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 포토 essay/100 마일 트램핑

청계산 & 물푸레나무

by 추홍희블로그 2012. 5. 9.

신록이 우거진 청계산에 올랐다.

 

 

 청계산을 오르려 지하철 민자선 신분당선 청계산입구역에서 내렸다.

 

 

 

청계산의 유래

 

 양재 강남 방향

 

 

 

시 몇 편이 팻말로 박혀 있었다.

 

갈대

                  -정호승-

 

내가 아직도 강변에 사는 것은

죽은 새들이 내 발밑에 물결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아직도 아무도 살지 않는 강변에 사는것은

실패도 인생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세상은 강한 자가 이긴 것이 아니라

이긴 자가 강하다는 것을

 

죽은 새들의 정다운 울음소리 들으며

온종일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나의 삶이 진정 괴로운 것은

분노를 삭일 수 없다는 것이었나니

 

내가 아직도 바람 부는 강변에 사는 것은

죽은 새들이 날아간 하늘이 햇살에 빛나기 때문이다

 

 청계산을 오르면서 까치를 몇 번 봤다.

 

 

 분당 판교 방향

 안기부 잠실 방향

물푸레나무

 

물푸레나무를 보면 나는 항상 오규원의 시가 생각난다.

 

한잎의 여자(女子) 1

 

 오규원

 

나는 한 여자(女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한 잎같이 쬐그만 여자(女子), 그 한 잎의 여자(女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그 한 잎의 솜털, 그 한 잎의 맑음, 그 한 잎의 영혼, 그 한 잎의 눈, 그리고 바람이 불면 보일 듯 보일 듯한 그 한 잎의 순결과 자유를 사랑했네.

 

정말로 나는 한 여자(女子)를 사랑했네. 여자(女子)만을 가진 여자(女子), 여자(女子) 아닌 것은 아무것도 안 가진 여자(女子), 여자(女子)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여자(女子), 눈물 같은 여자(女子), 슬픔 같은 여자(女子), 병신(病身) 같은 여자(女子), 시집(詩集) 같은 여자(女子), 그러나 영원히 가질 수 없는 여자(女子), 그래서 불행한 여자(女子).

 

그러나 영원히 나 혼자 가지는 여자(女子), 물푸레나무 그림자 같은 슬픈 여자(女子).

 

<왕자가아닌 한 아이에게, 문학과지성사, 1978>

 

물푸레 나무에 대한 시 하나를 더 읽어본다.

 

 

장미와 물푸레나무  - 루이 아라공   

    -  레즈스탕스 4 전사에 바치는 시

 

 

 

 

하늘을 믿어온 자

믿지 않았던 자

둘 다 병사들의

아름다운 여자 포로를 좋아했다

 

 

병사들은 사다리를 올라갔다

병사들은 아래에서 망을 보고 있었다

하늘을 믿어온 자

믿지 않았던 자

 

 

이름같은 건 상관없다

그들의 걸음 위를 비추는 이 빛

하나는 성당 출신이었고

하나는 그곳을 피해 왔다.

 

 

하늘을 믿어온 자

하늘을 믿지 않았던 자

둘 다 입술과 가슴과 두 팔에

충실했다.

 

 

둘 다 말하곤 했다

그녀가 살아 있고 살아남는 자가 보게 되리라고

하늘을 믿어온 자

하늘을 믿지 않았던 자

 

 

밀밭이 우박을 맞았을 때

까다롭게 구는 미친 녀석

전투의 한 복판에서

그들의 싸움을 생각하는 미친 녀석

 

 

하늘을 믿어온 자

하늘을 믿지 않았던 자

요새 저 높은 곳에서

보초가 두 번 씩이나 사격을 한다

 

 

하나는 흔들리고

하나는 죽을 녀석을 쓰러뜨린다.

하늘을 믿어온 자

하늘을 믿지 않았던 자

 

 

그들은 감옥에 있다

가장 슬픈 초라한 침대가 있는 감옥

다른 감옥보다 더욱 얼어터지는 감옥

쥐들을 더 좋아하는 감옥

 

 

하늘을 믿어온 자

하늘을 믿지 않았던 자

반역은 반역이다

두 눈물, 하나의 조종

 

 

잔인한 새벽이 되었을 때

하늘을 믿어온 자

하늘을 믿지 않았던 자

모두 죽는다

 

 

두 반역자의 이름 대신에

그녀의 이름을 되뇌면서

그들의 몸은 피가 철철 넘친다

붉은 빛깔 같은 선연함으로

 

 

하늘을 믿어온 자

하늘을 믿지 않았던 자

피는 흐른다, 피는 흐른다, 서로 섞인다

사랑했던 대지에서

 

 

새로운 계절이 왔을 때

사향 포도나무를 익게 하려고

하늘을 믿어온 자

하늘을 믿지 않았던 자

 

 

하나는 달려가고 하나는 날개를 가졌다

브르타뉴 출신 혹은 쥐라 산맥 출신

산딸기 혹은 자두

귀뚜라미는 다시 노래부르리라

 

 

플루트나 첼로를 말하라

불타버린 두 사랑을

종달새와 제비

장미와 물푸레나무

 

 

The Rose and the Mignonette- by Louis Aragon -루이 아라공 불어 원시 영어 번역

 

For Gabriel Péri and d'Estiennes d'Orves,
as well as Guy Moquet and Gilbert Dru

The one who believed in heaven
The one who didn't
Both loved a beauty
Imprisoned by soldiers

Which climbed the ladder?
Which stood guard below?
The one who believed in heaven?
The one who didn't?

What matters the name of
This light that clarified their steps?
What matters that one went to church
And the other rejected it?

The one who believed in heaven
The one who didn't
Both had faith
In their lips, hearts, arms

 

And both vowed that she

Must survive, no matter their fate
The one who believed in heaven
The one who didn't

 

When the wheat is under the hail
Who but a fool would
Quibble and
Think of his little quarrels
In the middle of common combat?

The one who believed in heaven
The one who didn't
From the height of the citadel
The sentinel shoots twice

One staggers
The other falls
The one who believed in heaven
The one who didn't

 

Now in prison
Which gets the worse cot
Which freezes more
Which likes the rats more?

 

The one who believed in heaven
The one who didn't
A rebel is a rebel
Two tears, a single knell

And at the cruel dawn
They pass from life to death
The one who believed in heaven
The one who didn't

 

Repeating the name of the beauty
Neither of the two betrayed
Their blood running red
The same bright red

The one who believed in heaven
The one who didn't
It runs, and runs, and mingles
Into its beloved land

So in the new season
Muscat grapes would ripen
The one who believed in heaven
The one who didn't

 

One runs and the other flies
From Brittany or Jura
And in raspberries or plums
Crickets will sing again

Flute or cello, tell the story of
This burning double love
The lark and the swallow
The rose and the mignonette



Louis Aragon (1897 -- 1982)

 

 

 

청계산을 오르는 단점은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는 차량 소음이 들려온다는 점이다.

'여행 포토 essay > 100 마일 트램핑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용문산   (0) 2012.07.16
남한산성에 올라 문무대를 바라보면  (0) 2012.05.13
관악산 연주대  (0) 2012.04.16
삼신산 쌍계사  (0) 2012.03.14
지리산 노고단  (0) 2012.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