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서--------/노블레스오블리주

3.3.프랑스에서 등장한 “노블레스 오블리주” 개념은 무엇인가?

추홍희블로그 2022. 9. 19. 11:01

3.3.프랑스에서 등장한노블레스 오블리주개념은 무엇인가?

 

발자크의 계곡의 백합삽화

경험많은 멘토가 사회 진출을 앞둔 젊은 청년에게 보내는 충고[1]

 

사랑하는 친구, 이제 위험이 가득한 사회로 막 진출하는 당신에게 위험한 불똥이 떨어지지 않기를 기원하면서 그런 위험을 헤쳐 나갈 수 있도록 지금까지 내가 경험한 사실들을 모아서 당신에게 조언을 적고자 하니 내 가슴 뿌듯해짐을 느낍니다.  이런 생각으로 며칠 밤을 지새면서 극진한 모성애의 기쁨이 느꼈답니다. 

당신은 이제 지금껏 학교에서는 가르쳐 주지 않은 원칙들로써 정신을 단련시켜야 할 성년기에 접어들었는데 우리 여성들은 그런 것을 지적해 줄 특권을 가지고 있답니다.  이러한 원칙들은 당신을 성공으로 이끌어 줄 것입니다.  그것은 성공으로 통하는 길이요, 성공을 가져다 줄 것이 확실합니다.  당신이 인생을 살면서 취하게 될 행동들을 판단하는데 필요한 모범 기준을 말해주는 일을 정신적인 어머니로서 마다할 수 있겠습니까?  비록 어머니의 역할을 어린아이가 아직 이해할 수는 없다고 해도요? 

 

경애하는 친구, 내가 몇 가지 실수를 범할지라도 나는 우리 사이의 신성한 우정을 위해서이고 또 저의 개인적인 욕심이 전혀 없다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당신을 사회로 내보내는 일은 내가 당신을 포기하는 것을 의미할 것입니다.  하지만 당신의 행복을 위해 나의 행복을 희생할 만큼 당신을 진정으로 사랑합니다. 

 

나는 지난 몇 개월 동안 당신으로 인하여 우리 시대를 지배하고 있는 법과 관습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내가 상류층 친척집에서 배운 대화, 귀족의 부인이 되면서 보고 듣고 겪은 사건들, 궁정 생활에 잘 아는 저희 아버지가 들려준 이야기, 사회와 궁정 생활의 대소사를 포함하여 시시콜콜한 것까지 이런 모든 내용들을 내 기억에 떠 올려 당신에게 전해 주고자 합니다.  어떤 이들은 자신의 큰 장점을 가졌음에도 경솔하게 펼치다 쓰러지고 마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다른 이들은 자신의 큰 단점을 적절하게 대처해서 성공을 거두는 그런 험난한 세상에, 기댈 조언자도 없이 홀로 나서려는 내 양자같은 사람을 위해서 말입니다. 

 

사회 전반에 대한 나의 의견을 진술하니 곰곰이 생각해 보기를 바라면서 당신에게는 긴 말이 필요 없을 것 같아서 간결하게 쓰고자 합니다. 

 

사회가 신에 의해 창조되었는지 아니면 인간의 창조물인지에 대해서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 지에 대해서도 잘 모릅니다.  다만 내가 확실하게 아는 것은 사회가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혼자 떨어져 따로 살지 않고 사회에 들어간 이상, 사회와 당신 사이에 맺은 계약의 조건들이 구속력을 갖는다고 여기고 그것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오늘날의 사회는 사람에게 이익을 주는 것 이상으로 사람에게서 이익을 받을까요?  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개인 각자가 받는 이익보다 지불하는 비용이 더 많은지 또는 개인이 얻는 이익에 비해 너무 비싼 대가를 지불하는지에 대한 문제는 단지 법을 만드는 입법자들에게 달려 있습니다.  따라서 내가 그런 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할 말이 없습니다. 

