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 년(億年) 비정(非情)의 함묵(緘黙)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忘却)하고
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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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만인가! 해변에 나와 바닷가 바위를 거닐다가 소라를 주워 본다.
밀려오는 파도가 바위에 부딪히면서 솟아 뿜어 올리는 하얀
물바람에 무지개가 생긴다.
검푸른 파도가 바위에 부딪히면서 하얗게 부서진다.
블루와 화이트. 색.으로 내 오늘. 오랜 만에 다시 바다가를 거닐며
유치환의
‘바위’를 노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