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물건이 넘치는 나라
일본은 풍요로운 나라라고 한다. 일본인이 1인당 GNP는 1988년 302만 6천엔(23,620달러)으로 이미 1986년에 미국을 따라잡았다.
일본의 국토면적은 미국의 1/25밖에 안되지만 땅값의 총액은 미국전체의 4배를 넘는다. (1987년 말, 1637조엔)고 한다.
일본인의 저축합계는 약 580조엔으로 1년치 GNP를 훨씬 넘는다.
법인 기업의 접대비는 연간 약 4조2천억엔(1987년 국세청조사)으로 하루에 115억엔을 지출한 셈이다.
이런 숫자를 일일이 제시할 것까지도 없다. 가게에 넘쳐나는 갖가지 상품들, 셀린느며 버버리도 아무렇지 않게 색색으로 차려입은 젊은이들, 매일매일의 풍성한 식사와 산처럼 남긴 음식, 비워도 비워도 곧 넘치는 쓰레기통, 커다란 쓰레기장의 가구며 전자제품들.
해외여행을 가는 일본인들이 공항에 넘치고, 여행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해서 해외의 부동산과 미술품을 사기 위해 헤매고 다닌다. 젊은이들의 결혼비용이 평균 7백만 엔 이상이라거나, 정치인의 하룻밤 파티에 수십억 엔의 정치자금이 모인다는 따위의 얘기를 들으면 일본사회는 위에서 아래까지 돈이 펑펑 남아도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일상의 경험을 통해 우리는 싫든 좋든 일본이 돈이 많은 나라라는 것을 알게된다.
제3세계의 모습은 40년 전의 일본
지금 우리가 마음 아파하며 보는 난민의 모습은 어제의 일본의 모습이기도 하다. 역에는 시커멓고 더러운 모습을 한 채, 맨발로 넝마를 둘러쓴 아이들과 외지에서 끌려온 사람들이 모여들고 영양실조와 전염병으로 죽어가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풍요를 꿈꾸게 된 일본인
그런 기억을 가진 일본인이, 거지왕자의 이야기처럼, 갑자기 여태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영화와 풍요속에서 살고 있다. 일본인 다수가 물건과 돈의 풍요를 꿈꾸게 되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경제 동물”이라는 말을 듣기도 하고, 돈을 버는 것만을 인생과 사회의 유일한 목적으로 살고 있다고 세계의 다른 나라들로부터 웃음거리가 되기도 했지만 전전의 기난과 전쟁 중의 기아를 아는 사람들에게 가난은 공포였다. 그리고 그런 경험을 가진 조부모와 부모의 손에 길러진 사람들이 현재를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물건과 돈에 매달리고, 모든 것을 돈으로 평가하는 시대정신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직 어려운지도 모른다.
전후 60년 사이에 근면한 국민성 덕분에 용캐도 이 정도로 풍요롭게 되었다고 정치가도 재계도 자화자찬한다.
확실히 패전의 폐허에서 살아가고자 국민들이 일어섰을 때, 이들의 가슴 속에는 “충군애국”의 정신주의와 “천황의 절대적 권위’에 이끌려 살아가는 것은 이제 지겹다고 생각했음에 틀림없다.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서는 철학보다도 물질과 돈이 중요하다는 것은 패전국민의 체험에서 생겨난 필연적 합의였다.
왜냐하면 정신주의에 기초한 판단은 계속 독선적 잘못을 향해 폭주했지만 물질과 돈을 얼마나 만들어냈다거나 하는 금전적 가치 판단은 누가 봐도 합리적인 객관적성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물론 가난한 사람들에게 물질과 돈은 건강과 행복을 위한 필수 불가결한 조건이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은 늘 “경제대국”이라는 말을 들으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돈과 물건을 자랑하고 돈이 많다는 것을 계속 내세우는 상황에서 실은 그것밖에 내새울 것이 없는 사회의 빈곤함을 우리는 자각할 수 없게 되었던 것은 아닐까? 일본인은 모든 것을 경제로 특화하기 위해 다른 모든 것을 버려왔기 때문이다.
예컨데, “당신 나라의 자랑거리라고 생각하는 것은?”이라고 질문했을 때, 스웨덴의 젊은이는 62%가 “복지”라고 답했다. 일본의 경우는 6%.
서독경제가 발전하면서 국민의 주택과 도시환경이 아름답게 정비되었고, 사회자본과 사회보장제도가 충실하게 갖춰지면서 문화사업에 대해서도 용의주도하게 공적 보조를 실시하고 있다.
豊かさとば何)か)
“부자나라, 가난한 시민, 진정한 풍요란 무엇인가?” 테루오카 이츠코 지음, 홍성태 옮김, 궁리, pp 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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