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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패배후보 지지자들의 인지 부조화(cognitive dissonance) 현상과 수개표청원

by 추홍희블로그 2013. 1. 2.

대선패배후보 지지자들의 인지 부조화(cognitive dissonance) 현상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013년 새해 1일 SNS (다음과 네이버 등 포탈 싸이트, 블로그, 카페, 페이스북, 트워터, 카카오토크,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중심으로 제18대 대선 개표부정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데 대해 개표과정은 투명했다며 반박했다.

포탈싸이트 다음 아고라에서는 수개표 청원 수가 20만 명을 돌파했다.  포탈 청원수는 실명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로 허수가 얼마인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적지 않은 수가 명백한 선관위가 발표하는 대선 개표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지 않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선관위 발표대로 "2002년 대선 때도 개표부정 의혹이 제기돼 대법원 주관 하에 수개표로 재검표를 실시한 바 있지만 결과는 소송 제기자의 사과로 끝났다."

 

대선패배후보 지지자들의 인지 부조화 심리 작동 원인과 행태


문재인후보지지자들은 허탈한 대선 결과를 접하고 나자 “멘붕(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졌다고 한다. 야권후보지지자들의 다수는 대선 패배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패배 원인을 분석하고 패배의 교훈을 모색하려 한다.  혹자는 "민주당이라는 당이 안 좋아서", "후보는 뛰어난데 소속의원들이 협조를 제대로 안해주어서"등의 여러 이유를 찾기도 한다. 그러나 지지자들의 일부는 패배 원인을 자기 탓이 아닌 남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다.  정권교체 열기가 매우 높은 가운데 대선에서 패배하게 된 그 이유에 대한 뚜렷한 요인이 명확하게 찾아지지 않는다며 마지막에는 “다음에는 꼭 이길 것!”이라며 1460만 표의 “정신적 대통령”으로 위안삼고 상처를 “힐링하자!”고 말하는 분위기까지 나타난다.

 

이들은 자신들이야말로 야권후보를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야권단일후보가 승리할 줄 100% 믿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들은 자신들이 상상도 못할 수준으로 패배한 것을 두고 패배원인을 후보 탓이 아니라 다른 주변 요인에서 찾고자 한다.  한편 이들은 상대방 박근혜 후보가 뛰어나서 졌다는 이유는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들은 "지려야 질 수 없는 게임에서 우리 후보가 진다는 결과가 말이나 돼?"라고 말하며 엄연한 대선패배의 결과에도 불구하고 패배를 순순히 수긍하려 들지 않으려는 심리 현상을 나타나고 있다.  다시 말해 자신이 평소 생각하고 있던 것과 다른(또는 정반대의) 증거가 주어져도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자기정당화를 강변하는 심리적 태도를 나타내는 사람들이 있다.  이러한 현상을 심리학 용어로 '인지 부조화 (cognitive dissonance)” 현상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자신들의 마음 속에 가지고 있는 자신들의 믿음의 필터를 통해서 "걸러진 정보channelled messages"만을 수용하기 때문에 이러한 인지부조화 현상이 나타난다고 심리학자들은 설명한다.

 

어떤 사람들이 자기지지후보가 승리할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었다고 하자.
그들은 믿음에 따라 헌신적으로 선거운동도 열심히 했다고 하자. 그런데 그런 열성적인 믿음과는 반대로 대선 결과는 자신들의 믿음이 잘못된 것으로 나타났고 또 그 결과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명백한 증거로 뚜렷하게 제시되었다고 하자.
그러면 무슨 일이 일어나게 될까? 아마도 그들은 여전히 자신들의 믿음에 대한 흔들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자신들의 믿음에 대한 확신성이 이전보다 더욱 강해질 것이다.  그리하며 그들은 새로운 열정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관점을 확산시키고자 하는 태도를 보일 것이다.

 

이런 현상은 "종말론의 광신도apocalyptic cults"들이 보인 태도하고 흡사하다.  종말론의 신도들이 보이는 모습을 설명하는 페스팅거의 글을 보자. 

  “종말론의 광신도들은 예언의 날이 지나가고 밤이 되자 절망에 빠져들고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이들은 침이 되자 겨우 정신을 수습했다. 아침이 되자 몇몇 광신도들이 광적으로 자신들의 믿음을 다른 사람들에게 확신시키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대오는 흩어졌다.  그 후 매일같이 그들은 자신의 뼈아픈 부조화를 해소하기 위해서 필사적인 노력을 다했다. 그들은 계속 예언을 해댔다. 언젠가는 그것이 실현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신의 지침을 헛되이 찾아 헤맸다.  광신도교주는 평소보다 몇 배의 노력을 기울여 잠재적 광신도들을 끌어 모으려 했다. 그러면서 그의 예언이 실제로는 실현될 것이며 단지 그들의 믿음이 너무 신실해서 역으로 좋은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강변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내부에서 터져 나오는 인지적 부조화를 완화시키려 했는데, 그 방법은 자신들이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가기 위해 스스로의 지각 방식을 다시 짜는 것이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대의를 설파하는 노력을 배가하면서 스스로가 꾸며낸 믿음들을 한층 더 강화해나갔다.

