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심란했던 군대시절을 회상해 본다.
**년8.9월에 논산 수용연대로 입대를 하니 그간 모르던 군인 계급이 두 개나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다름아닌 "장정과 훈병" 이 두 단계를 거쳐야 대한민국 정식 군인인 자랑스러운 "이병"이 될 수 있었으니 "이병"..정말 대단한 존재들이었습니다. 8*년 봄에 어찌저찌해서 카투사 시험을 치르고 후암동 병무청에 직접 가서 (인터넷이 존재하지 않았으므로) 합격 확인을 한 것이 그 해 여름. 그 당시의 학교 분위기는 온통 반미와 학생군사훈련반대와 팀스피릿트 반대 등등에 전두환, 노태우 군사독재 타도의 깃발과 함께 그런 시절이었니까요.
1. 논산 육군 신병 훈련소
서울역에서 대전까지 기차를. 대전에서 연무대행 버스를 타고. 게다가 학교 친구들에겐 거의 쉬쉬해가며 입대를 하던 터라 그 흔한 최백호의 "아쉬운 밤 흐뭇한 밤 뽀얀 담배연기." 노래 한번 듣지 못하고 또 입대 전 술자리도 없이 홀연히 떠나야 했던 그날. (저는 김광석의 입영전야보다 최백호의 이 노래가 더 좋습니다) 그리곤 논산에 도착..수용연대에서 2-3일 장정 신분으로 대기후 27연대로 오와 열을 맞춰가며 원기 왕성한 목소리로 군가를 부르며 행군. 27연대에 도착을 하니 한달 먼저 입대한 선배 카투사들이 꾀재재한 모습으로 총을 메고 어디론가 갑니다. 그들의 표정엔 분명 "애구 애기들 왔구나" 했을 겁니다. 그리고 마침내 훈병이 됩니다. 군번을 받아보니 KA 7111-1***. 논산 조교들은 입을 열 때마다 "카투사 이 개노무새끼들"해가며 우리를 갈굽니다. 육군 하사(내무반장)의 이단 옆차기가 내무반 저 끝에서부터 날라오는데 정신 없더군요. 그렇게 우리는 군기가 바짝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6주 훈련의 마지막 일주일간의 유격훈련을 받기 위해 완전군장에 새벽부터 모처 유격장까지 산길을 돌고 개울을 건너 행군에 행군 도착하니 해걸음에 유격조교들이 유격장 앞서부터 낮은 포복 약진 앞으로를 시킵니다. 그날 밤 불렀던 "고래사냥"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자!~~ 떠나자~~고래 잡으러 삼등삼등 완행열차 기차를 타고~~~고래고래!~~ 한달 후배 카투사들이 뽀오얀 우윳빛 얼굴로 어설프게 발 맞춰가며 잔뜩 얼어붙은 표정으로 우리 막사쪽으로 들어오는 게 보이기 시작할 즈음에 우리는 밤 기차를 타고 평택으로 향하게 됩니다. 물론 "애들아 내가 너네라면 자살한다"라는 말도 당연히 빼놓지 않고.
2. 평택 카투사 교육대
카투사병들은 훈련을 두 번 받습니다. 한국군 기초 군사훈련은 논산에서..그 다음엔 평택에 있는 KRTC (Katusa Reception Training center.. 멀리 판문점에서 후임 JSA병을 차출하기 위해 깡마른 체구에 물살 하나 없는 -말로만 듣던-JSA 병들이 내려왔습니다. JSA에 대한 소문은 들어 알고 있던 터라 왠만하면 그들과 눈이라도 마주칠까 봐 조심했지요. 교육대 앞 아스팔트 광장에 집합하고나니 한국군 장교 점퍼를 입고 유엔군 마크를 단 병사 서너 명이 찝차에서 내리더군요. 그리곤 큰 소리로 하는 말. "지금부터 눈깔 돌리는 새퀴는 바로 이 자리에서 피바다를 만들어버리겠다. 이 개쉐키들" (용어부터가 다릅니다. 피바다. 아흑)
4. 자대배치
미제**여단 2사단 배치를 받게된 녀석들 (동기들 중 반이 넘게)은 벌써부터 지네끼리 모여 앉아 워워워워 (인디언들이 내는 소리)하고 장난들을 하고 있더군요. 나중에 알았는데 전차병으로 가게 된 녀석, 9보병으로 가게 된 녀석 (9보병은 왠만한 특수부대 수준 이상입니다) 등등. **부서에 배치를 받았으니 외로움도 외로움이지만 전문적인 지식이 없던 저로서는 애로사항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아~ 김치와 밥..그리고 라면~~ PT중 부르는 노래입니다..우리 할머니가 겨우 5살 때도 너보단 달리기 잘했다. 뭐 이런 노래내용) "신병! 내일 아침 포메이션 (근무시작 집합) 땐 ** 파툰(소대)으로 가서 서라" (참고로 Platoon은 영화제목처럼 프래툰이 아니라 파툰으로 발음을 합니다) 아침이 왔습니다. 기상나팔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논산에서 마냥 어수선한 것도 없습니다. 시간되기 전까진 어영부영 놀다가 집합시간이 되니 각자 방에서 기어나옵니다. 그리곤 얼기실기 어영부영 그러다가 드디어 아침 중대 집합이 시작됩니다.
