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인간은 남의 의견에 쉽게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의사가 수술을 받고 나서 5년 후에 살아날 확률이 90%라고 말하는 경우가 수술 후 5년후에 죽을 확률이 10%라고 말하는 경우 이 둘중에 수술을 선택하는 환자들의 비율은 크게 달라진다. 90% 살아날 확률이라는 말이나 10% 죽을 확률이라는 말의 결과는 둘 다 똑같다. 90% 살아날 확률과 10% 죽을 확률이라고 말할 때 그 차이는 없다. 그러나 우리 나라 속담에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속담과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 속담이 있는 것처럼 사람은 말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행동이 달라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또 하나 들어보자. 동네 슈퍼 그로서리 가게의 매장 위치나 물건 위치를 바꿈으로소 매출 순위가 크게 뒤바뀐다는 것은 보통 사람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런 보통 지식을 심리학 실험 결과로 학문적으로 규명하는 것이다. 슈퍼마켓에서 돈계산대 바로 옆에 초코릿이나 컴 같은 것을 진열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 계산대 근처에 진열해놓고 있는 물건이 가장 마진율도 높다. 초코릿 같은 마진율이 가장 높고 충동구매가 가장 높은 물건을 계산대 근처에 진열해 놓는 기업의 기본적 지식에 해당한다. 장사하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그들은 소비자들의 행태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매장 배치를 설계하면서 보다 높은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다. 소비자를 어떻게 하면 잘 속이는지를 항상 탐구하는 것이다. 소비자를 강제하지 않고서 유도하는 것이다. 소비자의 선택을 유도하는 매장 배치는 그런 이유에서 이다.
저자가 인용하는또 다른 실험 결과를 보자.
학교 카페에 메뉴를 바꾸지 않고 단순하게 매장 전시 순서를 바꿈으로서 학생들의 건강 식품 소비를 크게 바꿀 수가 있다는 현장 실험결과를 제시한다. 학교 카페에서 과일을 계산대 근처에 놓는 경우에 따라 과일 소비가 현저하게 증가하는 것을 볼 때 단순하게 매장 설계를 바꿈으로서 학생들의 건강을 높혀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즉 학생들의 자유선택권을 침해하지 않고도 “선택 설계”를 잘 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진짜 도움이 되대로 선택을 도와주는 설계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살찌는 음식을 강제로 금하지 않고 소비자가 선택을 잘 하도록 도와줌으로서 건강한 학생을 원하는 결과는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누가 그러한 설계를 할 것인가? 바로 정부 담당자의 역활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실험을 보자. 암스테르담 공항의 소변기에 파리를 넣어두는 경우에 소변흘리는 것을 80%이상 줄일 수 있었다고 한다. 소변기에 파리를 발견하면 사람들이 거기에 시선을 집중을 할 것이기 때문에 소변을 옆으로 흘릴 일이 줄어들 것이라는 가정이 증명된 것이다.
또다른 실험 하나를 더 보자. 장기 기증을 장려하는 결과를 어떻게 다소 높힐 수 있을까? 운정면허증에도 나타나듯이 장기기증 의사선택을 하는 표시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크게 달라진다는 결과를 얻게된다. 장기 기증할 사람은 기증 의사 선택을 표시하도록 하는 방법과 또는 장기 기증을 하지 않을 사람은 먼저 표시선택하도록 하는 물음표를 작성하는 두가지 방법이 있다. 합리적인 인간들이라고 가정하면 어떻게 물음표를 작성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없다. 왜냐면 똑똑한 인간들이라면 질문을 거꾸로 묻든 바로 올바른 답은 하나이기에 올바르게 선택을 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합리적이라면 답이 물음표를 어떻게 작성하느냐에 따라 달라져서는 아니될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실험을 해보면 그 결과는 엄청 달라진다. 장기기증을 하는 칸에 틱하도록 하는 경우에는 42%가 장기기증에 동의했지만 장기기증을 하지 않을 경우 그 칸에 틱하도록 한 경우는 82%가 장기 기증에 동의했다고 한다. 여기서 알 수 있다시피 질문 자체를 어떻게 바꾸느냐에 따라서 그 결과는 천양지차를 보여주는 것이 우리 인간들의 행태라는 것이다. 인간의 의사 선택권을 하나도 침해하지도 않고 스스로 선택에 맡겼지만 나타난 결과는 엄청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현실에서는 “선택 설계”를 어떻게 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 다시 한 예를 보자. 집을 지울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이 동선 위치이다. 집안을 들어서며 어떻게 걸어들어오느냐를 설계하듯이 “선택 설계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선택은 개인 책임이지만 그 선택을 현명하게 하도록 도와주는 “선택 설계사 (choice architects)”의 개념이 “너지”에서 중요하게 주장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앞서 예에서 설명하였듯이 장기이식 기증도 틱을 어떻게 배열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크게 달라진다. “디폴트”를 어떻게 작성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크게 달라진다.
