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를 만들어내는 것 – 사회보장과 자유시간
“풍요라는 말은 “여유가 있는 것”이라는 말로 자주 이야기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소득이 같더라도 주택과 예금 등의 자산이 있는 사람은 여유가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여유가 없다. 또는 물질적 조건이 같더라도 시간에 여유가 있으면 느긋하게 인생을 즐기며 살아갈 수 있지만, 시간에 쫓기면 눈이 충혈된 채 살아가지 않으면 안된다. 생활은 기업과는 달라서, “위장의 크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므로 본래 생활에 필요한 욕망은 충족되어 결국 사라지고, “돈 벌고 물건 사 모으는 즐거움” 대신에 내면의 즐거움에서 삶의 보람을 느끼게 된다.
인간적이고 개성있는 생활을 할 수 있으면, 다른 사람과 비교해 뒤처지지 않도록 주위를 살펴봐야 하는 절박감에서도 해방된다. 제3세계의 자원을 낭비하지 않고, 여유있는 생활을 자신이 직접 만들어낼 가능성도 생겨날 것이다.
그러나 경제가치만이 강조되어 더 많은 돈과 물건을 가지는 것이 가장 큰 소망이 된 사회에서는 개인도 사회의 흐름에 휩쓸려 균형을 읽고 만족하지 못하는 인간이 되어 버린다. 얼마나 많은 부를 가질 것인가에 관심이 집중된다.
그리고 슬프게도 일본에서는 주택과 환경과 노후보장이 열악해서 생활에서 물질적 만족감을 얻기가 상당히 어려우며, 많은 사람들이 재테크에 몰두하기 쉬운 사회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 즉 자칫하면 개인생활이 기업과 같이 오직 부를 쌓으려고 하는 욕망만을 가지기 쉽다.
그러나 경쟁사회에서 한없이 부를 축적하는 것을 인생의 목적으로 삼으면, 아무리 효율적으로 일을 하더라도, 다음 일이 한없이 기다리고 있어서 끝나지 않는다. 그 결과 자신 안의 자유로운 시산을 영원히 가질 수 없다.
돈을 모으는 것은 한이 없지만, 인생은 유한하다. 그것만이 아니다. 다른 사람과 세계에 대해서도 경쟁자인가, 이해득실의 대상인가, 이용할 수단인가를 생각하게 되며, 만인은 만인의 적이 되어 의지할 것은 돈뿐이라고 생각하는 악순환에 빠진다.
서독의 슈미트 수상이 “경제대국 일본은(군사동맹을 맺고 있어도) 참된 친구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한 것도 경제지상주의 일본의 모습을 말하고 있다.
그것을 알면서도, 경쟁사회에서 밀리면, 집도 잃고, 아플 때 비참한 취급밖에 받지 못하고, 늙어서 인간다운 여생을 보내지 못한다는 불안에 쫓겨서 경쟁사회에서 지쳐버리고 마는 모순과 악순환에서는 여유도 풍요로움도 생겨나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이렇게 생각하면 충실한 사회보장과 사회자본이야말로 풍요의 불가결한 요소라는 사실을 통감할 수 있다. 그것은 사람들에게 안도감을 주고, 평등으로의 길을 열고, 무한경쟁에서 사람들을 해방해 준다. 쫓기는 활력이 아니라 여유를 가진 창조적 활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개인에게 어느 정도의 축적이 여유를 만들어내듯이 사회 속에도 축적이 필요하다. 나아가 좋은 자연환경에서 사람들이 생활하면, 원래 자연의 일부인 사람의 마음은 틀림없이 평온하고 정서적으로 풍요로움을 느끼게 된다. 자연 속의 다양한 생명의 공존이야말로 풍요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물리적 조건이 정비되어도 사람들이 시간적 여유를 가지지 못하면, 풍요를 실현하기는 어렵다.
오늘날 각국에서 일본의 긴 노동시간을 비난하는 까닭은 국제적인 경쟁조건의 불공정 때문만이 아니라, 인간성을 죽이고, 지구 차원의 풍요를 생각할 여유를 주지 않으며, 개인과 사회의 방향성을 잃게 하는 원흉이기 때문이다.
수입에서 세금과 사회보험료를 뺀 뒤에 쓸 수 있는 돈을 “가처분소득”이라고 한다. 그러나 “가처분시간”이라는 말은 아직 쓰지 않고 있다. 자신의 인생을 위한 가처분시간이야말로 독일인이 말하는 “자유시간”이며, 노동시간의 단축이야말로 인간을 자유롭게 하고, 여유를 만들어내는 동력이 될 것이다. 현재의 일본과 같이 가처분소득을 늘리기 위해 가처분시간을 줄이면, 여유도 풍요도 만들어지지 않는다.
여기서 일본인의 노동시간과 자유시간에 관해 검토하고자 한다. 왜냐하면 노동의 존재방식이야말로 생활의 존재방식을 좌우하고 사람의 생활방식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한 노동의 장은 사회의 축소판이기도 하다.”
데루오카 이츠코 저, 홍성태 역, “진정한 풍요란 무엇인가”궁리, 2007, pp 10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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