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
나는 사냥을 갔다 와서 정원의 긴뜰을 거닐고 있었다.
견공은 저만치 나를 앞서 달리고 있었다.
갑자기 견공이 종종 걸음을 치더니
무슨 냄새라도 맡은 듯 가만가만 걸어가기 시작하였다.
나는 길쪽을 바라보다가
부리가 노랗고 머리 위에 솜털이 난
새끼 참새 한 마리를 발견하였다.
보금자리에서 떨어진 것이었다.
(바람이 강하게 불어 거리의 자작나무를 흔들고 있었다.)
그리고 새끼 참새는 몸을 움추린 채
아직 다 자라지 못한 날개를 파닥거리고 있었다.
견공이 새끼 참새 있는 데로 가까이 이르렀을 때
돌연 곁에 있는 나무 위에서 목이 까만 어미 참새가
견공의 코앞으로 마치 돌멩이처럼 날아 내려왔다.
그리고는 전신을 벌벌 떨면서,
가엾게도 절망적인 부르짖음을 외치고
흰 이빨이 드러나 보이는 개의 입을 향해 두 세 번 날면서 덤벼 들었다.
그는 새끼를 구원해 내고자 자기의 몸으로 새끼를 감싸 준 것이었다.
그러나 작은 몸뚱이는 공포로 인하여 벌벌 떨고 있었으며
목소리는 이상하게도 쉬어 있었다.
공포에 떨면서도 그는 자기 몸을 내던졌던 것이다!
그의 눈에는 견공이 굉장히 큰 괴물로 보였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는 안전한 높은 가지에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그 의지보다도 강한 힘이 그를 날아 내려오게 한 것이다.
나의 토레소는 우두커니 서 있다가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그 또한 이 힘을 인정한 모양이었다.
나는 멍해진 견공을 불러
경건한 생각에 잠겨 그 자리를 서둘러 떠났다.
그렇다. 웃을 일이 아니다.
나는 이 작고 비장한 새에 대하여, 그 사랑의 충동에 대하여,
분명히 경건한 생각에 잠겼다.
나는 생각하였다.
사랑은 죽음보다도, 죽음의 공포보다도 강하다는 것.
오직 그것에 의해서만, 사랑에 의해서만,
우리의 삶이 계속 유지되고 또 앞으로 나아 간다는 것.
이반 투르게네프 Ivan Sergeevich Turgenev (1818~1883)
THE SPARROW
I was returning from hunting, and walking along an avenue of the garden, my dog running in front of me.
Suddenly he took shorter steps, and began to steal along as though tracking game.
I looked along the avenue, and saw a young sparrow, with yellow about its beak and down on its head. It had fallen out of the nest (the wind was violently shaking the birch-trees in the avenue) and sat unable to move, helplessly flapping its half-grown wings.
My dog was slowly approaching it, when, suddenly darting down from a tree close by, an old dark-throated sparrow fell like a stone right before his nose, and all ruffled up, terrified, with despairing and pitiful cheeps, it flung itself twice towards the open jaws of shining teeth.
It sprang to save; it cast itself before its nestling, but all its tiny body was shaking with terror; its note was harsh and strange. Swooning with fear, it offered itself up!
What a huge monster must the dog have seemed to it! And yet it could not stay on its high branch out of danger. A force stronger than its will flung it down.
My Tresor stood still, drew back. Clearly he too recognised this force.
I hastened to call off the disconcerted dog, and went away, full of reverence.
Yes; do not laugh. I felt reverence for that tiny heroic bird, for its impulse of love.
Love, I thought, is stronger than death or the fear of death.
Only by it, by love, life holds together and advances.
April 18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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