 

내 생각으로는 그것이 당신의 개인적 이익에 도움이 되는지 아니면 해를 끼치는지에 대해 깊이 따지지 않고, 일반 법에서 규율하는 모든 것을 준수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 원칙은 매우 단순해 보이지만 실천하기란 어려운데, 그것은 가장 가느다란 실 뿌리로 스며들어, 나무 등을 타고 올라가, 푸른 잎을 틔우고, 꽃봉오리를 피우며, 열매를 맺게 하는 나무의 수액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친구, 사회의 법칙은 모든 것이 책 속에 쓰여 있는 것은 아니랍니다.  예의범절과 관습도 법으로 발전할 수 있고, 때로는 더욱 중요한 것일수록 가장 모르고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당신의 행동, 언어, 외양, 사회에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 한 몫 잡는 방법 이런 것을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 지에 관해서는 선생도, 학교도, 교과서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이런 숨겨진 법칙을 무시하거나 이해하지 못한다면, 사회의 상층부 대신 사회 계층의 최하층 밑바닥에 머물고 말 것입니다.

 

이 편지의 내용이 당신이 생각해 온 것과 많이 겹칠지 모르지만, 여성의 윤리를 가진 저를 믿어주기 바랍니다. 

 

개인의 행복이란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 손해를 입힌 대가로 교묘하게 얻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하는 사회 이론은 위험천만한 학설입니다.  이를 극단적으로 적용하면, 법률과 사회나 개인들이 법률 위반으로 책임을 묻기 이전에 남모르게 이익을 취하는 것은 타당하고 정당하다는 생각을 갖게 될 것입니다.  이런 생각이 만연된다면, 도둑질도 잡히지만 않으면 되고, 정조 의무를 저버려도 남 모르게만 하면 도덕적이고 행복한 여성이 되며, 맥베스처럼 사람을 죽이고 왕권을 찬탈한 살인자라고 해도 법적 증거만 남기지 않는다면 현명하게 행동해서 국왕에 오른 사람이 되고, 개인의 사적 이익만이 최고의 법이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개인과 개인의 사적 욕망 추구 사이에 법과 도덕이 둘러쌓아 놓은 장애물을, 증인이나 물적 증거를 남기지 않고, 어떻게 피해갈 수 있는지 그 방법만이 중요하게 보일 것입니다.

 

사회를 이런 식으로 보는 사람에게, 큰 성공을 거둔다는 것은 이기면 수백억원의 부를 얻고 지면 감옥에 가는, 이기면 정치적인 권력을 얻고 지면 치욕을 당하는 그런 도박판을 벌이는 것과 같습니다.  그것도 도박판에 들어가기 위해 둘러쓰는 파란색 가운이 모자랄 정도로 도박꾼들이 많아져서, 도박장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재주좋은 수완을 필요로 하게 될 것입니다.  나는 지금 당신에게 종교적인 믿음이라든가 감정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현재 사람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것은 금과 강철로 만들어진 거대한 공장의 기계 톱니바퀴와 사람들의 삶이 달려 있는 기계가 가져다 주는 실제적인 결과물에 대한 것입니다.

 

사랑하는 친구여, 당신도 이러한 사회의 범죄적 이론에 대해 나만큼 경악을 느낀다면, 건전한 마음을 가진 다수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당신의 마음에는 사회 책임 이론을 받아들일 것입니다.  한 마디로 사회 책임 이론이란 사람들은 수천의 다양한 형태로 서로에게 의무를 지고 있다는 것을 말하는데 이것을 당신도 이해하리라 봅니다.

 

내 생각에는 높은 지위에 있는 공작이나 귀족은 공장노동자나 행려병자에 비해 훨씬 높은 의무를 지고 있습니다.  이들 하층민이 귀족층에게 부담하고 있는 의무보다 더 큰 의무를 부담한다는 말입니다.  의무를 부담하는 책임은 사회가 각자에게 부여한 혜택과 이익에 비례해서 커집니다.  정치도 비즈니스 세계에서 통용되는 이익에 비례해서 관심과 경계의 의무도 늘어난다는 철칙에 따라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각자는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의 빚을 갚아 나갑니다.  가난한 막노동자가 하루의 노동을 마치고 지친 놈으로 집에 돌아 올 때 그가 자기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을까요?  그는 자기보다 높은 지위에 있은 다른 사람들보다 자신의 의무를 더 충실히 이행했다고 분명히 말할 겁니다.

