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대청봉 등산 후기
산타고 등산 참여는 선택사항이지만 산행후기는 필수라고 여기기에 나 또한 후기를 쓰지 않을 수 없다. 비록 몇 자 정도일지라도.
1. 왜 산에 가는가?
왜 산에 가냐건? 왜 사나건?에 대한 어느 시인의 답처럼 “그냥 웃지요” 이런 미소로써 그칠 수가 있을까? 아마 그럴 수는 없을꺼야.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Because there is a mountain!” – “산이 거기 있기 때문에” 그저 산이 좋아서 등산을 한다는 등산전문가의 답을 해야만 정답일까? 우린 등산전문가도 아니고 아마추어들도 못된 설악산 평생 처음 가보는 진짜초짜 초보자들이 반을 넘으니 “산이 좋아서”라는 이유만으로는 뭔가 부족할 것이다.
2.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다- 육체적, 정신적, 정서적 도전과 응전
울 엄마께서 살아계셨으면 엄마 나 대청봉 올랐다~~ 감동 먹었어~~ 난 해냈단 말이야~~이렇게 말했을텐데 그것이 안타깝다~~~~
한계령은 내게 말한다. 인내하라. 끝내 이기리라고. Patience, Persistence.
“It is not the mountain we conquer, but ourselves.”
설악산 대청봉에 올랐다면 당신은 앞으로 원하는 모든 것을 성취할 수 있어!
you can do anything.
세상이 다~~~ 내꺼다~~~
산타고 등산 will teach you patience, persistence and gratitude.
인간 승리라고 불리는 이성미만이 아니잖아.
누구든지 인내를 배웠을테다.
노 패인 노 게인. 찌든 때 노폐물이 다 가슴과 다리의 펌프질로 다 빠져나가면 남는 것은 우리가 살아있음에 삶의 아름다움에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
함께한 친구덜, 모두 감사합니다.
건강을 잃고나서 건강의 중요성을 뒤늦게 깨우친 나이기에 무박2일 종주코스라서 내가 넘 쫄았고 그래서 지난 주엔 여행연습 삼아서 미리 천미터 산을 올라봤는데 그때 다리에 쥐가 난 것을 경험하면서 이번에는 무리하지 않기로 마음 먹었는데 이번 산행은 세월아 네월아 하면서 쉬엄쉬엄 자연과 벗과 함께 하면서 쉬어간들 어떠리-그런 여정이어서 다행이었다. 무엇보다 버스안에서 내 무릎을 보호하고 다리에 쥐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붕대시술을 해준 이시우인가? 그 이름은 잊혀졌지만 친구의 덕분으로 먼 길 험한 산길 등산길에도 내가 무사할 수 있었다. 철저한 준비성으로 만반의 태세를 대비하고 철저한 준비성으로 무사귀환을 이루게 해주진 모든 친구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립니다.
세상이 다 내껏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3. 금강산도 식후경
무박2일 여행의 시발점은 한계령 휴게소. “저 산은 내게 잊으라 잊어버리라 하고” 애절한 그녀의 노래로 더욱 잊지 못하는 “한계령”-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곳이 여기 설악산 등반이라면 한계령이라고 이름지은 사람은 역시에 산에 대해서 잘 아는 산사람일 것 같다.
하계 입산시간은 한밤중 3시 – 한계령 휴게소에 2시에 도착한 우리 일행은 버스 안에서 출발전 요기로 초록색의 떡을 각자 지급받았다. 잠시 후 누군 내려서 라면을 먹었느니 그래서 배신자니 (다같이 떡을 먹어야 하는데 어떤 일탈자가 그사이에 뜨거운 국물이 들어 있는 컵라면을 먹다니! 그래서 배신자니 뭐니 초반 군기를 잡을 것 같은 음성이 한계령의 싸늘한 공기처럼 다가오는 듯 했다- 다음에 보자는 사람치고 무서운 사람 하나도 없듯이 진실을 찾아내 대롱대롱 목을 칠 것처럼 다그칠 것 같던 그 목소리는 아침이슬처럼 사라져갔고 3시가 되자 출발전 기념촬영을 하기 위해서 포즈를 취했다.
4. 출발- 패킹을 가볍게 해야- 산행의 기술- “Pack light.”
