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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사·철+북 리딩/번역 이론

초서의 캔터베리 이야기

by 추홍희블로그 2013. 3. 8.

누구에게나 여행은 시간과 돈과 몸소 행동이 따라야 하는 큰 결단이다.
더구나 먼 곳의 성지순례는 종교적인 헌신에 가깝다.  아무튼 초서의 시를 읽어보면서  이런 생각을 해 본다.

 

겨울이 가고 봄이 찾아 오면
산과 들은 꽃과 나무가 새롭게 피고
봄비가 내려 농부는 농사준비에 바쁘고
선생은 개강으로 온통 바쁘고
학생들은 새 학기 새 과목 새 공부에 바쁜 시간이다.
그런데 왜 모두가 겨울 잠에서 깨어난 바쁜 이 봄날에 
돈과 시간과 노력이 크게 들어가는 MT 여행을
그 먼 곳의 특정 장소로 찾아 가는 걸까?

 

내가 행을 달리하여 이렇게 표현한 것은 어떤 시적 표현이 아니라 대충 해 보는 말이다.  MT수련회 수학여행이나 신혼여행을 꼭 이 바쁠 때 그것도 돈 많은 외국인들처럼 옷을 차려 입고 비싼 돈 들여가며 별 볼일 없는 멀리 떨어진 그곳까지 여행을 손수 갖다 오는 것일까?

 

First Things First!


 학생들은 시험이 닥쳐서야 벼락치기 공부하지 평소에는 탱자탱자 노는 성격이 있다.  신혼이든 회사사장 취임이든 정권 변동이든, 모두가 초기에 휘어잡지 않으면 힘들다.
건초더미는 해 있을 때 끝내야 하고, 벚꽃이 피어 있는 잠깐 사이에 밤 벚꽃놀이라도 다녀와야 한다. 인간의 일에는 모든 것이 때가 있고, 시간이 전부다.  Time is of essence.

사람은 선택과 집중의 원칙 그리고 마음이 중요한 것인지 아무튼 바쁠 때일수록 더 많은 일을 한다.  사람의 일에는 기적이 일어나기도 하는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사람들은 아프기 전까지는 건강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한다.
In a nutshell, 인간들은 위기가 닥치지 않으면 문제해결을 스스로 미리 해 내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다시 제프리 초서의 시로 돌아가서 그의 시 전체를 읽어 보면 그 이야기 속에서 나타나는 교훈들을 이해할 수 있고 또 더욱 확실해 지겠지만 간단하게 서시 부분만 잠깐 읽어봐도 깨달아지는 것이 적지 않다.

 

4월에는 봄비가 내려 농부들은 농사철 준비에 바쁘고 가까운 자연에도 아름다운 꽃과 새들로 볼볼 것 많다.  그런데 할 일 없이 노는 겨울에는 가만 있다가 멀고 별로 볼 것도 없는 그 먼 곳으로 이 바쁜 봄날에 순례 여행을 떠나는 것일까?

 

TS 엘리어트가 말한 것처럼 우리는 항해를 멀리 하면 할수록 다시 출발선으로 되돌아오고, 공부를 깊이 하면 할수록 다시 처음의 의문점으로 되돌아오는 것 같기도 하다.  사람은 흙에서 나서 흙으로 돌아가는 법이고 밤이 새면 새벽이 오고 해가 지면 밤이 오고 지구는 돌고 돌아 해는 오고 간다.  “會者定離 去者必反”의 우리 인생 무상의 행로에서 제프리 초서는 그의 삶 속에서 법률가로서 배우고 익힌 실무 교육과 경험을 통해서 인간사를 꿰뚫고 있는 황금실날줄 같은 핵심주제를 파악해 내고서 “캔터베리 이야기”를 써나갔던 것이 아닐까?

 

참조: 사족이지만, 번역본 중 잘 되어 있다는 박* 교수의 번역본도 나를 흡족하기에는 매우 부족했다.  그 중 하나만 먼저 보면, “the young sun Into the Ram one half his course has run” 행에 대해서,  박*교수는 “나이 어린 태양은 백양궁의 반 행정(멀리 가는 길)을 마쳤을 뿐이며 “으로 번역했는데 이런 번역 특히 행정이라는 말을 설명까지 하면서 길게 했지만 도통 무슨 말인지 누구에게 이해가 되겠는가?  이에 대해 나는 “태양은 겨울철 황소자리를 반 정도 지나쳐 왔고”로 번역했다.  초서의 영시가 우리나라 세종대왕 때와 같은 15세기 고어로 쓰여졌다는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번역은 제3자가 읽었을 때 의미가 전달이 제대로 되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시인의 표현을 논리적이고 감각적으로 제대로 이해하여 번역 또한 다른 독자들에게 제대로 이해 전달되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초서의 캔터베리 이야기 서시 부분에 대한 나의 번역은 다음과 같다.

 

4월의 감미로운 봄비가 내리면
3월의 가뭄이 끝나고
어린 나무 가지를 달콤한 소나기로 흠뻑 적시며
꽃봉오리를 터트리며 꽃을 피워낸다
서녘 산들바람이 또한 촉촉하게 불어오면
들판과 산속의 기도원과 
상큼한 잎새를 설레게 한다
태양은 겨울철 황소자리를 반 정도 지나쳐 왔고
작은 새들은 저마다 노래 부르고
매우 기뻐서 밤새 뜬 눈으로 잠을 설치며
나무와 담장 위에서 사랑을 나눈다
그런데 이러한 봄날 왜 사람들이 성지순례를 떠나고
순례자들은 외국 문물에 마음이 쓰이고
메마른 땅 먼 곳의 성지를 찾아 나서는 것일까?

 

When April with his showers sweet with fruit
The drought of March has pierced unto the root
And bathed each vein with liquor that has power
To generate therein and sire the flower;
When Zephyr also has, with his sweet breath,
Quickened again, in every holt and heath,
The tender shoots and buds, and the young sun
Into the Ram one half his course has run,
And many little birds make melody
That sleep through all the night with open eye
(So Nature pricks them on to ramp and rage)-
Then do folk long to go on pilgrimage,
And palmers to go seeking out strange strands,
To distant shrines well known in sundry lands.


- PROLOGUE, the Book of the Tales of Canterbu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