 내린 바 있다.  2011 120일 대법원은 1959년 ‘진보당 사건’에 대한 재심 판결에서, “진보당은 국헌에 위배되거나 북한에 부수하여 국가를 변란할 목적으로 구성된 결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의 강령과 목적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지 여부”에 대하여 확정판결하였지만, 행정소송이 제기되어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구해진다면, 정당의 위헌 여부에 대해서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로 내린 선례를 변경시킬 수 있는 법적 힘은 누구에게 주어져 있다고 헌법해석을 하여야 할까?

정당 해산 심판은 민주적 기본질서와 정치적 기본권에 관련된 문제이므로 법적 쟁점들이 복잡하게 나타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지금까지 학계나 법조 실무계에서 깊게 논의된 경우는 별로 많아 보이지 않았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독일 헌법재판소의 1956년 독일공산당 정당 해산 사례를 정당 해산 헌법 재판에 있어서 헌법 해석의 출발점으로 삼아 온 것 같았다.  이러한 접근 태도는 정당의 정책 등이 자유 민주적 기본 질서에 일치되느냐의 문제 즉 정치이념적인 체제 문제에 초점을 맞추게 되는 결과를 가져온 것으로 보이고, 따라서 베니스 위원회가 밝히는 대로, 정당 해산 심판에 관련된 주된 이슈는 무죄추정의 원칙, 정치적 표현의 자유, 집회 결사의 자유, 정당의 기본권의 보장 등 국민기본권의 본질적 문제들을 놓치는 한계점을 보인 것 같다.

3. 최종적인 헌법 수호자로서의 역할

 

헌법 재판의 임무

 

“헌법재판은 국가기관이 헌법을 지키지 아니하는 행위를 했을 때나 헌법이 뜻하는 바에 대하여 의문이 생겼을 때에 행하여진다. 그렇게 함으로써 국가기관으로 하여금 헌법을 잘 지키도록 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함으로써 질서를 유지하고 민주주의를 보호하는 것이 헌법재판의 중요한 기능이다. [6]  헌법재판에는 위헌법률심판, 탄핵심판, 정당해산심판, 권한쟁의심판, 헌법소원심판 등이 있다.  선거소송심판은 법원에서 맡고 있다.  헌법 재판의 종류가 함축적으로 말해주듯이, 헌법 재판은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 역할 as guardian of fundamental rights, 입법부와 행정부를 견제 감사하는 기능overseeing the institutional balance, 민주주의 사고와 토론의 마당 제공 providing a deliberative forum, 사회의 공평성과 절차적 공정성을 실현해내는 정책 감독자 역할 regulatory watchdog을 담당하고 있다. [7]


헌법은 기본법이고 최상위법이다.  헌법은 모든 법률보다 상위에 위치하는 헌법의 최고 규범성을 가진다. 헌법 재판을 담당하는 헌법재판소는 헌법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 last bastion로써 헌법 수호의 최고 상위의 지위를 차지한다.  헌법 재판은 국가기관(헌법이 정하는 각 기관간의 기능과 권한을 정하고 그리고 국가와 국민간)간의 다툼을 해결하고, 국가 위기 상황에서 헌법이 파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존재한다.  헌법 재판은 위기 상황 속에서 분쟁을 종식시키는 위한 최후의 지위에서 판결을 내리므로 종국적인 성격 finality을 갖는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다음과 서술하고 있다.“헌법재판은 일반 소송과 달리 국가기관이 그 재판의 결과에 따르지 아니하여도 이를 강제적으로 따르게 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견해는 “구제수단이 없는 권리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remedies precede rights”는 법언에 비추어,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권리구제의 확보 수단이 없다면 헌법재판의 판결의 중요성과 그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커질 것이다.  만약 헌법재판소의 명령이 행정부나 또는 입법부를 구속할 방법이 없다고 한다면 과연 어떻게 헌법을 수호해 수가 있을까?


하나의 대법원 one supreme court 만을 두고 있는 미국의 헌법과는 달리 우리나라 헌법은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나눠 분담하는 2원적 사법 구조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 헌법재판소의 위상은, 스스로 쟁취한 미국의 대법원과는 달리, 헌법재판소의 지위와 권위를 부여해 준 정치권(입법부)에 부수적인 위상을 가져온 것은 아닌지 그런 의문이 들기도 한다.  1987년 헌법 체제 이후 지나온 지난 시절을 회상해 보면, 미국 건국의 영웅들의 시대처럼, 정치적 합의와 타협의 과정에서 헌법과 법률을 만들고 민주 국가의 발전을 이룩해 내었던 시기라고 보여진다.  이 기간은 입법부의 법률 제정을 통하여 법치국가를 확립해 온 “입법 전성의 시대” 또는 “정치의 시대”이었다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연방대법원은 법원조직법에서 규정한 원심 기능 조항을 위헌(사법부를 구성하게 만든 원천적인 법률의 하나인 법원조직법마저 위헌법률이라고 판결했다)임을 확인하고, 연방대법원이 헌법의 최종적인 수호자의 지위를 갖는다는 원칙을 확립해 냈다.  “입법부의 권한은 규정되고 제한된다.  그리고 그러한 제한이 오해되거나 잊혀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헌법을 성문헌법으로 제정해 놓은 것이다. … 헌법은 헌법을 위반한 어떠한 입법행위도 통제한다는 것과, 만약 그렇지 않은 경우 입법부가 일반 법률에 의하여 헌법을 개정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은 너무나 명확해서 다툴 수 없는 간단한 명제에 해당된다.  이 두 가지 선택 사이에 중간이란 있을 수가 없다. … 모든 성문 헌법의 제정자는 헌법이 국가의 근본법이고 최상위법을 형성하는 것으로 여겼을 것은 분명하다.  또한 그 결과 헌법에 위반한 입법부의 법률은 무효가 된다는 것은 헌법상 모든 정부의 기본 개념이다. … 무엇이 법인가를 선언하는 것은 명백하게 사법부의 영역이자 사법부의 의무이다.[8]

마버리 사건에서 헌법 해석의 핵심 쟁점은 의회가 제정한 법률에 헌법상의 명시 규정에는 없는 사항인 정부 공무원의 재판권에 대한 내용이 의회가 제정한 법률에는 명문 규정이 새로이 들어가 있는데 이러한 법률이 사법부의 최고 수장인 대법원의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고 또 그렇다면 대법원은 헌법이 법률 보다 우월한 지위에 있는 최상위법이라고 판단할 수 있으며 따라서 법률을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할 권한이 대법원에 부여되어 있느냐의 여부에 있었다.[9]

 

 


< 법은 신성불가침, 강권력, 신성을 가진 것이라고 설명하는 책 삽화, Iconologie (Paris: Mathieu Guillemot, 1644). (사진 출처: 예일대 희귀고서전, http://morris.law.yale.edu/articles/1066791.5080/1.JPEG.)>

 

 

 

4. 헌법 재판과 가처분 명령의 필요성

 

4.1. 가처분 명령의 법적 성격

 

헌법 재판에는 위헌법률심판, 탄핵심판, 정당해산심판, 권한쟁의심판, 헌법소원심판이 있다.  헌법재판소법은 가처분을 정당해산심판에서만 두고 있다.  57(가처분): “헌법재판소는 정당해산심판의 청구를 받은 때에는 청구인의 신청 또는 직권으로 종국결정의 선고시까지 피청구인의 활동을 정지하는 결정을 할 수 있다.  이 규정은 2011. 4. 5 법률 제10546호에 의해 전문개정되었다.  다른 헌법 재판에서는 가처분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정당 해산 심판이 다른 헌법 재판에 비해서 갖는 특이성의 하나인 것이다.  헌법소원에는 가처분 규정이 없으므로 가처분 청구 자체를 할 수 없다.

 

가처분 명령이란 최종 판결에 앞서 영구히 보전받을 수 없을 만큼 어떤 비상적 위험을 미리 앞서서 제거해야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매우 위급하고도 비상적인 상황이 입증되는 경우에 한해서 임시적인 효력을 가지는 잠정적인 명령을 말한다.  우리나라 헌법에서는 어떤 예외적인 상황에서 가처분이 허용될 것인지에 대해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고 있다.  가처분 명령을 헌법재판소가 가처분을 내릴 권한이 있는가?  이런 질문에 대한 답변을 줄 수 있는 헌법상 명문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헌법재판소에게 맡겨진 법률 해석의 영역이 된다.

 

직무집행명령 또는 가처분명령은 그 성격상 특별한 긴급사태 또는 특별한 고도의 공익을 수호할 필요가 있을 때와 같은 극히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허용될 수 있는 매우 특별한 법률구제수단이다.  영미판례법에서의 직무집행명령 금지 명령 제도 등은 오랜 역사적인 또는 제정법의 산물이다.  우리 헌법은 예외적이고 특별한 명령을 내릴 수 있는 포괄적인 권한을 헌법재판소에게 부여한다는 명시적인 헌법 규정이 갖고 있지 않고 또 최종적인 헌법 수호자로서의 헌법재판의 본질적인 성격상 헌법재판소가 중간적 interlocutory, 잠정적 interim, 임시적인 temporary, 예비적인 preliminary, 금지적인 prohibitory, 제한적인 restrictive, 예방적인 preventive 성격을 갖는 가처분 금지명령 injunction을 발동하는 데는 일정한 제한이 따른다고 해석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또 헌법상 정당 설립을 보장하고 있다면 또한 정당 해산에 대해서도 한계가 존재한다는 추론이 자연스럽게 도출된다.  이 명제는 논리상 명백하므로 추가적인 논증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헌법재판소는 “위헌적인 정당을 금지해야 할 공익”도 정당 설립의 자유에 대한 입법적 제한을 정당화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것을 헌법의 객관적인 의사임을 확인했다.  헌법재판소는 헌법상의 공익 고려 범위를 일탈하여 정당 설립 금지조항을 도입하려는 입법자의 입법 재량부여에 헌법적 제약이 있다고 말했다.  또 헌법재판소는 법무부장관이 형사사건으로 공소가 제기된 변호사에 대하여 그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업무정지명령을 내릴 수 있게 한 변호사법 제15조가 적법절차를 위반해 위헌법률이라고 판결했다. (헌재 1990.11.19. 90헌가48).

 

만약 헌법 재판에서 가처분 명령이 쉽게 허용된다면 오히려 헌법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역효과를 가져오게 될지 모르고 또 가처분은 임시적 처분적 성격을 가지는 명령이므로 최종심이라는 헌법재판의 자기 존재에 대한 이율배반적인 측면을 보여줄지 모른다.  헌법재판은 최종적 헌법수호자로서 종국적인 효력을 가진다는 성격을 볼 때, 중간단계에서 임시적인 성격을 갖는 가처분 명령은 바람직스러운 것으로 보기 힘들다. 

 

4.2. 가처분 조항의 위헌성 여부

 

헌법재판소법 제57조의 위헌성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2014 2 27일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정당해산심판에서 가처분을 규정한 헌법재판소법 제57조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결하였다.[10]   57: “정당해산심판 청구를 받은 때는 청구인의 신청 또는 직권으로 종국결정 선고 시까지 피청구인의 활동을 정지하는 결정을 할 수 있다.  가처분 명령이란 최종 판결에 앞서 영구히 보전받을 수 없을 만큼 어떤 비상적 위험을 미리 앞서서 제거해야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매우 위급하고도 비상적인 상황이 입증되는 경우에 임시적인 효력을 가지는 잠정적인 명령을 말한다.  우리나라 헌법에서는 어떤 예외적인 상황에서 가처분이 허용될 것 인지에 대해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고 있다.

 

가처분 조항의 위헌성 여부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단 이유

 

헌법재판소가 밝힌 가처분 조항의 위헌성 여부에 대한 판단 이유는 다음과 같다.

“헌법 제8조 제2항 및 헌법 제8조 제4항은 정당의 자유에 대한 한계를 정하고 있으므로, 정당활동의 자유 역시 헌법 제37조 제2항의 일반적 법률유보의 대상이 되고, 가처분조항은 이에 근거하여 정당활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률조항이다.

 

과잉금지원칙 위배 여부

 

① 가처분 제도를 두지 않으면 종국결정이 선고되더라도 그 실효성이 없어 회복하기 어려운 불이익을 주게 되고, 정당해산심판이 갖는 헌법보호라는 측면에 비추어, 헌법질서의 유지ㆍ수호를 위해 일정한 요건 아래에서는 정당의 활동을 임시로 정지할 필요성이 있으므로, 가처분조항은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정성이 인정된다.

②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기 위해서는 그 인용요건이 충족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그 인용범위도 가처분의 목적인 종국결정의 실효성을 확보하고 헌법질서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범위 내로 한정되며, 가처분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정당해산의 요건이 소명되었는지 여부 등에 관하여 신중하고 엄격한 심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나아가 가처분이 인용되더라도 종국결정 선고 시까지만 정당의 활동을 정지시키는 임시적이고 잠정적인 조치에 불과하므로, 기본권 제한의 범위가 광범위하다고 볼 수 없다. 그 밖에 가처분과 동등하거나 유사한 효과가 있는 덜 침해적인 사후적 수단이 존재한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침해최소성의 요건도 충족하였다.

③ 가처분조항에 의해 달성될 수 있는 정당해산심판의 실효성 확보 및 헌법질서의 유지 및 수호라는 공익은, 정당해산심판의 종국결정 시까지 잠정적으로 제한되는 정당활동의 자유에 비하여 결코 작다고 볼 수 없으므로 법익균형성도 충족하였다. 
④ 따라서 가처분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정당활동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가처분 결정에 있어 재판관 정족수를 몇 명으로 할 것인지 여부

 

재판관 정족수와 관련해서는 본안심판의 경우 헌법재판소법 제23 '재판관 9명 중 6인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정당해산결정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가처분 심판의 재판관 정족수에 대해서는 별도 언급이 없고 다만 헌법재판소 실무 지침에 따라 과반수의 찬성으로 결정하고 있다(헌법재판소, 헌법재판실무제요, 2008).  실무지침은 헌법재판소가 본안판단을 하기 전까지는 법률로써의 지위를 갖지 않는다.  헌법재판소가 가처분규정에 대해서 위헌이 아니라고 판단한 이상 정족수 여부는 법적 쟁점으로써 큰 의미가 되지 않을 것이다. 

 

4.3. 재판 지연과 사법 정의 실현의 문제

 

“지연된 재판은 이미 정의가 상실되었다 Justice delayed is justice denied.  신속한 사법 절차가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유명한 법격언이다.  지연된 재판에서 제아무리 정의롭고 진실된 판결이 나온다고 해도 이미 정의롭지 못한다.  재판이 크게 지연되고 당사자가 죽어버리면 무슨 소용이 있겠으며, 설령 보상을 받는다고 해도 그 동안 지체된 시간 은행 복리 이자를 쳐서 계산하면 오히려 손해인 경우가 적지 않다.  여기에 돈으로 환산되는 손해비용보다 더 큰 손해가 지연된 재판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일 것이다.  정신적 고통은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보이지 않는 비용에 해당한다. 

 

재판 지연은 사법 불신의 원천

 

재판이 지연되는 만큼 국민들의 사법 불신이 그에 비례해서 높게 나타난다. 정당 해산 심판 또한 재판을 길게 끌고 가는 동안 진행되는 여론 재판의 문제점이 나타나기 쉬울 것이다.  “재판에서 지연은 곧 정의가 아니다. To delay is injustice.”라는 법격언이 말해주듯, 재판이 지연되는 사법 제도에서는 완전한 정의를 실현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재판 지연의 문제점을 인식하고서, 영미법은 이미 거의 1천년 전에 “국왕은 재판을 결코 지연시켜서는 아니된다 …to no one will we refuse or delay, right or justice."는 법을 선포하였던 것이다.  이것은 국민 기본권의 원조라고 말해지는 1215년 “마그나 카르타 Magna Carta의 제40조의 명문규정이다.

 

재판의 한자 어원을 살펴보면 재판은 가위로 제왕절개 수술하듯이 단칼에 해내지 않으면 둘 다가 죽을지도 모를 그런 신속성을 필수적인 요소로 한다.  재판 裁判의 한자 재裁라는 말은 가위로 비단옷을 자를 때를 나타난다.  비단옷에 두 번 가위질을 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비단옷은 단칼에 잘라야 바르게 잘라지는 것처럼 사건에 대한 판단은 단번에 현장에서 판단하는 것이 가장 올바른 판단에 가깝다고 본다.  시간이 지나면 증거가 사라지고 사람들의 판단도 여러 가지 고려사항에 따라 각각 달라지는 것은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다. 

 

영미법과 대륙법은 재판구조와 절차에 대한 기본적 개념에 있어서 큰 차이가 나타난다.  영미법은 ‘재판 trial’을 양당사자 사이에 ‘분쟁을 종식’시키는 것으로 이해하는 반면, 대륙법은 재판을 ‘진실을 발견’해 가는 하나의 과정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크다.  영미법 재판구조상 판사는 ‘즉결 재판’의 원칙을 따른다.  재판정에 나타난 증거를 보는 즉시 바로 판결을 내리는 경향이 크다.  일단 재판이 시작되면 끝장을 볼 때까지 진행한다.  재판을 무한정 끌 수 없다.  배심원들이 재판에 참여하는 구조이므로 판사의 독단이 지배하기 힘들다.  재판정에 나타난 증거에 의해서 단칼을 잡아 내려치는 자세로 ‘한 번 재판’으로 끝내게 된다.  배심원 jury 재판 구조이기에 재판을 ‘두 번 다시 하는 경우’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된다.  또 영미법은 항소법리와 사실심리를 엄격하게 구분한다.  이런 원칙은 배심원 재판 구조상 나타나는 당연한 귀결이다.  반면 대륙법은 항소심 appellate court과 사실심 trial court의 엄격한 구분이 크지 않다.  재판의 구조를  1심’과 ‘2심’이라는 말로 표현한다.  우리나라에서 재판 trial1심도 trial이고 2심도 trial이어서 재판이 두 번 행해지는 셈이고, 고등법원이 원심에 해당된다.

