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문화+Culture Studies/나라야마 부시코

“꽃구경”과 “따뜻한 봄날”

추홍희블로그 2015. 7. 30. 11:25

꽃구경따뜻한 봄날

 

지게 위에 업혀서 산으로 올라가는 공양길은 꽃구경인가? “꽃상여길인가?

 

장사익이 부른 노래 꽃구경이나 김형명 시인의 따뜻한 봄날에서의 계절 배경은 꽃피는 봄철이다.  하지만 의사들이 환자들에게 흔히 하는 올 겨울을 버텨나기가 힘들 것 같다라는 진단이나 예측, 또 우리나라의 근대화가 시작되기 전까지 식량난의 존재를 여실하게 증거해 주었던 보릿고개의 역사를 고려해보면, 춥고 배고픈 사람은 먹을 양식이 부족하고 추운 엄동설한에 깊은 산 속에 버려졌다는 일본의 기로 전설이 보다 현실적인 내용인 것 같다.  봄철은 사랑이 하늘로 두둥실 떠다니는 계절인 반면, 무성한 나뭇잎이 지고 난 갈 결은 세상 떠난 사람들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따라서 이른 봄철에 꽃상여같이 많은 사람들의 눈에 노출되는 모습은 자연스러운 과정이 아닌 것 같다.  앙상한 가지와 같은 지게 위에 어머니를 짊어지고 산으로 올라가는 모습은 계절적 배경은 봄철보다는 겨울철이 보다 어울리는 것 같다.  고려장의 전설은 일본의 나라야마 부시코에서와 같이, 엄동설한에 그리고 아무도 모르게 깊은 산에다 버렸다는 먼 옛날의 이야기 또는 아직도 살아 있는 현실성에서 끈질긴 생명력을 발휘해 온 이야기인 것 같다.

 

장사익의꽃구경이라는 제목의 노래로 잘 알려진 가사를 보자. 늙으신 어머니를 지게에 지고 산으로 버리려 가면서 늙은 노모에게 꽃구경을 가자고 살짝 속이는 아들에게 노모는 아들이 돌아올 때 행여나 길을 잃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가는 길거리에 솔잎을 뿌린다는 내용의 노랫말은 고려장을 시적 유퍼미즘으로 승화하는 것 같다.  꽃구경노래는 김형영의 시집다른 하늘이 열릴 때에 실려 있는따뜻한 봄날에 곡을 붙인 노래라고 한다.  따뜻한 봄날에서 솔잎을 길 위에 버리는 행위는 노모가 아들 지게 등에 업혀서 산으로 들어가는 도중 중간중간에 나무를 꺾어 놓았는데 아들이 노모를 깊은 산중에 내려 놓고 오려니까 노모가 나무를 꺾어 표시해 둔 곳을 따라가라는 말을 하자 이에 아들이 뉘우치고 다시 노모를 모시고 내려왔다는 충남의 민간 설화[1]에 바탕을 둔 것 같다.  하지만꽃구경따뜻한 봄날에서 도덕적 교훈 (“불효자의 뉘우침의 이야기 구조)을 가르치고자 하는 민간 설화의 결론과는 달리, 아들이 후회하고 다시 노모를 데리고 내려왔다는 결론은 내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아이들에게 도덕적 가치를 함양시키고자 하는전래 동화의 목적과는 달리 독자나 감상자들의 느낌과 판단에 맡겨두고자 결론을 유보한 태도를 보인 것 같다.  소리꾼 장사익의 노래로 더 알려져 있기에 이의 전문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어머니, 꽃구경 가요

제 등에 업히어 꽃구경 가요

 

세상이 온통 꽃 핀 봄날

어머니 좋아라고

아들 등에 업혔네

 

마을을 지나고

들을 지나고

산자락에 휘감겨

숲길이 짙어지자

아이구머니나

어머니는 그만 말을 잃었네

봄구경 꽃구경 눈감아 버리더니

한 움큼 한 움큼 솔잎을 따서

가는 길바닥에 뿌리며 가네

 

어머니 지금 뭐 하시나요

꽃구경은 안 하시고 뭐 하시나요

솔잎을 뿌려서 뭐 하시나요

 

아들아, 아들아, 내 아들아

너 혼자 돌아갈 길 걱정이구나

산 길 잃고 헤맬까 걱정이구나.





[1] 최운식, “충청남도 민담, 집문당, 1980, 232 .