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어티즈 : 이제 짐도 다 실었다. 그럼, 잘 있어라. 얘야, 그리고 순풍을 타고 오는 배편이 있거든 잠만 자지 말고 소식을 전해 줘야 한다.
오필리어 : 원, 오빤 별 걱정도...
레어티즈 : 햄릿 님이 네게 호의 같은 걸 보여오신 모양인데 그건 다 한 때의 기분, 청춘의 혈기에 불과한 거란다. 이른 봄에 피는 제비꽃이라고나 할까. 피기는 일찍 피어나지만 지는 것도 빠르고 향기롭긴 하나 오래 가지는 못하지. 덧없는 한 순간의 향기, 일시적인 위안, 그것일 뿐이야.
오필리어 : 정말 그럴까요?
레어티즈 : 그렇단다. 인간이란 자라면서 근육과 몸집만 커지는 것은 아니다. 이 육체가 성장하면 그 안에 있는 마음과 정신도 함께 성장하는 거란다. 지금은 햄릿 님도 너를 사랑하고 있겠지. 지금이야 오직 순정이 있을 뿐, 진심을 더럽히는 악의나 흉계 따위는 전혀 없을 거야. 그러나 그분은 지위가 지위니 만큼 자기 뜻도 자기 뜻일 수가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글쎄, 왕자라는 신분의 지배를 받을 수밖에 없는 처지라는 거야. 그러니 일반 백성들과 달라서 자기 마음대로 행동할 수는 없단 말이야.
한 나라의 안위가 그분의 선택 여하에 달려 있지 않으냐. 그러다 보니 자신의 배필을 간택하는 것도 자기의 손과 발이라고 할 수 있는 백성 전체의 찬성과 반대에 의해 좌우된다는 얘기야. 그러니 그분이 너를 사랑한다고 말씀하시더라도 그저 특별한 지위에 계시는 분의 말씀으로 알아서 듣는 것이 현명하단 말이야. 그건 이 나라 백성들의 찬성이 필요한 문제라는 걸 알아야 해.
글쎄 그분의 노래에 솔깃해져서 정신을 잃고 무턱대고 조른다고 해서 보배 같은 정조를 내어주게 되면, 처녀의 몸으로 얼마나 큰 치욕을 당할 것인지 생각해 보려무나. 얘, 오필리어야. 부디 마음에 새겨두어야 한다. 아무튼 애정의 뒤로 물러서서 정욕의 화살을 피해야 한다. 정숙한 처녀는 달님 앞에 얼굴을 내놓는 것조차 부끄럽게 여겨야 한다고 그러지 않더냐.
정숙한 여인도 피하기 어려운 것이 이 세상의 험담이란다.
봄철의 새싹은 미처 피어나기도 전에 벌레한테 먹히며, 이슬 맺힌 청춘의 아침은 오히려 악랄한 해악의 피해를 입기 쉽다고 한다.
그러니 조심해야 한다. 조심하는 게 상책이야. 청춘의 시절엔, 상대가 없어도 저절로 욕정이 생겨나기 마련이니 말이다.
오필리어 : 오빠의 좋은 말씀을 분명히 이 가슴에 소중하게 간직해 두겠어요. 하지만 오빠, 저 방탕한 목사들처럼 험한 가시밭길을 천국으로 가는 길이라고 가르쳐 주시는 건 싫어요.
그들은 오만하고 냉정한 방탕아처럼 환락의 꽃밭을 걷고 있잖아요. 자기가 설교한 내용과는 딴 판으로 행동하잖아요.
레어티즈 : 내 걱정은 마라. 이거 너무 오래 시간을 끈 모양이군. (폴로니어스 등장) 아버님이시다. 축사가 거듭되면 그만큼 복도 더 받게 되겠지. 좋은 기회야. 다시 한 번 작별 인사를 드려야지. (무릎을 꿇는다)
폴로니어스 : 너 아직도 여기 있었구나. 서둘러 배를 타도록 해라. 어서. 돛이 바람을 가득 안고, 다들 너를 기다리고 있다. 자, 축복을 받으려무나. (아들 머리에 손을 얹는다) 그리고 몇 마디 훈계를 들려줄 테니, 단단히 새겨들어야 한다, 알겠지?