 

재판을 문제를 해결하고 분쟁을 종식시키는 결과론적 측면보다 진실을 찾아내는 하나의 과정으로 인식하는 대륙법국가의 법문화 전통과 인식구조하에서는 1심과 2심에서 사실심리를 병행하는 재판 구조의 문제점을 크게 느끼지 못할 수도 있을지 모르나 1심과 2심에서 사실심리를 병행하는 재판 구조로 인해서 분쟁당사자들은 1심 법원의 사실 판단의 중요성을 무시하거나 또는 경시하는 사고가 팽배하고 그저 대법원까지 가기 전에는 승복의 자세를 보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설령 1심에서 패하더라도 2심에서 보다 진실에 가까운 증거제출을 할 수 있다면 2심에서도 법원의 사실 확정 자체가 달라지거나 번복될 수 있기 때문에 당사자들은 법원 판결의 완결성을 수긍하려는 태도를 보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11] 

 

5. 국가적 위기 상황의 존재-사실 판단의 문제

 

정부가 정당 해산 가처분 청구를 하였으므로 헌법재판소는 이에 대해서 심판을 하게 되는데 여기에서 핵심 쟁점은 헌법을 파괴하게 될 정도의 국가적 비상 상황 또는 국가 안보 위기 상황의 존재에 대한 사실 판단의 문제일 것이다.  “예방이 치료보다 낫다”는 명제는 전문의가 아니어도 누구나 쉽게 말하고 또 수긍한다.  공격이 일어나기를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고 있다가 공격으로 인해 생기는 모든 피해를 감당해야 한다는 주장은 국가안보 전략상 받아들일 수 없다.  때로는 선제적인 공격의 방법이 미래의 보다 큰 피해를 막는 효과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전쟁상황에서는 적군으로부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모든 예방적 조치 선제적 조치를 필요로 한다.  역으로 선제적 조치가 필요한 상황은 전쟁상황에 해당된다. 

 

치안상황과 전쟁상황의 둘로 구분해 보는 것은 정당 해산 심판에서도 적용될 수 있다.  이러한 구분적 이해는 정당 해산의 실체적 요건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어긋나는 경우라고 헌법은 규정하고 있으므로 민주적 기본질서가 파괴될 정도의 비상 상황의 존재가 우선 먼저 입증되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여기에서 주의해야 할 것은 미래시점에서 해악이 발생한다고 해서 반드시 예방 조치를 강제적으로 취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점이다.  인간 사회는 살인사건을 항상 언제 어디서나 일어날 수가 있고 또 그것은 역사상 증명되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살인자가 나타날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위험인물로 태어날 수 있는 아이들을 모두 예방적으로 제거해야 한다는 주장은 터무니 없고 우스운 이야기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법적 요건으로써 일반 형사법으로 대처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에 이르렀고 또 그러한 헌법 파괴적 위기 상황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입증되어야 할 것이다.

 

5.1. 치안상황인가? 전쟁상황인가?Crime or War?

 

한편 이러한 위기 상황이 존재하는지에 대한 사실 판단의 문제는 생각보다 그리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정부의 반응과 태도 자체가 그것을 반증해 줄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피고 정당의 당원들에 대해서 법원에 형사법 소추를 개시하였다는 사실 자체가 바로 국가적 비상상황으로 전이되기 힘들다는 것을 암시해 주고 있다.  법원을 통한 형사법 소추의 진행은 그것이 치안상황의 범위내에 있음을 암시한다.  따라서 법원의 형사소추 개시 이후에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 가처분을 청구한 정부의 행위는 국가적 위기 상황의 존재 사실에 대한 사실 판단의 오류를 내포하고 있음을 부정하기 힘들다.[12]

 

만약 경찰로써 충분히 대처가 가능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비밀경찰과 군대를 동원해서 사전적으로 격리 구금을 하는 일이 벌어진다면 그것을 독재정권으로 규탄함이 마땅하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는 군사독재정권하에서의 아픈 경험을 가지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는 경찰과 군의 합동 단속이 일상적으로 벌어져도 아무런 위헌 시비가 일어나지 않고 또 그런 상황이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여지는 상황이다.  물론 우리나라 군대도 “전쟁 이외의 군사 작전MOOTW[13]으로써 각종 재해 재난 사태에서 구조 개입 활동 등이 허용됨은 마땅하고 그러한 측면에서 군 동원에 대한 구체적인 법률들(예컨대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등)이 잘 마련되어 있다.  그러나 평상시에도 경찰과 군이 합동하는 일이 자주 벌어지는 상황임에도 그것이 위헌 시비로 번지는 경우는 거의 상상할 수 없는 것 같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14]  미국은 전시가 아닌 경우 군대 병력이 치안활동에 이용되는 것을 금하는 법률 "Posse Comitatus Act" 엄격하게 시행하고 있다.  이 군대동원금지법[15]법은 미국이 남북 전쟁의 내전을 겪고 난 직후 10년간의 국토재건을 종료하면서 1878년 제정된 연방 법률이다.  이 법은 헌법과 연방 법률이 명시적으로 허용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연방군(특히 육군과 공군)을 연방법과 주법에 근거하여 동원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률이다.  연방법 10USC§375[16]는 전시가 아닌 때에 압수 수색절차에 연방군의 병력 동원 또는 장비제공을 금지하는 구체적 규정을 마련하고 있다.  Posse Comitatus Act 이법의 예외가 되는 경우로써 반란 진압법 (Insurrection Act)이 있는데 이 법에서 반란 또는 폭동과 같은 비상사태로 치안이 마비되는 경우 대통령이 연방군을 투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미국은 비상사태에 대한 개념이 크게 발달한 역사적 배경을 갖고 있다.[17] 

 

미국에 비해서 우리나라는 유신헌법 등 헌법이 파괴되거나 유린된 역사적 상처가 남아 있다.  비상사태나 국가 긴급상황에 대한 헌법 해석은 유신헌법 아래 긴급조치에 대해 위헌판결을 내린 매우 최근에 와서야 확립되었다.[18]  우리나라 헌법 제 76조는 국가적 비상 사태 상황을 규정하고 있다.  국가비상사태에서 대통령에게 평시의 적법절차에 대한 예외로써 특별조치를 취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대통령의 국가긴급권(예컨대 긴급재정경제처분명령, 긴급명령제정권, 계엄선포권)과 관련하여 “비상 사태 Emergence” 와 “긴급상황 exigent situation”의 구분 개념이 필요할 것 같다.[19]

 

유신헌법하에서 취해졌던 긴급조치에 대한 위헌판결에서 헌법재판소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국가긴급권은 원칙적으로 긴급한 비상사태하에서 예외적이고 임시적인 조치로써만 취해져야 하는데, 헌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비상사태라고 볼 수 없고 또 해당 긴급조치는 최대 4년 이상 존속하였으므로 임시적이어야 한다는 한계마저 일탈한 것이었다고 판시했다.  그처럼 오랜 기간은 당시 정권이 주장하였던 안보의 위기가 “실은 우리 사회가 오랜 기간 겪어 왔고 앞으로도 통일이 될 때까지 혹은 적어도 한반도의 평화체제가 확립될 때까지 끊임없이 대면해야 할 일상적이고 해결하기 어려운 모순 중 하나였을 뿐”임을 방증한다고 덧붙였다.[20]

 

위에서 설명한 바대로 형사법 재판과 헌법 재판의 관계는 경찰력과 군대병력 즉 치안상황과 전쟁상황으로 쉽게 비유될 수 있다.  만약 전쟁상황이라면 누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경찰력으로 대처하기에는 부족한 그런 무정부상태가 벌어진다면 군대 출동이 요청될 수 있다.[21]  정부는 현재 법원에 형사소추 절차를 개시하였고 현재 법원이 관련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만약 일반 법원에서 형사소추 절차를 개시하였다면 경찰력으로 충분히 관리 가능한 상황 즉 치안 상황이라고 판단될 수 있다.  해당 정당구성원들을 대상으로 법원에 형사소추 개시 절차를 밟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헌법이 파괴될 전쟁 상황으로 취급할 수 있는 급박한 위기상황에는 아직 이르지 못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암시해 준다.  법원 재판이 진행 중이라면 정부는 법원에 의해 관련 증거를 확정하는 것이 우선 필요할 것이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정부는 법원이 내리는 판단을 존중할 의무가 있다.

 

헌법 재판은 가능한 법적 절차를 모두 소진하고 나서 그래도 해결되지 않은 경우에 마지막 수단으로써 택하는 최후의 헌법 수호 절차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하나의 사건에 관련하여 법원의 확정판결이 나오지도 않는 상태에서 동시에 헌법재판소에 가처분 소를 청구했다는 사실에서 정부가 헌법상 요구되는 적법절차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추론을 할 수 있다.

 

5.2. 국가 위기 national crisis 시대와 국민 기본권 축소 제약 시도

 

전쟁과 같은 국가 위기 시기에는 “전시에는 법이 유보된다” “Inter arma enim silent leges (영어번역은 In the face of arms, the law falls silent)”는 키케로의 로마법 원칙이 통용된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없지 않았으나 그러한 전시 유보 원칙은 2차 대전 이후 서구민주국가에서 더 이상 유력한 법원칙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지 않다.  대신 “전시에도 법의 지배 원칙은 지켜진다 amidst the clash of arms, the laws are not silent” 법원칙이 보다 보편적으로 자리잡고 있다.  전시에도 민간인에 대한 기본적 인권이 축소 제약되어서는 아니된다.  이에 대해서는 미국의 Korematsu v United States 323 U.S. 214 (1944) 판례를 참조하라.[22] 

 

미국 연방대법원 브레난 Brennan 대법관의 다음과 같은 견해는 참고할 만하다.  “국가 안보의 위기라고 여겼던 시기들이 지나고 나서 보면 그때 기본적 인권을 축소 제약할 필요가 없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뉘우치며 깨닫는다.  그러나 다음 위기가 나타날 때 그런 실수를 또다시 반복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23]

 



 < 인졍션 Injunction은 잠시 법적 결론을 잠시 유보하는 것을 말한다하지만 당사자는 공중에 떠 있는 불확실성 ‘up in the air’의 상태에 놓여 있게 된다인졍션의 법적 성격으로써 불완전한 상태를 잘 나타내는 그림.  The Dispatcher , 1948.6.25.>

 

  

6. 정당의 정책과 강령에 대한 위헌성 판단 기준

 

헌법상 정당조항은 1960 4.19 혁명의 결과로 탄생한 제2공화국 헌법에서 처음으로 규정되었다.  2013년 통합진보당 정당 해산 심판 청구 이전까지 정당 해산 심판 사례는 전무했다.  하지만 정당의 강령과 정책 등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어긋나는지 여부에 대해서 이미 대법원의 판례가 형성되어 있다.  1956년 진보당을 창당하였다가 1959년 국가보안법 위반죄로 사형에 처해진 ‘조봉암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재심 판단이 바로 그것이다.  재심 판결에서 대법원은 범죄의 구성요건, 진보당의 결성 목적이 대한민국헌법에 위배된 것인지 여부, 진보당의 결성이 북한에 부수하여 국가를 변란할 목적으로 이루어진 것인지 여부,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의 증명 등의 문제를 자세하게 논하고 진보당의 강령과 정책이 위헌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확인하였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별도의 장에서 자세히 설명한다.

 

진보당 사건을 겪은 후 4.19혁명의 결과 탄생한 제2공화국 헌법에서 정당 보호 조항이 삽입되었다.  위헌정당해산 헌법재판 제도를 두게 된 근본적인 배경은 과거 부당한 탄압에 받은 정치적 역사를 반성하여 정당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고 해석된다.  이런 정치적 상황은 파시스트 정당이 집권을 하게 된 독일의 뼈아픈 역사하고는 다른 점이다.  독일은 나치정권의 탄생에 반성으로 1949년 헌법에서 ‘전투적 민주주의 militant democracy’‛[24] 개념에 기초하여 정당조항을 삽입하였다.  독일 헌법에서 정당 해산 심판을 헌법 재판으로 둔 계기는 독일의 히틀러 나찌 파시스트 집권의 슬픈 과거의 뼈아픈 반성에서 출발한 반면, 우리나라는 역으로 집권 정부가 야당탄압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하여 정당 해산을 헌법 재판의 문제로 다루고 헌법재판소의 우산하에 특별히 보호받도록 했다는 반대방향의 역사적인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정당의 강령과 목적에 근거하여 정당의 범죄 행위에 대한 위법성을 입증하고자 할 때 그것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설령 정당의 강령이나 정책이 어떤 문제가 된다면 정당 스스로 수정하거나 치유할 수 있는 정치적 내부 영역의 문제일 것이다. 한 예로 일본의 공산당은 정당의 강령을 수정하는 문제를 두고서 변화하는 국민적 눈높이에 맞추어 수정한 사례를 보여주었다. 1976년 일본 공산당은 제13차 특별전당대회를 열고 정당에 대한 국민적 눈높이에 맞추어서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한 강령‛을 선택하고 사회주의 정당 활동 영역을 분명하게 다음과 같이 선언했다.

 

“일본 공산당(CPJ)은 중국이나 소비에트 연방을 비롯한 어떠한 외국 국가들의 경험에 따른 모델을 추구하지 않을 것을 재천명한다.  일본 공산당은, 국민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언제까지나 지키는 수호자로서, 할 것이며 과학적 사회주의의 원래 위치를 올바르게 계승할 것이다.  또한 고도로 발달된 자본주의 국가인 일본의 상황과 조건내에서 사회주의의 창조적인 발전을 추구할 것이며, 그리고 국민과 함께 손을 잡고 자유 독립 민주국가 일본을 만들기 위한 독특한 노선을 계속 추구해 나갈 것이다.[25]



7. 1958년 진보당 정당 해산 사건

 

7.1. 정당의 강령 정책이 헌법에 위배되는지 여부-1958년 “진보당 사건[26]

 

1956 11월 창당된 진보당은 1958 225일 미군정명령 제55호를 근거로 행정처분으로 등록 취소되었으나 이에 대한 사법 판단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1958년 당시 진보당의 등록 취소 사유는 다음과 같았다.

 

“진보당은 대한민국과 유엔의 입장을 무시하고 북한 괴뢰집단과 소련 및 중공이 주장하고 있는 바와 같이 체코, 파란 및 인도 등 적성국가를 주로 하여 구성되는 감시단 감시하에 남북 통일 선거를 실시할 것을 공식 선언하고 있다. 동당 간부들은 북한 괴뢰집단이 밀파한 간첩 파괴공작대들과 항상 접선하여 동당이 북한공산당에 접선해 왔다는 사실만으로도 동당은 대한민국의 합법적인 정당으로서 인정받을 자격이 없다. 동당은 목적달성의 전제단계로써 공산당 비밀당원과 공산당 동조자들을 국회의원에 당선시켜 그들을 통해 대한민국을 음해 제거하려 기도해 왔다. 지금으로부터 진보당의 이름으로 행하여지는 여하한 활동도 이는 불법으로 인정될 것이며 의법처단을 받을 것이다.[27]

 

당시 진보당의 정강은 ① 책임 있는 혁신정치 ② 수탈 없는 계획경제 체제 ③ 민주적 평화통일이었고, 민주적 평화통일론이 당시 이승만 정권의 국시였던 북진통일론에 배치되었다.

 

진보당의 강령 (1956.11.10)은 다음과 같았다.

1. 우리는 원자력혁명이 가져올 새로운 시대의 출현에 대응하여 사상과 제도의 선구적 창도로 세계평화와 인류복지의 달성을 기한다. 2. 우리는 공산독재는 물론 자본가와 부패분자의 독재도 이를 배격하고 진정한 민주주의 체제를 확립하여 책임있는 혁신정치의 실현을 기한다. 3. 우리는 생산분배의 합리적 계획으로 민족자본의 육성과 농민 노동자 모든 문화인 및 봉급생활자의 생활권을 확보하여 조국의 부흥번영을 기한다. 4. 우리는 안으로 민족세력의 대동단결을 추진하고 밖으로 민주우방과 긴밀히 제휴하여 민주세력이 결정적 승리를 얻을 수 있는 평화적 방식에 의한 조국통일을 기한다. 5. 우리는 교육체제를 혁신하여 점진적으로 국가보장제를 수립하고 민족적 새 문화의 창조로서 세계문화에 기여를 한다.[28]

 

하지만 2010년 대법원은 1956년 결성된 진보당 관련자의 1959년 사형판결에 대한 재심을 결정하고 사후적으로 피고인에게 무죄를 확인하면서, “진보당의 결성 목적이 대한민국헌법에 위배된 것인지 여부”, “진보당의 결성이 북한에 부수하여 국가를 변란할 목적으로 이루어진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법리 판단을 분명하게 결론내렸다.  이 대법원의 판례는 헌법재판소의 위헌정당 심판에서 나타난 주요 핵심 쟁점을 해결하는 선례를 형성하였다고 해석할 수 있다.  진보당 사건 당시에도 원심법원은 “진보당의 강령정책은 헌법에 위배되지 아니하고, 평화통일에 관한 주장도 언론자유의 한계를 일탈하였다고 볼 수 없음이 자명하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진보당의 결성 목적이 대한민국헌법에 위배된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다음과 판단했.  진보당의 강령·정책이 위와 같다면, 진보당이 지양하고자 하는 소위 ‘낡은 자본주의적 민주주의, 낡은 자유민주주의, 자유자본주의’ 등이라고 함은 소위 자유방임적 자본주의(laissez-faire capitalism)를 지칭하는 것으로서 진보당의 경제정책은 사회적 민주주의의 방식에 의하여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부작용이나 모순점을 완화·수정하려는 데 있는 것이지 사유재산제와 시장경제체제의 골간을 전면 부인하는 취지가 아님이 분명하고, 진보당의 정치형태 역시 주권재민과 대의제도, 국민의 자유와 권리의 보장 등을 목표로 하는 것이지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는 내용이 아님이 분명하므로, 이 사건 재심대상판결 당시의 구 대한민국헌법()및 현행 헌법의 각 전문 및 경제조항 등에서 규정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민주적 기본질서 및 경제질서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

 

또 대법원은 “진보당의 결성이 북한에 부수하여 국가를 변란할 목적으로 이루어진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했다.  평화통일의 실현 등을 강령·정책으로 하여 결성한 진보당은 그 경제정책이 사회적 민주주의의 방식에 의하여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부작용이나 모순점을 완화·수정하려고 하였을 뿐 사유재산제와 시장경제체제의 골간을 전면 부인하는 취지가 아니고, 정치형태 역시 주권재민과 대의제도, 국민의 자유와 권리의 보장 등을 목표로 하였을 뿐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는 내용이 아니어서 그 결성 목적이 대한민국 헌법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고, 또한 진보당의 통일정책인 평화통일론이 북한의 위장평화통일론에 부수하는 것으로 인정되지 아니하고 이를 인정할 다른 아무런 증거도 없어 그 결성이 북한에 부수하여 국가를 변란할 목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없다.” 따라서 [법률을] 위반한 불법결사에 해당하지 않는다.

