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무십일홍”의 일반 공식을 깨뜨리며 3달 열흘이나 꽃이 피어 있음을 자랑하는 꽃나무가 “배롱나무”이다.
그런데“배롱”꽃나무는 순수한 우리말일까? 아닐 것이다. 배롱나무를 한자로 백일홍百日紅이라고 하는데 “백일홍”을 빠르게 발음하면 “배롱”으로 소리난다. 배롱나무는 “백일홍”의 한자 표현의 소리나는대로 적은 말인 것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사진은 예산 수덕사 배롱나무
여름철 녹음방초의 푸르름 속에 배롱나무의 빨간 꽃잎은 대조색 대비를 이루며 더욱 아름답게 보인다. 거기에다 꽃이 피는 기간이 길다니 얼마나 사람들의 사랑을 받겠는가? 그런데 이런 오래가는 배롱나무를 소제로 짧고 굵게 인생을 살다가 죽은 성삼문의 시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昨夕一花衰 작석일화쇠
今朝一花開 금조일화개
相看一百日 상간일백일
對爾好銜杯 대이호함배
어제 저녁 꽃 한 송이 지고
오늘 아침 꽃 한 송이 피어
서로 일 백일을 바라보니
내 너를 대하며 좋이 한 잔 하리라
성삼문의 보는 눈이 정말 예리하기는 예리한 것 같다. 그렇기에 임금님에게도 침을 뱉는 기개가 있었지 않았겠는가 싶다.
성삼문의 표현대로 배롱나무 꽃은 수많은 꽃들이 차례로 피어나기에 전체적으로 보아서 석달열흘이나 간다는 얘기다. 즉 전체는 개체의 합 이상이라는 사회 구성의 논리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은 홀로 개체로서는 아름답지도 못하고 살아가기가 어려울 것이지만 전체로서 쌓아 온 지혜를 통하여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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