마음 속 생각을 함부로 입 밖에 내지 말며, 엉뚱한 생각을 행동에 옮기지 말아라.
친구를 사귀되, 잡스러워서는 안되고, 일단 사귄 친구라면 쇠사슬로 마음에 묶어 두어라. 하지만 새파란 풋내기들과 악수나 해대다가는 손바닥만 두꺼워질 거야.
싸움을 하지 말아라. 하지만 부득이하게 일단 싸우게 되면 상대방이 앞으로 너를 피할 정도로 철저하게 싸워라.
누구의 말에나 귀를 기울이되 네 의견을 말하는 것은 삼가라. 남의 의견을 들어주되 옳고 그른 판단을 내리는 것은 삼가란 얘기다.
옷을 입는 것에는 지갑이 허락하는 데까지 손을 써도 좋지만 괴상한 모습을 하고 다녀서는 안 된다. 값지되 너무 화려해서는 안 된다. 옷이 날개라고 하는 말도 있지 않으냐. 프랑스에서는 상류 계급이나 세련된 명사들이 이런 방면의 안목이 탁월하다고 하더구나.
그리고 빚을 내지도 말고 돈을 빌려주지도 말아라. 빚을 내면 돈과 사람을 다 잃게 되고, 빚을 지면 절약하는 마음이 무뎌진다.
무엇보다도 네 스스로에게 충실해라. 그러면 밤이 낮을 자연스럽게 따르듯, 다른 사람에게도 충실한 사람이 되지 않을 수 없느니라.
그럼 잘 가거라. 자, 내 훈계가 네 마음 속에서 무르익기를 기도하마.
레어티즈 : 삼가 하직하겠습니다.
폴로니어스 : 시간이 없다. 어서 가 보아라. 지금 하인들이 기다리고 있구나.
레어티즈 : (일어서면서) 오필리어야, 그럼 잘 있거라. 내가 한 말은 절대 잊지 말고.
오필리어 : 이 가슴 속에 자물쇠를 잠갔으니, 열쇠는 오빠가 갖고 계셔요. (오누이가 서로 껴안는다)
레어티즈 : 안녕. (레어티즈 퇴장)
폴로니어스 : 얘, 오빠가 무슨 말을 했더냐?
오필리어 : 저, 사실은 햄릿 님의 얘기였어요.
폴로니어스 : 음, 그래. 요즘 듣자하니 햄릿 님이 아주 자주 너를 찾아 드나든다고 하더구나. 너는 또 너대로 선선히 그분을 만나 준다면서. 나를 보고 조심하라고 하면서 일러주신 분이 있었다. 만약 그 말이 사실이라면 난 용납 못한다. 내 딸로서 체면을 알아야 할텐데, 넌 아직 분별이 없는 것 같구나. 도대체 요즘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사실대로 말해 봐라.
오필리어 : 저, 그 분은 요즘 여러 번 저에게 사랑을 고백하셨어요.
폴로니어스 : 사랑이라고! 허, 이런 참! 이런 험악한 시절에 철부기 풋내기 같은 말을 다 듣겠구나. 그래 그 말이 진짜처럼 들리더냐?
오필리어 : 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어요.
폴로니어스 : 음, 그렇다면 내가 가르쳐 주마. 부도 수표나 마찬가지인 그런 사랑을 현찰인 줄 알고 받는다면 넌 철부지 어린애나 다름없다. 좀더 값비싸게 굴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아비는 너 때문에 바보 취급을 받고 말 거다. 아니 이러다가는 내 숨이 끊어지고 말 거야.
오필리어 : 그분은 정말 진실한 태도로 사랑을 애원하셨어요.