 

7.2. 1958년 “진보당 사건”- 대법원 1959. 2. 27. 선고 4291형상559 판결

 

7.2.1 사실 관계

 

조봉암은 “일제강점기하에서 독립운동가로서 조국의 독립을 위하여 투쟁하였고, 광복 이후 조선공산당을 탈당하고 대한민국 건국에 참여하여 제헌국회의 국회의원, 2대 국회의원과 국회 부의장 등을 역임하였으며, 1952년과 1956년 제2, 3대 대통령선거에 출마하기도 하였다. 또한, 피고인은 초대 농림부장관으로 재직하면서 농지개혁의 기틀을 마련하여 우리나라 경제체제의 기반을 다진 정치인이었다.[29]

 

조봉암은 진보당 창당과 관련하여, 1958113일 진보당의 정강정책, 특히 평화통일론의 이적성에 대한 내사를 벌인 서울시경찰국에 의하여 진보당 간부들과 함께 구속되었다. 그는 195828일부터 48일까지 3회에 걸쳐 검사에 의해서 국가보안법상 내란죄와 형법상 간첩죄 위반 혐의로 기소되고 서울지방법원에 재판 회부되었다.

 

7.2.2. 정부의 공소 제기와 법적 쟁점

 

정부는 불법결사 결성과 관련하여 조봉암이 1956 11 80여 명과 회합하여 북한정권의 주장과 같은 평화통일을 정강정책으로 하는 진보당을 창당하였고, 이로써 대한민국 “정부를 전복”하여 새로운 정부를 구성할 “공동의 목적을 가진 2인 이상 특정 다수인의 임의적인 계속적 또는 일시적 결합체”를 구성함과 동시에 당수에 취임하였고, 4회에 걸쳐 진보당이 목적하는 실행사항을 협의하여 국가보안법[30]위반하였다고 주장하였다.

 

주요 법적 쟁점은 내란 공모죄에서 결사 또는 집단의 의미 및 그 주관적 요건인 정부를 참칭하거나 그에 부수하여 국가를 변란할 목적 유무의 판단 기준, 평화통일의 실현 등을 강령·정책으로 하여 결성한 진보당이 내란 공모죄 위반의 불법결사에 해당되는지 여부, 형사재판에서 공소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의 소재 및 유죄를 인정하기 위한 증거의 증명력 정도, 형법[31]간첩의 의미 및 간첩이 이미 탐지·수집하여 지득하고 있는 사항을 타인에게 보고·누설하는 행위가 간첩행위인지 여부 등이었다.

 

7.2.3. 재판 경과 과정

 

195872일 서울지방법원은 국가보안법상 내란 공모죄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상 간첩죄 위반 혐의에 대해서 공소사실을 인정하여 징역 5년의 유죄를 선고하였다.

 

조봉암과 정부가 1심 판결에 불복하여 고등법원에 항소하였다. 19581025일 서울고등법원은 국가보안법상 내란 공모죄와 형법상 간첩죄에 대한 검사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국가보안법상 내란 공모죄에 대해서 유죄를 인정하고, 또 형법상 간첩죄에 대해서도 유죄를 인정하여 사형을 선고하였다.

 

고등법원 항소심 판결에 대하여 조봉암이 대법원에 상고하였다. 1959227일 대법원은 고등법원 판결 중 조봉암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직접판결[32]을 하기로 하여, 내란 공모죄와 간첩죄 위반에 대한 공소사실을 인정하고, 사형을 선고하였다.

 

이 대법원 판결에 대해 195955일 조봉암은 무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되었고, 검사의 공소사실에 적시된 수사에 관여한 육군특무부대 수사관들의 공동피고인 1에 대한 불법감금, 독직가혹행위 등으로 형사소송법상 재심사유[33]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재심을 청구하였으나, 대법원은 1959730일 재심청구를 기각하였다. 재심 청구가 기각된 다음날 조봉암에 대한 사형이 집행되었다.

 

7.2.4. 판결 주문

 

(1) (내란공모죄) 진보당의 강령정책은 헌법에 위배되지 아니하고, 평화통일에 관한 주장도 언론자유의 한계를 일탈하였다고 볼 수 없음이 자명하나, 피고인은 [간첩죄에 대한] 공소사실과 같이 진보당을 결당할 당시는 물론 그 결당을 추진하던 도중에 북한 괴뢰집단의 지령을 받고 북한 괴뢰집단과 합작하여 평화통일의 구호 아래 대한민국을 변란할 목적으로 진보당을 구성하여 그 수괴인 중앙위원장에 취임한 사실이 인정되고, 이는 구 국가보안법 제1조 위반죄에 해당한다...

(3) (간첩죄) 공동피고인 1의 검찰, 1심 공판정에서의 진술이 임의로 된 것임은 기록상 명백하고, 달리 위 공동피고인 1이 불법감금, 협박, 회유, 유도 및 기망 등으로 허위 자백하였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려우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에 의하여 피고인에 대한 간첩죄 (형법 제98)는 유죄로 인정된다.


 

 

8. “진보당 사건” 대법원 재심 판결[34]

 

8.1. 사실 개요

 

2011 120일 대법원은 1959년 내란 공모죄, 무기소지죄, 간첩죄로 사형이 집행된 조봉암의 자녀가 청구한 1959년 대법원 선고 판결에 대한 재심을 열고, 고등법원 원심판결과 제1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각 파기하고 직접판결[35]을 하면서 제1심판결에서 무죄가 선고된 진보당 관련 내란 공모죄 위반의 공소사실에 대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간첩죄 위반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하였다.

 

대법원은 1959년 판결 당시에도 북한정권의 주장과 같은 평화통일을 정강정책으로 하는 “진보당의 강령정책은 헌법에 위배되지 아니하고, 평화통일에 관한 주장도 언론자유의 한계를 일탈하였다고 볼 수 없음이 자명”하다는 것을 확인하였고, “진보당은 국헌에 위배되거나 북한에 부수하여 국가를 변란할 목적으로 구성된 결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진보당의 통일정책인 평화통일론이 북한이 대한민국을 변란할 목적으로 선전·선동하고 있는 위장평화통일론에 부수하는 것이라고 인정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이를 인정할 다른 아무런 증거도 찾을 수 없는 이 사건에서, 그 평화통일론이 이 사건 재심대상판결 당시 우리 사회의 주도적인 통일론이었던 북진통일론에 배치된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을 들어 곧바로 진보당의 통일정책이 헌법에 위배된다거나 또는 국가를 변란할 목적으로 주창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8.2. 법적 쟁점

 

주요 법적 쟁점은 내란 공모죄에서 결사 또는 집단의 의미 및 그 주관적 요건인 정부를 참칭하거나 그에 부수하여 국가를 변란할 목적 유무의 판단 기준, 평화통일의 실현 등을 강령·정책으로 하여 결성한 진보당이 내란 공모죄 위반의 불법결사에 해당되는지 여부, 형사재판에서 공소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의 소재 및 유죄를 인정하기 위한 증거의 증명력, 형법상 간첩의 의미 및 간첩이 이미 탐지·수집하여 지득하고 있는 사항을 타인에게 보고·누설하는 행위가 간첩행위인지 여부이었다.[36]

 

8.3. 법원의 판단

 

8.3.1 내란 목적의 입증 방법

 

국가보안법상 내란 공모죄의 구성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그 구성된 결사나 집단의 공동목적으로서 정부를 “합법적 절차에 의하지 않고 임의로 정부를 조직하여 진정한 정부인 것처럼 사칭”하거나[37] 또 그에 부수하여 “정부를 전복하여 새로운 정부를 구성할 목적”, 즉 주관적 요건 mens rea[38]을 갖추어야 한다.  그와 같은 ‘목적 intent’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는 그 결사나 집단의 강령이나 규약에 의하여 판단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외부적으로 표방한 목적이 무엇인가에 구애되지 않고 그 결사 또는 집단이 ‘실제로 추구하는 목적 actual intent’이 무엇인가에 의하여 판단되어야 하며, 어느 구성원 한 사람의 ‘내심의 의도 perceived intent를 가지고 그 결사 또는 집단의 공동 목적이라고 단정해서는 아니 된다.

 

8.3.2. 불법 결사 위반 여부

 

“조봉암이 평화통일의 실현 등을 강령·정책으로 하여 결성한 진보당은 그 경제정책이 사회적 민주주의의 방식에 의하여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부작용이나 모순점을 완화·수정하려고 하였을 뿐 사유재산제와 시장경제체제의 골간을 전면 부인하는 취지가 아니고, 정치형태 역시 주권재민과 대의제도, 국민의 자유와 권리의 보장 등을 목표로 하였을 뿐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는 내용이 아니어서 그 결성 목적이 대한민국 헌법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고, 또한 진보당의 통일정책인 평화통일론이 북한의 위장평화통일론에 부수하는 것으로 인정되지 아니하고 이를 인정할 다른 아무런 증거도 없어 그 결성이 북한에 부수하여 국가를 변란할 목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없다.” 따라서 법률을 위반한 “불법결사”에 해당하지 않는다.

 

8.3.3.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의 증명 beyond reasonable doubt

 

형사재판에서 공소된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정부에게 있다.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해서만 유죄가 인정된다. 합리적인 의심을 충족시킬만한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이를 무죄 추정의 원칙이라 한다.

 

8.3.4. 대법원의 판결이유

 

대법원의 판결이유 관련 부분을 옮기면 다음과 같다.[39]

 

범죄의 구성요건

 

“구 국가보안법 제1, 3조의 구성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그 구성된 결사나 집단의 공동목적으로서 정부를 참칭하거나 그에 부수하여 국가를 변란할 목적, 즉 주관적 요건을 갖추어야 하고, 그와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는 그 결사나 집단의 강령이나 규약에 의하여 판단하는 것이 보통이나, 외부적으로 표방한 목적이 무엇인가에 구애되지 않고 그 결사 또는 집단이 실제로 추구하는 목적이 무엇인가에 의하여 판단되어야 할 것이며, 어느 구성원 한 사람의 내심의 의도를 가지고 그 결사 또는 집단의 공동목적이라고 단정해서는 아니 된다.

 

.  원심판결의 이유에 의하면,

 

피고인은 국헌에 위배하여 정부를 참칭하는 북한괴뢰집단에 부수하여 국가를 변란할 목적으로 ‘우리는 노동자, 농민을 중심으로 하는 광범한 근로대중(피해 대중)을 대표로 하는 주체적, 선진적 정치적 집결체이며, 변혁적, 주체적 세력의 적극적 실천에 의하여 자본주의를 지양하고 착취 없는 복지사회를 건설하여야 한다’는 취지의 혁신정치의 실현,

 

‘우리는 자유민주주의를 폐기 지양하고, 주요 산업과 대기업의 국유 내지 국영을 위시로 급속한 경제건설, 사회적 생산력의 제고 및 사회적 생산물의 공정분배를 완수하기 위하여 계획과 통제의 제 원칙을 실천하여야 한다’는 취지의 수탈 없는 경제체제의 확립,

 

‘우리는 남북한에서 평화통일을 저해하는 요소를 견제하고 진보당세력의 주도권 장악하에 피 흘리지 않는 평화적 방식으로 조국의 통일을 실현한다’는 취지의 평화통일의 실현 등을 강령정책으로 하는 진보당을 조직하는 동시에

 

그 수괴인 중앙당위원장에 취임하고,

 

또한 공동피고인 3으로부터 ‘실천적 제 문제’라는 문서를 받아 진보당 노선의 자료로 검토하고,

당세를 확장하기 위하여 근민당의 재남 잔류자인 김성숙 등과 회합하여 통일준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합의하였으며,

중앙정치 10월호에 ‘평화통일에의 길, 진보당의 주장을 만천하에 천명한다’라는 논문을 게재하고,

공동피고인 4로부터 ‘북한 당국의 평화공세에 대한 진보당의 선언문’이라는 제목으로 기안된 통일방안을 제출받아 진보당의 노선으로 검토하는 등

 

4회에 걸쳐 진보당의 목적한 사항의 실천을 협의하였다는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원심은 그 판시 증거를 종합하여 이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나아가 진보당은 폭력적 혁명의 방법에 의하지 않고 평화적 민주적 선거의 방법으로 그 강령정책을 실천하려는 결사이므로 구 국가보안법 제1조 소정의 불법결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위 법조항의 규정은 결사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방법이 폭력적 혁명의 방법이든 평화적 민주적 선거의 방법이든 가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를 배척한 다음, 피고인을 구 국가보안법 제1, 3조 위반죄로 처단하였다.

 

.  (1) 먼저, 진보당의 결성 목적이 대한민국헌법에 위배된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원심 및 제1심에서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면,

진보당의 강령은

1. 우리는 원자력 혁명이 재래할 새로운 시대의 출현에 대응하여 사상과 제도의 선구적 창도로써 세계 평화와 인류 복지의 달성을 기한다. 2. 우리는 공산 독재는 물론 자본가와 부패분자의 독재도 이를 배격하고 진정한 민주주의 체제를 확립하여 책임 있는 혁신정치의 실현을 기한다. 3. 우리는 생산 분배의 합리적 계획으로 민족자본의 육성과 농민·노동자 모든 문화인 및 봉급생활자의 생활권을 확보하여 조국의 부흥 번영을 기한다. 4. 우리는 안으로 민주 세력의 대동단결을 추진하고 밖으로 민주 우방과 긴밀히 제휴하여 민주 세력이 결정적 승리를 얻을 수 있는 평화적 방식에 의한 조국 통일의 실현을 기한다. 5. 우리는 교육 체계를 혁신하여 점진적으로 국가보장제를 수립하고 민주적 새 문화의 창조로써 세계 문화에의 기여를 기한다.”는 것이고,

 

그 정책은 ‘무능 부패한 낡은 자본주의적 민주주의와 이에 대한 안티테제(Antithese)로서의 볼셰비즘(Bolshevism)을 다 같이 지양할 수 있고

또 지양하게 될 사회민주주의만이 우리 민족을 자유와 진보와 행복으로 인도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확신’ 아래,

 

① 남한의 소위 무력통일론은 이미 불가능하고 또 불필요하며, 평화적 통일에의 길은 오직 하나 남북한에 있어서 평화통일을 저해하고 있는 요소를 견제하고 민주주의적 진보세력이 주도권을 장악하는 것뿐이라는 것을 통일정책으로, ② 낡은 ‘자유민주주의 = 자유자본주의적’ 방식은 무력하고 무효할 뿐만 아니라 도리어 유해하므로, 폭력적 독재적인 볼셰비즘적 방식과 더불어 이를 단호히 거부·배격하는 동시에 대중적이고 과학적인 ‘사회적 민주주의 = 계획적 민주주의’의 방식과 원칙에 의거하는 것을 경제정책으로, ③ 일인 독재에 기울어지기 쉽고 따라서 대의제도와 법질서가 유린되기 쉬운 현 대통령중심제 정부형태를 반대하고, 진실로 법이 준수되고 만인의 자유와 권리가 보장되며 집권자가 국민의 대표기관인 입법부에 대해서 책임지는 의원내각제를 확립할 것을 정치형태로 채택한다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진보당의 강령·정책이 위와 같다면, 진보당이 지양하고자 하는 소위 ‘낡은 자본주의적 민주주의, 낡은 자유민주주의, 자유자본주의’ 등이라고 함은 소위 자유방임적 자본주의(laissez-faire capitalism)를 지칭하는 것으로서 진보당의 경제정책은 사회적 민주주의의 방식에 의하여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부작용이나 모순점을 완화·수정하려는 데 있는 것이지 사유재산제와 시장경제체제의 골간을 전면 부인하는 취지가 아님이 분명하고,

진보당의 정치형태 역시 주권재민과 대의제도, 국민의 자유와 권리의 보장 등을 목표로 하는 것이지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는 내용이 아님이 분명하므로,

이 사건 재심대상판결 당시의 구 대한민국헌법(1954. 11. 29. 헌법 제3호로 일부 개정된 것, 이하 ‘구 대한민국헌법’이라 한다)및 현행 헌법의 각 전문 및 경제조항 등에서 규정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민주적 기본질서 및 경제질서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

 

(2) 다음으로, 진보당의 결성이 북한에 부수하여 국가를 변란할 목적으로 이루어진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원심판결 및 제1심판결에서 들고 있는 모든 증거들에 의하더라도