 

이와 같이 사회를 인식할 때, 당신의 지적 능력에 걸 맞는 지위를 찾아야 할 것이며, 당신이 근본원칙으로 삼아야 할 원칙은 자신의 내면적 양심이나 공적 양심에 어긋나는 행동을 결코 해서는 아니 된다는 것이며 이를 항상 명심하길 바랍니다. 

 

내가 불필요하게 강조하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이 원칙이 의미하는 바를 숙고하기를 당신의 친구로써 재차 강조하며 부탁합니다.  간단한 것같이 보이지만, 정직, 신의, 명예, 예의범절은 성공을 낳는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도구입니다. 

 

이기적인 이 세상에서 사람은 정신력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고 또 도덕 원칙들에 너무 크게 의존하면 앞으로 나아가는 데 장애가 된다는 말들을 많이 듣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미래의 일은 알 수 없는 법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고 잘못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신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어린이를 아무렇게나 대하고, 나이든 노인에게 무례를 범하고, 존경받는 어른의 훈계를 귀담아 들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은 무의미하다고 여겼던 가시에 의해 찔리게 되고, 사소한 이유 때문에 승리를 놓치게 된다는 것을 당신은 잊지 말기 바랍니다.  

 

반면 일찍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도록 훈련을 받은 사람은 그러한 장애물을 만나지 않을 것입니다.  비록 성공이 늦어질지라도 그가 성공으로 이르는 길은 탄탄할 것이고 다른 사람들처럼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입니다.

 

이 원칙의 실현에는 우선적으로 예의범절을 완전하게 갖추어야 한다는 점을 내가 말한다면 당신은 내 철학이 귀족 가문에서 받은 교육과 궁정생활의 영향이 배어 있어서라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경애하는 친구, 나는 아무리 사소한 것일지라도 예의범절에 대한 훈련은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상류사회의 습관들은 당신이 갖춘 폭넓고 다양한 지식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때론 그것이 지식을 대체하기도 하고, 또 실제로는 크게 배우지 못했지만 선천적으로 타고난 능력이 있고 또 생각들을 조리 있게 연결할 줄 아는 사람에게는 지식이 훨씬 뛰어난 다른 사람들이 도저히 오를 수 없는 최고의 지위에 오른 수단으로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학교에서 배운 교육이 전부인 당신에게 교육이 얼마나 당신의 본질을 내버려 두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나는 당신을 유심히 관찰해 봤습니다.  당신에게 내가 말한 교육이 더 필요하다는 것을 발견하고서 나는 오히려 기쁨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상류층의 전통 속에서 자라난 사람들의 예절은 순전히 외부 표면적인 것에 불과합니다.  진정한 공손함, 완벽한 매너는 마음 속에서 나오고, 또 깊은 속내에 들어 있는 인간의 존엄함에서 우러나오는 것입니다. 

 

좋은 교육을 받았음에도 매너가 좋지 못한 상류 귀족 출신이 있는 반면 타고난 품성을 갖추고 있어서 약간의 지도만 해주면 흠잡을 데 없을 정도로 훌륭한 매너를 갖춘 중산층 출신이 있는 그 차이점을 이것으로 알 수 있습니다.  

 

이 산골짜기를 벗어나지 않을 이 가엾은 여인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려 주기를 바랍니다.  언어, 행동, 몸동작, 제스처, 개인의 본연적 성격 속에서 나오는 위엄이 깃든 말씨, 공손하고 깔끔함은 생동감 넘치고 꼭 필요한 멋진 시와 같고, 매혹되지 않을 수 없는 강렬한 매력을 줍니다.  그러므로 무엇이 그리고 언제 진정한 가슴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지를 한 번 상상해 보기를 바랍니다.

 

예의바름에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는 마음이 들어 있습니다.  예의바름이란 사회적인 가면으로 이해되는데, 개인적인 이기심이 돼지발굽처럼 마수를 들어내면 그 가면은 벗겨지고, 그러면 고상했던 사람이 비열한 인간으로 변합니다.  하지만 내가 당신이 행하길 바라는 것은 진정한 예의바름이라는 것이고, 거기에는 기독교 정신이 들어 있습니다.  그것은 사랑의 꽃이고, 우리 자신을 진정으로 희생할 것을 요구합니다.  나를 기억해서라도, 샘물 없는 샘이 되지 않기를 바라며, 진정한 예의바름의 본질과 형식을 보여주기 바랍니다.  이러한 사회적 덕목에 속거나 희생자가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은 갖지 마세요.

