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산 훈련소 시절에 어머님께 보낸 편지를 발견하였다. 지금껏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이사를 수없이 다녔다. 먼 나라까지 떠나서 살았는데 어떻게 이런 편지가 남아 있는지 내 자신 조금 으아스러운 생각이 든다.
이 편지를 읽고 나니 부모님께 효도하지 못한 불효자식으로서 회한이 더욱 크게 느껴진다. 그래도 결혼하기 전까지는 어머님을 생각한 면이 조금은 있는 것 같았는데, 결혼하고 나서부터는 여자에게 눈이 빠져서인지 어머님께 안부인사 한 번 여쭙지 못한 잘못을 했다.
다음은 내가 군대에서 엄마께 부친 편지를 스캔한 것이다.
“어머님께 올립니다.
소슬바람이 일고 높푸른 창공이 펼쳐지는 천고마비의 계절이 성큼 다가 선 요즈음 어머님 존체 편안하시옵고 댁내 무사평안한지요.
불초소생은 어머님의 기도로 건강하고 즐거운 훈련생활을 지내가고 있습니다.
유난히도 무덥던 올 여름이 가고 벌써 들판에는 곡식이 무르익어가고 과일이 열매 맺는 결실의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추석명절엔 예전처럼 집안 식구가 모여 주님께 은혜와 감사를 드리고 집안의 화목을 더욱 공고히 하는 모임을 가지겠지요.
불초소생은 훈련병생활로 몸은 비록 멀리 떨어져 있다 하여도 마음만은 항상 어머님과 집안 식구들을 떠나지 않고 있습니다.
장부의 길을 일러주시는 고귀한 말씀을 쫓아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자식의 도리를 행하렵니다.
조금은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항상 기도하시고 주님을 따르는 신앙인으로 어머님을 그립니다.
부디 안녕하시기를 기원하오며
예의 없는 글을 이만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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