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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언어/스코틀랜드

그 많던 개똥벌레는 다 어디로 갔을까?

by 추홍희블로그 2015. 7. 24.

김소월의 “개여울”에서는 “홀로이 개여울에 주저앉아서 “- 이렇게 홀로 개여울에 나가는 것으로 묘사하였지만 사실 우린 어릴 적 실개천에라도 나갈 때면 친구들과 같이 함께 어울렸다.


그때에도 개천에서 용이 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미꾸라지 잡고 개구리 잡아 구워 먹던 그때그시절, 그런 모습은 

우리나라 영변이나 구 대륙 유럽이나 오세아니아 신대륙이나 지구상 어디를 가든 거의 비슷비슷하다.


어릴 적이기 때문에 전설이 살아 있고 추억이 살아 있는 것이지 동네가 영변 약산이기에 진달래가 고운 곳은 아니다.  


우리가 초등학교 시절 졸업식 때 불렀던 노래 "석별의 정"은 사실 스코틀란드의 국민시인으로 추앙받고 있는 로버트 번즈의 시 “올드 랭 사인”에서 가사와 멜로디를 가져와 일어로 번역한 노래를 통해서 들어온 노래이다.  


로버트 번즈의 원곡 가사를 읽어보면 우리나라 정서하고 매우 가깝다. 

(사실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을 출 때 민족이나 종족 차이감은 거의 없고 거의 다 비슷하지 않나?  섹스하는 것 만큼 음주가무의 감정은 거의 비슷하게 느껴진다.)


우리들 어릴 적 개울가에 나갈 때는 친구들과 함께 하루 종일 쏘다 다녔다.

로버트 번즈 시를 소개하면서 개울가에서 미꾸라지 잡는 모습을 삽화로 그려 놓고있는 영어 책을 쳐다보면 

사실 거의 우리 어릴 적 모습하나 거의 똑 같이 느껴진다.


로버트 번즈의 원곡 가사 구절 "We twa hae paidl'd in the burn / Frae morning sun till dine" 

“우리는 개울에서 물장난 치며 놀았었지 / 아침부터 저녁까지”



사진은 이를 묘사하는 영어 책 그림을 찍은 것이다. 


일본이 영국의 이 노래를 번안하여 전국의 아이들에게 가르칠 때 그 첫 해가 1881년이었다.  로버트 번즈의 “옛 시절”이라는 가사와 노래를 일본에서는 “개똥벌레”라는 뜻의 한자 "형"으로 노래 제목을 삼았다.  왜 석별의 정을 노래한 가사를 “개똥벌레”라는 제목으로 붙였을까?  개똥벌레는 반딧불로써 고사성어로 “형설지공”의 뜻이 있기 때문이다.  밤에 반딧불로 불을 밝히고 글을 읽고 장원급제 했다는 뜻에서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는 교훈을 가르치기 위해서 개똥벌레라는 노래제목을 붙인 것이다.  하지만 로버트 번즈 원곡 가사에는 어린이들이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는 의미는 전혀 들어 있지 않다.  어릴 적 하루 종일 뛰어 놀았다는 그때그시절의 추억을 그리는 노래일 뿐!  그런데 국민 국가를 건설하려던 명치 유신의 일본은 노래 가사를 형설지공으로 바꿔 개작을 한 것이다.  (개똥벌레라는 말이 나오니까 신형원의 개똥벌레 노래가 생각나네.  그런데 신형원의 개똥벌레는 형설지공의 고사성어하고는 전혀 상관이 없이 고립감을 노출하는 노래가사이었다.)  


스코틀란드 원곡 가사에 가장 가까운 노래 듣기는 유투브에서 들을 수 있다. 


“형설지공”이라는 고사성어를 지금 어린이들은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 많던 개똥벌레는 다 어디로 갔을까?



형설지공: 가난(역경)을 이겨내고 꾸준히 학문을 닦은 보람'이란 뜻으로 쓰이고 있다. 