 

거짓된 예의바름의 가장 큰 잘못 하나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이라고 부모님께서 자주 말씀하셨습니다.  누가 당신이 들어줄 수 없는 부탁을 요구할 때는, ‘안된다고 바로 거절하고 헛된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어떤 단서도 남기지 마세요.  한편 어떤 형태로든 들어줄 수 있을 때는 즉시 들어주세요.  신속한 거절로 인해서 친구를 얻을 수도 있고 신속한 혜택을 얻을 수도 있으며, 그리하여 당신의 성가가 높아질 것입니다.  잊어버릴 약속이라면 아예 처음부터 하지 않거나 혹은 헛된 희망을 품게 하지 않도록 하여서 원한을 사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과 어떤 부탁을 들어줌으로써 친구를 얻는 것 중에 어느 것이 더 나은 지를 정확하게 구분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키질 못할 약속을 남발하면 오히려 독이 됩니다.)

 

또 내 머리에 스쳐 지나가는 것 중에 중요한 부분은 아니지만 이건 내가 잘 아는 부분이니 한 마디 꺼내 봅니다. 

 

절대 자신만만해서도 안되고, 가볍게 처신해서도 안되고, 너무 열성적이어서도 안 됩니다.  3가지는 성년기에 자주 겪게 되는 기초적인 사항입니다.  사람이 너무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이면 존경을 받지 못하고, 너무 가볍게 처신하면 멸시를 당하고, 열정이 지나치면 남에게 이용당하기 십상입니다.

 

대개 사람들은 일생에 거쳐서 진정한 친구는 두 세 명 정도 이상을 두기 어렵습니다.  당신의 전적인 신의는 친구들에게 속하는 것이어서, 신의를 많은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것은 진정한 친구들을 배반하는 것이 됩니다.  만약 친구 중에 유별한 친근감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면 진중하고 삼가기 바랍니다.  당신도 알다시피, 언젠가 당신의 경쟁자, 라이벌, 혹은 적이 될지도 모르므로, 조심을 다해야 합니다.  인간의 삶은 운명이 개입되고 변화무쌍하기 때문입니다.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태도를 견지하세요.  자신이 크게 손해보지 않는 선에서 남들과 적당하고 안전하게 교류를 하는 사람이 취하는 그런 중간 지점을 찾으세요.

 

진실한 사람은 비겁한 위선자도 아니고 마구잡이로 구는 사람이 아닙니다.  작가의 천재성은 이같은 중용의 마음에서 나옵니다.  물론 대개 사람들은 숨어있는 이기심에 극도의 경멸을 보내기 보다 미덕을 조롱하는 편을 즐기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사람들은 양 극단을 피하려고 합니다.  

 

사소한 것까지 신경을 쓰는 것에 대해 바보들은 매력 있는 사람이라고 여길 수도 있겠지만, 사람의 능력을 판단할 줄 알고 인성을 평가할 줄 아는 사람들은 밀보리밭에서 잡초를 섞어 뽑아내듯이 좋지 않는 평판을 내리게 될 것입니다.  사소한 것까지 신경을 쓰는 것은 본성이 나약한 사람들에게서 나오는 것이고, 또 사회 구성원을 단지 부품으로만 여기는 사회는 바로 그 점에서 결함이 있는 존재는 쓸모 없고 사망한 것으로 간주해 버리는 자연법칙과 같이 나약함 또한 그와 마찬가지로 평가하기 때문입니다.  

 

여성의 보호 본능은 강자에 대항해서 약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그리고 잔인한 물질주의에 대해 가슴 속의 이성이 승리하는 감정에서 느껴지는 그런 기쁨에서 나오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사회라는 것은 친모라기 보다 계모에 가깝기 때문에 허영심을 채워주는 아첨꾼을 좋아하게 되어 있습니다.  