진보당의 통일정책인 평화통일론이 북한이 대한민국을 변란할 목적으로 선전·선동하고 있는 위장평화통일론에 부수하는 것이라고 인정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이를 인정할 다른 아무런 증거도 찾을 수 없는 이 사건에서, 그 평화통일론이 이 사건 재심대상판결 당시 우리 사회의 주도적인 통일론이었던 북진통일론에 배치된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을 들어 곧바로 진보당의 통일정책이 헌법에 위배된다거나 또는 국가를 변란할 목적으로 주창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3) 재심대상판결은,

피고인이 원심 공동피고인 2 등과 함께 창당한 진보당은 그 강령정책에 비추어 국헌에 위배하여 정부를 참칭하는 북한괴뢰집단에 부수하여 국가를 변란할 목적으로 구성된 결사라고 판단하여 이 사건 제2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 대하여,

 

진보당의 강령정책이 헌법에 위배되는 것이 아니고 진보당의 평화통일에 관한 주장 역시 언론자유의 한계를 일탈하였다고 볼 수 없어 그 조직에 참가하여 간부 기타 요직에 취임하고 정치활동을 한 원심 공동피고인들은 죄가 되지 아니한다 하더라도, 진보당은 피고인이 주동·발의하여 추진·결당된 것이며 그 결당 목적이 북한괴뢰집단과 밀통 야합하여 그 지령하에 대한민국을 변란하려 함에 있음이 명백한 이상 피고인은 그 결사를 구성한 죄책을 면할 수 없고 그에 의하여 조직된 진보당 역시 자체의 성격에 불구하고 불법단체임을 면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구 국가보안법 제1, 3조에 규정된 불법결사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그 결사의 공동목적이 국가변란에 있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되어야 하는 것이지, 그 결사를 주동·발의하거나 또는 그에 참가한 구성원 한 사람의 내심의 의도와 결사의 목적을 동일시하여 구성원별로 그 해당 여부를 달리 볼 것은 아니므로, 위 재심대상판결의 법리는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재심대상판결은 뒤에서 보는 공동피고인 1 관련 간첩죄의 공소사실이 유죄로 인정됨을 전제로 피고인이 북한괴뢰집단에 부수하여 국가를 변란할 목적으로 진보당을 창당하고 그 통일정책으로 평화통일론을 내세운 것이라고 판단하였으나,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공동피고인 1 관련 간첩죄에 대한 원심의 사실인정이 그릇된 것인 이상 재심대상판결의 그와 같은 판단 또한 잘못된 것임이 분명하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진보당의 강령·정책이 자본주의를 폐기하고 사회주의를 지향하고 있다거나 자유민주주주의를 폐기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는 이 사건 제2 공소사실을 그대로 유죄로 인정하고 말았으니,

 

원심판결에는 증거에 의하지 아니하고 사실을 인정함으로써 증거재판주의에 위반하였고 또한 구 대한민국헌법에 규정된 민주주의와 경제질서 및 구 국가보안법 제1조에 규정된 결사의 의미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고,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의 증명

 

(4) 무릇 형사재판에서 공소된 범죄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는 것이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대법원 2000. 7. 28. 선고 20001568 판결, 대법원 2001. 2. 9. 선고 20004946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의 경우, 공동피고인 1의 수사기관 및 제1심법정에서의 진술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원심법정에서의 진술과 배치될 뿐만 아니라 그 전후 사정에 비추어 신빙하기 어렵고, 그 밖의 다른 증거들은 이 사건 공소 부분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가 되지 아니하거나 피고인의 무죄 주장을 배척하기에 부족하므로, 결국 이 사건 제4 공소사실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를 기록상 찾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증거를 들어 위 공소 부분을 유죄로 인정한 조치는 증거의 증명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형사소송법 제307, 308조에 규정한 증거재판주의와 자유심증주의에 위반한 잘못을 저지른 것으로서 이는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음이 명백하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9.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권한 다툼

 

9.1. 서브 주디스 sub judice 권력 분립의 원칙

 

의원이 가진 최고의 특권 중 하나는 의회내에서 어떠한 발언을 하더라도 어떠한 형사상의 민사상 책임을 지지 않고 자유롭게 발언을 할 수 있다는 면책특권이다.  영국은 권리장전(1689) 9조에서 “의회에서의 언론의 자유와 토론 또는 의사 진행은 법원이나 의회 이외의 어떠한 곳에서도 탄핵되거나 심문을 받지 않는다. the Freedom of Speech and Debates or Proceedings in Parliament ought not to be impeached or questioned in any Court or Place out of Parliament.”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면책특권을 가진 입법부라고 해도 비판하지 않는 영역이 존재하는데 그것은 의회가 법원이 심리중인 사건에 개입할 수 없다 즉 ‘법원 심리중인 사건’에 대해서 법원 판결에 영향을 미칠 그 어떤 행위를 할 수 없다는 원칙이다.  이것을 서브 주디스 sub judice 원칙이라고 말한다.  서브 주디스는 재판 심리가 진행중에 있다는 뜻의 라틴어다.  흔히 언론에서 “현재 수사중인 사건에 대해서 특검법을 발의하지 못한다”고 말하는데 이는 서브 주디스 원칙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 결과의 산물이라고 여겨진다.  우리나라 사법구조는 판례법 제도와 전통이 확립되지 않았고 또 법원이 법을 창출할 수 있는 권한을 완전하게 가지고 있지 못하다.  특검법 발의와 같이 수사의 주체를 별개로 정하는 문제는 서브 주디스 원칙과는 관계가 없다.

 

우리나라 헌정사에서 현재까지 같은 사건에 대해서 법원과 헌법재판소가 동시에 사실심리를 진행하게 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사이에 권한 다툼이 일어나긴 했어도 헌법재판소가 사실 심리를 담당한 것이 아니라 상급심으로서 관련 법률에 대한 법률 심리를 진행한 사건이었다.[40]  상고심은 법률심 question of law을 진행해 왔기 때문에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사이에 직접적인 충돌을 피할 수가 있었다.

 

한편 통합진보당 정당 해산 심판에서는 법원과 헌법재판소의 두 별개의 사법기관이 같은 증거를 갖고서 동시에 사실 심리를 진행하였다.  이로써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각각 사실 확정이 달라질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되었다.  만약 두 사법기관 사이에 사실확정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괜한 시간만 낭비할 테고 또 반대로 대법원의 사실확인에 대한 확정판결이 나오기도 전에 헌법재판소가 사실 심리를 통해서 고등법원의 결정과는 배치되는 사실 관계를 확정하였다.  그렇다면 최종적인 대법원의 판결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그 몫은 대법원에게 달려 있을 뿐이다.

 

9.2. 헌법 위기 constitutional crisis의 소재

 

법원은 위법성의 여부를 심리하는 사법 기관이다.  사법부가 위법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우선 피고의 행위에 대한 ‘사실 Fact’ 확정을 필요로 한다.  진실은 하나라는 말처럼 사실은 하나로 확정되어야 옳고 그름을 판정할 수 있는 것이다.  재판상의 사실확정의 문제는 이것도, 저것도, 아니면 아무 것도 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  사실 확정은 흑백의 문제 즉 either or, 예 아니면 아니오의 문제에 해당한다.  그런데 만약 사실확정을 다른 두 개의 기관에서 동시에 함께 다룬다면 혼란이 가중될 가능성을 피할 수가 없다.  행정부(검사)가 사실 확정의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법원이 그러한 사실 확정의 문제까지 법정 공판을 통하여 다시 심리할 수 있다는 ‘사법 심사 judicial review’ 제도는 헌법의 3권 분립 견제와 균형의 원칙에서 파생된 것이다.

 

정당 해산 심판 건과 관련하여 우리 헌법에는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그리고 사법부와 행정부간의 헌법상 권한 배분에 대해서 명시적으로 분명하게 규정한 헌법조항이 존재하기 않는다.  이러한 헌법적 규정의 미비에서 헌법상 최고 기관간의 권한 다툼이 발생하여 정치적 법적 혼란 사태가 야기되는 상황을 ‘헌법 위기’라고 말할 수 있다.  정당해산 심판은 피고의 ‘동일한 행위’에 대해서 다른 두 헌법 기관인 법원과 헌법재판소가 동시에 ‘사실 심리’를 진행하게 됨으로써 법원과 헌법재판소간의 정면 충돌(상반된 사실 판단 또는 상반된 법률 판단의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측면에서)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위험이 존재한다.  이러한 우려는 행정법원에 소 제기했으므로 이미 발생했다. 

 

위헌법률심사를 대법원이 담당하는 영미법의 사법부 1 one supreme court 제도(대륙법 계통 국가 중 일본 헌법은 여기에 해당)에서는 이런 문제점의 소지가 생기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헌법재판소는 사법부의 고유 권한을 행사하는 원천적인 사법기관이 아니고, 헌법상 명문규정에 따라 제한적인 권한을 분배받은 사법기관이다.  이에 대법원과의 사이에서 권한 다툼의 여지가 존재한다.  

 

헌법재판소법 32조가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결정으로 다른 국가기관 또는 공공단체의 기관에 심판에 필요한 사실을 조회하거나, 기록의 송부나 자료의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 다만, 재판·소추 또는 범죄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의 기록에 대하여는 송부를 요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증거 제출 요구가 중요한 이유는 법원·검찰이 관련 기록을 헌법재판소로 보내면 곧 법정 증거로 채택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헌법재판소는 정당 해산 심판에서 형사소송절차 원칙 대신에 민사소송 절차법에 따르기로 했다.  법원은 합리적 의심을 여지가 없을 만큼 엄격한 형사소송법상의 원칙을 통하여 위법성을 밝혀야 하는데 반해서 헌법재판소가 그보다 낮은 증거판단기준을 적용함으로써 오히려 상위의 헌법 재판에서 보다 더 느슨한 기준을 적용할 수 있다는 자기모순이 발생될 여지가 있다.[41]

 

 


 

10. 헌법 재판의 공정성과 무죄추정의 원칙

 

10.1. 무죄추정의 원칙과 beyond reasonable doubt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의 증명

 

헌법 재판은 국가를 상대로 국민기본권의 존재를 확인하거나 또는 국가 배상 등 국가가 피고로서의 소송당사자인 경우가 많으나 정당 해산 심판은 국가가 원고로서 소송을 수행하고 또 사실 심리를 진행한다는 점이 주목된다.  사실 확정을 주요 임무로 하는 원심 재판에서는 사실을 확정 짓는 증거를 어떤 기준으로 채택할 것인지가 중요한 쟁점으로 자주 등장한다. 

 

형사재판에서 공소된 범죄사실을 증명하는 책임은 정부에게 있고 또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해서만 유죄가 인정된다.  합리적인 의심을 충족시킬만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피고인은 유죄로 방면되어야 한다.  이를 무죄 추정의 원칙이라 한다.  대법원의 판례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형사 재판에 있어서 유죄의 증거는 단지 ‘우월한 증명력’을 가진 정도로서는 부족하고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생기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것이어야 하며 이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사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 밖에 없다.[42]  무릇 형사재판에서 공소된 범죄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는 것이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43]

 

무죄 추정 원칙의 판례법상의 표현은 “beyond reasonable doubt”으로 표현한다. 형사재판상 위법성의 입증기준은 beyond reasonable doubt이다.  정부가 법정에 제출한 피고가 위법을 저질렀다는 증거에 대해서 제기되는 모든 합리적인 의심을 정부가 직접 해소시켜 주어야 한다는 beyond reasonable doubt원칙이다.[44]  이를 수치적으로 표현하면, 피고가 불법을 저질렀다는 사실에 대해서 어떠한 합리적인 의심이 들어갈 여지가 없을 정도로 99% 확실하다고 믿을만한 증거를 대지 못하는 한 무죄로 방면되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무죄 추정 원칙은 미국헌법상 명문규정으로 나타난 것이 아니다.  미국에서 무죄추정 원칙이 법원 판결문에 처음 나타난 곳은 1835년 오하이오주 판결문이라고 한다.  “피고인에게 유리한 무죄추정의 원칙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법이고, 법격언이고, 기초적이다.  이 원칙을 적용하는 것은 형사 재판의 토대에 해당한다.[45]

 

우리나라 헌법 제274항은 무죄 추정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이번 정당 해산 심판에서 입증책임 기준을 형사법원칙이 아닌 민사소송법 원칙을 적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46]  이것은 헌법재판에서 오히려 거꾸로 입증책임 기준이 바꾸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47]  헌법재판소의 입증책임 기준의 변경은 입증 책임의 주체는 바뀌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소송 실무적으로는 “무죄 추정 원칙 innocent until proved guilty beyond a reasonable doubt”이 무너지는 결과를 가져올 수 위험이 있다.  어떻게 입증책임의 경감으로 입증책임이 전환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인가?  위헌법률 심판을 다루는 헌법재판에서 헌법보다 하위인 법률문제 (위법성에 대한 판단은 법률문제에 해당한다)를 두고서 법원이 채택하는 입증책임 기준보다 더 낮은 입증책임기준을 선택하였다는 것은 헌법재판소가 법률문제와 헌법문제에 대한 차이점과 그 효과를 제대로 검토하지 못한 결과라고 보여진다.  헌법재판소보다 하위에 있는 일반법원에서 형사상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는 행위를 두고서 헌법재판소(법률을 개폐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의 헌법재판에서 입증 기준을 낮추게 되면 헌법재판에서 사실확정이 달라질 수 있고 또 사실이 달라지면 법률 판단도 달라질 수 있다.  설령 사실이 달라진다고 해도 헌법재판소가 법원이 확정한 사실을 폐기할 권한을 가진 것도 아니어서 헌법재판소의 사실 심리가 어떤 실익을 가져다 준다고 보여지지도 않는다.  헌법재판소는 사건을 파기환송 Certiorari(Quashing order)시키거나 또는 집행 명령 Mandamus(enforcement order)을 내릴 권한을 완전하게 갖고 있다고 볼 수 없는 한계를 갖고 있으므로 헌법재판소가 사실 심리에 집착하는 경우 헌법상의 최고 지위가 훼손될 우려를 낳게 된다. 

 


 

10.2. beyond a reasonable doubt-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들지 않을 정도의 증명력

 

판례법국가의 증거법상 입증 책임의 정도와 기준에 대해서는 다음 표의 설명을 참조하라.

 

입증 기준

의미

유무죄 판단

확률적표현

No evidence
증거 없음

범죄 소명의 증거 없음

무죄

10%(1%)이하

Scintilla
무혐의

혐의 입증 안됨.

무죄

10%(1%)이하

Reasonable suspicion
상당한 의심

구체적인 사실에 근거한 의심이 듬. 추측이나 상상이 아님.

무죄.
불심 검문 가능. 압수수색 불가.

35%

Probable cause 상당한 이유

일반적으로 믿을 수 있는 정보에 근거하여 범죄 행위 의심이 듬

무죄. 
압수 수색 기준

50% (40-50%)

 

Preponderance
증거 우위

 

증거가 어느 한 쪽으로 기울어질 정도로 분명하게 판단됨.

민사상 입증 기준

51%

Clear and convincing
분명한 확신

범죄 입증에 대한 확신이 섬.

무죄.
구속 기준

 

67%

Reasonable doubt
합리적인 의심

범죄 입증에 확신이 섬 a firm belief

무죄.

90%

Beyond reasonable doubt
모든 합리적인 의심을 뛰어넘음

모든 합리적인 의심을 해명함

유죄 Guilty.

90% 이상 (99%)


*
확률적 표현[48]

** Probable cause 상당한 이유 [49]

형사법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99% 증거와 형사법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51% 증거 사이에 존재하는 간격의 차이는 매우 크다.  여기서 ‘국가가 모든 합리적인 의심이 드는 부분들을 모두 해소시키기 전까지는 결코 유죄라고 볼 수 없다’라는 증거법 원칙을 완화시키게 된다면 피고 자신이 ‘유죄가 아님’(즉 무죄 추정이 아니라 유죄 추정 guilty until proven innocent)을 밝혀야 된다는 결과가 되므로 입증책임이 도치되는 것과 같다.