이렇게 개인의 선택 자유를 침해하지 않으면서 원하는 결과를 얻는 방법이 있다는 것이다. 이게 “너지”의 핵심적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은 케인즈 경제학 입장처럼 정부 관료가 모든 경제를 이끌 수 있다고 믿는 것도 아니고 신자유주의 경제학입장처럼 시장이 만능이라는 생각도 배제하고 있다.
자유방종에 내버려두지 않고 강제 개입도 아닌 면에서 중간자적인 길이라고 볼 수 있다. 자율도 강제도 아닌 제3의 길이라고 보는 것이 바로 이러한 이유이다. 여기에서 진보좌파는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개입을 강조하는 반면 보수우파는 모든 것을 시장에 맡겨놓는 것이 최고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좌우파측에서 보면 제3의 길은 부족할 수 밖에 없는 면이 있다.
인간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완전한 경제적 인간이 아니다. 인간이 그렇게 합리적인 사람들이라면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은 모두가 성공할 것이며 몸에 해로운 술 담배나 마약을 하는 사람은 결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인 인간들은 담배를 끊는데 성공하는 사람보다 실패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 다이어트에 성공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대부분 유혹에 빠지거나 하는 이유로 실패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 자율은 허울 좋은 개살구에 불과할 수도 있다.
인간은 자율적이고 합리적이라고 보는 것이 말로는 좋게 들리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에 문제가 있다. 스타트렉 스포크 대장처럼 컴퓨터가 지시하는대로 자기콘트롤을 다하는 경우 보다는 호머 심슨처럼 나태하고 무기력하며 왔다기 갔다리하고 자기 편견이 가득하며 사회에 휘둘리는 비이성적인 경우가 훨씬 많은 경우가 우리 현실 인간들이기 때문이다.
현실 인간들은 주류경제학 이론이 상정하듯이 컴퓨터처럼 완전무결하게 의사결정을 완벽이 해내는 “경제적 인간 (Homo economicus)”이 아니다. 사람들은 크게 자만하기 마련이고 쉽게 흥분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현실적 인간들이 현명한 선택을 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챙겨주지 않으면 스스로 해나갈 수 없는 인간들이 훨씬 많다. 아무리 똑똑한 사람들이라도 자기 전문 분야를 벗어나면 문맹인 경우가 훨씬 많다.
인간은 틀리든 맞든 남의 의견에 놀아나기 마련이다. 인간은 부족하기에 자기 자신이 가장 잘났다고 자만하게 내버려두어서는 아니된다. 복잡한 금융상품을 잘 이해하고 가입하는 소비자는 드물다. 시골에 가면 아무런 사전 지식이 없는 늙은이를 꼬시는 경우가 무척 많다. 매도프처럼 시장에는 사기꾼이 들끊는 것도 사실이다. 결국 이들은 시장 만능의 폐해로 부터 보호해야 한다.