 

지나친 열정은 젊음의 힘을 쓰는 데서 참된 행복을 찾고자 하는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게서 속기 전에 자기 자신에게 먼저 속고 마는 그런 젊은 청춘기에 저지르는 실수 중 첫 번째에 해당합니다.  그런 열정은 가슴 속으로 대화를 나누는 영역, 즉 여성과 종교의 문제에 대한 것으로 남겨 두기 바랍니다. 

 

자신만이 최고라고 여기는 바자회 모임이나 정치계에서 보물을 찾을 생각이랑 하지 마세요.  그런 곳은 사기꾼과 쓰레기만이 서로 교환될 뿐입니다.

 

당신은 모든 일에 있어서 고귀하게 행동하라는 내면의 소리, 쓸데없는 일에 힘을 낭비하지 말라는 내면의 소리를 믿고 따르기 바랍니다.

 

안타깝게도, 사람들은 잠재적인 능력보다는 현재 얼마나 쓸모가 있는지에 따라서 사람을 평가합니다.  이에 대해 당신의 문학적 상상력을 자극시킬 수도 있는 비유를 든다면, 어떤 숫자 코드가 있다고 할 때, 그것이 크기를 잴 수 없을 만큼 크고, 또 그것이 황금으로 쓰여졌든, 연필로 쓰여졌든지 간에, 그것은 단지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유명한 사람이 말한, “무엇보다도 열정은 금물이다!”는 격언을 기억하십시오.  이 말에 실망하지 모르지만 이 충고는 정신이 개화하지 못하고 낭비되는 것을 막아준다는 측면에서 진실을 담고 있습니다.  당신의 순수한 감정들을 감추어 두세요.  아니면 피어난 꽃들로 열광적인 찬사를 받을 수 있는 곳, 예술가가 명작을 꿈꾸는 곳, 그런 보통사람들이 접근할 수 없는 곳에 두세요. 

 

친구여, 하지만 의무는 감정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 바랍니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과는 분명하게 구별됩니다.  한 여자를 위해서 자신의 인생을 열정적으로 갖다 바칠 수 있는 남자는 나라를 위해서 냉정하게 죽을 자세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예의 범절의 기술을 연마하는 것에서 가장 중요한 규칙 중의 하나는 자기 자신에 대해 절대로 언급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스스로 예를 들어서 한 번 생각해 보세요.  잠시 알고 지내는 사이의 사람들에게 당신이 느낀 고통, 기쁨, 사업 이야기를 해보세요, 그러면 관심 있는 척하다가 금새 무관심해지고 마는데 그러면 어색함이 흐르고, 그래서 초대한 사람이 예의 있게 끼어들어서 대화를 멈추게 하지 않으면 각자가 교묘한 핑계거리를 대고 빠져나가고 만다는 것을 알 것입니다.  한편 호감이 가고 활달하고 재치가 있고, 진정한 친구라는 말을 듣고 싶은가요?  그러면 그들 자신의 얘기를 해 보게 하세요.  그들을 앞으로 나오게 해서, 이맛살을 펴지게 하고, 입술에 미소를 머금게 하면 파티가 끝난 뒤에 모든 찬사가 뒤따를 것입니다.  어디에서 비굴한 아첨이 시작되고 또 어디에서 예의바른 대화가 그치는지 그 경계선을 가르쳐 주는 것은 당신의 양심과 당신의 마음 속으로부터 나오는 소리일 것입니다.

 

젊은이들이 공적인 자리에서 취해야 할 태도에 관해서 한 마디 추가합니다.

 

젊은이들은 의사결정을 성급하게 내리려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바람직한 경우도 있지만 때론 해가 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과거의 교육 제도는 젊은이들에게 의사결정권을 주지 않았고 일정 기간 동안 원로들의 감독하에 수습 생활을 거치도록 하였습니다.  당신도 알다시피, 예전의 귀족들은 화가가 도제 제도를 두고 있듯이, 도제 제도를 시행하였고, 몸과 마음을 다해 스승을 받들어 모시는 어린 시동을 두고 있었습니다. 