 

영미판례법상 민사상의 입증 책임 기준은 ‘증거 우위의 원칙 preponderance of the evidence’이다.[50]  증거 우위의 원칙이란 원고와 피고의 양당사자가 제출한 증거 중에서 어느 한 쪽이 제출한 증거의 신빙성이 약간이라도 다른 쪽보다 보다 우세하다면 ( 99%가 아니라 51%이상만 넘으면) 그 증거를 제출한 쪽이 승리한다는 증거법 원칙이다.  영어 ‘preponderance’뜻은 어느 한 쪽으로 무게의 중심축이 기울어진다는 의미로 99% 또는 67% 이상 거의 ‘분명한 확신 moral certainty할 수준’까지는 아니라고 해도 어느 한 쪽의 증거가 다른 쪽이 제출한 증거보다 보다 믿을 만한 확률이 ‘조금 더 높다 more likely than not’는 의미이다.  민사 사건은 압수 수색 등 강제력을 통해서 증거를 수집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양당사자가 제출하는 증거의 수준차이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형사소송의 경우 국가가 압수 수색 등 강제력을 동원해서 증거를 수집할 수 있음으로 형사재판에서 원고인 정부는 언제 어디서나 피고보다 증거 제출의 우월한 지위를 점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국가가 입증책임을 지는 재판에 있어서 민사상 증거법 원칙을 적용하게 되면 거의 대개(99%)는 국가가 승리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정부는 압수 수색의 권한을 가지고 있으므로 정부가 제출하는 증거는 양과 질적인 면에서 피고보다 더 우세한 지위를 서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압수 수색을 통하여 얻어낸 증거를 가지고 있는 반면 피고는 그러한 권한과 기회가 주어져 있지 않아 피고는 불리한 위치에 놓여져 있는 이런 구조적인 불리한 점 때문에 형사법 재판의 입증 기준은 51% 확신 기준이 아니라 99% 확신 기준을 요구하게 되는 것이다.  증거력 수집 능력에서 대등한 위치가 아니라 절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서 있는 형사 피고인에게 무죄를 입증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증거법상 허용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형사 재판에서 입증책임의 주체를 국가에게 부담시키고 또 입증책임의 범위를 과실이 아닌 고의 intent 부분까지 국가가 입증해야 하고 또 그 입증 기준은 모든 합리적인 의심의 범위를 넘어설 정도로 완벽하게 입증해야 한다는 원칙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51] 

 

법원은 99% 확신 기준의 형사법 원칙의 바탕에서 압수 수색을 허락할 것이고 따라서 역으로 51% 확신의 민사상의 입증기준을 채택하는 재판이라면 법원이 압수수색을 허락해야 할 이유가 줄어들게 된다.  압수수색을 통해 얻은 증거는 형사 재판에서 허용될 성격이다.  민사 재판에서는 그러한 공권력의 강제력이 동원되는 증거의 장이 아니다.  한편 정부가 압수수색을 통해서 얻은 증거를 양당사자가 대등한 위치에 서 있게 되는 헌법재판에서 적용하게 된다면 피고와 원고의 증거력 측면에서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게 된다.  피고는 원고에 대항에서 대등한 입장에서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으려면 재판절차에서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힘들 것이다.  헌법 재판에서 재판의 공정성이 보장되어야 하는 이유다.  헌법재판소는 국가기관의 불법적 행위를 감시하고 통제할 수 있는 힘을 헌법재판을 통해서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정부가 정당해산 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제소’할 수 있다고 규정한 헌법의 원래 설계 또는 의도는 정부의 입증 책임 기준도 형사법원칙상의 위법성 입증기준을 따라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보다 타당할 것 같다.  헌법재판소는 정부가 법정에 제출해야하는 증거의 범위와 내용에 대해서 엄격한 절차법적 공정성의 기준을 제시하고 또 만약 재판 과정에서 국가기관의 잘못이 보일 경우 그에 대해서 추궁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최고헌법재판소는 헌법 재판 과정을 통해서 국가기관을 견제하고 통제하는 최후의 감시자(as watchdogs over the institutional balance, as regulatory watchdog) 역할을 수행해 낼 수 있다.

 

결론적으로, 헌법재판소가 입증기준을 무죄추정의 위법성 기준을 무시하고 대신 민사소송법상의 입증책임 기준을 선택했다는 것은 헌법재판의 엄격성을 깨뜨리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고 보여진다.[52]  헌법재판소가 입증책임 기준을 민사소송법 기준으로 채택하였다는 의미는 정부가 고의를 입증하여야 할 책임기준에서 과실negligence 입증 정도에 그쳐도 충분하다는 뜻으로써, 소송 실무적으로는 ‘유죄 추정’의 결과를 가져오는 것에 가깝다.  헌법재판소는 헌법재판과 일반 재판과의 차이점을 분명하게 구분하여야 함이 마땅하다고 보여진다.[53] 

 

10.3. 정당 구성원에 대한 사상 검증의 문제

 

헌법재판에서는 변호사 강제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피고 정당이 헌법 재판을 거부하는 경우는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지만 이론적으로는 피고 정당이 재판에 협조하지 않을 가상적인 상황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만약 피고 정당이 재판 심리에 소극적으로 임한다면 결국 헌법재판소는 정부가 제출한 증거서류에 주로 의존하게 될 터이고-(이는 전문증거 배제의 형사소송법상의 기본 원칙을 위반하는 결과가 될지 모른다)- 따라서 ‘사법적 판단’으로써의 공정성은 훼손될 수 밖에 없다.[54]

 

한편 정당의 이념 등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체크하려면 정당 구성원들이 어떤 이념을 가졌고 또 어떻게 생각하는 지를 판단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하여 그들의 뇌 brain(사상 검증의 방법으로써 피고 심문을 비유하는 말)를 검사하여야 할지 모른다.  그런데 문제는 만약 피고 정당이 이에 대한 헌법 재판소의 피고 심문을 거부한다면 헌법재판소가 이들에 대한 뇌검사(사상 검증)를 강제할 어떤 법적 수단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55]

 

또 설령 뇌검사를 하고자 강제구인을 할 수 있는 공권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헌법해석을 해도, 사람의 사상은 뇌검사로 알아낼 성질이 아닐 것이다.  사람이 어떤 생각과 어떤 사상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뇌검사로 알아낼 성질이 아니라고 말한 미국 대법원 브랜든버그 케이스를 상기하라.  “모든 신념의 문제는 압수수색의 증거로 확보될 성질도 아니고 또는 수사관이 머리 속을 파헤쳐 입증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56]

 

10.4. 정당 기본권의 침해

 

만약 위헌정당의 결정이 내려질 경우 해당 정당은 정당구성원이 가지고 있는 집회 결사의 자유 등 정치적 기본권의 본질적 부분이 침해당하고 민주적 기본질서의 보장이 형해화됨을 이유로 법원을 통해서 법적 효과를 다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우리나라 헌법은 법인(단체)의 기본권 향유능력을 인정하는 명문 규정을 두고 있지 않지만, 다른 나라의 유사 사례를 참조한다면, “정당의 기본권”의 인정 여부 그리고 자연인인 정당구성원의 기본권 침해여부와 관련하여 법적 쟁점으로 다툴 수가 있을 것이다.  “정당 특권 privilege”이라는 용어 보다 대신 베니스 위원회 보고서에서 사용하는 “정당의 기본권 fundamental rights given to political parties”이 보다 적합한 용어라고 여긴다.

 

정치적 기본권의 존재 확인 소송

 

만약 정당 해산 명령이 발동되는 경우, 국민이 선거를 통해서 정부 조직에 참여할 정치적 자유를 근본적으로 침해할 가능성이 있는 헌법재판소의 명령이나 또는 재판의 전제성에서 해당 정당과 그 구성원은 헌법 재판을 청구할 수 있는 길이 놓여져 있다고 해석할 여지가 충분하다.  “헌법 소원 심판의 대상으로서의 공권력이란 입법 사법 행정 등 모든 공권력을 말하는 것이므로 입법부에서 제정한 법률, 행정부에서 제정한 시행령이나 시행규칙 및 사법부에서 제정한 규칙 등은 그것들이 별도 집행행위를 기다리지 않고 직접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일 때에는 모두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라고 판시한 헌법재판소 판결(92헌마80 결정)을 참조하면 정치적 기본권의 존재 확인 소송이 제기될 여지가 충분하다.


 

 

11. 정당 해산 명령의 실효성 문제

 

11.1. 헌법 위기-정당 해산 명령의 집행력

 

헌법 위기란 폭력적 강제력에 의해서 헌법이 강제 정지되는 쿠데타 상황만을 이르는 것이 아니라, 국가권력 기관간의 권한 쟁의 또는 무시가 일어나 헌법상의 본질적인 가치가 제대로 구현되지 못하는 상황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헌법 재판은 본질적으로 사법 판단의 성격을 가지므로 공정성을 필수 생명적 요소로 한다.  사법적 판단을 내리는 과정은 정치적 입장(재판관 개인의 정치적 의견뿐만 아니라 행정부와 입법부의 정치적 입장)으로부터 독립되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공정성을 담보한 사법적 판단이라고 해도 그 집행력이 행정부의 태도에 따라 달라진다고 하면 헌법상 최고 지위와 신뢰성은 무너질 위험이 크다. 

 

만약 헌법재판소가 위헌정당 확인 판결과 정당 해산 명령을 발부하게 된다면 그 명령은 행정부에 의해서 집행될 것이다.  그런데 사법부와 행정부와의 대립관계가 발생하여 새 행정부가 헌법재판소의 해산 명령에 대한 집행을 거부할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 

 

헌법재판소의 정당 해산 명령을 집행하는 것은 행정부

 

사법부의 명령은 사법부 자체가 (행정부의 강제력에 의존하지 않고) 강제력을 동원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헌법 재판은 대법원과는 별도의 헌법재판소가 행사하고 있으므로 집행력에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정당 해산 명령의 내용과 형태에 대해서는 독일의 사례[57]에서 선례를 참조할 수 있다.

 

1949년에 제정된 독일 기본법 21조2항은 “[정당의] 목적이나 추종자의 행위가 자유롭고 민주적인 기본질서를 저해 또는 철폐하려 하거나 또는 독일연방공화국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정당은 헌법에 위배된다. 위헌 여부에 대해서는 연방헌법재판소가 결정한다.”라고 규정하고 또 그 자세한 해산 방법은 3항에서 “자세한 내용은 연방법률로 정한다.”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법률 위임 조항을 가지고 있는 독일 기본법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정당 해산의 기준과 방법 등에 대해서 명확한 별도의 위임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헌법재판소는 대법원과는 달리 자체적으로 강제적 집행력을 동원할 수 없는 별도의 위원회 제도이므로 헌법재판소의 명령을 집행하는 것은 행정부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될 것이다.  만약 헌법재판소가 위헌 정당임을 확인하고 해산 결정을 내릴 경우 정당 해산에 대한 집행 부분은 거의 전적으로 행정부에 위임하게 될 것이고 따라서 헌법재판소의 명령은 행정부 산하 경찰력 등의 강제력을 통해서 집행될 것이다.  이 경우 다음의 문제점을 미리 예상해 볼 수 있다. 

 

우리나라 헌법상 권력 구조는 단임제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다.  만약 다음 선거에서 새 정권이 들어서는 경우 어떻게 될 것인가?  미국의 마버리 사건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난 바대로, 신 구 정권은 기존의 명령을 집행하는 것을 두고서 서로 정반대의 입장을 나타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헌법재판소의 최종판결이 정당 해산을 청구한 현정부의 임기 내에 내려지고 난 후 그리고 선거를 통해서 새로운 정권이 들어선 경우라면 어떻게 될까?  새 행정부는 미국의 제퍼슨 정부의 사례에서처럼 이전의 정부에서 실행된 명령을 제대로 집행하기를 거부하거나 또는 협조하지 않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만약 새 행정부가 기존의 명령을 집행하려고 하지 않는다면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휴지조각에 불과할 운명에 놓이게 된다.  헌법 위기의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같이 사법부 우위의 제도가 존재하는 국가도 아니고 또 최고의 사법부 기관도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이 둘로 나뉘어지고 쪼개진 사법부 제도이므로 헌법 위기 constitutional crisis의 범위와 정도가 보다 크게 나타날 위험성이 존재한다.  물론 미국과 같은 연방제 국가가 아니라 동일한 법치 영역의 단일국가 체제이므로 연방제 국가와 같은 “헌법 위기”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정당 해산 명령에 대한 실효성이 새로운 차기 정부의 태도에 따라 달라진다고 하면 그것은 헌법 위기의 상황임은 분명하다.  이러한 헌법 위기의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살아 있는 헌법- 실제로 작동하며 힘을 지닌 헌법”[58]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와 성찰을 요구할 것이다.   

 

11.2. 정당 해산 명령의 실효성-대체 정당 건설의 경우

 

1956년 연방헌법재판소에 의해 해산된 독일공산당은 1968년 재건됐다.  위헌정당으로 해산된 정당의 대체정당을 결성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의 행정부는 정당해산 심판을 청구하지 않고 그대로 내버려 두어 왔다.  정당 해산 명령에 대한 법적 실효성[59]이 의문시되었음은 독일의 정당 해산 사례에서 나타났다.

 

11.3. 미국은 어떻게 헌법 위기를 돌파했을까?

 

헌법상 명문 규정이 미비하거나 불명확한 상황에서 초래된 사상초유의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헌법 해석에 있어서의 국제법적 이해가 도움이 된다.  자국의 법원 legal sources과는 다르기에 직접적인 효력을 발휘할 수는 없다고 해도 설득력 있는 persuasive 사례를 발견하고 원용함으로써 문제 해결의 훌륭한 길잡이의 역할을 맡을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은 헌법 위기를 어떻게 돌파했을까?  왜 미국 연방대법원은 행정부에 대한 의무이행명령이나 금지명령에 대한 소에서 사실심리 권한이 없다고 스스로 판단하게 되었을까?  미국 연방 대법원은 직무집행명령, 금지명령, 의무이행명령의 경우 사실심리 권한이 없다고 대법원 스스로 위헌법률임을 결정했는데 그 판단이유를 보다 깊이 이해할 필요성이 있다.  사법심사의 헌법상 원칙을 수립하고 헌법기관간의 권한 배분문제를 해결하게 된 역사적 배경과 효과는 마버리 사건을 참조하라.

 

 

11.4. 헌법재판소의 금지명령과 법원모독죄 구성 요건

 

영미법상 금지명령 injunction은 ‘사람’에 대한 명령이므로 만약 피고가 그 금지 명령을 어길 경우 법 집행력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은 법원 모독죄 이외에 별다른 뾰족한 수단이 없을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헌법재판소는 원천적 사법권을 가진 대법원과는 달리 일정한 한계점에 봉착하게 될지 모른다.  우리 헌법상 헌법재판소는 집행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법원 모독죄’로써 처벌할 수 있는 원천적인 사법집행권을 가진다고 볼 수 없다.  그러한 사법권한은 법원에게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헌법 1011항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헌법재판소는 포괄적이고 원천적인 사법권을 행사하는 최고사법재판 기관이 아니라, 오로지 헌법에서 부여한 권한만 가지고 있는 제한적 헌법 기관이다.  사법부 체계 내재적인 한계에서 헌법재판소의 원심 재판권 행사는 여러 측면에서 간단치 않는 문제점을 낳게 될 위험성이 크다.

 


12.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사이에 권한 다툼- 헌법 제107조제2항 헌법 해석 다툼

 

 

최후의 심판자의 역할을 하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대하여 다시 대법원에 소구하는 헌법 위기 상황을 노출하였다.  왜냐하면 헌법재판소의 통진당 "의원직 상실 부당"에 대하여 국가 상대 소송 행정 소송이 제기되었기 때문이다.[60]

 

12.1. 헌법 제107조제2항 헌법 해석의 문제

 

헌법 제107조제2항 규정을 보자. “명령•규칙 또는 처분이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에는 대법원은 이를 최종적으로 심사할 권한을 가진다.  이 헌법조문이 규정하고 있는 행정 재판과 헌법 재판간의 권한 배분 정도에 대해서는 현재 이론적으로나 실무적으로 이견이 크게 나뉘어져 있다.  헌법 제107조제2항 규정은 명령 규칙 처분의 최종적 심사권을 명시한 권한의 소재 즉 관할권이 대법원에 있음을 명시하고 있을 뿐, 추상적(본안적) 규범통제(행정입법의 사법 직접 심사)의 허용에 관해서는 입법자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우리 헌법은 정당해산 심판 건에 대해서 헌법재판소가 관할권을 갖는다는 것을 명시하고 있을 뿐이고, 헌법재판소가 내리는 명령의 법적 성격에 대해서는 어떤 규정도 명시적으로 두고 있지 않다.[61]  따라서 헌법재판소의 정당 해산 금지 명령에 대한 법적 효과에 대해서 다툼이 발생할 여지가 충분하다. 

 

헌법상의 처분 개념

 

우리 헌법에는 ‘처분’에 대한 명시적인 개념 ‘정의’ 조항이 존재하지 않는다.  행정소송법 규정에서 정의하는 개념을 보면, “제2 (정의) .. ‘처분’이라 함은 행정청이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공권력의 행사 그 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을 말한다.  헌법에 명시적인 정의 규정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처분 개념 해석 기준에 대한 제헌 당시 헌법 기초자들 중 대표적인 한 사람인 유진오 교수의 설명을 살펴보는 것이 유익하다.

 

[해당헌법조항]은 대법원이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모든 명령, 규칙과 처분이 헌법과 법률에 위반되는가 안되는가를 최종적으로 심사할 권한이 있는 것을 규정하였는데, 명령과 규칙이 헌법 또는 법률에 위반되는 여부를 법원이 심사할 수 있음은 세계 각 민주국가에서 인정되는 원칙이므로 특히 설명의 필요가 없고, 본 항의 중점은 행정처분을 주로 하는 국가의 처분행위를 법원이 심사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대법원은 모든 명령, 규칙과 처분이 헌법 또는 법률에 위반되는 여부를 최종적으로 심사할 권한이 있다 하였을 뿐이므로 …. 모든 행정소송은 처분을 행한 행정청의 소재지를 관할하는 고등법원이 관장하도록 규정하였다.  위법한 행정처분에 대하여 여하한 정도와 범위에서 출소를 허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하여는 … 우리나라에 있어서는 행정소송사항을 특별히 제한하지 않고 위법한 행정처분에 대하여서는 전면적으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였다.[62]

 

위의 설명에서와 같이 집행 명령에 대해서도 사법 구제 절차가 전면적으로 허용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12.2. 헌법 재판과 행정 소송의 경합관계

 

이론적인 상황이긴 하지만 헌법재판소의 금지명령의 내용과 성격에 따라서는 대법원의 사법심사 대상이 되는 우스꽝스러운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간에 판결이 엇갈리는 행정소송의 사례가 나타난 사실들을 참고한다면 헌법재판소가 사실심리 후 어떤 명령을 내리게 되는 경우 그것이 다시 사법심사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또한 해산명령 발동 (가처분 발동의 경우는 두말할 필요 없고), 당사자인 정당은 정당 구성원의 정치적 기본권 침해 확인 헌법 소송이나 헌법 소원 등을 통해서도 또는 행정소송을 통해서 사법구제절차를 밟을 수 있는 길이 놓여 있기 때문에 헌법재판소는 이율배반적이고 미묘한 상황에 직면하게 될 위험성이 크다.  만약 헌법재판소의 명령/가처분(헌법재판소의 명령을 행정부가 간접적으로 집행권을 행사하는 경우를 포함하여)에 대해서 하급법원이 다시 심사하게 되는 모순점이 대두될 수 있다는 뜻이다.

