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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언어/ 詩-영시

자유

by 추홍희블로그 2006. 11. 17.

자유 Liberte

 

나의 학습 노트 위에

나의 책상과 나무 위에

모래 위에 눈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내가 읽은 모든 책장 위에

모든 백지 위에

돌과 피와 종이와 재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황금빛 조각 위에

병사들의 총칼 위에

제왕들의 왕관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밀림과 사막 위에

새둥우리 위에 금작화 나무 위에

내 어린 시절 메아리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밤의 경이 위에

일상의 흰 빵 위에

약혼 시절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나의 하늘빛 옷자락 위에

태양이 녹슬은 연못 위에

달빛이 싱싱한 호수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들판 위에 지평선 위에

새들의 날개 위에

그리고 그늘진 풍차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새벽의 입김 위에 바다 위에

배 위에 미친 듯한 산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구름의 거품 위에

폭풍의 땀방울 위에

굵고 멋없는 빗방울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반짝이는 모든 것 위에

여러 빛깔의 종들 위에

구체적인 진실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살포시 깨어난 오솔길 위에

곧게 뻗어나간 큰 길 위에

넘치는 광장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불켜진 램프 위에

불꺼진 램프 위에

모여 앉은 나의 가족들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둘로 쪼갠 과일 위에

거울과 나의 방 위에

빈 조개 껍질 내 침대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게걸스럽고 귀여운 나의 강아지 위에

그의 곤두선 양쪽 귀 위에

그의 뒤뚱거리는 발걸음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내 문의 발판 위에

낯익은 물건 위에

축복된 불길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균형잡힌 모든 육체 위에

내 친구들의 이마 위에

건네는 모든 손길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놀라운 소식이 담긴 창窓가에 긴장된 입술 위에

침묵을 초월한 곳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파괴된 내 안식처 위에

무너진 내 등대불 위에

내 권태의 벽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욕망 없는 부재 위에

벌거벗은 고독 위에

죽음의 계단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회복된 건강 위에

사라진 위험 위에

회상없는 희망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그 한마디 말의 힘으로

나는 내 일생을 다시 시작한다

나는 태어났다

너를 알기 위해서

너의 이름을 부르기 위해서

 

自由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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