 

오늘날의 젊은이들은 온실에다 몰아넣고, 사상, 행동, 작문에 대해 아주 엄격하게 비평하는 교육을 받고 있는데, 이것은 아직 고기 한 점 썰어보지 않고서 칼질을 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런 실수는 하지 마세요.  그러한 성급한 결정은 많은 사람들에게 비난으로 비추어져 상처받은 것을 몰래 감추기보다 공개적인 사과를 요구할지도 모릅니다.  젊은이들은 인생과 삶의 어려움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어서 관용을 베풀 줄 모릅니다.  노평론가는 너그럽고 사려가 깊으나, 젊은 비평가는 가혹한데, 한 쪽은 아무 것도 모르고 있는 반면 다른 쪽은 모든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더욱이 인간의 모든 행위의 맨 밑바탕에는 결정적인 근거들이 미궁처럼 서로 얽혀 있는데 이에 대해 최종심판을 내릴 권한은 오로지 하느님만이 갖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엄격하게 대해야 할 대상은 오로지 자기 자신뿐입니다. 

 

당신의 미래는 넓게 펼쳐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 세상에서는 어느 누구도 도움을 받지 않고서는 성공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저희 아버지 저택을 자주 들리도록 하세요.  그 문은 당신에게 열려져 있습니다.  거기에서 맺어진 인간관계와 연결끈은 여러 방면에서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저희 어머니에게는 한 치의 양보도 하지 마세요.  왜냐면 그분은 자신에게 지는 사람에게는 무참히 깨버리지만, 누구라도 자신에게 저항하는 사람의 용기를 감탄해 마지 않는 분이기 때문입니다.  그분은 마치 강철과도 같습니다.  강철은 두들겨서 단련되면 철과 합쳐지지만, 철이 식을 땐 그보다 경도가 약한 것은 모두 부셔지고 맙니다.  그분을 잘 설득시키세요.  그분은 당신이 마음에 들면 상류 세계의 필수적인 기술을 익힐 수 있도록 다른 귀족가문들에게 당신을 소개시켜 줄 것입니다. 

 

거기에서 정치계에서 필수적인 기술-듣기, 말하기, 답변하기, 모임에서 소개하기, 모임에서 물러 나오기-를 연마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정확한 언어 구사하기는 내가 그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까요?-비유하자면 사람이 입는 옷이 그 사람의 탁월함을 나타내 주는 것이 아니듯이 정확한 언어 구사력이 그 사람의 탁월함을 바로 말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이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일지라도 그들의 세계 안에서 그것이 없으면 절대로 인정 받지 못하는 그 무엇이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

 

당신은 내가 기대하는 대로 성공하리라는 예감이 드는데 그건 헛된 환상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할 만큼 나는 당신을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당신은 매너가 분명하고, 온화한 말투에다, 자부심과 긍지를 갖추고, 어른을 공경하고, 비굴하거나 아첨하지도 않고 예의 바르며, 무엇보다도 신중한 사람이 될 것으로 믿습니다. 

 

유머감각과 재치를 발휘하되 남을 웃길 목적으로 농담은 일절 하지 마세요.  왜냐면 하찮은 사람들은 번뜩이는 재치로 거부감을 가질 수 있고, 그래서 다른 곳에 가서는 경멸조로, “그 사람은 참 웃기는 사람이야!” 이렇게 비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남들이 감히 범접할 수 없을 정도로 위엄을 갖추기 바랍니다. 

 

항상 남의 비위를 맞추려고 하지 마세요.  남자들 사이의 관계에서는 때로는 무뚝뚝하고 차가운 사람이라는 느낌을 줄 정도로 냉정함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람들은 이런 태도에 분노하지 않습니다.  왜냐면 사람들은 자신을 낮추는 사람을 소중히 여기기 때문입니다.  이런 태도는 당신에게는 다른 남자들과 연관된 불미스런 일이 없다는 점에서 여자들로부터 호감을 사게 될 것입니다. 