 

또한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난다고 하더라도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확정판결에 대해서는 헌법소원이 가능하다고 판시한 헌법재판소 판례 96헌마172.173(병합)에 따라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의 확정판결 후에도 다시 재심사할 수 있다는 순환론에 빠지게 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와 같은 헌법 위기 상황을 예정하여 해결 방법을 제시한 헌법상의 명시적인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12.3. 헌법 1072항 규정의 불명확성에 대한 헌법 해석

 

헌법 제107조제2항 규정의 불명확성에 따른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간의 헌법해석 권한에 대한 갈등관계가 존재한다.[63]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간 갈등관계 중 특히 헌법해석 권한에 관해서는 특히 그 귀추가 주목된다.  대법원 1996.4.9 선고 9511405 판결.  헌법재판소는 양도소득세 부과에 있어 투기거래의 경우 실지거래가액을 기준으로 한다는 구소득세법 시행령(170조제4항제2)의 위임 근거규정인 구소득세법 제23조제4항 단서에 관해 동 법률조항이 실지거래가액에 의한 세액이 기준시가에 의한 세액을 초과하는 경우까지 포함하여 대통령령에 위임한 것으로 해석하는 한도 내에서는 위헌이라는 한정위헌결정을 내린 바 있다 [1995.11.30.선고, 94헌바40(병합)결정].  그 이후에 대법원이 양도소득세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위 헌법재판소 결정에도 불구하고 그 부과처분의 전제가 된 위 구소득세법 및 동법시행령 규정들은 합헌이라는 판결을 하면서 행정소송의 심리에 있어 요청되는 헌법해석은 대법원이 그 최종적 권한을 갖는다고 판시한 것이다.  이 판결에 대해 헌법소원이 제기되었는데, 동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재판을 헌법소원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제1항은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재판도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도 내에서 위헌이라고 판시하고, 위 대법원판결에 대한 헌법소원을 받아들여 동 판결을 취소하고 있다. [1997.12.24선고, 96헌마172.173(병합) 결정].[64] 

 


 

 

13. 정당 해산 심판과 적법 절차 원칙

 

13.1. 소적격성 standing

 

우리나라 헌법 제84항은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정부는 헌법재판소에 그 해산을 제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당 해산 심판은 국가가 원고인 국가원고사건으로써 헌법재판소가 재판관할권을 행사한다는 점을 헌법에서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원고적격 standing성을 갖출 정도로 정부가 보호받을 이익이 존재해야 한다는 기본 원칙을 제기할 필요도 없이 국가소송이 가능하다.  정부가 국가 안보 security를 청구 이유로 내세웠기 때문에 정부의 해산 심판 청구의 명분은 분명하다.  정부는 국민과 국가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서 존재하므로 이론적으로는 모든 소송의 주체로서 개입할 수 있다.  그러나 국가가 소송 권리를 가졌다고 해서 권리를 항상 행사해야 된다는 뜻은 아니다.  국가 안보의 범위와 기준이 법정에서 어떻게 논의되고 어느 정도의 수준으로 검토될지는 헌법재판소가 정당해산 심판의 성격을 어디에 강조를 두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국가의 소적격성이 문제가 전혀 되지 않는 경우에라도 국가행위의 ‘금반언 estoppel 원칙’상 원고 소적격성의 여부를 다툴 수가 있을 것이다.  물론 정당 해산 심판은 국가 원고 소송이기에 금반언 원칙이 일반적으로는 적용되지 않는다.  여기서 소의 적격성 문제는 이론적으로는 적법절차의 요건하고는 별개의 문제이나 법실무적으로는 정부의 심판 청구 행위가 이루어진 과정에서의 ‘적법 절차’ 원칙을 위반하였는지 여부가 법적 쟁점으로 다투어질 수 있을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에서 비록 법적 쟁점의 하나로 추가하기는 하였으나, 적법절차 위반 여부가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한 것 같다.

 

13.2. 실체적 적법 절차 헌법 원칙

 

헌법 제84항에서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정부는 헌법재판소에 그 해산을 제소할 수 있고”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제소할 수 있다’는 말은 단순히 정부가 소의 청구 자격이 있다는 소적격성 이상의 법적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따라서 ‘제소’하기 전에 지켜야 할 ‘적법 절차’의 위반 여부가 법적 쟁점으로 부상할 것임은 분명하다.

 

절차적 정의 procedural due process의 조건을 충족시켰느냐의 문제에서 다루어질 쟁점들은 다음 열거하는 사항들을 포함한다.  정부가 피고 정당에 편견 bias을 가졌는지 또는 악의적인 대응 bad faith 또는 wrongful purpose 여부, 형평성 proportionality 을 고려하였는지 여부, 제소에 앞서 대응 기회 the opportunity to be heard 를 제공했는지 여부 등 적법성과 형평성에 대한 심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한편 이러한 절차적 정의의 조건은 급박한 위협의 존재 여부를 다투는 국가 안보라는 사실 판단의 영역에서는 법률적 쟁점으로써의 중요성이 크게 줄어든다고 주장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부가 국가 안보 위기에 대한 급박한 위험이 존재하는지에 대한 판단을 정부가 어떻게 구체적으로 수행하였는지 여부 즉 정부의 국가 안보 위협에 대한 실체적 사실의 판단 과정과 그 기준이 정부가 절차적인 대응 과정에서 어떻게 이루어졌는지에 있을지를 심사해야 할 것이다. 

 

또 피고 정당에 대한 국가 정보 기관이나 또는 검찰의 수사 개입 활동에서 나타날 수 있는 정부 기관의 불법적 활동에 대한 최종적 통제 기능을 행사하는 최고헌법재판소의 기능과 역할 측면에서 절차적 정의의 충족 기준을 따질 필요성이 크다.[65]  독일의 NPD 정당 해산 심판 사례나 호주의 공산당 해산 사례가 말해주듯이 정당해산 심판은 정부의 치안 상황과 국가 안보 상황에 대한 실질적인 판단 기준에 대해서 헌법재판소가 사실 확인과 그리고 사법적인 잣대를 대고 따질 영역으로 편입되었음을 의미한다.  정당의 목적에 주안점을 둔 우리나라와 스페인의 판결 관점에서는 절차적 정의의 중요성이 큰 법률쟁점으로 대두되기에는 어렵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14. 정당 해산과 의원직 상실 여부

 

14.1. 정당 해산과 함께 의원직도 동시에 상실되어야 하나?

 

정당 해산시 의원직 상실 연관 문제에 대해서 독일은 1952년 최초의 위헌 정당 심판 사례 이후 연방선거법에 명문 규정을 삽입함으로써 입법적으로 해결하였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정당 해산과 국회의원직 상실 연계성에 대한 법률의 명문 규정이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사법부와 입법부간의 권한 다툼의 여지가 크게 열려 있다고 보여진다. 

 

독일은 연방헌법재판소에 의하여 독일헌법 2122문에 의하여 정당이 위헌으로 선언되면, 심판청구(연방헌법재판소법 43)와 심판의 선고(46) 사이에 그 정당이나 정당의 부분 조직에 소속되어 있던 의원은 연방의회의 의원직을 상실하고 비례대표후보명부상의 후순위자는 의원직승계기대권을 상실한다.  1문에 의하여 의원직을 상실한 의원이 지역구에서 선출된 경우에는 해당 지역구에서의 지역구의원의 선거가 42항에서 4항을 준용하여 다시 치뤄진다.  이 경우 1항에 의하여 의원직을 상실한 의원은 후보자로 출마할 수 없다.  1항에 의하여 의원직을 상실한 의원은 후보자로 출마할 수 없다.  1항에 의하여 의원직을 상실한 의원이 위헌으로 선언된 정당 또는 정당의 부분조직의 주 비례대표제명부에 의하여 선출된 경우에는 그 의원직은 승계되지 않는다. 그 밖의 사항에 대해서는 481항이 적용된다.[66]

 

14.2. 미국에서 의원의 헌법 준수 의무와 의원 자격 상실 문제

 

의원의 정부 비판 발언의 수준과 의원 자격 상실 여부

 

미국연방대법원의 본드 의원 케이스에서 의원의 정부 정책 비판에 대해서는 어떠한 제한을 두어서는 아니된다고 판시했다.  연방대법원은 이 판결에서“공공 정책에 대한 토론은 무제한적이고, 활발하게, 완전히 열려 있어야 한다”[67]는 뉴욕 타임즈[68] 판례가 확인한 언론 자유의 기준을 재확인하였다.

 

본드 Bond는 흑인이고 당시 인권 단체 소속 직원이었다.  그는 평화주의자로서 전쟁반대론자이었다.  1965년 의원 선거 이후 본드는 소속 인권단체가 미국의 베트남전쟁 정책과 전쟁 파병 군인 징병제를 비판하는 것을 지지했다.  본드는 흑인이 백인에 비해서 “차별받는 열등 시민”[69]으로 취급되는 한 전쟁에 참가할 이유도 없고 또 자신은 전쟁반대론자로서 당연히 베트남전쟁 등 모든 전쟁을 거부하는 명분을 가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헌법 준수 의무에 위반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조지아주 Georgia 하원은 본드가 주헌법과 연방헌법을 진정으로 준수한다는 것을 선서할 수 없다는 것[70]을 보여주는 것임으로, 따라서 본드는 의원 자격이 없다고 그의 의원 취임을 저지했다. 

 

그러나 연방대법원은 본드의 행위는 법률로 금지하고 있는 징병제 반대 “선동 incitement”에 해당되지 않으므로 주 하원이 본드 의원의 자격을 박탈한 조치는 의원에게 주어진 수정헌법 제1조가 보호하는 표현의 자유 기본권을 침해하여 위헌무효라고 판결했다.[71] 

 

정당 해산과 동시에 소속 의원의 의원직이 자동적으로 상실되는지에 대한 문제는 위의 사례들을 통해서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15. 법의 지배 Rule of law 법치국가 Rechtstaat

 

15.1. 법 개념 고정화의 위험성

 

대륙법 계통의 법조인들은 “나폴레옹 통일 법전”의 제정 사례에서와 같이 법률 개념을 통합적으로 해석하려는 경향이 크다.  법조문에 사용되는 용어를 정확하게 정의하여 법률을 해석하는 사람들에게 오해의 소지나 또는 잘못 해석할 틈을 주지 않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다고 여겨서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시도가 지나칠 경우에는 오히려 이로움보다는 해를 끼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때로는 법률제정자들이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개념 규정을 법률 조문에 넣지 않는 경우도 있다.  법은 생물과 같이 진화하는 경우가 많아서 중요한 법개념이나 또는 너무나 중요해서 모두가 다 알고 있는 주요 개념에 대해서 규정을 하게 되면 오히려 의도되지 않는 결과가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아예 처음부터 개념 정의를 시도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예에 속하는 것 하나가 형사법의 기초 원칙인 ‘의심할 여지가 없이 명백한 증거 beyond reasonable doubt’이라는 개념이다.  배심원제도를 법의 기초로 삼고 있는 영미 판례법국가의 국민들은 일상 생활에서 친숙한 배심원 제도를 통하여 “의심할 여지가 없이 명백한 증거”라는 법 개념은 대부분이 잘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도 그것을 꼭 끄집어내서 정의해 보라고 하면 그것은 쉽지 않다고 말한다.  그래서일까?  법정에서 판사는 배심원 평결에 앞서 ‘beyond reasonable doubt’이라는 법률 용어의 의미에 대해서 배심원들에게 설명해줄 법적 의무가 있다.  이 때 판사는 증거법 개념에 대한 의미를 비유적으로 설명을 해줄 수는 있으나 확실한 수치적으로 표현하거나 또는 고정된 사전 정의식으로 설명해서는 아니된다.  아마도 그 까닭은 영미법 국가에서 법률 개념 정의라는 것은 법조문에 명확하게 사전식으로 규정하게 되면 또 다른 해석의 문제를 잉태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 아닐까?  또 중요한 법개념에 대해서 정의를 해 놓고 또 암기한다고 해서 법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대신 자신들의 언어로써 말할 수 있고 그렇게 스스로 이해될 때 보다 확실하고 정확한 인식이 된다는 판례법 법조인 교육훈련 마인드가 그 바탕에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15.2. 자유 민주적 기본질서의 법개념

 

정당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 경우 정부가 헌법재판소에 정 해산 명령을 청구할 수 있다.  여기서 “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법 개념에 대해서 헌법에 규정되어 있을 법도 한데, 헌법에는 그러한 개념 규정을 전혀 찾아 볼 수가 없다.  헌법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을 정의하지 않고 있기에 그것을 해석하는 몫은 재판관에게 달려 있다. 

 

헌법제정자들은 왜 중요한 개념에 대해 정의하는 별도의 규정을 정해 놓지 않지 않았을까?  그것은 아마도 “민주적 기본질서”를 간단하고 간명하게 정의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어서가 아니었을까?  또 중요한 개념을 법률에 미리 규정하기보다는 그것을 규정해야 할 사건이 일어나면 사법부에게 그러한 해석 문제를 책임지고 수행하도록 맡겨 둔 것이 아니었을까?[72]

 

법 개념의 추상성

 

헌법상의“민주적 기본질서”라는 문언은 추상적인 표현이다.  “민주적 기본질서”가 무슨 뜻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사건이 일어나고 나고 난 후 추상적인 개념이 이와 관련해서 이해가 될 것이므로 이 추상적인 개념은 시간이 흐르고 시대가 달라짐에 따라 새롭게 해석이 이루어질 성격을 갖고 있다.  다시 말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추상적인 개념은 상황에 따라 발전되어 가는, 살아있는 실체, 커가는 나무와 같은 “생물 living instruments[73]이라고 말할 수 있다.  만약 그러한 생물 같이 변화 발전하여 온 추상적인 개념에 대해서 오해의 소지를 없앤다는 취지에서 제정법률에 명시적으로 규정하는 순간 소송당사자들이 그 규정을 끌어다 이용하는 것을 막을 수가 없게 될지도 모른다.[74]   또 때로는 법 개념의 추상성에 의해서 피고와 원고 양측이 동시에 타당성의 근거로 삼는 경우까지 생길 수 있다.  그 한 예가 부시 대 고어 사건[75]에서 피고와 원고 양측이 “법의 지배 rule of law” 원칙을 자신들의 주장 근거로 들었는데 그것은 법의 지배 개념이란 결국 각자 자신들의 주장이 옳다라는 것 이상의 별다른 의미를 부여해 주지 못한다는 것을 뜻한다.[76] 

 

우리나라 헌법 재판에서 “자유 민주적 기본 질서”에 대한 개념도 그와 같은 정도에 그칠 지도 모른다.  피고 정당과 원고 정부 양당사자가 모두 자유 민주적 기본 질서에 대한 법개념을 내세우며 자신들의 주장의 타당한 근거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측면을 고려하면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에 대한 개념을 따지고 분석해 들어가는 순간 어느 일정한 시점부터 더 이상 큰 의미가 존재하지 않게 될 지 모른다.  월드론[77]이 주장하는 바대로, 추상적인 법 조문에 대한 개념 정의는 본질적으로 논쟁적인 개념 essential contestability[78]의 성질을 갖고 있는지도 모른다.  헌법 조문에 사용된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라는 용어를 정확하게 정의하여 법률을 해석하는 사람들에게 오해의 소지나 또는 잘못 해석할 틈을 주지 않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다고 여겨서 법개념을 정의해 들어가다 보면 어느 순간 오히려 불명확해 버리는 모순적인 상황이 나타날지 모른다는 것이다.  또 추상적인 표현인 “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법 개념은 서로 다른 사람들에 의해서 다양한 주장들이 제기될 수 밖에 없는 “본질적으로 논쟁적인 개념”에 해당할 지 모른다.

 

부시 vs 고어 사건에서 나타난 법의 지배 개념 토의 과정을 본다면, 헌법 재판에서 자유 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법적 개념 정의를 시도하는 것이 별다른 큰 의미가 있는 작업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중요한 헌법적인 기초 개념 또한 끊임없이 진화하고 발전되는 개념이지 어느 한 시점에 얼어 붙어 변하지 않는 고체같이 고정불변의 개념은 아닐 것이다.  이것은 사법부가 국민기본권의 존재를 밝혀내고 국가기관간의 권한 다툼의 분쟁을 해결해 나오면서 쌓아 온 지난 반세기 동안의 사법부의 발자취를 살펴 보면 쉽게 수긍이 된다.[79]

 

15.3. 민주적 기본질서-“본질적으로 논쟁적인 개념 essentially contested concept”인가?

 

우리나라에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정당 해산 심판에 관련된 법률 해석의 출발점으로 삼고 있는 것이 1956년 독일헌법재판소의 독일공산당 해산 결정 사례인 것으로 보인다.  1956년 서독연방헌법재판소는 자유 민주적 기본질서란 모든 폭력과 자의적 지배를 배제하고 그때그때의 다수의사에 따른 국민자결과 자유 및 평등에 기초한 법치국가적 통치질서를 말한다.  이 질서의 기본원리로는 최소한 다음의 요소들이 포함되어야 한다: 기본법에 구체화된 기본적 인권, 무엇보다도 생명과 그 자유로운 발현을 위한 인격권의 존중, 국민주권, 권력의 분립, 정부의 책임성, 행정의 합법성, 사법권의 독립, 복수정당의 원리와 헌법적인 야당의 구성권과 행동권을 가진 모든 정당의 기회균등이라고 규정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법개념 정의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가 무엇이라는 개념을 수학공식처럼 정확하게 정의한 것이 아니고 또 자유 민주적 기본질서를 구성하는 요소들이나 원리들을 나열한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나열된 구체적인 요소들에 대한 개념을 또다시 무슨 뜻인지를 파고들어가야 한다.  국민주권, 사법권의 독립, 복수정당의 원리, 정당의 기회균등 등 개별적인 구성요소들을 일일이 개념 정의해 들어가는 작업을 하다 보면 아마도 끝낼 수 있을 지 않기 힘들 것이다.  또한 국가와 사회의 발전에 따라서 새로운 법해석을 통해서 새로운 기본권을 계속 확인해 왔다.