폴로니어스 : 허, 모르는 소리. 정말 기가 막히는구나.
오필리어 : 신성한 맹세까지 하시고, 거짓말이 아니라는 것을 보증하셨어요.
폴로니어스 : 그게 바로 새를 잡는 덫이라는 거다. 글쎄 젊은 피가 끓어오르는데 이것저것 맹세를 하지 않을 까닭이 있느냐. 얘야, 그런 불꽃은 열보다 광채를 더 많이 내기 마련이다. 그러나 한참 맹세를 지껄이다 보면 어느새 열이며 광채 따위는 다 사라지고 만다. 불이라고 해서 다 불이 아니다. 이제부터는 너도 처녀답게, 몸가짐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 무작정 명령하시니 그저 따른다는 식이 아니라, 좀 도도하게 굴란 말이다. 글쎄 햄릿 님은 나이도 젊고, 너보다 훨씬 더 자유로운 몸이 아니더냐. 그런 것쯤은 잘 알고 상대해야 한단 말이다.
요컨대 맹세 따위는 절대 믿지 말라는 얘기야. 남자의 맹세는 겉으로 보이는 빛깔과는 다르단다. 실상은 수치스러운 욕망을 채우려고 말만 그럴싸하게 신성한 체, 거룩한 체하는 거야. 여자에게 불륜을 권하는 뚜쟁이 같다고 해야 할까. 그러기에 여자들은 더 잘 속아넘어가게 된다는 말이야. 딱 부러지게 결론을 말하마. 앞으로는 절대, 잠시라도 왕자님과 얘기를 나눠서는 안 된다. 알았지? 이건 아버지의 명령이다. 자, 이제 들어가자꾸나.
오필리어 : 아버님 분부대로 하겠어요.
Act 1, Scene 3
SCENE III. A room in Polonius' house.
Enter LAERTES and OPHELIA
LAERTES
My necessaries are embark'd: farewell:
And, sister, as the winds give benefit
And convoy is assistant, do not sleep,
But let me hear from you.
OPHELIA
Do you doubt that?
LAERTES
For Hamlet and the trifling of his favour,
Hold it a fashion and a toy in blood,
A violet in the youth of primy nature,
Forward, not permanent, sweet, not lasting,
The perfume and suppliance of a minute; No more.
OPHELIA
No more but so?
LAERTES
Think it no more;
For nature, crescent, does not grow alone
In thews and bulk, but, as this temple waxes,
The inward service of the mind and soul
Grows wide withal. Perhaps he loves you now,
And now no soil nor cautel doth besmirch
The virtue of his will: but you must fear,
His greatness weigh'd, his will is not his own;
For he himself is subject to his birth:
He may not, as unvalued persons do,
Carve for himself; for on his choice depends
The safety and health of this whole state;
And therefore must his choice be circumscribed
Unto the voice and yielding of that body
Whereof he is the head. Then if he says he loves you,
It fits your wisdom so far to believe it
As he in his particular act and place
May give his saying deed; which is no further
Than the main voice of Denmark goes withal.
Then weigh what loss your honour may sustain,
If with too credent ear you list his songs,
Or lose your heart, or your chaste treasure open
To his unmaster'd importunity.
Fear it, Ophelia, fear it, my dear sister,
And keep you in the rear of your affection,
Out of the shot and danger of desire.
The chariest maid is prodigal enough,
If she unmask her beauty to the moon:
Virtue itself 'scapes not calumnious strokes:
The canker galls the infants of the spring,
Too oft before their buttons be disclosed,
And in the morn and liquid dew of youth
Contagious blastments are most imminent.
Be wary then; best safety lies in fear:
Youth to itself rebels, though none else near.
OPHELIA
I shall the effect of this good lesson keep,
As watchman to my heart. But, good my brother,
Do not, as some ungracious pastors do,
Show me the steep and thorny way to heaven;
Whiles, like a puff'd and reckless libertine,
Himself the primrose path of dalliance treads,
And recks not his own rede.