 

평판이 나쁜 사람들과는 비록 그럴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바로 교제를 끊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사회는 우정에 대한 책임뿐만 아니라 명확하게 반대할 책임까지 지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당신의 판단은 서두르지 않고 성숙한 자세로 심사숙고하여 내려야 하겠지만, 일단 결정이 내려 지면 취소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당신이 반감을 나타낸 그 사람들이 반감의 이유를 알게 되면, 당신의 주가는 더욱 치솟을 것입니다.  당신은 동료들 사이에서 돋보이고 부각되어 암묵적인 존경의 대상이 되는 겁니다.

 

이제 당신은 호감가는 젊은 청춘, 남들로부터 주목 받는 우아함, 성공을 약속하는 지혜로 탄탄히 무장했음을 선언합니다.  내가 지금까지 말씀드린 모든 내용은 단 두 단어로 요약될 수 있는데, 바로 프랑스의 전통적인 격언인 노블레스 오블리주 Noblesse oblige”입니다. 

 

이와 같은 원칙들을 실제 생활에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 그 부분을 살펴 보도록 하겠습니다.  성공의 주된 요인으로써 전략이 필요하다는 점 그리고 군중 사이를 뚫고 나아가는 최고의 상책은 사람들을 서로 싸우게 갈라놓고 그 틈을 이용하는 것에 있다는 그런 말들을 자주 들을 겁니다.  그러한 방법은 왕권을 서로 다투는 유력자들은 다른 경쟁자들을 서로 싸우도록 함으로써 경쟁자를 제거할 수 있었던 중세 시대에서는 통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오늘날은 모든 것이 대낮에 이루어지므로 당신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날은 의리 있고 정직한 사람이든 아니면 비방하고 중상모략하고 사기치는 그런 비열한 적수이든지 간에, 일단 경쟁자라면 서로 직접 상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런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바로 이런 사람들만큼 당신에게 도움을 주는 후원자는 없다는 사실 말입니다.  저들의 적은 바로 자기 자신들입니다.  정직을 무기 삼아 그들에 맞서 싸우면, 저들은 얼마 못 가서 스스로 무너지게 되어 있습니다.  경쟁 상대방 중 의리 있고 정직한 사람들은 당신의 솔직함을 보고 존경을 할 것이고, 이들과 차이가 있다면 서로 조정하여 해결해 낼 수 있을 것이며 (모든 것을 서로의 이해를 조정하고 타협해서 해결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면 이들은 당신을 도울 것입니다.

 

적을 만드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정치세계에 들어가면서 거기에 적이 없다면 그건 오히려 더 이상한 것입니다.  하지만 조롱거리가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고, 얕잡아 보일 수 있는 틈을 주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여기서 내가 조심하고 노력해야 된다는 단어를 쓴 이유는 파리에서는 사람들이 항상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때로 불가피한 상황에 놓여 있기도 합니다.  사람은 흙탕물이 튕기는 것이나 지붕에서 떨어지는 기왓장을 항상 피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윤리도덕 세계에서도 배수로가 있는데 평판을 잃은 사람들은 진흙탕 싸움을 벌일 때 그 흙탕물을 명예로운 사람에게 튀기려고 애를 쓰기도 합니다.  하지만 당신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당신 자신의 원칙에 흔들림이 없다는 것을 단호하게 보여줌으로써 언제나 존경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의견이 서로 충돌할 때, 서로의 의도가 빗나가고 난장판이 될 때는 곧장 핵심 문제로 들어가서 그것에 집중해야 합니다.  절대로 본질적인 문제가 아닌 것을 가지고 싸우지 마세요.  본질적인 문제에다 모든 정신을 쏟아 부어야 합니다. 

 

구시대 귀족인 모르소프 백작이 나폴레옹을 얼마나 증오하고, 저주하고, 범죄자로 형사처벌하기 위해서 재판에 회부하려고 했는지 당신도 잘 알 겁니다.  백작은 나폴레옹에 맞서 프랑스를 배반하고 영국의 첩자로 활동하다 처형된 부르봉 왕조의 앙투앙 공작의 죽음에 대해 책임을 질 것을 밤낮으로 요구했습니다.  백작이 눈물을 직접 흘린 경우는 그 공작의 죽음과 불행에 대한 것이 유일합니다.  하지만 백작은 나폴레옹을 위대한 장군으로서 존경했고 또 그의 전략을 제게 설명해주곤 했어요.  