 

또 하나 언급하고 싶은 점은 우리나라 헌법은 독일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자유 민주적 기본 질서 free democratic basic order”라는 규정하고 문언상 약간 차이가 나는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 정당 해산 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자유 민주적 기본 질서”와 “민주적 기본 질서”는 어떻게 얼마만큼 다르고 또 어느 정도 같을까?  이런 측면에서, 이러한 헌법조문상에 나타난 법 개념을 정의하는 작업은 법 law의 영역이 아니라 예술 art의 영역으로 넘어가게 되는 것일까?  또 “민주적 기본 질서”라는 개념이 그 핵심적인 내용을 해석함에 있어서 서로 다른 사람들에 따라서 다양한 주장이 제기될 수 밖에 없는 본질적으로 “경합적 contested”인 개념으로 볼 수 있을까?  또 “민주적 기본질서”의 개념 확대가 민주주의 구성요소를 왜곡시키는 결과를 가져오는 걸까?  이와 같이 정당 해산 심판은 법철학적 의문점까지 해소해야 될 지 모를 정도로 확장적이고 열려진 토론의 마당일 것 같다. 

 

15.4. 민주 국가에서 정당의 존재 가치와 역할의 중요성

 

정당은 헌법재판소와 마찬가지로 헌법상 보호되는 제도적인 장치의 하나다.  대의제 민주주의, 정당 민주주의는 우리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민주적 기본질서”의 당연한 요소이고, 국민의 정치적 참여는 헌법적 기본권에 속한다.  우리 헌법에 헌법재판소의 판결로써 정당은 해산을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한 것은 정부가 함부로 정당을 소추할 수 없도록 만들기 위해서였다.  군사독재정권으로 인해 받은 아픈 상처를 다시금 받지 않도록 정당은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고 규정해 놓았다.  민주공화국을 부정한 쿠데타 정권이 나타나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일본을 포함하여 미국, 영국, 독일 등 서구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에서는 공산당까지 자유로이 허용하고 있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동구권 공산주의 체제가 무너진 지 4반세기가 지난 현재 공산당이 정치적 영향력을 크게 미치는 국가는 전세계적으로 거의 없다.  어떤 나라에서건 공산당일지라도 자유민주주의 기본 질서에 큰 위협을 주는 대상으로써 여겨지지 않는다.  물론 유럽에서 부상하고 있는 극우정당의 문제점에 대해 역사적인 조망과 보다 깊은 이해를 필요로 할 것이다.  서구민주국가들에서 공산당의 해체는 정부의 강제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공산당에 호의적인 지지자들이 극소수로 줄어들어선 현실을 생존을 이겨내지 못한 결과이다.  다시 말해 서구국가에서의 공산당은 생존이 불가능하게 된 정치 사회의 변화에 따라서 공산당 스스로가 자발적으로 해체하는 수순을 밟았다.[80]  민주국가에서 정당에 대한 지지자가 없으면 정당으로써 존립하기 힘들다.  우리나라의 정치 사회의 특수성이라고 해도 그것은 인류사의 보편성을 뛰어넘기에는 극히 힘들 것이다.  이러한 근거에서 우리나라에서 어떠한 진보적인 정당이 나타난다고 해서 그것이 어떤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수준으로까지 비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추측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에 대한 믿음만큼 분명하게 보인다. 

 

국가의 정통성은 국민이 참여하는 선거로 창조된다.  정권은 정당이 참여하는 선거에 의해서 창조되므로 정당이 없으면 정부 대표자가 선출될 수 없다는 의미다.  하나의 정당은 국민이 자유로운 정치적 결단으로서 탄생된다.  정당의 자유는 국민 기본권인 집회 결사의 자유권의 연장선으로 이해된다.  정당은 헌법상 제도로서 기능하고 있다.  따라서 정당에 의한, 정당을 통한, 정당 정치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토대에 속한다.  오늘날 통치의 정당성은 법적 권위와 정치적 과정의 정당성에 의존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일정한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획득하고 있는 현실적으로 정치적으로 합법적으로 존재하는 정당에 대해서 헌법재판소가 해산을 명령한다면 그러한 행위의 결과는 어떤 효과를 가져오게 될까? 

 

15.5. 사법적극주의 judicial activism의 한계

 

헌법 해석의 방법론을 둘러싸고 사법 적극주의 judicial activism[81]와 사법 소극주의 judicial restraint[82]가 서로 긴장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83]

 

하나의 정치적 결사 단체에 대한 강제적 퇴출의 문제는 국민의 성숙된 정치적 판단에 따라 스스로 해결될 수 있다는 변함없는 믿음을 갖는 것이 보다 중요할 수 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정기적인 총선거를 통하여 국민적 의사와 평가가 나타나게 된다.  민주국가의 역동적인 정치 과정이 제대로 작동된다면 극히 저조한 지지율의 정치 단체는 국가 안보 정책에 실질적으로 큰 위협이 되지 못할 것이고 또한 그런 문제는 국민의 높은 정치적 성숙도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걸려지는 영역이라고 보여진다.  정치적인 역동성의 문제를 사법적 잣대로 들이대고 극단적인 처방전을 선택하도록 강요하게 된다면 오히려 그러한 비민주적이고 비관용적인 사고방식 자체가 오히려 더 큰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지 않을까? 일정한 대중적 지지기반을 획득한 정당에 대해서 정당이 출현하게 된 근본적인 정치 사회 구조적인 부분을 해결하려고 노력하지 않고 단순히 정당을 해산시켜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잘못된 태도라고 여겨진다.  아마도 정권의 정통성과 민주주의 본질적 과정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 결과 그러한 잘못된 태도를 보일 것이다.  행정부 스스로 엄연하게 인식하여야 하는 것은 대의민주주의와 정당정치는 민주적 기본적 질서의 본질적인 내용이고 또 이런 헌법 질서가 작동되도록 “선량한 정부 Good Government를 유지하여야 할 책무를 행정부 자체가 엄연히 지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역동적인 정치적 과정 속에서 국민의 의사표시에 따라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예단적인 판단을 가지고 선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발상은 사법적인 판단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렵다.

 


 

저자 소개

 

정당 해산 심판 JUDICIAL REVIEW OF POLITICAL PARTIES:
A Comparative Study of Korea, Germany, U.S. and Australia
- 한국-I

 

 

<저자 약력>

 

오재창

고려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뉴욕대학교 (NYU) 석사 졸업 (LLM)

고려대학교 대학원 졸업 (법학박사)

사법연수원 수료 (19)

육군 검찰관

법무법인 해마루 대표 변호사

고려대학교, 한양대학교 로스쿨 겸임교수

법무법인 해마루 구성원 변호사()

미국 뉴욕주 변호사()

대한 상사중재원 중재인()
한국 경쟁법 학회 이사()

법무부 인권자문위원()
 
“국제법상 개인청원제도에 관한 연구-시민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박사논문)

대법원 연구보고서 “가압류 제도 개선 방안”  

 

 

이신화
영남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영남대학교 대학원 졸업 (법학박사)

대구시 교육청

한국헌법학회

한국교육법학회 이사()

서울특별시 교육청()

“교육기본권 관점에서의 사립학교법과 학교선택권의 연구”(박사논문)

 

 

추홍희

고려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원 졸업 (경영학석사)

뉴 사우스 웨일즈 대학교 로스쿨 졸업 (JD)

뉴 사우스 웨일즈 대학교 법학석사 졸업 (LLM)

COL 사법연수원 졸업 (GDLP)

KATUSA, LG 투자증권, Clyde & Co 

호주법무법인 오스틴하워드 변호사

세계법제연구원 이사()

인수합병 M&A업무 한국시장 도입에 관한 연구”(석사논문)
번역서: “The Politics of Happiness”

저서: “월 스트리트 변호사 이야기 A Story of Wall Street”
email: 21wallst@gmail.com

 

 

 


 

서지 정보

 

정당 해산 심판 JUDICIAL REVIEW OF POLITICAL PARTIES:
A Comparative Study of Korea, Germany, U.S. and Australia
- 한국-I

 

발행일 2015815일 제1판제1쇄 발행

저자 오재창 이신화 추홍희

발행처 세계법제연구원

주소 경기 부천 원미구 부일로 205번길 46 (윌타운 601)

등록번호 제 387-2013-00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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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caselawcenter.tistory.com

 

정가 29,500

ISBN 9791195137916/93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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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도서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오재창, 이신화, 추홍희 2015

 


 



[1] <정당 해산 심판-한국-I>은 정부가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 해산 명령을 헌재에 청구한 201411월 시점부터 리서치를 개시하여 오재창 변호사, 이신화 헌법학박사, 추홍희 3인공동저자의 계획으로 출발했다.  여기의 내용은 2014 4월 말까지의 정보를 기준으로 쓴 것으로 제II편의 내용으로 헌법재판소의 판결문을 해설하는 것으로 추가할 것으로 예정으로 약간의 문구를 수정한 글이다.  정치적 표현의 자유, 집회 결사의 자유, 정당 활동의 자유 등에 대한 견해차 부분에서 밝혀지겠지만 3인공저자들은 그와 같은 기본권 등을 변호 옹호함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적극적으로 비판하지 않는다는 점을 참조바란다.  더욱이 3인공저자들은 한국의 헌재는 스페인의 정당해산 모델 (목적론)에 따라 한국 헌재의 통진당 해산 명령을 예측하고 스페인 헌재의 정당해산 판결문을 번역하기 시작하다가 불운하게도 추홍희 저자의 2014 7월 개인의 일산상의 이유로 인해서 더 이상 원고를 수정 진행할 수 없었다.   다시 말해 여기 글은 2014 12 19일 헌재의 판결이 내려지기 훨씬 이전의 시점 즉 2014 4월말까지의 작성된 글임을 참조하기 바란다.  한국의 정당해산 판결문을 비판한다고 해서 그것을 문제 삼는 사람들은 아마도 학문의 발전은 비판의 자유에서 기인한다는 가장 근본적인 진리 탐구와 국가 사회 발전의 기초 토대 조건을 잘 인지하지 못한 사람일지지 모른다.  3인저자는 진실을 전달하는 직업적 의무를 지고 그것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음을 밝히며 진실 추구의 직업적 양심을 실천하고 있음을 분명하게 밝힌다.

[2] 독일 판례에서의 정당의 개념: “organizations of citizens exercising ongoing influence throughout the Federation or a state on the formation of the political will, and seeking to participate in popular representation in either the Bundestag or a state assembly. The organization must be able to demonstrate that the pursuit of such a goal is not without seriousness of purpose. Such a demonstration may be made from the totality of the party's circumstances, especially the breadth and stability of the party organization, the number of party members, and the extent of the members entry into public life. [1967] BGBI I 773. §2(1)(1). (영어번역본에서 가져옴).

[3] 정당이 선거 참여를 통해서 정권을 창출하게 되므로 만약 정당이 없으면 민주주의 정부를 수립하기 힘들 것이다.  It is not possible to govern a democracy without a political party because these parties work to stabilize the government and also they help to elect the government.

[4] 비선출권력인 사법부가 선출권력인 입법부보다 우위에 서는 것은 국민 주권 popular sovereignty의 민주주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 아닌가?  법의 지배 rule of law 원칙을 의한 사법부 우위 제도는 의회 우위 원칙 즉 대의제 민주주의 representative democracy와 의회 주권 parliamentary sovereignty (parliamentary supremacy)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 아닌가? 이런 의문을 말한다.

[5] 미연방대밥원의 부시 대 고어 판결 Bush v. Gore, 531 U.S. 98 (2000) 상기하라. 200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고어 후보가 전체 투표자로부터 받은 유효투표수는 부시 후보보다 54만여 표가 더 많았다(지지율 48.4% 47.9%). 하지만 미국대통령 선출은 주별대표자인 선거인단 (electoral college)이 결정하는 제도이므로 전체선거인단 538표중 과반을 넘은 (고어는 266표 획득) 271표를 얻은 부시 후보가 최종적인 대통령으로 당선되었음을 미연방대법원이 대법원 54의 다수의견으로 확인하였다. 2000년 미국 대통령 선거 개표 과정에서 두 후보간의 법적 분쟁이 발생하여, 마침내 대통령 당선자를 최종적으로 연방대법원이 결정하게 된 결과를 가져왔다. 재검표를 두고서 양쪽이 법정 소송을 벌였고 선거일 이후 5주간이나 공식적인 선거 결과를 알 수 없었으나 연방대법원의 판결을 나오자 고어 후보는 대법원의 판결에 대한 더 이상 법정 투쟁하는 방안을 포기하고 연방대법원의 판결에 깨끗이 승복하는 정치적 결단을 하였다.

[6] 헌법재판소 http://www.ccourt.go.kr/

[7] 헌법재판의 기능과 역할 as guardian of fundamental rights, overseeing the institutional balance, providing a deliberative forum, a regulatory watchdog에 대한 자세한 논의는 다음 책을 참조하라. Popelier (eds), The role of constitutional courts in multilevel governance, Intersentia, UK, 2012.

[8] Marbury v. Madison, 5 U.S. 137 (1803),154-180.

[9] 우리나라 헌법재판소의 경우로 가상해서 다시 설명해 본다면, 헌법재판소의 헌법 재판은 대통령이 국회가 만든 법률을 선포하고 따라서 정당한 법률적 효력이 발생한 헌법재판소법률에 따라서 헌법재판소가 헌법 재판권을 구체적으로 행사하고 있는데 만약 헌법재판소법률에 헌법상 명문 원칙에 어긋나는 조항이 들어 있다고 하는 경우라면 헌법재판소가 스스로 그것을 위헌조항이라고 위헌법률심사를 할 수 있느냐의 문제하고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헌법 재판은 헌법재판소 법률에 따라서 행사되므로 그러한 법률 조항의 폐기는 국회 또는 행정부의 소관인 입법 사항으로 판단하여 되돌려 보내고 헌법재판소는 그것을 다시 기다려야 하는가?  아니면 헌법재판소는 헌법 수호의 책무를 수행하고 있으므로 헌법재판소에 주어진 마땅한 권한으로써 스스로 위헌법률임을 무효 선언할 수 있느냐에 대한 판단 문제가 될 것이다. 

[10] 헌법재판소 2014.2.27 판결, 2014헌마7.

[11] 영미법 국가에서 대법관을 ‘자스티스 Justice’라고 부른다.  가장 높은 지위를 가진 최고의 법관을 우리는 ‘대법관’이라는 호칭을 쓰는 반면 영미국인들은 ‘Justice’라고 부르는데 Justice의 뜻이 바로 ‘정의’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독일의 정치학자 한나 아렌트는 히틀러 나찌 일당 독재 체제가 들어서게 된 원인을 분석한 것으로 유명한데 아렌트는악의 일상화 banality of evil”의 개념으로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악마도 일상적으로 나타나면 더 이상 악마라고 인식하지 않고, 악에 대한 가치판단력이 무디어져서 사람들은 아무런 저항없이 악의 체제마저 받아들이게 된다.  악과 불법 등이 일상화되면 그것들에 대한 가치판단력을 상실하게 된다는 점을 아렌트는 지적하였다.  정의가 실현되지 못했던 우리나라를 묘사한 소설 구절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순사는 때려 조지고, 간수는 세어 조지고, 검사는 불러 조지고, 판사는 늘여 조지고, 도둑놈은 먹어 조지고, 마누라는 팔아 조지고.” (“육조지”, 정을병, 1974.)

 

[12] 정당 해산 심판을 청구할 만큼 국가적인 위기 상황이라면 정부가 해야 할 우선적 순위는 먼저 헌법재판소에 임시 가처분을 신청하고 동시에 형사재판을 구한다면 국가적 위기 상황에 대한 사실 판단의 문제에 보다 더 합당해 질 것이다.

[13]Military Operations Other Than War.   참조. http://www.cdmha.org/toolkit/cdmha-rltk/PUBLICATIONS/j7-mootw.pdf.

[14] Obama illegally used a posse comitatus to impose martial law in Boston an impeachable offense, http://presscore.ca/2012/obama-illegally-used-a-posse-comitatus-to-impose-martial-law-in-boston-an-impeachable-offense.html.

[15] 18 U.S.C. § 1385 http://www.law.cornell.edu/uscode/text/18/1385, Posse Comitatus (Power of the county) Act 군동원법률에 대한 자세한 연구자료는 다음을 참조하라, 미의회 연구조사처, The Posse Comitatus Act outlaws and Related matters, https://www.fas.org/sgp/crs/natsec/R42659.pdf.

[16] http://www.gpo.gov/fdsys/granule/USCODE-2010-title10/USCODE-2010-title10-subtitleA-partI-chap18-sec375/content-detail.html.

[17] 정당 해산 심판에서 치안상황과 전쟁 상황을 구분해서 따져보아야 한다는 의견은 국내 치안은 주 정부가 맡고 국방 문제는 연방중앙정부가 따로 맡는 연방제국가인 미국과 호주의 헌법아래서는 중요한 논거의 하나로 작용한다.  위기 상황에 대한 판단 근거에 관해서 미국과 호주의 공산당 해산 사건에서의 판결 이유를 참조하라.

