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어서 어려서 읽었던 고전을 다시 읽게 된다.
고전은 살아 있는 감동을 준다. 고전을 읽는 시기와 살아온 경험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는 것 같다. 고전은 향기를 잃지 않는다.
오늘은 세익스피어의 희곡 ‘베니스의 상인’을 새로운 각도에서 살펴 보고자 한다.
"베니스의 상인"에서 여자판사인 "포샤"가 "자비(mercy)"의 본질을 설파해 주고 있다.
솔로몬의 재판에 버금가는 명판결로 알려진 여성 재판관 ‘포샤’에 대해서 지금까지의 주류적 해석에서 벗어나 조금 다른각도에서 새로운 해석을 시도해 본다.
‘샤일록’운 돈 많은 유대인 상인인데 이 샤일록이 돈만 밝히고 피도 눈물도 없는 악덕 채권자로 해석되어 왔다. 그러나 샤일록은 어떤 면에서 재판의 희생자가 아닐련지? 또는 이러한 양쪽의 해석에 해당하는지를 한번 살펴보도록 한다.
유명한 세익스피어 희곡 작품이니 많은 독자들이 대강의 줄거리를 잘 알고 있으리라. 내가 대강 줄거리를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작품 배경의 도시는 당시 세계에서 가장 융성한 이탈리아 르네상스 중심지인 베니스이다.
바사니오 백작은 나쁜 사람이다. 바사니오 백작의 친구인 안토니오는 국제 해상 무역 상인이다. 이 친구에게 빚을 갚을 계락을 말한다. 바사니오 백작은 부유한 상속자인 포샤 하고 결혼할 꿈이 있어 포사에게 자기가 돈이 많다는 것을 보일 목적으로 안토니오에게 돈을 더 빌려 달라고 한다. 그러나 안토니오는 그만큼 빌려 줄 돈이 없는데 결국 유대인 상인인 샤일록에게 어음을 담보로 돈을 빌리게 된다. 그러나 샤일록은 만약 돈을 갚지 못할 시는 신체 일부를 내 줄 것 즉 신체포기각서를 요구한다. 샤일록이 원하는 대로 1파운드에 해당하는 만큼 신체의 일부를 도려내 줄 것을 각서로 쓴다. 바사니오 백작의 계락은 성공하여 그는 돈많은 상속자인 포사하고 결혼하게 된다. 그러나 그가 진 빚을 갚지 못하게 되는데 이에 사일록은 안토니오에게 채무를 책임지라고 한다.
샤일록은 채권각서대로 1 파운드에 해당하는 신체 포기를 요구하는 재판을 청구한다. 채무불이행 청구 재판이 열리게 되는 바 포사는 문서를 위조하여 스스로 재판장이 된다. 판사가 된 포사는 채권자인 샤일록의 청구가 적법하기에 원고 청구를 배척할 수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따라서 채무불이행에 대한 대가를 각서대로 1파운드 의 살점을 도려낼 것을 인정하는 원고 청구를 받아들이게 된다. 그러나 원고승소 효력을 무력화시킬 목적으로 샤일록에게 법효력에 대한 다른 법해석을 내리고자 계획을 짠다.
이 판결 계획은 1파운드의 신체일부를 오려내는 것은 채무불이행에 대한 페널티를 지불하는 것이기에 살을 도려내면 샤일록은 원금은 요구할 권리가 없다고 판결을 내리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면이 바로 법의 어두운 면을 보여준다. 채무를 불이행하면 이자 뿐만 아니라 원금까지 갚아야 하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그러나 1파운드 살점을 도려내는 것을 페널티 개념으로 해석한다는 판사의 월권행위에 해당한다. 민법상 확립된 법은 판상의 재량에 따라서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판사의 재량이 허용되는 분야가 아닌 곳에서 판사 마음대로 법해석을 판단하는 것은 바로 법의 불합리성을 보여주게된다.
또 샤일록은 판사로 변장한 포사가 채무불이행자인 바사니오 백작의 아내임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다. 그러나 바사니오 백작의 채권채무에 대한 판결은 채무자가 바로 자기 남편인 포사판사임으로 판사가 재판 결과에 직접적인 이익을 가지고 있는 이익상충금지 당사자 사건이 된다. 만약 포사가 소송당사자인 채무자의 아내라는 것을 안다면 샤일록은 포사 판사에 대해서 재판기피 신청을 할 수 있다. 누구나 자기 이해관계가 걸린 자기 일에 대해서 재판을 할 수 없다는 법원칙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금까지 요구할 수 없다는 포사의 판결문은 명백하게 자기 이익 배제 원칙에 반하는 불법적인 판결인 것이다.
더구나 포사는 가슴 근처에 살을 도려 내는 것은 살인미수죄에 해당한다고 샤일록을 다그치는데 이것도 재판 원칙에 명백하게 반하는 큰 오판이라고 본다. 채무불이행 민사소송을 제기한 샤일록에게 형사재판원칙을 적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샤일록은 정당하게 민사소송을 제기했을 뿐이다. 샤일록은 민사소송법률에 의거하여 원고 승소 판결을 받아냈기 때문에 샤일록이 형사재판 처벌을 받을 수는 없는 것이다.
이상과 같이 새롭게 "베니스 상인"을 해석해 보면 샤일록은 지금까지 알려진 것처럼 무도한 악한이 아니다. 오히려 포사판사가 악한인 것으로 해석된다. 포사는 잔인하고 집요하며 교활하고 무자비한 인간으로 해석될 수 있다. 악한은 지금까지 알려진 대로 돈만 밝히고 돈이면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 피도 눈물도 없는 유대인 상인인 샤일록이 아니다. 그 대신 악한은 바로 재판장인 포사인 것으로 들어난다.
포사처럼 법은 피도 눈물도 없고, 교묘하게 속이며, 무자비한 것이다. 이렇게 법을 잘못 해석하고 법을 타락시키는 사람들이 누구인가? 바로 포사같은 법률가들이 아닐까? "베니스의 상인"에서 포사는 교활하고 속임수을 쓰고 무자비한 인간임을 보여주고 있다.
Bassanio, as he contemplates the three caskets makes this observation:
"So may the outward shows be least themselves:
The world is deceived with ornament.
In law, what plea so tainted and corrupt,
But being season'd with a gracious voice,
Obscures the show of evil?" (Act III sc.ii )
Portia too is an 'outward show that deceives the world with ornament'. In a weak moment of self-examination she confesses:
"I can easier teach twenty what were good to be done, than be one of the twenty to follow my own teaching."
물론 포사의 "자비" 에 대한 판결문은 나의 이 글에서 비판의 대상이 아님을 알기 바란다. "자비란 무엇인가?"란 글을 꼭 읽어주세요~~~
아무튼 세상은 흐르고 흘러도 세익스피어는 영원히 살아 있다. 고전을 새로이 읽음으로써 새로운 각도에서 새롭게 해석을 하게 된다. 바로 이러한 기쁨이 고전을 읽는 독자가 가지는 즐거움일 것이다. 독자 여러분 모두가 고전을 읽는 기쁨을 함께 누리길 바란다.
Kramer ^^*꾸벅 2008.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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