 

그 같은 군사 전략이 인간의 자기 이익 추구를 둘러싼 전쟁에도 적용되지 않겠습니까?  전투에서 병력과 지형을 경제적으로 활용하여야 하듯이 여기서는 시간을 최대로 활용하여야 하겠지요.  이 점에 대해 잘 생각해 보기 바랍니다.  여성들은 이런 부분들에 대해 오직 본능과 감정에 의해서 판단하는데 내가 같은 여성으로서 착각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내가 하나 분명하게 알 수 있는 것은 모든 술책과 모든 속임수는 반드시 탄로가 나고 해를 끼치게 된다는 것입니다.  반면 사람이 진실로 정직함을 확고하게 심어나간다면 어떠한 상황에서도 위험에 처할 가능성은 적습니다.  

 

내 자신의 예를 들자면, 나는 영지 관리를 하는데 있어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는 서로 잘 합의해서 즉시 해결하고 그리하여 법정 소송을 피해야 한다는 백작의 지시와 조건을 충실하게 따랐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백작의 성격에 흥분하기 십상이고 그러면 마음의 병이 되기 마련이니까, 나는 어떤 항의가 들어오면 언제든지 얽힌 매듭의 어려운 부분을 찾아내 붙들어메고 상대방에게 우리 둘이 매듭을 풀거나 아니면 잘라냅시다!”라고 말하며 모든 문제를 신속하게 바로 해결해 버렸습니다.

 

당신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나서 그에 응당한 사례를 받지 못한 경우가 종종 일어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런 경우에 다른 사람들처럼 불평하거나 모두 배은망덕하다고 단정짓지 말기 바랍니다.  그러면 곧 자화자찬하는 것이겠죠!  또 그것은 세상에 대한 무지를 자인하는 꼴이어서 조금 어리석은 처신으로 여겨질 것입니다.

 

하지만 당신은 마치 고리대금업자가 돈을 빌려 주듯이 선을 베풀 사람은 아니라고 나는 믿습니다.  그런 식으로 선행을 챙기시겠어요?  아니면 그렇게 하지 않으시겠습니까?  좋은 일을 행하는 것은 꼭 무슨 보답을 바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잊지 마세요.  노블레스 오블리주 Noblesse oblige”-이 말을 꼭 명심하세요.

 

한편, 사람들이 도저히 갚을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일을 무조건 베풀지는 말아요.  만약 그러면, 그런 사람들은 당신에게 완강하게 반대하는 적이 될 것입니다.  파산의 절망감이 크듯이, 너무 부담이 크면 그것도 절망감을 낳을 수 있어서, 무모한 도전이 되고 말 수도 있습니다.  당신은 가능한 다른 사람들로부터 무엇을 받으려고 하지 마세요.  누구의 노예가 되지 말고, 자신의 어려움은 자기 스스로 극복해 내야 합니다.

 

사랑하는 나의 벗이여, 당신도 알다시피 나는 당신에게 삶의 사소한 부분에 대해서 충고의 말을 개진한 것입니다.  정치계에서는 다른 측면이 존재하는데, 개인의 행동을 규율하는 원칙들은 국가적 이익 앞에 양보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최고위직에 오르게 되면, 당신은 마치 전지전능한 신처럼,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단독 재판관의 지위에 앉게 될 것입니다.  그 때는 당신은 더 이상 한 인간이 아니라, 살아 있는 법이 될 것이며, 더 이상 한 개인이 아니라, 국가의 화신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당신이 심판을 내리는 대가로 당신 또한 심판을 받는다는 것을 기억하십시오.  훗날 당신은 역사의 심판대 앞에 오르게 될 터인데, 진정으로 위대한 행동과 정신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역사를 통해서 매우 자세하게 배우고 인식하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

 


[1]이 글은 발자크의 소설 “The Lily of Valley” 중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 개념을 설명하고 있는 부분을 한글 번역한 것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개념에 대한 보다 자세한 의미 분석은 추홍희, “한국의 특권층괴 노블레스 오블리주: 영미국의 평등 사회와 대륙국가의 특권 사회 비교” (2015)을 참고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