[18] 헌법재판소 2013.3.21 판결, 2010헌바132.

[19] 국가 긴급 사태에 대한 법 개념은 Wilson v. New 243 US 332 (1917) 판례를 참조하라.

[20] 2013.3.21 2010헌바132.

[21] 폭동상황 대처에 대한 경찰과 군대의 역할에 대한 논의는 다음을 참조하라. Thuston T, The militarys role in domestic terrorism, https://www.hsdl.org/?view&doc=87897&coll=limited.  전쟁과 범죄의 구분 개념에 대해서는 다음을 참조하라: Feldman N, Choices of Law, Choices of War, 25 Harv J L & Pub Poly 457.

[22] 전쟁 기간이나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느끼던 시기에 정부가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어떻게 축소하거나 제약하려고 하는지에 대한 법역사적 조망은 다음의 책을 참조하라.  Garrison, Supreme Court Jurisprudence in Times of National Crisis, Terrorism, and War, Lexington Books (2011).

[23] After each perceived security crisis ended, the United States has remorsefully realized that the abrogation of civil liberties was unnecessary.  But it has proven unable to prevent itself from repeating the error when the next crisis came along. Brennan 대법관, The Quest to Develop a Jurisprudence of Civil Liberties in Times of Security Crises, 18 Israel Yearbook on Human Rights 11 (1988) at 20.

[24] Loewenstein K, Militant Democracy and Fundamental Rights, 31 The American Political Science Review 3 (1937), pp. 417-432.

[25] 비터 버튼외 편 “일본의 정당 제도” (1992), The Communist Party of Japan reiterates that it will make no model of the experiences of any foreign countries, such as the Soviet Union and the People's Republic of China. As a consistent defender of freedom and democracy of the people, it will correctly inherit the original stand of scientific socialism; it will seek a creative development of socialism under the condition of a highly developed capitalist country, Japan; and it will continue to pursue a unique way to an independent democratic Japan and a socialist Japan, hand in hand with the people.

[26] “진보당사건”에 대한 재심대상판결인 대법원 1959. 2. 27.선고 4291형상559 판결에서 피고인에게 사형이 집행되었는데, 피고인의 자녀가 이에 대해 재심을 청구한 바, 대법원은 2010년 재심을 결정하고 2011년 판결에서 무죄를 확인하였다.(대법원 2010.10.29.선고 2008재도11, 대법원 2011.1.20.선고 2008재도11).

[27] 박규환, 정당해산 심판기준에 관한 연구, 헌법학연구 제14권 제4(2008), 479-508, 485, 선관위, “대한민국 정당사” 제1 1989, 234쪽 재인용.

[28] 대법원 2011.1.20, 선고, 2008재도11, 전원합의체 판결 (조봉암 사건).

[29] 대법원 2011.1.20. 선고 2008재도11 전원합의체 판결(조봉암 사건).

[30] 구 국가보안법(1958. 12. 26. 법률 제500호로 폐지 제정되기 전의 것) 1, 3조는 ‘국헌을 위배하여 정부를 참칭하거나 그에 부수하여 국가를 변란할 목적으로 결사 또는 집단을 구성한 자로서 수괴와 간부는 무기, 3년 이상의 징역 또는 금고에 처하고, 그 목적으로서 그 목적한 사항의 실행을 협의 선동 또는 선전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31] 형법 제98조 제1.

[32] 고등법원 판결에 대한 대법원 상고 사건에서 대법원이 고등법원 판결을 다시 재심한 것을 말한다.  판례법의 Certiorari명령과 비슷하다.

[33]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 7.

[34] 대법원 2011.1.20, 선고, 2008재도11, 전원합의체 판결.

[35] 이 사건은 원심법원과 제1심법원이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판결하기에 충분하다고 인정되므로 형사소송법 제396조 제1항에 의하여 이 법원이 직접 판결하기로 한다.

[36] 대법원은 피고인에 대한 간첩의 공소사실은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이미 지득한 관련 문건 등을 보고·누설한 행위에 불과하여 그 자체로서 형법 제98조 제1항에 규정된 간첩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37] 범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위법한 행위가 저질러졌다”는 범죄 행위의 존재가 입증되어야 한다. 외부로 표시되어 나타난 즉 저질러진 “범죄 행위”를 라틴어로 “Actus Reus, 영어로 “guilty act, wrongful act, criminal act” 등으로 표현한다.

[38] 라틴어 “Mens Rea, 영어로 “evil intent, guilty mind, criminal thought”등으로 번역된다.

[39] 문단 구분은 독자의 편의를 위하여 저자가 임의로 조정하였고 굵은 선 강조부분은 저자가 강조를 표시하였거나 삽입하였다.

[40] 1997.12.24선고, 96헌마172.173(병합) 결정 참조.

[41] 한겨레 신문 2014.1.5 기사 참조, “아르오 사건 재판을 진행 중인 수원지법은 국정원이 제출한 녹음파일 47개와 녹취록 44개 가운데 녹음파일 15개와 녹취록 15개는 '원본이 남아 있지 않다' 등의 이유를 들어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법원이 배제한 녹음파일·녹취록 15개도 증거로 삼을 수 있다. 형사재판에서 채택되지 않은 증거가 헌법재판소의 정당해산심판 사건에서는 증거로 쓰이는 이상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42] 대법원 1985.12.24 선고 852178 판결.

[43] 대법원 2000. 7. 28. 선고 20001568 판결, 대법원 2001. 2. 9. 선고 20004946 판결 참조.

[44] “무죄추정 the presumption of innocence”은 innocent until proven guilty”이라는 말이 보다 정확한 영어 표현일 것이다.  이 말은 “모든 합리적인 의심 beyond reasonable doubt”이라는 입증책임 기준의 말이 생략되어 있음을 상기하라.  이 말은 입증 책임의 주체뿐만 아니라 입증 책임 기준을 함께 의미한다.  보통 중요한 후반부 “beyond reasonable doubt”말로 단독적인 어휘로 쓰여진다. 무죄추정의 헌법상 원칙 확립의 판례는 다음을 참조하라. Coffin v. U.S. 156 U.S. 432 (1895); Taylor v. Kentucky 436 U.S. 478 (1978); Woolmington v DPP [1935] AC 462: Throughout the web of the English criminal law one golden thread is always to be seen - that it is the duty of the prosecution to prove the prisoner's guilt subject to what I have already said as to the defence of insanity and subject also to any statutory exception.

[45] Principle that there is a presumption of innocence in favor of the accused is the undoubted law, axiomatic and elementary, and its enforcement lies at the foundation of the administration of our criminal law. Coffin v. U.S., 156 U.S. 432 (1895).

[46] 헌법재판소, 2013.12.24. 정당해산심판 2차 재판기일. 2013헌다1 통합진보당 해산, 2013헌사907 정당활동정지 가처분신청.

[47] 민사소송법상 입증 책임 기준은 증거 우위의 원칙 preponderance of the evidence이고, 형사법 입증 책임 기준은 ‘모든 합리적인 의심을 넘는 innocent until proved guilty beyond a reasonable doubt 확신’의 원칙 즉 ‘무죄추정 presumption of innocence’의 원칙 기준이다.

[48] 법원은 입증 책임의 정확한 기준과 정도에 대해서 확률적 수치적으로 표현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 표에서 확률적 수치를 제시한 것은 법원의 판단에 따른 것이 아니라, 독자의 이해 편의를 위하여 저자의 주관적인 설명에 따라 대략적인 확률로 표시한 것이다. 참조: Colb S. Probabilities in Probable Cause and Beyond: Statistical versus concrete harms, http://www.law.duke.edu/journals/lcp.

[49] 미국 수정헌법 제4(수색 및 체포 영장): 부당한 수색, 체포, 압수로부터 신체, 가택, 서류 및 통신의 안전을 보장받는 국민의 권리는 이를 침해할 수 없다.  체포, 수색, 압수의 영장은 상당한 이유 probable cause에 의하고, 선서에 의하여 뒷받침되고, 특히 수색될 장소, 체포될 사람 또는 압수될 물품을 기재하지 아니하고는 이를 발급할 수 없다.

[50] 민사소송법상 입증 책임 기준은 증거 우위의 원칙 preponderance of the evidence이다. 증거우위의 원칙은 ‘우월한 증명력’이라는 말로 표현하기도 한다.

[51] Taylor v. Kentucky 436 U.S. 478 (1978); Woolmington v DPP [1935] AC 462: Throughout the web of the English criminal law one golden thread is always to be seen - that it is the duty of the prosecution to prove the prisoner's guilt subject to what I have already said as to the defence of insanity and subject also to any statutory exception.

[52] 헌법재판소가 민사상 입증 기준으로 전환시킨 결정의 다른 한편의 의미는 국가정보부의 정당 감시 활동에 대하여 헌법재판소가 헌법적 통제 기능을 행사할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법정증거가 많이 제출되면 될수록 국가정보부의 정당 감시 활동 자료도 제출될 확률이 높아지므로 그에 대한 헌법재판소가 국가정보기관의 헌법 준수 여부를 감시하고 통제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독일의 NPD 정당 해산 심판 케이스를 참조하라.

[53] In re Winship 397 U.S. 358 (1970); In re Gault 387 U.S. 1 (1967).

[54] 사실 판단에서의 오류 가능성을 제거하기 어려우므로, 미국 대법원은 사실 fact 판단을 임무로 하는 원심 재판 trial 관할권을 행사하지 않고 대신 법률심인 항소심과 최종심의 역할만을 행사해 왔다는 사법부 내재적인 이유를 보다 깊이 이해할 필요가 있다.

[55] 원심 재판은 당사자 심문을 진행하고 사실을 확정 짓는다.  헌법재판소는 대개 국가가 피고인 헌법소원을 포함하여 원심재판을 거의 담당하지 않았다. 

[56] 다글라스 대법관 보충의견, Brandenburg v. Ohio 395 U.S. 444 (1969), at 457. The lines drawn by the Court between the criminal act of being an "active" Communist and the innocent act of being a nominal or inactive Communist mark the difference only between deep and abiding belief and casual or uncertain belief. But I think that all matters of belief are beyond the reach of subpoenas or the probings of investigators. That is why the invasions of privacy made by investigating committees were notoriously unconstitutional.

[57] BverfGE 5, 85.

[58] 살아 있는 헌법- 실제로 작동하며 힘을 지닌 헌법- A living Constitution-a Constitution that is in actual work and power, 베지호트, 영국 헌법, 2 서문.  “살이 있는 헌법”이라는 표현은 월터 베지호트, 영국 헌법, 2 (1867) 서문살아 있는 헌법- 실제로 작동하며 힘을 지닌 헌법- A living Constitution-a Constitution that is in actual work and power” 구절에 나타난다.  “살아 있는 헌법 the living constitution”이라는 말이 법원 판결에 최초로 등장한 경우는 Tyrer v. U.K. 케이스 (1978.4.25. Series A, No 26.)

[59] 다음 선거에 미칠 결과측면이 아니라 법적 의미, 정부 기관간의 기속성 (Legal meaning, effects and consequences of the ruling) 문제 등을 포함한다.

[60] "명시적 규정 없는데 헌재가 권한 남용"을 이유로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2014.12.20 신문 기사 보도 참조.  헌재는 이와 관련, 선거법이 국회의원의 국민 대표성과 정당 기속성 사이의 긴장관계를 적절히 조화시켜 규율하고 있는 점, 정당해산심판의 실효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는 점 등을 강조했다.  의원직 상실이 정당해산심판 제도의 본질로부터 인정되는 기본적 효력이기 때문에 명시적 규정이 있는지 여부는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61] 우리나라 헌법은 권한의 소재만 밝혔을 뿐이다.  그리고 여기서 입법자의 재량에 속하는 사항이라고 해서 무한정 허용되는 것이 아니다.  예컨대 헌법재판소법에 헌법재판소가 가처분 등 집행명령을 발동할 수 있다는 제정법상의 명시규정이 있다고 해도 재판의 전제성에서 위헌법률 심사의 대상이 되는 것을 피할 수가 없다.

[62] 위법한 처분에 있어서는 전면적으로 소송제기가 가능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전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법원칙이고 또 타당하다고 본 유진오교수의 1949년 발간 “헌법해의” 중 발췌 인용, 방동희, 행정소송법상 처분 개념에 관한 연구, 14.

[63] 헌법 1072항 규정의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간의 권한쟁의에 관한 헌법 해석에 대한 학계나 실무계의 연구는 질과 양적인 측면에서 크게 축적되어 왔다.  하지만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하거나 설득력 있는 연구를 찾아보기는 쉽지 않는 것 같다.  저자는 이 부분에 큰 문제의식을 갖고 연구 문헌과 자료를 조사하였으나 저자의 우둔함으로 인해서 어떤 의견이나 해결점을 제시할 만한 수준에 아직 이르지 못했음을 고백한다.  따라서 지금 현재의 상황에서는 행정법원에 제기한 국회의원 지위 확인 소송의 대법원 판결 이유를 기다릴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64] 방동희, 행정소송법상 처분 개념에 관한 연구, 24p, 52에서 인용..

[65] 적법절차의 헌법 원칙에 대한 보다 자세한 설명은 헌법재판소 발간(2008) “기본권 영역별 위헌심사의 기준과 방법” 110-143쪽에서 기술하고 있는 적법절차 원리에 대한 설명을 참고하라.

[66] Ibid. 헌법재판소, “정당해산심판제도에 관한 연구” (2004), 267.

[67] "[D]ebate on public issues should be uninhibited, robust, and wide-open." New York Times v. Sullivan, 376 U.S. 254, at 270.

[68] New York Times v. Sullivan 376 U.S. 254.

[69] second class citizen" –당시 미국에서 백인과 차별대우받는 흑인의 열악한 정치적 사회적 지위와 상태를 지칭하는 표현이다.

[70] Bond could not in good faith take an oath to support the State and Federal Constitutions. Bond v. Flyd 385 U.S. 116 (1966).

[71] Bond v. Flyd 385 U.S. 116 (1966), at 133-134.

[72] 이러한 견해는 빙햄의 의견을 참조했다.

[73] “살이 있는 헌법”이라는 표현은 월터 베지호트, 영국 헌법, 2 (1867) 서문살아 있는 헌법- 실제로 작동하며 힘을 지닌 헌법- A living Constitution-a Constitution that is in actual work and power”구절에 나타난다.  “살아 있는 헌법 the living constitution”이라는 말이 법원 판결에 최초로 등장한 경우는 Tyrer v. United Kingdom 케이스 (1978.4.25. Series A, No 26.)

[74] Bingham, The Rule of Law, Penguin, 2011.

[75] Bush v. Gore, 531 U.S. 98 (2000).

[76] It may be a decision based on the rule of law that we agree with, it may be a decision based on the rule of law that we disagree with, but it will be based on the rule of law.; Hooray for our side!- Waldron, Is the Rule of Law an Essentially Contested Concept (in Florida), (2002) 21 Law and Philosophy 137-164. http://users.ox.ac.uk/~lawf0068/ROL_ECC.LP.perps.pdf.

[77] Waldron, Is the Rule of Law an Essentially Contested Concept (in Florida), (2002) 21 Law and Philosophy 137-164.

[78] 월드론은 갤리 Gallie의 철학 개념인 “Essentially Contested Concept”을 차용 설명하고 있다.

[79] 헌법재판소의 2013년 “주요 결정 25선”에 선정된 사례들을 참조하라. http://www.ccourt.go.kr/cckhome/kor/ccourt/maindecision/maindecision.do

[80] 호주 공산당은 1920년에 결성되어, 1951년 정당해산 심판에서 연방대법원에 의해 살아 남았으나 그 후 계속적인 당원수의 감소로 재정적인 압박을 견뎌내지 못하고 결국 1991년 자진해서 정당을 해산하고 청산하였다. http://www.reasoninrevolt.net.au/biogs/E000058b.htm.

[81] 헌법 해석의 방법론 중 축자적 문언해석 originalism 을 고집하여 법원의 역할을 축소하려는 경향을 비판하고, 헌법은 현재의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따라서 법률의 취지와 효과 purpose and consequences 측면을 보다 강조한다) 해석되어야 한다고 말한 미국연방대법원 Brennan 대법관의 견해를 참조하라.  Interpreting the Constitution is not a mechanical, value-free enterprise.  Instead, the Courts responsibility in this regard is to keep the community true to its own fundamental principles.

[82] 사법부의 역할은 정치적 행위에 개입을 스스로 자제 self-restraint함으로써 사법부 우위의 법치국가를 담보할 수 있다는 생각은 마치 신적인 성직자가 신적 권위와 지위를 획득하는 과정과도 같다.  성직자는 보통 인간들이라면 자제하고 제어하기 힘들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와 충동을 스스로 자제하고 포기함으로써 그에 대한 보상적인 수준을 훨씬 뛰어넘어 절대적인 권위와 존경을 획득하고 있음을 비교해 보라.

[83] “대통령 선출에 대해서는 입법부를 통한 국민에게 그리고 정치권에 위임한 헌법의 의도를 존중 admiration of the Constitution's design to leave the selection of the President to the people, through their legislatures, and to the political sphere”하는 바탕에서 대법원이 개입을 자제하는 경우 이를 사법소극주의를 보여준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사례에서 대법원은 54의 가까스로 결정으로 대법원은 부시 후보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렸다.  사법 적극(행동)주의의 개입 여부 관점에서 판결이유를 분석할 때 대개는 보수와 진보라는 정치적 이념 차이로 설명될 수 있으나 정치사회적으로 중요한 법적 쟁점이 달려 있고 또 대법관 사이에서도 첨예한 논쟁이 전개되는 케이스에서 판결의 방향을 결정짓는 키 보트 key vote 역할을 하는 법관의 경우 꼭 자신의 정치적 이념에 얽매이지는 않는다는 사례가 흔히 발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