기본 경제학 입장에서 보면 선택이 많은 것은 결코 나쁠 수가 없다. 인간이 합리적으로 선택해 낼 능력이 있다고 보기 때문에 나쁜 것을 분별해 낼 수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세상은 너무나 많은 선택이 넘쳐나서 문제가 생긴다. 세상사람들은 너무나 바쁜 나머지 무엇이 자기에게 유리한 줄도 모르고 선택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이 유리한지 “디폴트 옵션”을 하도록 보살펴 주는 것이 오히려 보다 현실적인 방안이 되는 것이다. 이런 유리한 선택을 도와주는 “선택 설계사”가 필요한 세상이라는 것이다.
물론 말처럼 쉽게 이룰 목표가 아니다. “개인을 강제하지 않고서 어떻게 사회적으로 보다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의 문제는 쉽게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기억할 것은 인간은 완전하지 않다는 것 즉 인간은 이기심으로 가득차고 쉽게 잊어버리며 무관심을 보이기 마련이다.
이러한 인간의 불완전성을 인정한다면 누군가로부터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받아 들이게 될 것이다. 이러한 때 아버지가 부족한 어린 자식을 돌봐주는 것처럼 도움을 주어야 하는 것이 보다 옳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너지” 책의 표지 그림에서 보다시피 엄마 코끼리가 아기 코끼리를 살살 보호해 “유도”해 가듯이 정부가 국민에게 이익을 되는 방향으로강제성 없이 “유도 (Nudge)”해 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길이 자기 선택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자기이익을 담보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길인 제3자적 중용의 길이 아닐까?
만시지탄이지만 청와대가 중도실용주의로 돌아선 것은 백번 옳다고 본다. “너지”저자들은 잘 알려진대로 오바마 대통령을 지지하였으며 보수우파인 보수주류경제학에 대항하는 진보좌파적 시각의 행태경제학자들이다. 이런 배경을 안다면 이런 책을 독서함으로써 청와대 국정 운영 방향이 더욱더 중도실용주의로 나아갈 것임을 알려준다고 볼 수 있다. 인수위 시절 대선 승리에 도취하여 보수우파정책을 택한 집권1기의 명백한 잘못을 이제 확실히 인정했다는 것을 시사해준다. 청와대 국정방향은 중도실용주의 길로 확실하게 방향을 잡을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동안 꾸준히 집권1기 보수경제정책 비판을 한 결과로 인해 청와대의 국정방향이 돌려진 것이다.
“너지”에서 저자는2008년 금융경제위기의 진단을 2페이지에 걸쳐 짧게 후기로 추가하고 있다. 저자들이 판단하는 것처럼 금융경제위기는 “탐욕과 부패”가 초래한 인간 재앙인 것이다. 청와대및 정부 공무원은 바로 이점을 상기하지 않으면 진정한 금융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하여야 할 것이다.
“너지”의 서브 타이틀은 “건강과 부와 행복에 대한 보다 나은 의사결정” 이다. 서브타이틀이 바라는 것을 이룰려면 우선 인간들은 조작되기 쉽다는 존재라를 것을 빨리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인지심리학의 연구결과는 인간의 판단 능력이 얼마나 부족한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정부 정책을 이끌어 나가고 있는 경제학자나 법학자가 이러한 인간의 근본적 한계를 인정하지 않고 이상적인 가정에만 근거하는 정책을 펼친다면 그 실패는 예고되어 있다고 본다.
“너지”를 읽은 사람은 주류경제학의 한계를 깨닫고 왜 인간중심의 제3의 길이 필요한 지를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본다.
다시 한 번 행태경제학의 중요한 기본적 시각을 말함으로써 조금 설명이 긴 글을 끝맺고자 한다. 인간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경제적 기계가 아니라 오히려 편견에 사로잡혀 있어 판단 실수를 하기 마련이다. 그것도 실수를 “반복적”으로 하기 마련인 것이 우리 현실적 인간들이라는 것 (real people make mistakes systematically)이 라고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카네만은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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