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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사·철+북 리딩/문·사·철학 이론

40대 동창회/ 졸업25주년 기념 모교 방문축제를 다녀와서

by 추홍희블로그 2010. 2. 3.

40대 동창회/ 졸업25주년 기념  모교 방문축제를 다녀와서


졸업25주년 기념 모교방문축제에 참석하는 것을 나는 처음에는 주저하였다.   모교방문축제라는 것은 뚱뚱하고 머리 벗겨진 40대아저씨들이 싼와인이나 퍼마시는 정도가 아닐까하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참석후 소감을 적고보니  참석하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모교방문축제는 정상인이라면 지옥에 끌려가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어서 커서 떠나가고 싶은 별로 달갑지 않는 고장, 하루라도 빨리 졸업하고 떠나고 싶었던 교실, 30년의 세월속에 희미한 기억으로 이름만 남아 있는 이방인들과 함께  모여서 싼 술이나 퍼마시는 그런 장소에 찾아가는 것이 아닐까 여기기 때문이다.   만나서.  큰웃음을 짓고, 악수하고, 70년대 공포영화 “죠스”를  보던 극장에서 소스라치게 소름끼치는 장면이 나올 때 어깨를 감싸않으며 떨리는 손으로 여친 가슴의 브라자에 손을 얹었던 그 여친에게 이제는 어엿한 어른이 되었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아내와 자식들에 관한 얘기를 나누었다.
 
설령 다른사람들의 이름을 내가 기억한다 해도 다른사람들이 나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다. 모교방문축제는 집단적 기억상실증에서  보물 찾기하는 것일테니까.
“네 이름이 뭐라고 했지?” “몇 반이었어?” “몇 년도 이었지?” 다른사람들도 모두가  다른사람의 속을 그려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누가 살이 많이 쪘을까? 늙게 보이는 사람은 누구이지? 출세한 녀석들은 어떤이들이고? 또  어렵게 된 이들은 누구들이더라?

 

모교방문축제에 참석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오래동안 심사숙고해야 할 문제이다. 잘된결정일 수도 있고 또 나쁜 결정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참석하기로 결정했다. 죽음의 묘비 앞으로 더욱 다가가는 40대에 백미러를 보듯이 내인생의 중요한 순간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중고등학교 친구들을 다시 만나서 얘기한다는 것은 사춘기 때에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알려줄지도 모른다.   

 

나는 시골에서 자랐다. 여러분들이 익히 잘 아는 그런 고장이고 여러분들이 바로 거기일지도 모르기에 도시이름은 직접 말하지 않겠다.  그곳에서 인생의 가장 중요한 시기인 사춘기때를  똑똑한 아이들과 함께 6년의 학교생활을 보냈다.   

 

공부하는 것은 다 똑같았지만 우리들 친구들의 성격은  모두가 많이 달랐다.  열심히 공부만하는 애가 있었는가 하면 농땡이친구도 있었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가진 애들이 있었는가 하면 냉정한 애들이 있었고, 방정떠는 애들과 외톨이도 있었다.   기가막히게  잘생긴 애가 있었는가 하면 헤픈 날라리들도 있었다.    우린.사춘기시절을 함께 보냈고 ,짝사랑에 빠지기도 했고,  술과 담배를 처음으로 배우기도 했다.  학교수업을 빼먹고 농땡이를 치고, 밀밭속에 숨어서 싼막걸리를 마시고 나서 술에 취한척 하고 사랑고백을 하기도 했다.   각자의 방에는 인기연예인 포스타를 붙어놓곤 했었는데   엘튼 존, 퀸, 이글스, 빌리 조엘등이 우리의 우상이었다. 


친구들이 같이  모이면 우리부모들 세대는 왜 우리들세대를 이해하지 못할까하며  열띤 토론을 하였고 우리들의 멋진 장래를 꿈꾸었다. 

그리고  졸업을 했고  우리들 모두는 서로서로 뿔뿔이  훝어졌다.  그 이후로 지금껏 대부분은 서로  만나지 못했다.  졸업 25주년 모교방문 축제.   반세기의 세월 이 흐르도록 만나지 못했던 학교친구가 공항에서 나를 영접했다.  현재 정부의 고급공무원이 되어있는 그는 사춘기때의 침착한 모습 그대로 이었다.