5. 포매이션 집합 군기
(중대장 등장) 그러자 어리버리 어영부영하던 분위기가 일순 살기가 감돕니다. 군인같지도 않은 미군 녀석들이 갑자기 부동자세로 대형을 갖춥니다. 그리곤 떠나갈 듯한 구령소리. 일사분란해지더군요. 그리곤 복장검사(Uniform Inspection). 장교들이 대충 걸어와서 대충 말 걸고 지적하고 하는 분위기가 아닙니다. 이를테면, 사병들이 집합해있는 대형으로 장교가 각도 있게 걸어옵니다. 그리곤 우측 선두 1번부터 복장검사를 합니다. 장교나 사병이나 모두 각자세로 서 있습니다. 한 명의 검사가 끝나면 장교는 다시 우향우. 두어발 짝 앞으로 가서 다른 병사 앞에 서면 다시 좌향좌. 그리고 검사 그리고 다시 우향우 그리고 병사 앞에서 좌향좌 , 검사 그리고 다시 우향우 두어 걸음 후 다시 좌향좌.. 뭐 이렇습니다.
6. 파파상
미군 녀석들이야 막사 안에 "마마상'이라고 부르는 빨래 및 세탁 그리고 군화 닦아주는 할머니에게 돈을 주고 닦고 다림질을 했으니 칼 복장과 거울 구두가 되는 겁니다만 카투사들은 그 전날 자기 방에서 지급받은 구두약과 집에서 가져온 다리미로 스스로 합니다. 덕분에 마마상이 해 준 구두나 군복과는 조금 차이가 납니다. 게다가 풀까지 먹여 빳빳한 미군들의 군복에 비하면 카투사들은 아무리 날고기는 카투사라고 하더라도 마마상 할머니의 다림질, 군화 닦는 실력을 이길 수는 없습니다. 카투사간에 구타나 욕은 없습니다만 흔히들 말하는 "원산폭격"은 있습니다. 카투사들은 원산폭격을 버퍼질 (막사 바닥에 왁스칠하고 융으로 반들반들하게 만들어주는 기계가 버퍼입니다)한다고 합니다. 바닥이 반질반질하니 머리 박고 앞으로 전진, 뒤로 전진 몇 번하면 바닥이 정말 깨끗해집니다. 이러한 공포분위기로 인해 며칠 동안은 소화가 안됩니다.
7. 행군 군가
좌우당간 그렇게 아침을 보내고 각자 소대별 분대별로 대열을 맞춘 채 미 육군 군가를 부르며 제가 배치받은 부서로 출근. 여기서 군가란 우리처럼 악쓰고 부르는 군가는 아니고 그냥 설렁설렁 장난하듯 부르는 군가입니다..영화를 통해 많이 들으셨을 듯. 이를테면 일조집합이 끝나고 각 소대별로 Platoon! Attention! (들리는 소리는 파툰 어텐 현!-소대 차렷!) Left face! (좌향좌) Forward march (포워~ ㄹ 마아치 뭐 이렇게 들립니다. 앞으로 갓! 이겠죠? yo left~, yo left~ yo left right. 그리고 일동 자기 소대명을 동시에 고래고래. 운율에 고저장단이 있어서 재미있습니다. 그리고는 소대원들 앞에서 제 소개를 합니다. 물론 영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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