LAERTES
O, fear me not.
I stay too long: but here my father comes.
Enter POLONIUS
A double blessing is a double grace,
Occasion smiles upon a second leave.
LORD POLONIUS
Yet here, Laertes! aboard, aboard, for shame!
The wind sits in the shoulder of your sail,
And you are stay'd for. There; my blessing with thee!
And these few precepts in thy memory
See thou character. Give thy thoughts no tongue,
Nor any unproportioned thought his act.
Be thou familiar, but by no means vulgar.
Those friends thou hast, and their adoption tried,
Grapple them to thy soul with hoops of steel;
But do not dull thy palm with entertainment
Of each new-hatch'd, unfledged comrade. Beware
Of entrance to a quarrel, but being in,
Bear't that the opposed may beware of thee.
Give every man thy ear, but few thy voice;
Take each man's censure, but reserve thy judgment.
Costly thy habit as thy purse can buy,
But not express'd in fancy; rich, not gaudy;
For the apparel oft proclaims the man,
And they in France of the best rank and station
Are of a most select and generous chief in that.
Neither a borrower nor a lender be;
For loan oft loses both itself and friend,
And borrowing dulls the edge of husbandry.
This above all: to thine ownself be true,
And it must follow, as the night the day,
Thou canst not then be false to any man.
Farewell: my blessing season this in thee!
LAERTES
Most humbly do I take my leave, my lord.
LORD POLONIUS
The time invites you; go; your servants tend.
LAERTES
Farewell, Ophelia; and remember well
What I have said to you.
OPHELIA
'Tis in my memory lock'd,
And you yourself shall keep the key of it.
LAERTES
Farewell.
Exit
LORD POLONIUS
What is't, Ophelia, be hath said to you?
OPHELIA
So please you, something touching the Lord Hamlet.
LORD POLONIUS
Marry, well bethought:
'Tis told me, he hath very oft of late
Given private time to you; and you yourself
Have of your audience been most free and bounteous:
If it be so, as so 'tis put on me,
And that in way of caution, I must tell you,
You do not understand yourself so clearly
As it behoves my daughter and your honour.
What is between you? give me up the truth.
OPHELIA
He hath, my lord, of late made many tenders
Of his affection to me.
LORD POLONIUS
Affection! pooh! you speak like a green girl,
Unsifted in such perilous circumstance.
Do you believe his tenders, as you call them?
OPHELIA
I do not know, my lord, what I should think.
LORD POLONIUS
Marry, I'll teach you: think yourself a baby;
That you have ta'en these tenders for true pay,
Which are not sterling. Tender yourself more dearly;
Or--not to crack the wind of the poor phrase,
Running it thus--you'll tender me a fool.
OPHELIA
My lord, he hath importuned me with love
In honourable fashion.
LORD POLONIUS
Ay, fashion you may call it; go to, go to.
OPHELIA
And hath given countenance to his speech, my lord,
With almost all the holy vows of heaven.
LORD POLONIUS
Ay, springes to catch woodcocks. I do know,
When the blood burns, how prodigal the soul
Lends the tongue vows: these blazes, daughter,
Giving more light than heat, extinct in both,
Even in their promise, as it is a-making,
You must not take for fire. From this time
Be somewhat scanter of your maiden presence;
Set your entreatments at a higher rate
Than a command to parley. For Lord Hamlet,
Believe so much in him, that he is young
And with a larger tether may he walk
Than may be given you: in few, Ophelia,
Do not believe his vows; for they are brokers,
Not of that dye which their investments show,
But mere implorators of unholy suits,
Breathing like sanctified and pious bawds,
The better to beguile. This is for all:
I would not, in plain terms, from this time forth,
Have you so slander any moment leisure,
As to give words or talk with the Lord Hamlet.
Look to't, I charge you: come your ways.
OPHELIA
I shall obey, my lord.
Exeu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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