종말론 광신도들은 인지적 부조화에 특히 취약하다. 더구나 반드시 현실의 검증을 거치게 되어 있는 지구 종말 예언은 더욱 그렇다. 이렇게 되면 대개는 믿음이 강한 선동가가 나서서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은 것이 예언 실현의 증거라고 강변하면서 다음과 같이 예언실현이 되지 않는 것에 대한 자기합리화를 진행한다.

 

1. 날짜를 잘못 계산했다.
2. 예언된 날짜라는 것이 반드시 그날을 지정하는 것이 아니었다. 대충 그쯤 된다는 뜻이었다.
3. 날짜는 경고이지 정확한 예언이 아니었다.
4. 신이 마음을 바꿨다.
5. 예언은 단지 신도들의 믿음을 시험해 보려는 것이었다.
6. 예언은 실제로 실현되었으나 예상된 모습으로 나타나지 않았을 뿐이다.
7. 예언은 그대로 실현되었다. 단 영적으로.”

 

 

위에서 설명한 바대로, 사람의 인식과 행동이 서로 상충되어 문제가 생길 때 이러한 불일치 결과를 막기 위해서 자기 스스로 정당화하는 현상을 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Leon Festinger) 는 “인지부조화”라고 설명한다.  페스팅거는 1956년 그의 공저 “예언이 틀렸을 때 (When prophecy fails)"에서 이를 설명하였다.   페스팅거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확신이 강한 사람은 변하기 어렵다. 그 사람에게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하면 그 사람은 돌아선다. 수치나 사실을 적시해 반박하면 그 소스를 부정한다. 논리적으로 설명해주면 알아듣지 못한다.” 
 

 수동재검표 청원 태도와  페스팅거의 인지부조화 이론


페스팅거의 인지부조화 이론으로 패배한 야당지지자 중 일부의 수동재검표 청원 태도를 설명할 수 있다. 

강한 야당후보지자들은 인지 부조화에 특히 취약하다.  이들은 선거를 통해서 예언의 결과가 현실화되는지에 대한 사실적 검증을 거치게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패배의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경향이 있다.  “도저히 질 수 없는 게임”이라고 여긴 상황에서 근소한 차이로  패배한 결과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러한 경우 후보에 대한 믿음이 강한 선동가들이 나타나서 후보의 잘못이 아니라고 다음과 같은 요인들을 들이대며 자기합리화를 진행할 경향이 크다. 

 

1. 후보의 잘못이 아니었다. 선거 날이 문제였다. 추운 날씨 탓이었다.
2. 개표 부정이 있었다. 실제 수동 개표를 하게 되면 대선결과가 뒤집히게 될 것이다.  따라서 당선자는 수동개표를 두려워서 응하지 않을 것이다.
3. 선거결과는 경고이지 정확한 예언의 실현이 아니다.
4. 유권자들이 나쁜 마음을 가졌다.
5. 선거는 지지자들의 믿음을 시험해 보려는 것이었다.
6. 대통령에는 당선되지 않았으나 다른 모습으로 이긴 결과를 해낼 수 있다. 국회의원으로도 얼마든지 큰 일을 해낼 수 있다.
7. 진정한 승리를 가져왔다. 야당단일후보는 비록 낙선했지만 이번 대선에서 1469만 표라는 역대 대선에서 승리했던 어느 당선자보다도 더 많은 표를 획득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후보는 우리들의 정신적인 지도자다. 그리고 다음 선거에서는 확실하게 이길 것이다.

 

왜 이러한 행태를 나타내게 될까?  페스팅거에 따르면, 그것은 자신들의 신념과 사실 사이에 갭을 (즉 인지 부조화)이 심리적으로 줄어들게 하기 때문이다. 

 

인지부조화를 겪는 사람들은 그들의 강한 믿음과 달리 나타난 대선 결과를 순순히 받아들이기가 힘들 것이며 따라서 이솝 우화의 “여우의 신 포도”이야기 처럼 자신들의 마음을 달랠 것이다.  이들은 수동재검표로 패배가 재확인되더라도 패배한 자신의 후보에게 1460만 표의 정신적 대통령으로서 거듭 태어나기를 바랄 것이 분명하다. 

 

 

참고문헌:
Leon Festinger, Henry W. Riecken, and Stanley Schachter, When Prophecy Fails (New
York: Harper and Row, 1956).

Leon Festinger & James M. Carlsmith, COGNITIVE CONSEQUENCES OF FORCED COMPLIANCE, Journal of Abnormal and Social Psychology, 58, 203-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