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김용택-
강물을 따라 걸을 때
강물은 나에게 이렇게 말했네
인생은 이렇게 흐르는거야
너도 나처럼 흘러봐
하얗게 피어있는 억새 곁을 지날 때
억새는 이렇게 말했네
너도 나처럼 이렇게 흔들려 봐
인생은 이렇게 흔들리는 거야
연보라색 구절초 곁을 지날 때
구절초꽃은 이렇게 말했네
인생은 한번 피었다가 지는 꽃이야
너도 나처럼 이렇게 꽃 피어봐
커다란 느티나무 아래 지날 때
느티나무는 이렇게 말했네
인생은 이렇게 뿌리를 내리고
그 자리에서 사는 거야
너도 나무처럼 뿌리를 내려 봐
하늘에 떠 있는 구름 아래를 지날 때
구름은 나를 불러 이렇게 말했네
인생은 별 게 아니야
이렇게 허공을 떠도는 거야
너도 정처없이 떠돌아 봐
내 평생
산 곁을 지나다녔네
산은 말이 없네
한마디 말이 없네.
사진. 2012.6.3. 한라산 백록담에서 관음사 방향으로 하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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