지겟꾼이나 히말라야 셀파나 다같이 통하는 진실은 배낭은 가볍게 해야 먼 길을 갈 수 있다. 제갑이의 초반 문제는 바로 “Pack light.” 그가 명숙이의 조언을 귀담아 들었으면 보다 현명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산행의 날씨 정보를 미리 챙기지 못해 여분의 옷을 불필요하게 챙긴 우를 범했고 물병을 보다 많이 챙긴 욕심 때문에 (물론 단체이니까 그래서 나눠 먹을 테니 불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배낭 정리의 기술을 연마하지 못한 실수를 범했다.
5. 오르는 발길보다 내려오는 발길을 더 조심하라
그가 목소리 크다는 것은 천하가 다 안다. 그런데 천하의 김미숙이도 내려올 땐 몸을 사리고 묵언수행하였다는 이건 유비통신은 아니지만 자신이 직접 보지 않고서는 판단을 내리기 힘든 영역일 테니 최소한 다음 산행까지는 진실캐기를 중단하고 의혹의 눈덩이로 키워보든가 아니면 덮어두는 편이 보다 나을 듯 하다.
암튼 내려올 땐 뒷걸음질로 한 발 한 발 살살 조심해서 내려오는 등 조심성의 극치가 살아남는 기술의 하나라는 것이다.
6. 왜 계획된 시간보다 더 많이 걸렸나?
다른 것은 차치하고, 사진을 많이 찍는 스마트폰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사실이 아니겠어? 예전의 산행에선 그렇게 사진을 많이 찍지 않았을 뿐더러 sns상에 올리는 그런 경우는 없었으니까. 그런데 지금 우리의 모든 것은 위치 정보는 물론이고 우리의 느낌과 탄성마저 카톡 페북 인스타 밴드 등으로 실시간 올리고 중계된다.
사람들은 왜 그렇게 사진에 열광하는가? 사진은 도대체 무엇이관대~~~
한계령의 밤공기, 능선에서 맞이하는 떠오르는 아침해, 꽃과 나무와 바위와 폭포, 운해와 산들이, 대청봉 정상, 찰밥과 오리훈제와 라면 식사, 모든 순간들이 사진으로 남는다.
바로 인증샷이라고 내가 참여하는 내가 하는 것에 대한 정보를 수신자에게 전달하면서 수신자하고 서로 통하고 느낌을 공유할 수 있는 것이 사진이다. 설악산 대청봉 등산이라고 하면 거기에 떠오르는 의미는 우리들 대부분이 알고 있다. 등산 문화. 등산의 일상적인 의미에 대해서. 그렇다면 우리들이 사진 찍기에 열광하는 것은 단순히 이런 것 때문일까? 그보다 다른 무엇이 있지 않을까?
롤랑 바르트의 책에서 설명하는 의미를 찾아본다면 바로 ‘푼크툼 punctum’이라는 의미를 갖기 때문일 것 같다. 나의 폐부를 예리하게 파고드는 그 어떤 감동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때문일 것이다. 롱펠로우의 “화살과 노래”에서 “어느 눈이 그처럼 날카롭고 강하여 날아가는 노래를 좇아갈 수 있으랴. 오랜 뒷날 한 참나무에 아직도 성하게 박혀 있는 화살을 보았네”- 이런 시구절같이 우리들에게 감동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은 감성적 정서적인 면에서 “느낌”으로 받아내는 어떤 의미일 것이다. 같은 교우가 같은 동창 같은 학우가 아니었으면 이런 느낌의 공유는 일어나기 힘들 것이다.
수없는 사람들이 수없이 오르내리는 설악산, 등산에서 사진은 문화코드이면서도 각자만의 독특한 느낌의 의미를 갖지 않겠는가? 나의 군대시절 올랐던 대청봉에서의 사진이 남아있다. 그땐 국기봉이 있었는데 이번엔 없네. 30년 이전의 대청봉을 올랐을 때의 희미한 기억은 사진을 통해서 리바이벌되고 그것에 대한 느낌은 특수한 거다. 100세 시대에 내가 앞으로 30년은 더 살텐데~~~~내가 살아있음을 증거하는 사진찍기는 희망 메시지이다.
7. 나는 왜 산에 가는가? “친구가 거기에 있기에”
나는 왜 산에 가는가?
내처럼 외국살이를 하다 돌아와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보면, 30년의 세월이 흘러도 사람의 본성은 변함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기숙사에서 만났던 친구덜 김성식 이제갑 등 아는 친구들의 얼굴 하나 안 변했다. 물론 눈가의 주름살이나 제아무리 보톡스를 하더라도 숨길 수는 없겠지만 우린 처음으로 만났던 그때그시절의 “이미지”로 기억하고 있기 때문일거야.