차윤은  어려서부터 성실하고 생각이 깊으며 학문에 뜻을 두고 있었으나, 뒷받침해 줄 형편이 되지 못했다.  차윤은 집안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기 위해서 낮에는 밖으로 나가 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밤이 되어 하고 싶은 공부를 하려고 했지만, 등불을 밝힐 기름이 없어 그것 또한 여의치 못했다. 그는 무슨 수가 없을까 고민하다가 이렇게 하기로 했다. 엷은 명주 주머니를 하나 만들어 수 십 마리의 반딧불을 잡아 그 속에 넣고는, 그 빛으로 책을 읽는 것이었다.  차윤은 이렇게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끈기 있게 공부하여 이부상서의 벼슬까지 오르게 되었다.  지금 사람이 서창(書窓)을 형창(螢窓)이라 함은 이로 말미암은 것이다. 

晉車胤武子 幼 恭勤搏覽 家貧不常得油 夏月以練囊 盛數十螢火 照書讀之 以夜繼日 後官至 尙書郞 今人以書窓 爲螢窓由此也.   (晉書, 車胤傳).


로버트 번즈 원곡 가사를 번역해 보았다.  번즈의 가사는 어린 시절의 추억을 노래하며 친구하고 술잔을 나누는 노랫말이지 일본의 번안처럼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는 형설지공의 의미는 전혀 들어 있지 않다.  로버트 번즈는 지나간 어릴 적 하루 종일 뛰어 놀았던 그때그시절의 추억을 그리며 친구와의 우정을 그리며 술잔을 들며 믿음을 나누는 노래이다. 


Auld Lang Syne


Should auld acquaintance be forgot,

And never brought to mind?

Should auld acquaintance be forgot,

And auld lang syne?


오래 정든 옛 친구들을 어찌 잊을 수 있겠나

그들이 생각나지 않을 수 있겠나

오래 정든 옛 친구들을 어찌 잊을 수 있겠나

그리운 시절의 오랜 옛 친구들을

 

For auld lang syne, my jo,

For auld lang syne,

We'll tak a cup o' kindness yet,

For auld lang syne.


지나간 그리운 시절을 떠올리며, 내 친구여, 

그리운 그때그시절을 추억하며,

우리 우정의 잔을 함께 드세나, 

그리운 그때그시절을 위하여.

 

And surely ye'll be your pint-stowp,

And surely I'll be mine

And we'll tak a cup o' kindness yet,

For auld lang syne.


자네는 반드시 자네의 큰 술잔을 다 비우는 거야,

나도 내 잔을 다 비울 테니까!

우린 우정의 술잔을 드는 거야

그리운 그때그시절을 위하여


We twa hae run about the braes,

And pu'd the gowan fine;

But we've wandered mony a weary fit

Sin' auld lang syne.


우린 강 언덕에서 뛰놀며

예쁜 데이지 꽃을 따 모았지. 

우린 지칠 때까지 쏘다 다녔지.

그리운 그때그시절 내내

 

We twa hae paidled i' the burn,

Frae morning sun till dine;

But seas between us braid hae roared

Sin' auld lang syne.


우리는 개울에서 물장난치며 놀았어

아침 해가 뜰 때부터 저녁까지 종일토록.

그때도 우리 사이에 놓인 바다는 넓고 거칠었지

그리운 그때그시절에도.


And there's a hand, my trusty fiere,

And gie's a hand o' thine!

And we'll tak a right guid-willie waught

For auld lang syne.


자랑스럽고 믿음직스런 내 친구여, 여기 내 손을 내미니 

자네 손을 내게 뻗어서 

우정의 잔을 함께 드세나 

그리운 그때그시절을 위하여. 

 

And surely ye’ll be your pint’ stoup, 

And surely I’ll be mine! 

And we’ll tak a cup o’ kindness yet 

For auld lang syne!

 

자네는 반드시 자네의 큰 술잔을 다 비우는 거야,

나도 내 잔을 다 비울 테니까!

우린 우정의 술잔을 드는 거야

그리운 그때그시절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