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는 무드에 강하다고 말한다.
아직 완전히 게임이 끝난 것은 아니지만 힐러리 상원의원이 미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되는데 실패할 것 같다. 가장 강력한 대선후보 였던 힐러리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다크호스 흑인 상원의원 오바마에게 패배하는 결과는 시간만이 남았을 뿐이다.
힐러리가 지게 된 첫째 이유로 사람들의 변화 욕구를 잘못 읽은 데 있다고 분석한다. 감각이 뛰어나고 무드에 강한 여자가 변화 무드를 잡지 못했다는 것은 아이러니 다.
타임 지는 힐러리가 실패한 이유로 당내 예비선거에 참여하는 당원들의 정서를 제대로 읽어내는데 실패했다는 것이 그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힐러리가 그녀가 가진 경험과 그동안 대통령을 준비해 온 것 그리고 여성대통령으로서의 불가피성을 강조하면서 그녀의 높은 지명도를 최대한 활용하는 선거전략을 채택하면서 급변하는 정치환경과 새로운 시대를 열고자 하는 당원들의 열망을 잘못 읽은 결과라고 분석하였다. 이런 분석은 틀리지 않았다고 본다. (비록 내가 다음에 언급하는 변화의 욕구의 실체는 언급하지 않는 불완전한 분석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또 9일 자 뉴욕타임즈 신문에 페미니스트 수잔 팔루디 의 컬럼이 게재됐는데 그녀가 말하길 백인 남자들은 강한 여자를 좋아하지 않는데 그들이 변한다면 힐러리를 대통령으로 만들 수 있다고 한가닥 희망을 가질려는 말인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달리 본다. ‘백인 남자들이 강한 여자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강한 ‘변화의 욕구’를 힐러리가 주지 못했다는 것으로 본다. 변화의 시대에 너무 늙은 힐러리로서는 오르가즘은 커녕 삽입의 즐거움마저도 느낄 수 없다는 것이다. 남자와 다른 여자의 육체 자체가 변화의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없을 만큼 누드의 즐거움을 감상하는 시대는 지났다는 것이다.
나는 이미 여성해방운동으로서의 페미니즘은 그 헤이데이를 지나서 후기페미니즘으로 넘어갔다고 보왔는데 힐러리의 실패가 페미니즘의 쇠퇴를 상징적을 나타내지 않나 보는 것이다.
시몬 보봐르의 ‘제2의 성’ 이 나온 해가 1949년이고 베티 프리단의 ‘여성신화’ 가 출간된 해가 1963년이다. 우리나라에서 미스코리아 선출대회에 반대한다고 피켓든 해가 겨우 2000년대에 들어서이지만 미국에서 미스아메리카 선출 대회에 저지하고자 브라자와 거들을 던졌던 해가 정확히 40년전인 1968년이다.
지금 우리나라에선 비례대표 국회의원도 반은 여성에게 할당하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어 사회 각방면에서 여성할당제가 적용되어 ‘여성이면 다 되는‘ 정치적인 여성해방 운동이 절정기에 들어선 것 같은데 이미 서구사회에선 여성해방운동은 그 고개를 넘어갔다. 더구나 후기페미니즘으로 들어서면서 ‘커리어 자녀양육 미모와 섹스’ 이 4가지 모든 것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요사이 웰빙 붐이 일어나는 것이 말해주듯이 그것은 여성의 정치참여의 후퇴를 수반할 수 밖에 없다고 본다.
공산주의 계급혁명이 인간해방을 실현해 줄 수 없었던 것처럼 계급해방이 하나의 신기루였던 것처럼 여성해방도 인간해방의 수단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말해 줄 것이라고 본다. 정치적인 여성해방을 이루면서 여성들이 커리어 자녀양육 미모와 섹스생활을 추구함에 있어서 모든 것을 다 함께 추구할 수 없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면서 하나를 위해서 다른 것은 스스로 자발적으로 포기하고 선택하는 소비자중심 개인생활중심 으로 돌아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을 보더라도 말이다.
한 때 여자의 몸이면 다 통했던 여성의 시대는 이미 지나간다는 생각이다. 이것을 힐러리의 대선후보 선출 실패가 말해 주지 않을까 나는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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