이전에 서로 알지 못했던 대체로 공대쪽의 친구들같이 만나는 친구들은 각자각양이다. 하지만 모두들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라는 것은 분명해. the most amazing people who you will call friends.
정말 멋진 사람들과 함께 버스를 타고 함께 출발을 하고 함께 걷고 함께 숨쉬고 자연을 만끽하고 함께 사진을 찍고 함께 탄성을 자아내며 함께 정상에 올라 함께 계단을 타고 내려오며 함께 한 모든 시간들이 있기에 우리모두는 정말 멋진 친구들이라고 부를 수 있다.
8. 선교 수첩-
무박2일- 양재역에 도착한 시간이 10분차이만 났더라면 무박3일의 여정이 되었고 최소한 나에게는 실제로 무박3일이었다- 장장 19킬로의 설악산 대청봉 등산 여정을 통해서 전 선교수첩을 쓰지 않을 수 없네요.
전 선데이 크리스찬으로서 나이롱 환자이니까 별로 시리어스하지 않게 말합니다.
아직 산타고에 나오지 못한 사람이 있나요? 글타면 일단 산타고에 와보시라니깐요~~~~ 흥분의 도가니라면 도가니랄까 고대정신의 단련장에서 당신은 사랑과 우정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당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산타고는 배운 사람들 난사람 든사람 된사람들로 가득한데 이들이 배우고 가르치고 실천하는 것은 “사랑과 배려” 바로 그거래. “사랑과 배려”가 무엇인지는 오감으로 경험하는 것이지 독수리타법 문자로 쓰여지는 것이 아니다~~~그래서 이건 생략 패스~~~~시작과 끝을 함께한 29명의 동료친구들의 그것을 여기서 지금 열거하기엔 용량과 공간이 한계를 넘지 않겠어???
아직 전국방송으로 확인된 사실은 아니지만 왜 산타고가 잘 되는지 그 비결이 무엇인지에 대해 어느 누가 분석적 결론을 내리더군. 그 첫번째 이유는 산타고에는 사무총장이신 강숙희 여우가 사범대 선생인데 섐들이 한 두 명이 아니라 아예 떼거리로 이루고 있기 때문이래. 그렇게 “선생”들이 패거리를 이루고 있으니 산타고의 준비성과 철저성을 언 누가 따라오겠습니까?
산타고의 도가니는 나이, 젠더, 기타등등 모든 차별과 격차를 용해하여 고대정신의 금덩어리를 만들어내는 용광로의 현장입니다.
산타고81. You’ll love it.
9. 전 강숙희 사무총장님이 가져온 김치가 넘 맛있어요~~~
여름철에 김밥은 못 챙겨 간다 해서 내가 먹을 것을 챙겨간 것은 사과와 물통 밖이어서 친구들이 정성스럽게 준비해 온 찰밥과 오리훈제와 라면과 떡 등 모든 것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얻어 먹었다. 배급해 준 자유시간 초콜릿 간식 등이 있어서 내가 별도로 챙겨갈 필요도 없었고.
사족.
10. 참나무. 참(다운)(고대)남(자교)우.
나무 중에 나무인 참나무 OAKTREE가 어떤 나무인지 압니다. 그 참나무가 도토리 한 개에서 나온다는 것도 압니다. 전 참나무가 되겠습니다.
신성권이는 우리가 열여덜 어린 순정으로 기숙사에서 처음 만났고, 날 보살펴주었는데 내가 30년 넘는 긴 시간의 터울로 서울에 오니 날 불러내서 북촌 그 유명한 치킨음식점에 내려다 몸보신시켜주었는데 내가 산타고에 가더라도 나의 멘토 신성권이가 없었으면 난 시작도 없었고 끝도 없었을 거다. 언제나 많은 사람들에게 삶의 지혜를 주고 건강을 챙겨주는 신성권인데 이번에도 어김없이 나의 4번째 손가락 끝에다 침 바늘을 찔러 피를 보게 만들어 완쾌의 기쁨을 준 의사양반이었다. 그 신성권이가 만들어 올린 설악산 동영상 판타지에 전 감동먹었읍니다. ~~~
저도 신성권만큼 “참나무”가 되겠습니다.
11. 중요한 것은 반복학습해야 하니, 재차 강조하면
“It is not the mountain we conquer, but ourselves.” —Edmund Hillary
12. 등산 코스
한계령 (밤3시30분)> 서북주능 > 갈림길 > 중청봉 대피소 (점심식사) > 대청봉 (낮2시)
대청봉> 소청봉> 희운각> 무너미> 천불동> 양폭> 비선대> 설악동 소공원 (밤 9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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