 

축제 프로그램은 커다란 홀에서 서로 만남의 시간을 가진 것으로 시작되었다.   이시간은  정말 재미있었는데 그 이유는 다른데 있다.  그  이유는 다음의 2가지이다. (1)  모두가 서로 만나서 많은 얘기를 하고자 했지만, 재즈밴드의 시끄러운 소리가 홀밖으로 까지 울려퍼지고 있었기 때문에 서로 말을 나누기가 무척 힘들었다.  (2)  참석한 사람 모두가 30년세월의 풍상속에  자신들의 모습이 남에게 어떻게 비추어질지에 대해서 편집증적으로 신경을 쓰고 있었지만 막상 홀의 불빛은 조명등 밝기만큼이나 환했기 때문에 파티복 정장속에 숨겨진 뱃살이 훤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휜머리는 빛나고 얼굴의 주름살은 파인 얼굴계곡의 그림자에 완전한 대비를 나타내주 었다.  (얼굴은 몸은 감추려고 해도 감출 수 없는 세월의 간격을 말해주었다.)   


 

물론 이런 이상적인 상황이 아닌 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이란 것이 있다면 그것은 술을 거나하게 마시는 것이다.  그래서 나도 술을 많이 마셔야 했다.  와인 7잔을 비울 무렵 까지는 엄청 재미있었다.
옛날 짝꿍이 내 등을 아무토록 때렸고 전혀 모르는 애가 다가와서 내가 전혀 조정반에 아예 들어가지도 않았다는 말을 하기전까지  30분이나 조정반 얘기로 떠들어댔다. 
내가 좋아했던 한 노처녀 선생님이 있었는데 그선생님은 술을 너무 마셔서 아주 고주망태가 되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를 지경이 되었다. 


학교 다닐 때의 추억이  홍수처럼 밀려 왔다.  특히  너무나 예뻐서 내가 쳐다보지도 못했던 한여학생을 기억한다.  쌍둥이 자매였는데, 내가 그들두자매  사이에 끼어있는 것을 상상해보곤했지만 사실은 내가 말한마디도 건너지 못했었다.   그러나 그들 자매가 내 이름을 불러주면 내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고 말았다.  물론 내가 수줍은 녀석은 아니었는데 이상하게도 이들자매를 보면 얼어붙고 말았다. 그들 자매가 너무나 예뻐서 내같이 땅콩처럼 못생긴 애에게 인사말을 건네는 부류가 아니어야 한다고 여겼던 것이다.
….
그리고 나는 다른 친구들을 쭉 둘러보왔다.  유전자처럼 변할 수 없는 것일까?  학교다닐때와 거의 변화가 없다는 것을 느꼈다.  학교다닐 때 잘 생겼던 여학생은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고운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공부잘한 애들은 의사나 약사나 법조인이 되어 있었다.   노는 애들은 지금도 잘놀고 있었다.  수줍음 타던 애들은 이제 어른스러워졌고 말많은 애들은 아직도 조잘거렸다.   남 명령하기 좋아하던 애들은 아직도 그대로 명령적이었고 목사같이 진실한 크리스찬이었던 애들은 지금도 크리스탄 모습그대로이었다.


25년 세월이 흘러도 사람의 본성은 변함이 없다고 느끼게 된다.
……
잘살아가는 애들이 있는가 반면, 이미 운명을 달리한 애들도 있었고 이혼을 한 애들은 있았으며 재혼을 한 애들도 있었다.  그중에 무척 가슴아픈 사연을 듣기도 했는데 나는 나도모르게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우리가 학교를 다니던 그때는 우리모두의 장래는  장미빛처럼  아름다운 인생이 펼쳐질 것 같이 생각했다.  그때 우리나이는  더이상 애들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완전한 성인은 되지 못한 그런 사춘기 때이었다.   그 때 우리는 우리의 세상이 어떻게 펼쳐질지 대한 기대로 한층 부풀어 있었다.  이제 반세기가 지난 후 그때를 되돌아보면,  그때의 추억이 너무나 아름답게 느껴진다. 


 나의 학교친구들이 학창시절 당시를 회고하며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말해 줄 때  모교방문축제에 대한 나의 시니컬한 생각은 눈녹듯이 깨끗이 사라지고 말았다.


내가 만난 친구들 모두는  나를 마치 장난꾸러기처럼 나를 좋은 인상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친구들모두가 나를 정말 따뜻하고 반가운 친구로 기억하고 있었다.  어떤 한 친구는 날 보고  내가 그의 “우상”이었으며 “내같은 친구를 가진것을 자랑스럽다”고  말했는데 그런 말에 나는  놀라고 말았다.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대화를 나눈 (현재 치과의사인) 한 친구의 말이 생생하게 남아 있다.  “너도 알다시피, 우리 학창때시절이 우리 인생의  가장 최고의  날들이었어. 그때는  모든 것이 순수 했었지. 시험은 쉬었고, 왕따도 없었고 , 선생님들도 다들 좋았고, 우리들 모두는  한가족처럼  서로를 좋아했었지.   친구야 , 이렇게 다시 만나서 정말 좋다. 네가 이렇게 멀리서 찾아온 것에 정말 고맙게 생각해.”


(* 원문읽기: 사람/정보/문화가 함께하는 웹공간카페 ==> http://cafe.daum.net/talk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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